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그자비에 로트/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프랑수아 그자비에 로트/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REVIEW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7년 3월 1일 12:00 오후

새로운 시대, 새로운 사운드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는 약 190년의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지금까지 음악감독의 수가 13명밖에 되지 않는다. 각각 평균 14년 정도 맡은 셈인데, 그만큼 돈독한 신뢰의 관계를 바탕으로 개성 강하고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들어왔다. 그래서 현재의 음악감독 프랑수아 그자비에 로트는 부임한 지 불과 2년밖에 되지 않았기에 이 새로운 조합이 조율을 완성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하지만 로트는 자신의 악단 르 지에클을 통해 추구하는 음악의 방향을 확실하게 보여준 터라, 관현악단이 로트에게 맞추는 방향으로 신속한 조율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번 내한 연주회는 바로 그 결과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표기되어 있지 않았지만 이 연주회의 주제는 ‘빈 100년의 음악’이었다. 고전시대를 장식한 빈 악파의 베토벤부터 빈에서 활약하던 낭만 작곡가 브람스, 그리고 현대음악의 산실 신빈악파의 베베른까지, 100년간 빈에서 벌어졌던 음악을 조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첫 곡으로 연주된 안톤 베베른의 파사칼리아 Op.1은 전통의 토대 위에 일그러져가는 후기 낭만의 끝자락을 장식한 작품인데, 로트는 ‘음렬주의자 베베른’에 집중한 듯하다. 선율과 화음을 해체하고 엄격한 논리로 음색을 분산시킨 그 베베른 말이다. 로트의 연주는 분해능 높은 분석적 접근으로 파사칼리아의 구석구석을 들춰냈지만, 각각의 악기군은 배타적으로 자신의 소리를 내면서 바싹 말라 부서져 낭만 최후의 정교한 화음을 듣기는 어려웠다.

이어지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에서는 우선 내추럴 트럼펫과 작은 팀파니가 눈에 띄었다. 특히 케틀드럼 스타일의 팀파니는 가볍고 명징한 소리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지만, 풍부한 음향을 갖춘 오늘날의 악기들과의 조화는 다소 어색할 수 있다. 로트는 현의 비브라토를 최소화하고 활을 가볍게 썼으며, 관악기는 음색을 부드럽고 따뜻하게 만드는 데 집중함으로써 어색함을 최소화하고 끈끈한 응집력을 갖췄다. 더불어 따뜻하고 고상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것은 로트가 현실적인 조건에서 만들 수 있는 범위의 역사적 해석일 것이다. 바이올린 독주를 맡은 빌데 프랑도 이에 부응했다. 매우 섬세하면서 유연한 곡선을 만드는 프랑의 연주는 관현악과 내밀한 대화를 나누는 듯했다. 2악장은 실내악적인 가벼운 사운드로 비발디의 협주곡이라는 착각이 들 정도였으며, 마지막 3악장은 한적한 시골의 가볍고 소박한 축제로 마무리했다. 이들은 여전히 베토벤을 새롭게 들을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프랑의 앙코르 곡은 자국 출신의 작곡가 비아르네 브루스타드의 ‘베슬레프리크’로, 소박한 축제를 마무리하는 화려한 에피소드였다.

후반부는 브람스 교향곡 2번이었다. 일반적인 연주보다 현악의 규모를 약간 적게 설정해 가볍고 투명한 사운드를 만들었으며, 반면 다양한 관악기의 사운드가 전면에 부각되어 다채로운 음색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금관은 다소 직선적으로 뻗어냈는데, 브람스가 금관의 근본을 사냥용 뿔피리나 팡파르 등으로 생각했다는 점에서 설득력 있다. 그리고 연주는 구성적 형식미보다는 물 흐르듯 흐르는 자연미에 집중했다. 그래서 2악장의 대위적 구조가 유동적으로 들리게 했고, 3악장의 자유로운 템포 설정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웠다. 마지막 4악장은 가벼운 무게감에 힘입어 빠른 템포를 타고 활강했다. 브람스 교향곡 2번이 본래 밝은 곡이지만, 로트의 연주는 한껏 구름 위로 들어 올려 더없이 상쾌한 경험을 선사했다.

앙코르로 또 다른 빈의 거장 말러의 ‘아다지에토’가 연주되었다. 촘촘하게 조직된 현악 앙상블임에도 로트는 다양하고 산뜻한 음색의 향연을 만들어냈으며, 앞서 들려준 그의 스타일이 부유하는 듯 진행하는 이 곡과 잘 어울렸다.

로트와 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는 새로운 시대를 맞아 새로운 사운드를 추구했다. 이러한 시도는 우리에게 익숙한 독일 사운드와는 분명 거리가 있지만, 그렇기에 앞으로 그들이 들려줄 음악이 더욱 기대된다.

 

송주호(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빈체로

 

프랑수아 그자비에 로트/쾰른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

2월 10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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