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쿠흐모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7년 2월 1일 12:00 오전

실내악의 아름다움은 무엇일까? 소리와 소리, 마음과 마음이 만나 이루어내는 조화는 실내악만이 갖는 매력이고 소중한 가치다. 2017년 2월, 북유럽을 대표하는 실내악 축제 쿠흐모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과 금호아트홀의 특별한 컬래버레이션이 3일간 네 번의 무대에서 펼쳐진다.

쿠흐모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은 1970년 핀란드 쿠흐모에서 시작되어 45년 역사를 자랑하는 음악 축제다. 기돈 크레머, 크리스티안 지메르, 나탈리아 구트만, 유리 바시메트, 보로딘 현악 4중주단, 하겐 현악 4중주단 등 세계적인 거장부터 영 아티스트까지 매년 200명에 이르는 음악가가 이 페스티벌에 참여하며, 5만 명 가까운 청중이 참여하는 세계에서 가장 큰 실내악 페스티벌 중 하나다.

쿠흐모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이 이토록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매년 명확한 음악 테마를 정하고 해당 레퍼토리를 가장 잘 연주할 수 있는 음악가를 섭외해 최고 연주를 들려준 데서 가장 큰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또한 흔히 들을 수 있는 곡보다 새로운 실내악 작품은 위촉해 선보이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연주자들을 발굴하는 데 힘을 쏟았던 것이 음악가들과 평론가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다.

세계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실내악 페스티벌과 금호아트홀의 만남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오래전부터 한국 실내악 발전에 밀알 역할을 해온 금호아트홀은 실내악 음악을 더 많은 청중에게 알리고 젊은 연주자들을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역할에 힘써왔다. 그리고 그런 철학이 쿠흐모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의 가치와도 그 뜻을 공유할 수 있었다. 쿠흐모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의 기획력과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발굴한 실내악 음악가들을 접목한 만남은 그래서 더 의미가 깊다. 2018년 7월에 열릴 핀란드 쿠흐모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에서는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이 이 페스티벌에 참여해 본격적인 결연의 시작을 알리게 된다.

2월 9일~11일 총 네 번의 무대를 선보일 금호&쿠흐모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에는 쿠흐모 페스티벌의 예술감독이자 비올리스트인 블라디미르 멘델스존, 바이올리니스트 프리야 미첼과 안티 티카넨이 내한한다. 한국 연주자는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와 임지영, 비올리스트 이한나, 첼리스트 김민지와 이정란, 더블베이시스트 이정수, 피아니스트 김다솔과 선우예권, 하프시코디스트 박지영이 함께한다.

2월 9일에는 ‘시벨리우스의 시간(The Time of Sibelius)’이라는 주제로 북유럽 작곡가를 중심으로 한 음악을, 10일에는 드뷔시, 라벨, 미요, 프랑크로 이어지는 프랑스 레퍼토리의 ‘파리의 밤(Paris By Night)’ 공연을 펼친다. 11일에는 정통 바로크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로 ‘영원한 바로크(Baroque Evergreens)’를 테마로 파헬벨과 알비노니, 비발디의 작품들이 연주된다. ‘빈의 빛나는 시간(Wiener Sternstunden)’ 공연에서는 음악의 도시 ‘빈’을 주제로 모차르트와 베토벤, 슈베르트를 대표하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블라디미르 멘델스존 예술감독 인터뷰


▲ 블라디미르 멘델스존

쿠흐모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었나?

1983년 페스티벌 창립자 키마넨의 초청으로 연을 맺게 되었다. 이후 33년간 매년 비올리스트로서, 작곡가로서 그리고 지휘자로서 페스티벌과 함께했다. 2005년부터는 예술감독으로 함께하고 있다.

한국에서 실내악 축제를 갖는 소감이 궁금하다.

실내악은 클래식 음악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에 비해 충분히 조명되고 있지 않다. 교향곡을 근육에 비유할 수 있다면, 솔리스트는 카리스마 넘치는 눈과 귀를 사로잡는 구실을 한다. 높은 음정을 소화하는 오페라 가수는 나에게는 스테로이드 효과를 보이는 구식 엔진과도 같이 받아들여진다. 이것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아니지만, 음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감정과 지식 그리고 지성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5분 동안 연주하는 베토벤 현악 4중주 작품은 3시간짜리 오페라와 동일한 또는 더 나은 감동을 준다.

이번 연주에서 청중과 함께 공감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우리’가 ‘나’보다 항상 낫다는 것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다. 우리라는 것은 개인이 하는 경험보다 더 깊고 넓은 것을 제공한다. 분야를 막론하고 예술에 있어 너그러우면서도 숭고한 교감은 에고이즘이나 이기주의보다 더 높은 단계의 진화를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가 사회 전반에 녹아들기를 희망한다.

페스티벌의 주제나 레퍼토리는 어떻게 정했나?

핀란드와 프랑스, 바로크를 영감으로 작품들을 연주한다. 시벨리우스 작품을 비롯해 버르토크, 파야, 드뷔시, 라벨, 미요, 프랑크, 파헬벨, 알비노니, 비발디, 모차르트, 브람스, 슈베르트의 실내악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특별히 젊은 연주자들을 발굴하는 이유가 있는가?

우리 같은 직종의 사람들은 75세의 이상주의자가, 음악보다 자신을 더 사랑하는 21세의 디바나 스타보다 젊다. 진정한 음악가라면 75세의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고, 75세의 음악가는 21세의 능력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실내악은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대중성이 부족한 장르다. 어떻게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축제로 만들어갈 생각인가?

우리는 즉각적인 만족감을 추구하는 사회 속에 살고 있다. 이 세상은 미식, 건축, 시, 모던 댄스, 그리고 실내악이라는 선택지의 가치와 비전의 중요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지 않는다. 이러한 가치와 비전은 “잘 팔리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가 실용주의 로봇이나 페이스북 ‘라이크’ 버튼의 노예 또는 MP3로 귀결되는 음악의 노예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는 중요한 사인이다. 실내악은 지성, 개방된 영혼 그리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는 마음과 연결되어 있다. 현악 4중주를 감상하는 것은 더 깊은 곳을 건드리는 심리 게임과도 같다. 이것은 TV 속 요구르트 광고에 삽입된 광고음악을 듣는 것이나, 미지근한 빅맥을 차 안에서 먹는 것, 아니면 타블로이드 기사를 읽는 것이 소위 더 ‘대중적’이라고 할지라도 변하지 않는다. 이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면 베르사유 궁전이나 만리장성, 통곡을 벽을 보거나 모차르트와 슈베르트의 걸작을 들어보라. 이러한 가치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다.

사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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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쿠흐모 체임버 뮤직 페스티벌

‘The Time of Sibelius’ 2월 9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
‘Paris By Night’ 2월 10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
‘Baroque, Evergreens’ 2월 11일 오후 3시 금호아트홀
‘Wiener Sternstunden’ 2월 11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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