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숲을 이루는 사람들

INTERVIEW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8년 1월 10일 3:37 오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계 회사의 4인 실무자가 공연예술에 뜻을 둔 젊은이들에게 전하는 열정과 도전의 메시지

취업의 계절이 돌아오고 있다. 음악계에서 일하고 싶은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기업인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공연기획팀 이루리, 롯데문화재단 홍보 책임 이미란, 유니버설 뮤직 차장 이지연, 네이버 공연 & 플레이스 매니저 한갑산 등 젊은 열정의 실무자들이 모여 예술을 통해 꿈을 이루는 길을 묻는 청춘들에게 솔직한 조언과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루리 |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공연기획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영재는 기르고, 문화는 가꾸고’라는 사명 아래 클래식 음악 분야를 후원하고 있다. 특히 금호영재·영아티스트·상주음악가 시리즈 등의 기획으로 클래식 음악 영재 발굴 및 성장에 힘쓰고 있으며, 금호월드오케스트라 시리즈를 통해 세계 최정상급 오케스트라를 국내 무대에 선보이며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과의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공연기획팀에서 근무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합니다.

대학에서 영문학과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한 후, 주한 유럽 국가기관과 유럽계 기업에서의 직무를 거쳐 2014년 8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에 입사했습니다. 입사 후에는 한국의 젊은 음악가들을 후원하는 ‘영뮤지션 지원’ 업무와 ‘금호영아티스트콘서트’ 운영을 담당했었고 이후 약 2년간의 홍보 담당을 거쳐, 지난해 8월부터 기획 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홍보팀에서 기획팀으로 자리를 옮기셨는데요, 두 분야는 어떻게 다른가요?

두 분야를 각각 한 단어로 표현해본다면 기획업무는 ‘디자인’, 홍보업무는 ‘스타일리스트’입니다. 기획팀에서 변하지 않는 음악의 가치와 시대의 트렌드를 재단하고 시장을 분석하여 공연을 기획하면, 홍보팀에서는 그 공연의 가치와 아름다움을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도록 공연의 다양한 요소를 재배치하고 풍부한 언어 표현을 곁들여 세상에 내보냅니다.

공연 기획 분야에 잘 맞는 성격이나 성향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무대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음악과 음악가인 만큼, 기획자는 보이지 않는 곳에 위치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공연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음악가의 공이고, 공연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는 경우에는 기획자의 책임’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습니다. 추가적으로는 음악적인 가치와 관객의 필요, 그리고 트렌드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을 이룬 공연을 만들기 위해 음악적인 호기심과 탐구는 물론 그 외의 세상과 사람들의 관심에도 끊임없이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선보이는 공연들은 조금 더 아티스트와 정통 클래식 음악에 집중하는 기획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음악 영재를 기르고 문화를 가꾼다는 재단의 취지에 맞게, 클래식계의 슈퍼스타와 트렌드만을 중심으로 한 기획보다는 젊은 음악가들에게 더욱 넓고 자유로운 활동의 장을 제공하는 공연, 그리고 흥행 여부와 관계없이 반드시 들어야 하는 가치 있는 작품과 음악가들을 소개하는 공연이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13년부터 계속 이어져 오고 있는 상주음악가 시리즈에 가장 큰 애착이 갑니다. 금호영재·영아티스트, 금호아트홀 라이징스타를 통해 발굴되고 성장한 한국의 젊은 음악가가 한 해 동안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펼치고 음악적인 도전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무대를 주는 프로그램으로, 그동안 피아니스트 김다솔·선우예권,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 등 젊은 음악가들이 한국 무대에 본격적으로 소개되며 활동의 기반을 탄탄히 다질 수 있는 계기를 주었습니다.

저는 제가 하는 일을 ‘인문학’ 또는 ‘기초과학’에 비유하곤 합니다. 이러한 학문이 당장 새로운 기술개발에 기여하거나 물질적인 이익을 가져다주지 않더라도 인간이 인간답게 있을 수 있도록 하는 가치를 형성하는 것처럼, 예술이 예술답고, 음악가가 음악가답게 존재할 수 있도록 근본을 지켜나가는 일이 저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가능성이 있는 연주자를 발견해 국내 무대에 소개하는, ‘선구자’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공연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클래식 음악 공연에 있어 지금과 다른 새로운 기획을 기대할 수 있을까요?

최근 많은 콩쿠르가 인터넷 생중계를 도입했습니다. 이를 통해 다양한 지역의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그 영향력이 그대로 우승자에게 전달되어 우승자의 커리어 발전에도 영향을 미치는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반면 생중계되지 않은 콩쿠르는 그 콩쿠르의 가치와 상관없이 이전에 비해 낮은 관심을 얻는 것도 보았습니다.

이처럼 저희도 ‘공간적 제약’을 뛰어넘어 더 많은 사람에게 닿을 방법을 찾는 중입니다. 그 시도의 일환으로 2017년부터 네이버가 가지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인 V라이브를 통해 일부 공연을 생중계해 보았습니다. 금호아트홀의 경우에는 390석이라는 물리적인 좌석수의 한계가 존재하지만, 생중계를 통해서 4천 명에 달하는 관객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티켓매출과의 상관관계나 연주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은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보며 아이디어를 더 발전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지난해 음악 기획의 트렌드는 어땠는지, 올해는 어떤 흐름으로 이어질 것으로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올해는 큰 규모의 오케스트라 초청공연들과 더불어 많은 솔리스트의 리사이틀이나 작은 규모의 앙상블 내한 공연도 활발히 이루어졌습니다. 내년에는 국내 경제 상황상 다소 거품이 꺼지고, 내실있고 실속있는 작은 규모의 내한 공연이 더 늘어나지 않을까 전망합니다.

 


이미란 | 롯데문화재단 홍보 책임

롯데문화재단은 2015년 10월 출범, 이듬해 국내 최초로 빈야드 스타일의 롯데콘서트홀을 개관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마티네 콘서트인 ‘L.Concert(엘 콘서트)’와 저녁 기획 공연으로 다양한 관객층을 클래식 음악으로 유입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롯데뮤지엄’을 오픈할 예정이다.

롯데콘서트홀의 언론 홍보 책임으로써 이 분야를 소개해주세요.

공연기획사 등에서 진행하는 언론홍보와 달리 공연장에서의 언론홍보는 하드웨어(공연장)와 소프트웨어(공연)에 대한 홍보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정일에 공연되는 프로그램을 월간지·일간지·방송·인터넷 매체·SNS에 게재되도록 사전에 준비하고, 이를 본 관객 혹은 잠재적인 관객에게 우리가 기획하는 공연의 우수성을 알리고, 이를 바탕으로 매표로까지 이어져 마케팅에까지 도움이 되도록 합니다. 나아가 대기업의 문화재단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가치와 역할을 대표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롯데콘서트홀 이전에 여러 단체를 거치셨는데요, 각각 분위기, 업무 체계 등에서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롯데콘서트홀 이전에 근무했던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정동극장, 명동예술극장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입니다. 아무래도 국고를 지원받기 때문에 이에 대해 엄격한 통제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본래 업무인 공연 제작·홍보 외에도 해마다 진행되는 국정감사 자료 등을 수시로 작성하고 업데이트하는 일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일정 부분 국고를 지원받아 운영하기 때문에 수익성보다는 공공성에 가치를 두고 작품을 기획하거나 공익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롯데문화재단은 롯데그룹에서 처음으로 만든, 문화를 바탕으로 사회공헌을 실천하는 공익재단입니다. 사기업이라 까다로운 절차나 통제가 없을 것 같지만, 결과에 대한 엄정한 책임이 따릅니다. 아무래도 수익성에 대한 부분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작품을 기획하고 비용을 집행하는 과정에 있어서 수익성이나 이를 대체할만한 가치의 중요성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클래식 음악 분야의 홍보 기획자에게 필요한 소양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요?

개인적으로 홍보 기획자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능력은 ‘글쓰기’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매력적인 카피를 쓰고, 명료하고 섬세한 문장으로 공연의 매력과 장점을 피력하는 데 있어 글쓰기만큼 중요한 것이 없습니다. 게다가 요즘은 SNS를 이용한 홍보도 많아서, SNS의 운영 방향에 따른 감각적인 글쓰기 능력도 필요합니다. 또한 같은 홍보라도 준비 기간에 따라 도출할 수 있는 결과물의 크기가 달라집니다. 그러므로 조금 더 멀리 보고 계획해서, 충분히 이슈가 될 수 있도록 몇 발짝 앞서 생각하는 ‘치밀한 준비성’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신중하고 꼼꼼한 태도’를 갖춰야 합니다. 마감을 맞추기 위해 기자들이 급하게 자료를 문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급할수록 잘못된 부분이 없는지 검토해 오보가 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홍보담당자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감각’입니다. 남들이 볼 때 평범한 내용도 홍보 담당자가 그럴싸하게 포장하고 의미를 부여하면 본래 지닌 것보다 가치와 의미를 더 크게 부각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사소한 것도 애정 있게 바라보고, 그 안에 지닌 숨은 가치를 찾아낼 수 있는 감각이 필요합니다.

이 분야에는 어떤 성격과 성향이 도움이 되나요?

업무상 여러 사람을 만나야 하므로 외향적인 성격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홍보결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고요. 저는 이 일을 하면서 전보다 계획적이고, 꼼꼼해지는 성향으로 바뀌게 된 것 같습니다.

홍보 업무를 하며 가장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하게 되는 곳은 어느 분야인가요?

무엇보다 공연을 제작하는 기획부서, 그리고 무대를 운영하는 무대기술팀과 하우스매니저입니다. 공연의 기획 의도를 중심으로 홍보할 이슈를 공유해야 하므로 사전에 가장 긴밀한 대화가 필요합니다. 다음으로는 공연 관련 촬영 등과 관련해서 무대팀과 하우스매니저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무대 리허설 및 작업에 방해가 되지 않고, 관객의 공연 관람에 불편함을 주지 않는 범위 안에서 홍보업무를 진행하기 위함입니다.

클래식 음악 공연을 홍보하는 데 있어 현실적으로 가장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클래식 음악 공연을 홍보하는 데 있어서 가장 어려운 것은 공연이 일회성으로 끝난다는 점입니다. 클래식 공연의 수요 및 연주자의 일정상 대부분 1~2회 정도 공연을 하는데요, 아무래도 공연 기간이 짧다 보니 소위 ‘입소문’을 타고 홍보할 수 있는 물리적 기간이 존재하지 않는 게 가장 안타깝습니다. 초연이 좋으면 입소문을 타고 더 큰 흥행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연극이나 뮤지컬에 비해 좋은 클래식 공연은 늘 그저 추억으로만 남게 되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사전에 연주했던 자료를 많이 확보해 연주자에 대한 내용을 더욱 미리 부각하려 노력합니다.

공연 장르에 따라 기획의 기준이 달라지기도 하나요?

클래식 공연은 크게 오케스트라, 실내악, 리사이틀 등으로 나눌 수 있는데요, 사실 장르별로 기준을 세운다기보다는 그 작품 안에서 이슈가 될만한 내용을 중점적으로 부각하려고 해요. 오케스트라라면 무엇보다 지휘자와 연주단체의 명성, 역량 등에 중점을 두고, 협연자가 있다면 협연자의 인지도 등도 고려 대상이 됩니다. 오케스트라의 경우 티켓 값이 이슈가 될 수도 있습니다. 리사이틀은 아무래도 연주자 개인에게 집중이 되다보니 연주 직전에 주요 콩쿠르에서의 우승이나, 음반 발매, 해외 연주자라면 이전 한국에서의 연주 인연 등과 연계해 홍보합니다. 제일 어려운 게 실내악인데요, 아무래도 연주자 각각의 명성이 솔리스트로 활동하는 분들에 비해 덜 알려진 경우가 많아서, 이전 연주에 대한 권위 있는 해외 언론이나 평론가들의 리뷰 등을 바탕으로 연주의 가치 등을 중점적으로 드러내려고 합니다.

홍보에도 시기에 따라 트렌드에 변화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보도자료를 출력해서 직접 언론사 문화부를 찾아다니며 공연 홍보를 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눈앞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바로 스마트폰으로 촬영해서 게재하면 그것 자체가 뉴스가 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홍보의 효과를 측정하는 기준은 다양해서 어느 매체가 가장 효과가 높다고 한마디로 정의할 수는 없겠지만, 즉각적인 피드백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단연 SNS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SNS가 공연의 현장성과 닮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다른 기관의 SNS를 자주 모니터링하는데요, 글이 올라오는 시점, 톤 앤 매너, 그리고 가독성 있는 줄 바꿈이나 기호 등을 봅니다. 요즘 가장 눈여겨보는 SNS는 함부르크의 엘프 필하모니인데, 내용이 자주 게재되는 건 아니지만 공연소식을 깔끔하게 전달하는 것이 인상적입니다.

마지막으로 홍보 분야에 종사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롯데는 1년에 한 번씩 전 계열사 홍보담당자들이 모두 모여 워크숍과 함께 ‘홍보 어워드’를 개최하는데요, 지난 제5회 롯데 홍보 어워드에서 롯데문화재단이 1위를 했습니다. 요즘 주목도가 높은 SNS와 연계한 롯데콘서트홀의 언론홍보사례를 발표했습니다. 워크숍에 참석한 각 계열사의 홍보담당자들이 문화재단이 하는 일과 가치를 좋게 평가해주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워크숍 기간에는 문화재단과 함께할 수 있는 마케팅이나 프로모션 등에 많은 문의를 하시기도 했고요. 롯데문화재단이 출범한 지 이제 2년 조금 넘었지만, 많은 분의 관심과 성원으로 앞으로 더욱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지연 | 유니버설뮤직 클래식 마케팅부 차장

유니버설뮤직은 프랑스에 본사를 둔 비방디 유니버설 그룹의 세계적인 음악 회사로 세계 음반과 음원 시장의 약 30% 시장점유율 차지하고 있고 세계 70여 개국에 유니버설뮤직이 진출해 있다. (주)유니버설뮤직은 유니버설뮤직 그룹의 한국법인으로 현재, A&R 가요팀, ROCK&POP 마케팅팀, 클래식 &재즈 마케팅팀, 디지털팀, 뮤직&브랜드팀, 머천다이징팀, 엔터테인먼트와 미디어팀, 영업 전반을 아우르는 커머셜팀 등으로 나누어져 있다.

현재 유니버설뮤직에서 진행 중인 중요한 프로젝트들은 무엇인가요.

연말에 굵직한 앨범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객석’에도 2017년 12월호 표지로 실린 조성진의 드뷔시 앨범과 JTBC ‘팬텀싱어’ 초대 우승팀인 포르테 디 콰트로의 두 번째 정규 앨범 ‘Classica’를 11월에 발매하면서 공연과 프로모션이 이어지고 있고요. 2017년 12월 21일에는 클럽 옥타곤에서 선우예권의 옐로우 라운지가 있었습니다. 요즘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쏟아지고 있는 지메르만, 키신, 트리포노프와 같은 피아니스트 앨범들도 빼놓을 수 없죠. 라인업은 2018년 초에 분더, 페라이어 등으로 이어집니다. ECM 레이블의 스트리밍 서비스도 최초로 런칭하여 알리고 있습니다.

유니버설뮤직에서 일하게 된 동기가 있나요.

뮤직 비즈니스에서 일하는 많은 분처럼 좋아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직업이 되었어요. 음악을 좋아하신 부모님의 영향도 있었던 것 같고. 바이올린을 배우고 밴드에서 베이스 기타를 치며 연주에는 몹시 재능이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죠(웃음). 추천하고 소개하는 일이 더 적성에 맞았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음반사에서 라디오 신보 광고를 할 때 마지막에 징글을 넣었는데 그때 자주 들었던 ‘폴리그램’도 기억에 남았던 듯해요. 유니버설뮤직 클래식&재즈 마케팅에는 2007년에 입사했습니다.

음반사에서 일하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언제이고 가장 힘든 때는 언제인가요.

(‘프론트라인’이라고 부르는) 새롭게 런칭한 아티스트나 프로젝트를 사람들에게 알려질 때의 재미가 있어요. 또 공연과 달리 녹음된 음악은 시간이 지나도 남아있기 때문에 (‘카탈로그’라고 부르는) 지난 음악이 새롭게 회자될 때의 재미도 있고요. 반면 평소에는 음악을 그냥 음악으로 들으면 좋은데 ‘이건 될까 안될까’ ‘반응이 어떨까’ ‘왜 그럴까’ 등 생각이 많아진다는 직업병이 있답니다.

문화예술의 플랫폼이 다양화되면서 사람들의 니즈도 계속해서 변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들을 음반사에서는 어떻게 읽고 내고 찾기 위해 노력하는지 궁금합니다.

클래식 음악, 재즈는 대중가요에 비해 변화가 비교적 보수적인 편이지만 또한 한 해 한 해 다르죠. 많은 사람들이 전통적인 매체와 더불어 스마트폰이나 소셜미디어, 포털이나 동영상 사이트에서 음악 관련 정보를 얻고 있고 그래서 특히 온라인에서의 채널을 개발하는 일이 최근의 주요 과제예요. 주요 채널들과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이나 직접 운영 방안, 새로운 매체의 등장에도 늘 관심을 두고 있어요. 이러한 맥락에서 재능 있는 젊은 아티스트를 확보하기 위한 디지털 싱글 발매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고요.

음반에 대한 전망은 어떻다고 보는지요.

녹음물은 어떻게든 소비될 것이나 형태가 변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CD 포맷은 비중이 계속 낮아지고 있어요. 대신 클래식 음악에서도 그만큼 스트리밍의 수요가 커졌고 LP의 부활이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등장했죠. 그리고 유니버설뮤직은 요즘 ‘음반사 (record company)’가 아닌 ‘음악 회사(music company)’로 스스로를 정의하고 있습니다. 녹음물이나 음반만을 다루지 않고 기업이나 브랜드와의 협력, 머천다이즈, 싱크로나이제이션, 전시 등 다양한 방식으로의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미래의 새로운 문화 플랫폼은 어떻게 변할 거라 생각하는지, 그런 변화들을 이끌어갈 새로운 인재는 어떤 조건을 갖춰야 할까요.

온라인에서 더 다양한 방식의 문화 콘텐츠에 대한 소비와 교류가 이루어질 것이고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직접적인 경험을 추구하고 공유하고 싶어 할 거예요. 미래의 문화 플랫폼이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가 될지 모르겠지만 이와 같은 방향으로 변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근본적으로 자신이 다루는 분야와 콘텐츠에 대한 애정이 있는 커뮤니케이터이자 큐레이터라면 잘 맞는 인재가 아닐까 싶어요.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통해 얻고 싶어 하는 것이 무엇이라고 보나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살아가는데 영감을 얻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스스로 하는 일에 대한 의미를 잘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옆에서 누가 만들어주기 어려운 것이니까요.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요.

언젠가는 누군가에게 롤모델이나 멘토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특히 여성으로서 더 그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

음반을 다루는 음악회사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은 비교적 마니아가 많은데 그들에게 조언해준다면요.

저도 음악을 좋아하다보니 이 일을 자연스럽게 하게 되었고 주위 상사나 동료들도 다들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이 들어옵니다. 좋아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본인이 가장 견디기 어려울 곳이기도 하죠. 콘텐츠를 다루고, 아티스트를 만나 이야기하고, 레퍼토리를 이야기해야하는데, 본인이 애정이 없다면 재미있을 리가 없겠죠. 하지만 반대로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이 일하다 보니, 편하고 쉽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좋아하는 연주자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만 하고 들어와서는 힘들어하는 경우가 꽤 있어요. 회사는 회사이다 보니 콘텐츠와 아티스트를 가지고 수익을 만들어야하는 과제도 있고, 내가 싫어하는 음악을 일로써 다루어야 할 때도 많죠. 그래서 신입사원들에게 묻는 질문 중에 마케팅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를 많이 묻기도 해요. 회사는 관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것을 어떻게 구체화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죠.

유니버설뮤직의 가장 큰 장점을 든다면요?

회사의 분위기가 자유롭고 수평적이에요. 어떤 사안을 처리하거나 일을 진행할 때도 속도가 빠른 편이죠. 아무래도 콘텐츠를 다루는 회사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많습니다.

꿈을 향해 달려가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찾아보고 뛰어다니고 고민한 만큼 원하는 것은 이루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런 건 다른 사람들 눈에도 보이거든요.


한갑산 | 네이버 공연 & 플레이스 매니저

네이버주식회사는 국내 No.1 검색 포털 ‘네이버’를 서비스하고 있는 인터넷 기업이다. 다년간의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며 쌓아온 사용자에 대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글로벌 모바일 메신저 ‘라인’, 동영상 카메라앱 ‘스노우’, 동영상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 ‘V라이브’ 등을 통해 해외 무대에서도 도전을 이어가고 있으며, 최근에는 로보틱스, 모빌리티, 스마트홈, 인공지능 등 미래 기술에 대한 연구 개발 또한 강화해나가고 있다. 네이버는 개별 서비스의 빠른 의사결정과 과감한 실행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아이디어 또는 서비스 단위로 프로젝트(Project), 셀(Cell), CIC(Company In Company) 등의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들은 무엇인가요?

김정원 선생님과 함께 하는 ‘김정원의 V살롱콘서트’가 월 1회 최고의 클래식 아티스트들을 모셔서 토크+연주 콘텐츠로 지난 1월부터 진행해 왔습니다. 그 밖에 서울시향 송년음악회나 예술의 전당 교향악축제 등 놓치기 아쉬운 음악회도 생중계를 진행하고 있고요.

문화예술의 플랫폼이 다양화되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도 계속해서 변하고 있습니다. 네이버의 경우 특히 이런 변화들을 읽어가는 것이 중요할 것 같은데요.

언젠가부터 라이브 스트리밍이 전 세계적인 대세가 되었습니다. 이에 맞춰 시간 장소의 제약으로 인해서 문화예술을 현장에서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의 니즈를 대체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라이브 콘텐츠를 만들었어요. 스마트폰의 활성화로 인해서 페이스북 라이브나 인스타그램 라이브처럼 손쉽게 콘텐츠를 접하고 싶은 요구를 계속 찾아서, 문화예술에서도 손쉽게 콘텐츠를 접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주제로 지금 진행하고 있는 V살롱콘서트는 어떤 피드백을 받고 있는지.

V살롱콘서트는 평소 직접 보기 어려운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연주와 그 들의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직접 듣고 감상할 수 있어서 연주자들도 그리고 시청하는 소비자들도 매우 좋아한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대중들은 무대에서는 그들의 연주만 보아왔는데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얼마나 많이 노력하는지 등 뒷얘기들을 기사나 잡지로만 보아 왔지만, 실시간으로 그들과 소통하며, 또 피아니스트 김정원 선생님을 통해 음악인들의 대화를 보는 것이 새로워서 좋다는 반응들을 많이 받았습니다.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사람들은 어떤 경험을 하려는 걸까요.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여유가 아닌가 싶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다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권한이 있고 요즘 들어 저녁이 있는 삶이나 주5일제의 확립 등으로 인해서 그런 요구가 더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런 변화를 꼭 공연 현장에 가지 않고도 집 안에서 모바일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더 쉽게 문화예술을 통해 여유를 얻고자 하지 않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일을 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클래식 음악과 관련한 일을 하려면 지식보다도 애정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클래식 음악 시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주목받는 성과를 이루기는 쉽지 않는 게 사실입니다. 엄청난 수익을 바랄 수 있는 구조가 아닌 상황에선 클래식 음악이라는 세계에 대해 애정이 있어야 시작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애정이 있으면 관심이 생기고,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지식이 쌓이죠. 자신이 책임을 지고, 하고 싶은 일을 성취하겠다는 의지와 애정이 필요합니다.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업무를 통해서 이루고 싶은 꿈은 세계적인 해외 연주가들, 예를 들어 피아니스트 키신이나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 같은 연주가들을 V살롱콘서트로 초대할 수 있을 만큼 라이브 포맷을 키워보고 싶습니다.

네이버에 지원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요구되는 조건이 있나요.

네이버는 부서를 배치할 때 사원의 재능과 전문성을 많이 고려하죠. 클래식 음악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문화 전반적인 분야를 다루고 있습니다. 무용, 뮤지컬도 생중계를 많이 하고 있고 인기가 높죠. 담당도 각각 다르고 V라이브뿐 아니라 네이버 티비도 같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 회사에서 ‘클래식 음악 시장의 성장과 회사의 성장에 기여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는 취지로 일을 시작한 거고요.

네이버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이 미리 경험하면 좋은 것들은 무엇인가요?

지원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해 꾸준히 관심을 키워가며, 소위 말하는 ‘스펙’에 연연하지 않고 제한 없이 다양한 경험을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다만, 각 직군 및 서비스 조직마다 필요한 직무 역량도 다르기 때문에, 미리 ‘NAVER Career’ 사이트에서 현업에서 일하고 있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살펴보고, 어떤 역량을 쌓으면 좋을지 고민해보면 도움이 될 거예요. 그리고 콘텐츠&서비스 매니지먼트 직무의 경우, 사람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인문학적 마인드’를 바탕으로 이용자 및 파트너와 함께 소통하고 서비스를 가꿔나가는 일을 하는데 평소 다양한 서비스를 살펴보며, 사용자를 둘러싼 환경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네이버만의 장점은 무엇인가요.

네이버는 확실히 다른 대기업과 비교해 수평적인 구조가 잘 이루어져 있는 것 같아요. 클래식 음악 부분에서 처음에 V살롱을 기획할 때도 기획안을 만들어서 바로 직접 의사 결정자에게 보고하고, 설명하는 방식으로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었거든요. 기획력 있는 좋은 아이디어들을 빠르게 실현할 기회가 많아 직원들이 일할 맛이 나는 곳이기도 합니다. 대기업에서는 보기 힘든 구조이죠.

지금 인생의 중요한 도전을 앞두고 있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개인적으로 음대를 졸업하고 다시 이 업계에서 음악과 관련된 업무를 하기까지 꼬박 10년이 걸렸어요. 클래식 음악과 전혀 상관이 없는 회사에 들어가서 조금씩 방향을 틀어가면서 결국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된, 꿈을 이루게 된 케이스죠. 자신의 진로를 너무 근시안 적으로만 보지 말고, 먼 미래를 바라보면서 장기적으로 꿈에 대한 로드맵을 만들어 간다면 분명히 원하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 믿어요. 앞으로는 고령화 시대이고 지금의 젊은이들은 살아갈 날들이 너무나 많죠. 당장 눈앞에서 뭔가 이루기보단 장기적으로 큰 그림을 그려서 목표를 성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입사 전형을 알고 싶습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충원이 필요할 때 수시채용으로 인재를 채용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금호아트홀·재단 홈페이지와 SNS를 수시로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채용절차는 가변적이나, 기본적으로 서류전형, 필기시험, 1·2차 면접으로 구성됩니다. 필기시험의 내용은 채용하는 직무에 필요한 지식과 소양을 확인하는 내용이므로, 클래식 음악 관련 기본지식은 물론, 업계의 동향에 대해 늘 살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관련 업계에서의 인턴, 아르바이트 경험도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금호월드오케스트라 시리즈의 일환으로 개최되는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때, 진행요원을 모집하고 있는데, 이런 활동도 재단의 업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한 가지 더 덧붙이자면 직무에 따라 다르겠지만, 영어 사용 비중이 최소 50% 정도 되기 때문에 불편하지 않은 수준으로 영어를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롯데문화재단

롯데문화재단은 별도의 공채보다는 인력 공석 발생 시 채용을 하고 있습니다. 신입 직원은 공연에 대한 관심과 열정, 그리고 관련 학과 졸업자나 관련 업무 경험(인턴 등)이 평가 요소가 됩니다. 경력사원의 경우 해당 업무에 대해 발휘할 수 있는 경험과 역량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합니다. 공연기획팀은 외국어 능력이 우수한 분을 우대하고 있습니다.

유니버설뮤직

유니버설뮤직은 현재 정기적인 공채를 따로 진행하고 있지 않고, 필요 인원이 발생할 경우 그때그때 채용하는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서류 제출과 면접의 단계가 있으며, 영어 면접이 있는 것을 염두에 두고 준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케팅 관련이나 음악 분야에서의 활동이 있다면, 이 분야에 대한 본인의 관심도를 보여주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네이버

네이버는 대개의 국내외 IT기업과 동일하게, 직군별로 신입 및 경력 상시 채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기술, 설계(디자인), 콘텐츠, 서비스, 경영지원 등 다양한 직군별로 인턴·신입·경력 상시 채용이 계속 진행될 예정이며, 이는 ‘NAVER Career’ 사이트(http://recruit.navercorp.com/)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대개 서류 전형 이후, 전화 면접(필요시), 실무 면접, 임원 면접 등을 직무에 따라 1~3회 정도 실시하고 있습니다만, 모집 직무별로 선발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춰 필요한 전형들이 추가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중점적으로 평가하는 자질에는 직군 및 서비스별로 큰 차이가 있겠지만, 대개 지원 분야에 대한 이해와 관심, 직무 역량을 우선적인 검토 요소로 두고 있습니다.

 

글 국지연·이미라 기자 사진 심규태(HAR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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