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규연

수많은 결을 담은 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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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3월 11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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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만으로 가득 채운 무대에서 만나는 낭만의 극치

 

©심규태(HARU)

 

자연스럽게 흐르는 물결과 같은 연주를 들려주는 김규연이 새로운 무대에서 선보이는 작곡가는 슈만이다. 낭만주의의 무한한 감정을 담아낸 작곡가인 슈만을 팔레트 삼아, 김규연은 그 속에 담긴 여러 가지 결을 펼쳐낼 예정이다.

 

공연의 제목을 ‘모놀로그’로 정했다. 여기에 담긴 의미는 무엇인가? 우리 각자의 모놀로그에는 저마다의 삶의 결이 담겨있다는 점에서 이번 공연의 타이틀을 모놀로그라고 정했다. ‘결’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감정의 결, 삶의 결, 시간의 결 등 수많은 결이 담겨서 한 사람의 모놀로그를 구성한다.

슈만의 작품들로 공연을 채운다. 왜 슈만인가? 난 슈만의 열렬한 애호가다. 슈만의 작품에는 수많은 결들이 담겨있다. 변화무쌍한 감정의 결, 시간을 따라 녹아 있는 촘촘한 결 등 그 결들에 담긴 작은 이야기들이 흐른다. 도무지 정의하기 어려운 기분과 감정들이 나를 압도할 때가 있는데, 명료하지 않은 이러한 느낌을 슈만의 음악에서 아주 비슷하게 받곤 한다. 슈만을 연주하면 종종 내가 없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유령 변주곡’ ‘어린이 정경’ ‘크라이슬레리아나’ ‘헌정’을 연주한다. 각 작품을 선정·배치한 이유를 듣고 싶다. 슈만의 숨결을 따라 치열했던 그의 삶 속으로 여행을 함께 떠나고 싶다. 1854년 2월, 라인강 투신 전후에 작곡한 ‘유령 변주곡’을 시작으로, 어린 시절에 대한 회상이 녹아 있는 아득한 느낌의 ‘어린이 정경’과 용솟음치는 감정의 ‘크라이슬레리아나’를 거쳐 슈만 인생에서 가장 눈부신 시절에 작곡된 ‘헌정’으로 흐름을 잡았다. ‘유령 변주곡’은 슈만의 마지막 피아노 작품으로, 그는 이 곡의 주제가 슈베르트와 멘델스존 등 이미 죽은 작곡가들의 영혼이 자신에게 불러주는 선율이라고 믿었으나, 실은 자신이 몇 달 전 작곡한 바이올린 협주곡의 느린 악장에 나오는 주제였다고 한다. 세상 너머에 있는 듯한 초월성과 광기가 느껴지는 곡이다. ‘크라이슬레리아나’는 슈만이 나흘 만에 작곡한 곡으로, 예측불가능한 감정의 증폭이 어마어마한 수작이다. 극단적이고 파편적인 감정과 의식세계가 자유롭게 그려지면서 제임스 조이스와 버지니아 울프 등의 ‘의식의 흐름’이 연상되기도 한다.

고봉인과의 하우스콘서트, 양인모·이한나 등과의 덕수궁 석조전 음악회 등 동료 연주자들과의 음악적 교류도 활발하다. 동료들과 실내악 연주를 하며 영감을 많이 받는다. 모든 감각을 열어 서로의 소리를 듣고 호흡을 맞추고 함께 음악을 빚어나가는 과정은 정말 들뜨는 작업이다. 뛰어난 작곡가들은 그들의 가장 친밀한 감정을 실내악을 통해 공유했다.

앞으로의 주요한 일정은? 맨해튼 음대 박사과정이 거의 끝나간다. 마지막 남은 논문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 3월 공연 이후에는 교향악축제를 비롯해 ‘김정원의 음악신보’, 서울국제음악제 등으로 관객과 꾸준히 만날 예정이다.

이정은 기자

 

김규연 피아노 독주회

3월 20일 오후 8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슈만 ‘크라이슬레리아나’ ‘헌정’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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