로큰롤 밴드 벨벳 언더그라운드에 헌정하는 전시 ‘뉴욕 익스트래버갠저(New York Extravaganza)’가 8월 21일까지 파리 필하모니에서 진행 중이다. 존 케일·루 리드·앤디 워홀·니코 등으로 대표되는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현대예술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
언더그라운드란 ‘기존 문화에 대한 저항’을 뜻하는 반문화 운동이다. 그중에서도 혁신적인 퍼포먼스로 손꼽히는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1960년대 후반에 급성장한 록 그룹이다. 당시 급진적이며 반발적인 성향으로 시선을 모았던 그들의 정신은 오늘날 펑크 스타일로 귀결된다. 이들은 데이비드 보위나 커트 코베인 등에게 영향을 주며 로큰롤을 최고 경지로 끌어올렸다. 이번 전시의 연계 콘서트에 참여한 ‘파리 벨벳’의 로돌프 뷔르제는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통해 록 음악이 단지 10대만 즐기는 것이 아닌, 컨템퍼러리 예술의 고급 형태가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6개 테마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제2차 세계대전 후부터 1960년까지의 미국 사회 분석으로 시작한다. 마천루로 빽빽한 뉴욕의 수직성을 주 장식으로 삼은 전시실은 ‘비트 세대’를 대표하는 시인 앨런 긴즈버그의 사진과 시로 시작한다. 지식인과 예술가들이 자유 자본주의를 부르짖던, 미국 사회의 딱딱함을 거부하던 시대다.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주창자인 미국인 루 리드와 영국인 존 케일이 만난 해는 1964년. 전시장에서는 그들의 만남과 성장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 케일이 존 케이지 같은 예술가들과 만나 플럭서스(1960~1970년대 일어난 전위예술운동)에 가담하고, 에리크 사티의 ‘벡사시옹’을 연주하는 광경도 볼 수 있다.
당시 뉴욕의 그리니치빌리지는 실험음악가, 독립영화인, 금기를 거부하는 시인 그리고 성 문화에 반기를 든 젊은이들로 가득했다. 이곳은 개념예술, 아방가르드, 팝 문화, 이국적인 민속 리듬이 오가는 문화의 교차로였다.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바로 이런 지적이고 혁신적인 사색을 자양분 삼아 출발한다.
1965년 기타리스트 스털링 모리슨이, 이듬해는 니코가 보컬로 합류한다. 앤디 워홀까지 참여한 팩토리 시절에는 로큰롤의 틀을 벗어나 청중이 직접 참여하는 음악을 창조한다. 과장이 넘치며 유연하면서도 밝고 어두운, 정신착란적 음악이다. 주된 주제는 역시 섹스, 마약 그리고 ‘실존’이었다. 1966년 출반된 ‘더 벨벳 언더그라운드&니코’, 일명 ‘바나나 앨범’은 비틀스와 롤링 스톤스마저 매료시켰다. 앨범 재킷의 바나나는 앤디 워홀의 작품이다. 앨범 재킷과 그의 데생, 이 시기 찍은 사진을 비롯해 그룹의 멤버들을 그린 1963년 ‘라이프’지 커버도 인상적이다.
니코·존 케일·앤디 워홀과 결별한 루 리드는 1968년 합류한 더그 율과 활동을 이어갔으나, 1970년 결국 벨벳 언더그라운드는 해체되고 만다. 그러나 그들은 2년 후 데이비드 보위에 의해 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 이들의 유산은 영화나 음악뿐 아니라 사진과 응용예술에서도 강하게 영감을 주었다.
이번 전시는 4개의 콘서트와 영화 연주회, 컨퍼런스 그리고 벨벳 언더그라운드 음악을 중심으로 꾸민 아틀리에, 그리고 파리 전역을 뒤덮은 포스터와 함께 거창하게 발족했다. 그중에서 존 케일이 바나나 앨범을 직접 연주한 영상이 눈에 띈다. 특히 백발의 케일이 전자 바이올린을 연주하며 부르는 ‘모피 입은 비너스’가 인상적이다. 전시에서는 그가 나체로 바이올린을 켜는 사진도 볼 수 있다.
필립 글래스·테리 라일리·존 애덤스로 대표되는 미국 미니멀리즘 음악의 원조 라 몬테 영에게 헌정한, 에티엔 조메와 소닉 붐의 퍼포먼스가 현대음악 연구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한 앤디 워홀이 찍은 영화 15편이 복원·상영되고 있는데, 영화에는 워홀 자신을 비롯해 존 지오노, 마르셀 뒤샹, 미국 펑크 신의 두 전설적 리더 톰 벌레인과 마틴 레브가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