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중동부 알프스산맥 아래 위치한 보주 지방의 음악과 자연 페스티벌(Festival Musique&Nature en Bauges)이 7월 9일부터 8월 21일까지 열렸다. 매년 여름, 아직 관광객의 발길이 닿지 않은 이곳의 작은 교회나 역사 유적에서 펼쳐지는 이 페스티벌은 보주의 아름다운 자연을 알리고 그들의 문화를 소개하는 데 크게 공헌한다.
해발 2200미터 능선을 끼고 있는 보주에서는 저 멀리 몽블랑을 감상할 수 있다. 필자는 이곳을 방문할 때마다 푸른 숲과 계곡, 드넓은 초원을 보며 스위스의 전원과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페스티벌의 이름을 ‘음악과 자연’으로 지은 것은 참으로 자연스러운 발상이다.
페스티벌은 오로지 자원봉사만으로 운영된다. 보주 지방에 속한 샤틀라르 시의 시장 앙팀 르루아(Anthime Leroy)를 예술감독으로 하여 시청 공무원들과 시민들, 그리고 음악 애호가들이 모여 2~3일 간격으로 페스티벌에서 봉사한다. 르루아는 “재정이 넉넉하진 않지만, 음악에 대한 시민들의 열정과 사랑으로 페스티벌을 이어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의 프로그램은 안드레아스 슈타이어가 하프시코드로 선보인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시작으로,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더 필즈(7월 13일), 떠오르는 첼리스트인 에드가 모로(7월 23일), 바이올리니스트 테디 파파브라미와 피아니스트 넬손 괴르너(8월 6일), 에벤 현악 4중주단(8월 16일)과 같은 스타 연주자들이 장식했다.
필자는 7월 27일 생 장 다브리 교회에서 열린 줄리아노 카르미뇰라의 연주에 다녀왔다. ‘나폴리 여행’이란 주제처럼 카르미뇰라와 그의 앙상블은 포르포라·비발디·스카를라티의 작품들을 흥겹게 그려냈다. 그중 니콜라 마테이스의 바이올린과 통주저음을 위한 파사조, 판타시아, 사라반다, 아모로사는 프랑스의 음악학자 올리비에 푸레가 5년 전 발견한 것으로 지금껏 거의 연주되지 않은 작품이다. 사명감을 안고 도전한 카르미뇰라였지만, 작품이 잘못 쓰인 것인지 그에게 문제가 있던 건지, 보잉이 혼란스러웠고 박자도 불분명했다. 마치 무대에서 악보를 읽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 곡인 엠마누엘 바르벨라의 소나타 B♭ 장조에서 실수를 만회했다. 코메디아 델라르테(16~18세기 이탈리아에서 발달한 가벼운 희극)의 등장인물을 묘사한 이 작품에선 광대인 아를르키노, 나무인형처럼 뻣뻣한 이미지를 지닌 로제타, 캉캉처럼 흥겨운 리듬으로 흥청거리는 풀치넬라 등을 회화적인 감성으로 풀어내 청중에게 어필했다.
29일 앙시 호숫가의 성에서 열린 ‘춤추는 피아노’는 주목할 만한 이벤트였다. 캐나다 출신의 두 피아니스트 엘렌 메르시에와 루이스 로르티가 펼친 듀오 콘서트로, 레퍼토리는 라흐마니노프의 모음곡 1번과 ‘교향적 무곡’ 그리고 라벨의 ‘스페인 광시곡’이었다. 검은 오트 쿠튀르 튜닉 차림으로 연주에 임한 메르시에는 단순하지만 놀라운 표정으로 주제 선율을 섭렵하며 세 작품이 지닌 강렬함을 잘 표출했다. 그녀의 옆에서 굉장한 감수성으로 오케스트라와 같은 깊은 영감을 불어넣은 루이스 로르티 역시 놀라웠다. 특히 ‘교향적 무곡’의 종결부, 러시아의 교회 종들이 점점 크레셴도되며 퍼져나가다 투티로 끝맺는 패시지에서 이점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피아노 듀오는 메르시에와만 연주합니다.”
연주 후 로르티가 전한 말은 마치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넬송 프레이리 간의 묘한 프렌드십을 떠오르게 했다. 엘렌 메르시에는 루이비통 모엣헤네시 그룹을 진두지휘하는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부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