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18년 11월 13일~2019년 5월 19일 샤롯데씨어터
국내 뮤지컬 시장의 확장을 이야기할 때 흔히 2001년부터 2002년까지 공연된 ‘오페라의 유령’과 2004년 초연 당시 신드롬에 가까운 열풍을 일으킨 ‘지킬 앤 하이드’를 손꼽는다. 지난 14년간 꾸준히 재공연된 스테디셀러 ‘지킬 앤 하이드’가 새롭고 성숙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로맨틱한 지킬 박사의 고군분투
오디뮤지컬컴퍼니가 라이선스 프로덕션으로 소개한 ‘지킬 앤 하이드’는 1997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뮤지컬이다. 프랭크 와일드혼이 작곡을, 레슬리 브리커스가 극본과 가사를 담당했다. 브로드웨이에서 약 4년 가까이 공연되었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한 채 막을 내려야 했던 이 작품이 한국에서는 공연마다 흥행 불패를 이어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2004년 국내 초연 당시 ‘지킬 앤 하이드’는 4주라는 짧은 기간, 공연장으로서는 열악한 환경일 수밖에 없는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공연되었다. 그런데도 조승우·류정한·최정원·김소현·소냐 등을 앞세운 화려한 캐스팅과 자신의 몸을 빌려 실험을 완성하려는 지킬 박사의 외로운 사투, 지킬과 하이드, 엠마와 루시 간의 묘한 케미스트리는 막 뮤지컬의 매력에 빠져든 국내 관객들을 충족시켰다.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박사와 하이드씨의 이상한 사건’을 통해 이미 익숙한 이야기이지만, 스릴러에 집중한 원작 소설보다 지킬의 로맨틱한 면모를 부각하는 뮤지컬에서는 서정적이면서도 강약이 명확한 와일드혼의 음악이 관객들의 뇌리에 쉽게 각인된다. 특히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은 뮤지컬 관객을 넘어서 큰 사랑을 받고 있으며, ‘당신이라면(Someone Like You)’ ‘한 때는 꿈에(Once Upon a Dream)’ ‘나도 몰랐던 나(Dangerous Game)’ ‘시작해, 새 인생(A New Life)’ 등의 넘버가 인물 간 관계와 감정의 변화를 촘촘하게 드러내며 작품의 완성도를 더한다.
새로운 매력을 더해가는 논레플리카
2004년 초연 이후 같은 해 12월 바로 다시 무대에 오른 ‘지킬 앤 하이드’는 이후 꾸준히 재공연되었다. 모든 요소가 원작과 반드시 동일해야 하는 레플리카가 아닌 논레플리카 프로덕션으로 제작되면서 국내 관객의 정서에 더욱 가깝도록 캐릭터의 변형과 드라마의 각색을 진행한 것이 성공적인 로컬라이징의 근간이 되었다.
지난해 11월 13일 재개막한 공연에서는 역대 지킬 역을 소화한 11명의 배우 중 조승우·홍광호·박은태가 다시 한번 무대로 돌아와 보다 성숙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15년 전의 조승우가 풋풋하면서도 의욕 넘치는 지킬을 표현했다면, 이번 공연에서의 조승우는 세상의 이치를 좀 더 이해한 묵직한 지킬을 선보인다. 새롭게 합류한 아이비는 농염하면서도 순진한 루시의 이중적인 매력을 능숙하게 소화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확장했다. 무대 디자인에도 변화를 주면서 크고 작은 동선이 달라졌는데, 특히 다이아몬드형을 기본으로 한 2층 구조의 무대 덕에 등장인물들의 감정선이 더욱 명확하고 세련되게 정리되었다. 지킬과 하이드가 교차하며 극의 긴장감이 고조되는 공간인 실험실은 1,800여 개의 메스실린더를 꽉 채워 표현함으로써 관객의 시선을 압도하며 장면의 몰입감을 더한다. 오는 3월 전동석과 민우혁이 새로운 지킬로 합류한다.
글 지혜원(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객원교수·공연 칼럼니스트) 사진 오디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