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 리키에 페스티벌

유서 깊은 수도원에서 만끽하는 바로크 음악의 흥취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8월 1일 12:00 오전


▲ ⓒGuillaume Crochez

지난 7월 5~10일, 프랑스 피카르디 지방의 생 리키에 수도원에서 바로크 음악 축제인 생 리키에 페스티벌이 펼쳐졌다. 오랜 역사를 지닌 이 페스티벌은 3년 전 에르베 니케(Hervé Niquet)가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이후 신선한 분위기로 이목을 끌고 있다. 현재 이곳을 찾는 방문객은 일 년에 10만 명가량으로, 전에 비해 3배나 증가했다. 페스티벌 기간 중에는 하루에 1000여 명이 수도원을 방문하며 매 연주마다 유료 관객이 90퍼센트를 넘는다.

생 리키에 수도원은 프랑스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625년 샤를마뉴 왕조에 의해 건설된 후 베네딕트 수도승들이 기거했고, 이후 루이 16세에 이르기까지 카롤링거 왕조의 왕실 수도원으로서 전성기를 누렸다. 이러한 역사적 의미를 따라 1840년대부터 3차에 걸쳐 세 장소가 역사유적으로 등재되었다.

필자는 9일 오후 수도원에 도착했다. 정원의 한쪽에는 재즈 무대가 설치돼 있었고, 주변은 아름다운 들꽃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 가운데 정원용 가위를 들고 돌아다니는 사람이 있었다. 예술감독 에르베 니케였다. 그는 “절약해야죠!”라며 들꽃을 꺾어 오후 내내 연주자들에게 선사할 부케를 만들었다. 거창한 포장은 없었지만 싱싱한 여름 느낌이 물씬 풍겼다.

올해 프로그램은 크게 세 가지로 나뉘었다. 매일 오후 5시에 다양한 형식을 결합한 스펙터클 음악극 ‘과부의 반란’이 고정적으로 무대에 올랐고, 6시 30분은 재즈 연주회, 9시에는 오케스트라 연주회가 열렸다. 오케스트라 연주에는 트럼피터 다비트 게리에, 바로크 앙상블 콩세르 스피리튀엘과 레 누보 카락테르, 브뤼셀 필, 피카르디 오케스트라 등이 참여했다.


▲ ⓒComdesimages

먼저 ‘과부의 반란’을 감상했다. 바로크 발레와 코메디 프랑세즈가 예술을 독점하던 시절, 작은 극단을 운영하던 과부가 이에 맞서 청중이 노래하고 연극할 권리를 주장한다는 내용이다. 무대는 익살스러운 퍼포먼스의 연속이었다. 그중 마리오네티스트 장 필리프 데루소가 연출한 인형극이 압권이었다. 10분 남짓한 이 인형극은 특별 출연한 에르베 니케의 희극 연기로 청중의 배꼽을 잡았다. 이어 바로크 작곡가 장 페리 르벨의 작품에서 발췌한 음악에 맞추어 캐나다의 라 누벨 오페라와 프랑스의 보 샹 컴퍼니가 창작 음악극을 선보였다. 재기 넘치는 연기뿐 아니라 음악과 발레 테크닉에서도 청중의 흥미를 집중시켰다.

9시에 열린 오케스트라 연주회는 이색적이었다. 수도원의 교회에서 루앙 오페라 오케스트라가 베토벤 교향곡 1·2번을 연주하는 가운데, 한 악장이 끝날 때마다 테너 마티아스 비달(Mathias Vidal)이 생상스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선율’을 노래하는 형식이었다. 이는 기악 음악을 감상하는 청중이 지루할까 봐 사이사이 성악곡을 삽입하던 19세기 풍습을 따랐다.

지휘를 맡은 안토니 헤르뮈스는 명료한 제스처로 오케스트라를 이끌었고 비달은 뛰어난 딕션으로 사랑과 꿈, 탄식과 희망을 그린 생상스의 선율을 노래했다. 고딕형 교회 천장으로 울려 퍼지는 베토벤의 협화음과 달리 생상스의 멜로디는 청중을 향해 은밀하지만 호소력 있게 울려 퍼졌다. 한 편의 시를 낭송하는 듯한 운율과 인성의 아름다움이 오케스트라의 규모를 뛰어넘는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날의 페스티벌 일정은 공연이 끝난 후, 에르베 니케가 테너와 지휘자에게 꽃다발을 선사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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