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PROLOGUE

우수 컨텐츠 잡지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9월 2일 10:39 오전

©Matthew Murphy

밤은 날카롭게 만들지, 모든 감각은 절정에 이르고

어둠은 우릴 흔들어놓지 모든 상상들이 깨어나면

감각들은 소리 없이 자취도 없이 사라져 버리지

서서히 부드럽게 밤은 그 화려함을 한껏 펼치지

잡아봐, 느껴봐

달콤한 떨림을

그대 얼굴을 돌려

현란한 빛으로부터

이제 무감각한 빛은 외면해 버리고

나의 밤의 음악에 귀를 기울여봐

두 눈 감고 몽롱한 꿈에 빠져

네 가장 어두운 꿈에 의지하고

전에 알아 왔던 삶은 깨끗이 잊어버려

두 눈을 감고

네 고결한 영혼이 높이 날아오르게 해

그때 당신은 예전과는 다른 세상을 알게 될 테니

(중략)

떠다니는 듯, 떨어지는 듯

감미롭고 황홀한 그 도취감

날 만져봐, 그리고 날 믿어

내 모든 감각 낱낱이 음미해

꿈은 시작되지

그대 몸을 어둠 속에 맡겨

그땐 알게 돼, 밤의 음악이 지닌 힘을

밤의 음악의 위력을

그대만이 내 음악의 날개가 될 수 있어

날 도와줘 내가 밤의 음악을 완성할 수 있도록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중 ‘밤의 노래(The Music of The Night)’

1861년 파리 오페라극장. 극장 5번 박스석에는 늘 괴신사가 자리한다. 천상의 목소리를 타고났지만 사고로 흉측하게 변해버린 기형적 얼굴을 가면으로 가린 그는 팬텀으로 불린다. 팬텀은 무명이지만 아름다운 프리마돈나 크리스틴을 무대에 세우기 위해 연속적인 무대 사고를 일으키고, 기존 주역 여가수는 마침내 무대에 서는 것을 거부한다. 대신 무대에 오르게 된 크리스틴은 성공적으로 무대를 마치고, 팬텀은 그녀 앞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크리스틴을 납치하여 그의 소굴로 노를 저어가는 신비스러운 장면에서 울려 퍼지는 넘버 ‘오페라의 유령(The Phantom of The Opera)’은 도입부의 웅장한 전자 오르간 소리가 압도적이다. 곡 후반 노래하라는 팬텀의 요구에 취한 듯 노래하는 크리스틴의 고음 역시 짜릿하다. 소굴에 도착한 이후 팬텀이 수십 개의 촛불 속에서 부르는 ‘밤의 노래(The Music of The Night)’에서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낭만적인 바리톤의 음성을 들을 수 있다.

1986년 영국 허 머제스티스 극장에서 초연된 ‘오페라의 유령’은 전 세계 27개국 145개 도시에서 최소 15가지 언어로 공연되며 명실상부한 뮤지컬로 자리한다. 프랑스의 추리작가 가스통 르루가 1910년에 발표한 소설을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뮤지컬로 만든 작품으로, 고전적 선율에 의지하여 극 전체를 대사 없이 음악만으로 구성한 오페레타 형식을 띤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17층 규모의 파리 오페라극장을 그대로 재현한 무대 역시 인상 깊다. 특히 13m 높이의 천장에 매달려 있던 약 500kg의 샹들리에가 앞쪽 객석을 통과해 무대 위로 곤두박질치는 1막 마지막 장면은 관객들이 가장 기다리는 순간이기도 하다. 자욱한 안개 사이로 솟아오른 281개의 촛불 사이로 팬텀과 크리스틴을 실은 나룻배가 등장하는 지하 호수 장면 역시 아름답다.

지난 7월 31일 저녁 7시 45분. 브로드웨이 극장가는 깊은 어둠에 잠겼다. 5분 동안 그날 세상을 떠난 거장 해럴드 프린스(Harold Prince, 1928~2019)를 애도하며 모든 전등을 끈 것. 브로드웨이 대표 프로듀서이자 연출가인 해럴드 프린스의 대표작은 ‘오페라의 유령’으로, 그는 웨버와 작품의 초연부터 함께했다. 그 외에도 그는 ‘지붕 위의 바이올린’ ‘스위니 토드’ ‘에비타’ ‘거미 여인의 키스’ ‘더 비지트’ 등과 같은 굵직한 작품들을 남기며 20세기 뮤지컬 시장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우연하게도 올 하반기, 그의 작품들을 국내에서 만날 수 있다. 오는 10월 ‘스위니 토드’와 연말 ‘오페라의 유령’이 바로 그것. 한국에서는 마치 해럴드 프린스의 작품을 재해석하여 선보임으로써 그를 추모하기로 한 듯하다. 글 권하영 기자

 


‘밤의 노래(The Music of The Night)’

 

Leave a reply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