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캐슬린 김, 흔하지 않은 사랑 노래

기타와 함께 달콤한 음성을 들려주는 캐슬린 김의 새로운 음반과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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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2월 11일 9:00 오전

INTERVIEW

©workroomk

오랜처음 그녀를 본 순간, 몇 가지에 놀랐다. 생각보다 작은 체구에 놀랐고, 생각보다 작은 말소리에 놀랐고, 그 속에 숨어 있는 매력적인 표정들에 놀랐다. 무대에서 그녀가 보여주는 에너지는 자신의 체구보다 훨씬 더 커 보였다. 평소에는 목을 아끼기 위해 되도록 큰 소리로 말하지 않는 것은 그녀의 오랜 습관이다.

낯을 가리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지만, 대화 속에 담긴 그녀의 표정은 다채로웠다. 2007년 ‘피가로의 결혼’으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데뷔 후, 현재까지 한 시즌도 빼놓지 않고 메트 무대에 오르고 있는 캐슬린 김의 저력이 바로 그 다채로운 매력일 터.

인터뷰하러 가는 길, 캐슬린 김의 데카 데뷔 앨범 ‘콘 아모레스(Con Amores)’를 들어보았다. 박종호가 연주하는 고아한 기타 선율 위로 캐슬린 김의 깨끗한 목소리가 흘렀다. 한겨울의 차가운 공기를 잊게 만드는 따뜻함이 전해졌다.

음반을 함께할 파트너로 기타리스트 박종호를 택했다. 편안하고 내밀한 기타 소리와 목소리가 고전적 아름다움을 한껏 풍긴다. 피아노와 오케스트라 등 보편적인 반주와 함께할 수도 있었지만, 기타를 선택했다. 무척 어려운 선택이었다는 걸 나중에 깨달았지만.(웃음) 피아노나 오케스트라는 음량의 폭이 넓어서 반주에서부터 다이내믹의 표현이 쉽게 가능하다. 솔직히 때로는 반주에 묻어갈 수도 있고. 하지만 기타는 소리 확장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성악가가 숨을 곳이 없다. 극도로 예민하게 목소리를 컨트롤했다. 보통 무대에서 노래하는 음색과는 조금 다른 컬러가 느껴질 것이다. 비브라토도 많이 절제하고, 깔끔하게 노래하려 노력했다.

캐슬린 김의 데카 데뷔 음반 ‘콘 아모레스’

칼다라와 줄리아니, 포레와 레이날도 안, 페르난도 오브라도스 등 다양한 시대와 지역의 작곡가들을 한데 엮었다. 종(縱)으로는 17세기부터 20세기까지, 횡(橫)으로는 이탈리아와 프랑스, 스페인으로 펼쳐지는 다양한 지역을 아우른다. 기타와 함께 음반 작업을 하기로 정하고 레퍼토리를 살펴봤는데, 막상 적당한 곡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기타 편곡이 자연스럽게 가능한 곡이어야 해서 박종호 씨와 함께 수많은 곡들을 살피며 골랐다. 각 작품들마다 저마다의 매력이 넘치고, 그만큼 까다롭기도 했다. 칼다라의 작품은 학생 시절부터 부르던 곡이라 특별히 잘 부르고 싶은 욕심이 났다. 줄리아니의 ‘여섯 개의 노래’는 레퍼토리를 찾던 중 발견한 곡인데, 프로페셔널 음반으로 발매된 것을 찾기 어려울 만큼 녹음이 많이 되지 않은 곡이었다. 막상 노래해보니 많이 어려웠다. 그래서 음반 녹음이 많이 없나 싶었다. 포레와 레이날도 안 등 이번 음반에 들어간 프렌치 레퍼토리는 정말 마음에 든다. 오브라도스의 작품은 스페인 특유의 짙은 열정이 기타와 잘 어울리는 곡이다.

앨범 발매와 함께 2월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리사이틀을 선보인다. 개인 공연은 오랜만인데. 2015년 금호아트홀 무대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서 송 리사이틀을 하는 것이다. 오페라를 하다 보니 개인 리사이틀을 따로 준비할 시간이 잘 나지 않더라.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로서 보여줄 수 있는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레퍼토리들을 꼽았다. 드뷔시 ‘젊은 날의 4개의 노래’는 대학교 졸업 리사이틀에서 부른 곡이다. 그때는 뭘 잘 모르고 부른 것 같았는데.(웃음) ‘노래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게 된 이제는 제대로 다시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후고 볼프의 작품도 준비하고 있고, 내가 정말 좋아하는 R. 슈트라우스의 가곡도 선보일 예정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공연한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에서 체르비타 역을 맡은 캐슬린 김 ©Marty Sohl

치열한 무대 위, 흔들리지 않는 나무처럼

2007년 ‘피가로의 결혼’으로 데뷔하여 11년 동안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올랐다. ‘살아남는다’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무대인데, 꾸준히 메트 무대에 오르는 비결은 무엇인가? 나만의 색깔, 나만의 매력이 있어야 하더라. 서양인들도 치열하게 준비하는 무대인데, 동양인인 나는 그들보다 더 돋보이는 무언가가 필요했다. 노래 실력은 물론이고, 무대에서의 자연스러움과 연기력도 갖춰져야 한다.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 처음 데뷔했을 때, 극장장이 내게 ‘무대에서 참 자연스럽다’고 말해준 적이 있다. 그런 부분이 노래실력에 더 플러스가 되어 좋은 인상을 준 것 같다. 성악가는 모든 게 갖춰진 ‘완성된 패키지’로 존재해야 한다. 노래만 잘해서도 안 되고, 연기만 잘해서도 안 된다. 한순간도 긴장을 놓치지 않고 베스트만 보여줘야 한다.

2015년 2학기부터 한양대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한국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많이 조언하는 포인트가 있다면 무엇인가? 한국에 돌아와서 처음 학생들을 봤을 때 가장 놀란 건, 고등학생들이 기성 성악가 소리를 흉내 내는 발성을 하는 것이었다. 자기 나이와 컨디션에 맞는 소리를 내야 하는데, 입시를 위해 목을 혹사하더라. 노래를 잘하기 위해서는 나쁜 버릇이 없는 상태로 노래하는 게 중요하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시작하는 게 낫다. 지금뿐 아니라 앞으로 오래 노래하기 위한 기본을 쌓는 것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나를 떠나 다른 선생님에게 가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기본기를 가르치려 한다.

자기 관리가 철저한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만의 관리 철칙이 있다면 무엇인가? 얼마나 잘 쉬느냐가 중요하다. 하루 이틀 무리하게 연습하면 그 뒤에는 충분히 쉰다. 연습을 많이 하고 나면 말도 거의 안 한다. 감기 기운이 조금만 있어도 비타민을 한 움큼 먹는다. 걷는 걸 좋아해서 외국에서는 많이 걸어 다니는데, 요즘 서울 공기가 나빠서 많이 걷지 못해서 아쉽다. 매일 미세먼지를 체크하고, 마스크를 쓰고 다닌다. 성악가는 몸 자체가 악기이기 때문에 나이가 들면서 일어나는 변화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을 텐데. 예전에는 젊음만 가지고 노래했다면, 이제는 경험으로 획득한 노련함이 장착된 것 같다. 노래가 더 이상 안 될 나이가 됐는데 억지로 하고 싶진 않다.

2019년에 있을 주요 일정이 궁금하다. 또한 개인적으로 소망하는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지? 1월 27일 미국 시애틀에서 시애틀 심포니와 함께 진은숙의 ‘스낵스 & 스날스(snagS&Snarls)’를 공연한다. 동시대 작곡가, 특히 한국 작곡가의 작품을 선보이는 감회가 남다르다. 아시아의 음악과 아티스트를 조명하는 공연으로, 성시연 지휘자와 함께한다. 진은숙 선생님의 곡은 처음 불러보는데, 어려워서 열심히 연습 중이다.(웃음) 앞으로는 서서히 콜로라투라에서 리릭-콜로라투라로 옮겨가고 싶다.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나 벨리니의 오페라 등 다양한 작품에 도전해보고 싶다.

글 이정은 기자 사진 아트앤아티스트

 

소프라노 캐슬린 김 리사이틀

2월 17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드뷔시 ‘젊은 날의 4개의 노래’, R. 슈트라우스 ‘브렌타노의 시에 의한 가곡’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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