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는 음악, 들리는 그림
올해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를 찾는 관객이라면 놓치지 말아야 할 전시. 클래식 음악을 화폭에 담아내는 작업에 천착해온 작가 백순실의 ‘삶과 교향곡’ 전시회가 4월 3일부터 12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다.
커다란 화폭 위에 흐르는 교향곡
클래식 음악을 시각화하는 회화작업으로 이름을 알려온 백순실은 27년간 240여 곡의 클래식 음악들을 색·선·면·텍스처 등의 조형언어로 표현해왔다. 백순실의 이번 전시는 ‘거대한 음악을 담아내는 커다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가로 길이가 2미터가 넘는 200호 사이즈의 드넓은 화폭에 음악을 옮겨 담았다. 작가는 “서사적이고 큰 스케일의 교향곡들을 통해 삶을 보는 시각이 더 커지고 강한 에너지를 얻는다”고 한다.
백순실은 무엇보다도 “음악에 통째로 몰입”하고자 하며 “조건 없는 교감과 동화를 통해 영혼의 울림으로 이어지는 시각적 자유를 구사하고자 했다”고 한다. 이것은 음악을 들은 이후에 남은 잔상과 이미지를 떠올리는, 즉 사후 기억을 더듬는 작업이다.
미술평론가 박영택은 백순실을 “오랜 시간 비가시적 세계를 시각화하는 데 몰입한 작가”라고 언급하며 “깊은 심연 같은, 고도의 절대적 감각 세계를 시각화하려는 시도”로서 그의 작업을 이야기한다. 작가는 눈으로 보이지 않고 피부로 만져지지 않는 감각인 소리를 깊이 음미한 다음, 자신의 방법으로 체화하여 그것을 ‘보이는 차원’으로 재현해낸다.
교향악축제 기간에 함께 즐기는 음악과 그림
‘삶과 교향곡’전은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최대 축제라 할 수 있는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기간에 열려 의미를 더한다. 특히 올해는 예술의전당이 개관 30주년을 맞는 해이기에 더욱 특별하다. 백순실은 이번 전시에서 모차르트·차이콥스키·브루크너·라흐마니노프·쇼스타코비치·말러 등의 교향곡을 담은 신작들을 선보인다.
특히 말러의 교향곡 1~9번 전곡은 작가의 최근 작품의 핵심이자 이번 전시의 중요한 구심점이다. 인간의 실존적 가치를 고민한 말러의 음악이 화폭에서 새롭게 펼쳐진다. 철학적이고 현대적으로 표현된 말러에 주목해보자. 오케스트라의 연주자들이 음악으로 무대를 채우듯, 캔버스 위에 그려진 또 다른 교향곡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다.
백순실 ‘삶과 교향곡’전
4월 3~12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1전시실
글 이정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