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DP무용단 제19회 정기공연

두 개의 신작과 앞으로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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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5월 1일 9:00 오전

REVIEW

‘사이’ ©BAKI

4월 5~7일 대학로예술극장 대극장

LDP 무용단이 두 작품을 발표했다. 최근 활발한 안무 활동으로 눈길을 끄는 윤나라의 ‘노크 노크(Knock Knock)’와 제2대 대표 정지윤이 객원 안무자로 출품한 ‘사이(間)’다. 두 제목의 이미지가 유사했으며, 둘 다 묵직한 무대 세트나 소품 사용, 변화 속도가 빠른 다양한 음악의 혼용, 의미 전달과 춤의 활력 제시를 번갈아 배치한 전개의 맥을 보였다.

‘노크 노크’는 “저 문 뒤의 진실에 대한 궁금증은 어쩌면 당연한 인간의 본성이다…두드리시겠습니까?”라는 내용을 담았다. 건물로 둘러싸인 안뜰 같은 공간이 드러나고, 등을 마주한 남녀 한 쌍이 연체동물의 전진 운동을 연상시킨다. 창틀을 통해 건물 안에서 누군가의 등을 타고 이동하는 한 남성이 보인다. 마주 보는 출입문을 통해 등퇴장하는 군상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인다. 바로 본론으로 진입하는 속도감이 신선하다. 덮개 모양의 출입구가 위에서 아래로 닫히며 ‘공간’ ‘벽’과 같은 이 작품의 주제가 두드러진다.

출연자들은 모두 양복 정장을 입었다. 헐거운 바지와 상의 속에 타이츠 셔츠를 착용해 상의를 입고 벗으며 마치 두 벌의 의상인 것처럼 활용했다. 기타 소리, 조용한 목소리 등의 음향이 비밀스럽고 무거운 분위기를 만든다. 슬로비디오처럼 이동하는 행진, 어깨 동작과 함께 앉아 이동하기 등의 몸짓이 듀엣과 군무, 솔로에 나눠 담겼다. 진행 과정에 따라 동작구에 변화가 있는데, 차별화된 움직임으로 장면을 구분하는 감각은 천부적인 소질로 보인다. 현대춤협회 주최 ‘뉴 제너레이션 페스티벌’에서 ‘도와드리겠습니다’로 급부상한 윤나라의 이번 첫 대작은 안무가로서의 탐미적 시각과 그 실현 가능성을 인정받은 기회로 생각된다.

정지윤의 ‘사이(間)’에서는 작가의 객관적 판단력이 돋보인다. 텅 빈 무대, 돌덩이를 들고 등장하는 인물들, 돌이 부딪치는 효과음, 그리고 군무의 정지 상태에서 시작되는 반주음향 등의 연출 효과가 노련하다. 안무자는 ‘대상 간의 시공간성과 관계성에서 일어날 수 있는 움직임의 형식’에 집중했다. 돌덩이 위에서의 정지, 커다란 널빤지를 등에 지고 이동하기, 밀치고 짓누르기, 엎드린 남성을 덮은 합판 위에서 균형 잡기를 시도하는 여자 등이 그 결과물인 셈이다. 배경 막 앞에 드러난 거대한 나뭇더미는 자체로서의 시각적 효과와 아울러 운동적 동작구를 끌어낸 장치다. 영상을 통해서는 객석에서 볼 수 없던 나뭇결과 미세한 몸짓을 확대했다. 돌을 들고 기어오르는 남자, 엉겨 붙듯 숫자를 늘리는 남성 군무, 접촉 즉흥 스타일로 연결한 기교적 남녀 2인무,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고 등장한 여성 군무가 중앙에 운집하면 마무리 장면이 예상된다. 상체를 비틀어 순간적으로 흔들기, 포옹과 쓰러짐 등이 연결된다. 세트 규모에 비해 제목이 약하다는 느낌이 없지 않으나 작가의 주관적 경험세계 속에서는 가능한 결과일 수 있다는 공감도 생긴다.

창단 20주년을 앞둔 LDP는 탁월한 기량의 전문무용가들을 배출해온 한국 최고의 동문 중심 무용단이다. 김수인·정록이·정건·이주희·임샛별·김성현·강혁·김보람·이정민·한윤주 등 단원 22명이 장악한 이번 무대에서도 기품이 흘렀다. 그러나 ‘동문’과 ‘연륜’은 때때로 창작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이번 무대 관련 인터뷰에 “두 안무가의 주제가 비슷한 듯 미세하게 다르다. 움직임 역시 그렇다.”는 내용이 있다. 동문 단체에서는 특히 안무 패턴의 차별성까지도 세심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글 문애령(무용평론가) 사진 LDP무용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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