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무엇보다 멋진 여러분과 함께 연주할 수 있어 행복하고 고마웠어요.” 2017년 1월, ‘객석’은 두 번째 정기연주회 ‘잘 지내나요?’를 준비하고 있던 아벨 콰르텟을 만났다. 신년 덕담을 나누어보고자 했던 마지막 인터뷰 질문에, 네 명의 연주자는 무엇보다도 서로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이 끈끈한 애정으로 이들이 ‘우리’라는 이름의 하나가 된 지 어느덧 7년. 결성 직후부터 아우구스트 에버딩 콩쿠르, 하이든 실내악 콩쿠르, 리옹 실내악 콩쿠르, 제네바 콩쿠르에 연달아 입상하며 독보적으로 빠른 성장세를 보여주었던 아벨 콰르텟이 창단 당시의 설렘과 열정을 재충전하고 세 번째 정기연주회 ‘초심’으로 관객을 찾는다. 2016년 제네바 콩쿠르때부터 아벨의 이름으로 합을 맞추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박수현은 일정상 인터뷰에 함께하지 못했지만, 함께 그렸던 미래를 현실로 옮겨가고 있다고 이야기하던 나머지 멤버들의 모습은 분명 네 명이 한자리에 있는 듯 느끼게 했다.
2년의 공백을 깨고 ‘초심’이라는 타이틀로 돌아왔어요.
조형준 2년 만에 갖는 연주회라서 더욱 감회가 새롭습니다. 더욱이 수현이와 함께 완전체의 모습을 갖추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게 되어 감사한 마음이에요.
김세준 오랜만에 관객분들을 만날 생각에 정말 기대됩니다. 누군가를 오랜만에 만나게 되면 괜히 거울을 자꾸 들여다보게 되듯이, 저희도 저희의 음악을 돌아보며 관객 여러분을 만날 준비를 했어요.
윤은솔 오랜만에 만나 연습하니, 꼭 서로를 처음 만나 합숙하다시피 함께 지냈던 7년 전이 생각나 설레기도 했죠.
데뷔 시절의 버킷리스트 곡들로 프로그램을 꾸몄죠?
조형준 2년의 공백기를 뒤로하고 재출발을 알리는 곡으로서, 아벨 콰르텟을 창단하고 처음 함께 연주했던 베토벤과 드뷔시가 의미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김세준 당시 멤버들 모두 이 두 작품을 연주해본 경험이 있었지만, 합을 맞춰가는 과정에서 곡에 관해 서로 생각의 차이가 있다는 걸 느꼈어요. 그래서 ‘나중에 우리가 더 성숙해지면 연주해보자’고 남겨두게 되었죠. 저희가 지금까지 아껴두었던, 그야말로 ‘버킷리스트’라는 표현이 딱 맞는 곡들입니다.
2부는 온전히 쇼스타코비치의 작품으로 채웠어요. 특별히 ‘쇼스타코비치’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조형준 쇼스타코비치는 15곡에 달하는 현악 4중주를 작곡했는데, 아쉽게도 아직까지 연주할 기회가 없었어요. 아직까지 다루어보지 않은 작곡가의 곡을 연주해보고 싶었고, 쇼스타코비치가 가장 먼저 떠올랐죠.
김세준 저희는 각 나라의 색채를 강하게 띠고 있는 곡들을 연주하는 걸 정말 좋아해요. 각각 독일과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이기도 한 베토벤과 드뷔시에 이어, 동유럽과 러시아의 강렬한 색채를 드러낼 수 있는 작곡가로 쇼스타코비치가 떠올랐어요. 그의 음악은 전형적인 러시아 음악보다도 더 처절하고 차가운 성격을 띠거든요.
조금 더 시간을 두고 꺼내 보고 싶은 새로운 버킷리스트가 있을 것 같아요.
조형준 이번 정기연주회를 마치고 다시 유럽으로 돌아가는데, 빈이 저희의 새로운 거점이 될 도시에요. 그곳에 거주하면서 베토벤과 슈베르트의 발자취를 직접 느끼고, 앞으로 그들의 작품을 도전해보고 싶어요.
김세준 특히 베토벤의 후기 작품 중 하나인 Op.130을 연주하고 싶어요. 아주 느린 마지막 악장 카바티네는 베토벤이 눈물로 작곡했다고 이야기했을 정도로 찬란한 슬픔과 아름다움을 지녔어요.
윤은솔 비드만의 ‘헌팅 콰르텟(Jagdquartett)’과 슈베르트의 D 887, D 804 ‘로자문데’도 도전해보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곡 중 하나인 슈만 Op.41-3도 연주해보고 싶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수현을 영입해 팀을 재정비하고 참가했던 제네바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입상하여 기분 좋은 소식을 알렸죠.
윤은솔 수현이는 아벨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어요. 수현이는 특히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한데, 덕분에 같은 사물을 다른 시점으로도 느낄 수 있게 되었죠. 이게 음악을 표현하는 데에도 도움을 주었어요.
김세준 어렸을 때부터 유럽에서 생활해온 수현이는 다른 멤버들이 상상으로 채우는 부분까지도 자연스럽게 느끼고 표현하더라고요. 그 모습에서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아벨 콰르텟이 음악적으로 성장하게 된 계기는 언제인가요?
김세준 크게 두 가지예요. 첫째로 에버하르트 펠츠 선생님을 만난 일입니다. 파격적인 레슨으로 저희 음악의 심장을 뜨겁게 뛰게 해주신 분이세요. 그리고 이성과 감성 사이의 균형을 기가 막히게 잡아내시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컨트롤하는 법을 많이 배웠습니다. 두 번째는 그동안 배웠던 것들을 무대에서 연주할 기회가 많이 생겼다는 거예요. 확실히 연주자에게는 무대 위에서 배우고 경험하는 것들이 정말 값진 것 같아요.
영감을 주는 존재는 누구인가요?
조형준 여러 나라를 여행하며 마스터클래스를 받았던 순간들이 쌓여 현재의 아벨 콰르텟으로 성장한 것 같아요. 에버하르트 펠츠 교수님을 포함해 그간 함께 했던 모든 교수님들과 카잘스 콰르텟으로부터 새로운 영감을 받곤 했어요.
김세준·윤은솔 크리스토프 포펜, 하리올프 슐리히티히 교수님의 체루비니 콰르텟과 하겐 콰르텟이 아벨의 뿌리를 단단하게 지켜주는 존재에요. 음악은 물론 인간적인 모습에서도 배울 점이 많아요. 팀을 결성했을 때부터 든든한 동료이자 조언자가 되어준 노부스 콰르텟에게도 항상 좋은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올해, 아벨은 또 어디로 나아갈 계획인가요?
조형준 2년의 공백이 있었음에도, 핀란드·이탈리아·한국·일본 등지의 여러 무대에 초청받았어요. 핀란드 쿠흐모 페스티벌에서는 비올리스트 블라디미르 멘델스존과 연주하고, 이탈리아 나르니 페스티벌에서는 바젤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클라리넷 수석인 아론 키에사와 함께 클라리넷 퀸텟을 연주할 예정이에요.
김세준 9월에는 슈포어의 현악 4중주 협주곡을 강남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협연하고, 이후 페리지홀에서 림스키코르사코프의 ‘현악 4중주를 위한 코랄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슈트라우스 현악사중주를 연주할 예정입니다.
글 박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