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감독 조너선 코헨

음악은 도구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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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10월 7일 10:42 오전

INTERVIEW

실내악단 레 비올롱 뒤 루아

레 비올롱 뒤 루아의 음악감독이 전하는 우아하고 위트있는 고음악의 세계

 

©AtwoodPhotographie

20세기 중반 유럽을 중심으로 시작된 역사주의 연주(Historical performance)는 과거 원전 혹은 정격 연주(Authentic performance)라는 명칭으로 회자되었다. 이는 옛 악기를 복제해서 작품이 처음 연주되던 그 방식대로 조율하고 당시 관습에 따라 연주하는 방식을 일컫는다. 이때 ‘정격(authentic)’이란 단어는 오리지널(original), 즉 역사적인 진실을 함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용어는 악기 개량과 해석 변천의 결과로 자리 잡은 오늘날의 연주법을 작곡가의 의도와 다른 왜곡된 방식이라는 편견을 은연중에 제공했다. 게다가 진짜 작곡가의 의도와 연주법을 파악할 수 있는 근거와 자료가 희박하게 남은 시점에 이들이 주장하는 연주법은 스스로의 객관성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오늘날 젊은 역사주의 연주자들은 더 이상 자신들의 해석을 독선적으로 주장하지 않을 만큼 유연하다. ‘정격’이란 용어에서 탈피하고, 고증이나 악기, 원칙보다는 음악 그 자체에 집중하며 과거와 다른 오늘날의 환경에 어울리는 절충 연주도 시도하고 있다. 조너선 코헨은 이런 세대의 선봉에 서 있는 지휘자 중 한 명이다. 지난 2012년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 내한공연(손열음 협연) 당시 타계한 지휘자 네빌 마리너 경을 대신해 지휘했던 그가 이번에는 캐나다의 비올롱 뒤 루아를 이끌고 다시 찾아온다. 모차르트와 하이든으로 구성된 이번 내한 연주에서는 우리 시대 비르투오소 피아니스트 마르크 앙드레 아믈랭과 함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7번도 연주할 예정이다. 두 번째 내한을 앞둔 조너선 코헨과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서울에 다시 방문하는 것을 환영한다. 2012년 당시 한국 관객과 음악가들에게 어떤 인상을 받았는가?

손열음을 비롯해 훌륭한 한국 음악가들이 전 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내게는 예술과 문화를 깊이 있게 이해하는 음악적인 나라라는 느낌이 든다. 지난 번 서울 방문 때 매우 긍정적인 경험을 했다. 다시 방문하면 즐거울 것 같다.

음악가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 집안에 음악가가 있는가?

할머니가 아마추어 바이올린 연주자신데, 친구들과 함께 정기적으로 실내악 공연을 하셔 왔다 (듣기 좋은 연주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버지 또한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였다. 우리 가족들은 모두 음악에 대해 폭넓은 이해를 가지고 있었다. 내게 첼로를 권한 건 아버지와 할머니였는데, 아마도 일요일마다 피아노 3중주를 연주하고 싶으셨던 것 같다.

첼로(모던 악기)를 처음 연주했던 것으로 아는데, 시대 악기에 관심이 생긴 이유는 무엇인가?

캠브리지 대학에 진학하면서 처음 고음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그곳에서는 채플 합창단 활동이 활발한데, 젊은 단원들의 목소리가 바로크 작품에 잘 어울렸다. 나는 항상 바로크 시대 예술가들의 기교를 동경해왔다.

영국에는 남다른 고음악 전통이 있다. 존 엘리어트 가드너라든가 트레버 피녹 같은 거장도 배출했다. 이런 독특한 문화가 형성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말한 대로 영국에는 고음악 선구자들이 활발히 활동했고 나는 이들을 존경하며 많은 것을 배웠다. 과거의 음악들을 신선한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위대한 시간이었고, 이전 시대의 보다 본질적인 미학으로 되돌아가고 싶어하는 열망의 표현이었다. 영국인들은 주변 유럽 예술과 문화로부터 수혜를 입었고, 우리 고유의 고전음악 연주 전통과 탐구심 가득한 연구가 결합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고음악 운동은 반 세기가 넘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반면 당신은 상대적으로 젊은 세대에 속한다. 연주라든가, 악기 편성이라든가, 철학 등에 있어서 과거로부터 변화나 혁신이 있었다고 생각하는가?

물론이다. 개척자들의 결실이 주류 연주계에 깊이 침투했다. 모던 오케스트라도 이제는 고음악 관점과 조화로운 방식으로 연주하고자 시도한다. 음악원에서 역사주의 연주를 배우는 것은 이제 일반적인 풍경이 되어서 바로크 악기도 같이 배운다. 이런 결과로 이 레퍼토리를 더욱 잘 연주할 수 있는 재능 있는 음악가들이 늘어났다. 그 자체로 이미 진보했다고 봐야한다.

당신이 2010년 창단한 아르칸젤로 앙상블은 무엇을 목표로 결성된 것인가? 그리고 그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하는가?

당시 실내악적 접근을 추구하는 바로크 음악가들로 구성된 전문악단을 만들고자 창단했다. 우리 악단의 활동은 그 목표에 매우 부합했고, 고맙게도 지난 몇 년 간 레코드 작업과 즐거운 컬래버레이션을 할 수 있었다.

최근 레 비올롱 뒤 루아의 음악감독으로 영입되었고, 이들을 이끌고 한국을 오게 됐다. 레 비올롱 뒤 루아와 아르칸젤로의 차이는 악기에서 비롯되지 않을까 싶은데(모던이냐, 현대냐), 악기의 차이가 연주나 해석의 차이도 불러오는가?

나로서는 우리가 사용하는 도구보다 음악에 대한 접근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레 비올롱은 시대악기 활과 모던 악기 몸통을 사용한다. 이러한 하이브리드적 접근을 통해 모든 레퍼토리에 보다 쉽게 다가가고 즐길 수 있다. 이처럼 중요하고 훌륭한 캐나다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이 된 것은 흥분되는 일이었다. 그들만의 해석 스타일, 바로크 음악에 대한 그들만의 이해와 경험, 그리고 레 비올롱 뒤 루아의 신선한 사운드와 헌신은 음악에 대단히 도움이 된다.

영국과 비교할 때, 캐나다 고음악 문화는 남다른 특징이 있는가?

고음악 페스티벌이 여럿 개최되고, 멋진 홀이 있으며, 이 음악을 즐길 줄 아는 교양 있는 청중들이 존재한다. 사람들 문화 수준이 높아서 이런 시도에 개방적이다! 예술가로서는 좋은 환경이라 할 수 있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하이든과 모차르트를 연주한다. 이 프로그램으로 무엇을 보여주고 싶은가?

감성과 세련미. 우아함과 아름다움. 또 음악 안에 내재된 위트와 유머, 지성을 보여주고 싶다.

역사주의 연주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역사주의 연주의 어려움은 다른 것을 시도해도 똑같이 다가오는 부류의 것이다. 어느 분야든 더 많은 시간을 보낸 세상에서 사용하던 언어가 더 쉽게 다가오기 마련이니까. 다만 어떤 악기로든 바로크 음악을 연주하는 음악가로서 화성적 측면은 분명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그것이 프레이즈를 안내하기 때문이다.

한국 청중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위대한 피아니스트 마르크 앙드레 아믈랭과 함께 한국에 찾아가게 돼서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우리의 연주를 부디 즐겨주시길 바란다.

노승림(음악 칼럼니스트)

 

©AtwoodPhotographie

조너선 코헨/레 비올롱 뒤 루아(협연 마르크 앙드레 아믈랭) 내한공연

10월 29일 오후 8시 LG아트센터

하이든 교향곡 83번 ‘암탉’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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