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통영국제음악제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앞두고 ‘운명’과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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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3월 11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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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따스한 벚꽃 향기와 함께 찾아오는 통영국제음악제가 올해는 ‘운명(Destiny)’이라는 주제로 3월 29일부터 4월 7일까지 통영국제음악당과 통영시 일원에서 개최된다. 2020년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한 해 앞두고 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공연들이 기획되는 가운데, 통영국제음악제 또한 이에 발맞춘 행보를 보인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한 해 앞두고 우리 음악제는 그의 (그리고 아마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교향곡으로 시작합니다. 제5번 교향곡의 도입부와 관련해 베토벤은 자신의 조수인 안톤 쉰들러에게 “운명이 문을 두드린다”고 말했다는 설이 있지요. 그 운명과의 투쟁은 이 곡에 관해 몇 세기 동안 지속된 음악적 메시지를 던져주었습니다. 이 교향곡 이후 음악계는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통영국제음악재단 대표 플로리안 리임)

 

통영을 물들일 다채로운 음악의 향연

2019 통영국제음악제의 개막공연(3월 29·30일)은 지휘자 미하엘 잔데를링이 이끄는 스위스 명문 악단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맡았다. 이번 음악제의 주제에 맞추어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을 연주하고, 하인츠 홀리거 ‘장송 오스티나토’(아시아 초연), 피아니스트 베조드 압두라이모프와 함께하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 또한 선보인다. 이튿날 예정된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두 번째 공연에서는 소프라노 서예리, 바리톤 로만 트레켈, 안산시립합창단과 원주시립합창단의 협연으로 윤이상 ‘화염 속의 천사’와 ‘에필로그’, 그리고 브람스 ‘독일 레퀴엠’이 연주된다.

지난해 윤이상의 귀향에 맞추어 펼쳐진 오페라 ‘귀향’이 눈길을 끌었다면, 올해는 오페라 ‘바다에서 온 여인’(3월 29~31일)이 기대를 모은다. 윤이상의 수제자였던 작곡가 도시오 호소카와가 일본 전통 가무극 노(能)를 대표하는 ‘후타리시즈카(二人静)’를 오페라로 재창작한 작품으로, 시즈카고젠의 혼백과 헬렌이 나누는 대화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벨기에 출신 토마스 이스라엘이 연출을 맡고, 성시연이 지휘하는 TIMF앙상블과 함께 소프라노 사라 베게너, 노(能) 전승자 아오키 료코,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 수석 플루티스트 김유빈 등이 출연해 호흡을 맞춘다.

아르디티 콰르텟 ©LukasBeck / 알렉산더 리브라이히

미샤 마이스키 ©mat hennek / dg / 베조드 압두라이모프

이 외에도 자그레브 솔로이스츠(3월 30·31일)와 파베르제 퀸텟(30일), 루체른 심포니 솔로이스츠(31일)와 아르디티 콰르텟(4월 3·5일) 등 수준 높은 앙상블 연주를 만날 수 있고, 피아니스트 베조드 압두라이모프(4월 1일)와 첼리스트 미샤 마이스키(6일)의 리사이틀도 기대를 모은다. 통영의 밤을 아름답게 밝힐 ‘나이트 스튜디오’ 또한 주목할 만하다. 바이올리니스트 베로니카 에베를레와 더블베이시스트 에딕손 루이스가 ‘바흐와 룸바’(4월 1일)를 주제로 공연을 선보이고, 카운터테너 하비에르 하겐과 대금연주자 유홍의 ‘바람의 외침’(2일)은 새로운 만남을 예고한다. 지휘자 알렉산더 리브라이히와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첫 무대(4월 5일)는 바이올리니스트 베로니카 에베를레가 협연하는 알반 베르크 바이올린 협주곡과 윤이상 ‘유동’, 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죽음과 변용’으로 꾸며진다. 매년 뛰어난 연주로 수준 높은 무대를 만들어온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와 알렉산더 리브라이히와의 만남은 새로운 기대감을 품게 한다.

열흘간의 여정을 마무리할 폐막공연은 다시 한번 알렉산더 리브라이히와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의 호흡으로 꾸며진다. 소프라노 서선영, 테너 김석철, 베이스 전승현 등이 함께 무대에 올라 바그너 오페라 ‘발퀴레’ 1막을 연주하며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파베르제 퀸텟 / 로스 로메로스 / 루체른 심포니 오케스트라

그자비에 드 메스트르 / 서예리 ©Monika Schulz-Fieguth

 

다음을 위한 발걸음

독일문화원과 함께 아시아의 젊은 작곡가들을 발굴하고 소개하는 ‘아시아 작곡가 쇼케이스’(4월 6일)가 올해도 열린다. 아시아 현대 음악 진흥을 위해 매년 진행하는 프로그램으로 현대 음악의 흐름을 살펴볼 좋은 기회다. 2019 통영국제음악제의 상주 작곡가인 도시오 호소카와와 함께하는 TIMF 아카데미(작곡 부문) 또한 젊은 작곡가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2005년 윤이상 10주기를 기념하며 독일의 현대음악 연주단체인 앙상블 모던(Ensemble Modern)과 함께 시작된 TIMF 아카데미는 한국과 아시아의 재능 있는 젊은 음악 인재들을 선발하여 우수한 국내외 강사진의 지도하에 다양한 커리큘럼을 수행하는 교육프로그램이다. 올해는 도시오 호소카와의 마스터클래스(4월 3~6일)로 진행될 예정이며, 참가 신청 및 자세한 내용은 통영국제음악당 홈페이지(www.timf.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다채로운 공연과 더불어 아티스트와의 색다른 만남도 준비되어 있다. 4월 4일, 블랙박스에서 진행되는 ‘윤이상을 만나다’는 윤이상의 대표적인 제자로 꼽히는 작곡가 도시오 호소카와와 베를린 출신의 피아니스트이자 국제윤이상협회 이사인 홀거 그로쇼프, 그리고 윤이상 음악의 열렬한 지지자인 서예리가 함께하는 대화의 장이다. 윤이상에 대한 기억과 각자의 삶 속에서 그가 미친 영향을 나누는 자리로 작곡가 윤이상의 삶을 더욱 가까이 들여다볼 기회가 될 것이다.

이미라 기자 사진 통영국제음악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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