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와 만난 클래식 음악가들, 색다르면서도 매력적인 조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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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11월 11일 9:00 오전

 

기획 권하영 기자

열리지 않을 것만 같던 성역이 열렸다. 특히 국내에서는 말이다. 보수적일 뿐 아니라 고전미를 추구하던 클래식 음악에까지 곁을 내어주는 것을 보니 유튜브라는 채널의 힘을 새삼 실감한다. 특히 클래식 음악가들(또는 예비 음악가들)이 직접 운영에 뛰어든 채널들이 활발하게 대중을 사로잡고 있다. 대체 이들의 매력은 무엇일까

‘어떻게 들릴까’와 ‘어떻게 보일까’의 균형잡기

대형극장에서만 관람이 가능하던 오페라가 오늘날에는 영화관에서 스크린을 통해 생중계되곤 한다. 오페라가 ‘공연장’을 넘어 ‘영화관’에서도 살아 숨 쉬는 시대가 온 것이다. 오페라극장은 한 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영화관에서는 몇 편의 오페라 중계를 보았다는 이들도 있다. 언젠가 오페라극장이 오페라영상물 제작과 촬영을 위한 세트장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영상을 통한 음악 감상이 진행될수록 유튜브라는 새로운 생태계는 제2의 또 다른 극장이 되어가고 있는 추세다. 콘텐츠의 영상기록과 공유라는 일차적인 기능을 지렛대 삼아 이 안에서는 새로운 변종의 음악콘텐츠가 생산되어 소통하고 있으며, 이를 본분으로 삼는 음악가들과 크리에이터들이 족족들이 생겨나면서 유튜브를 통해서만 클래식 음악을 소비하고 향유하는 새로운 문화부족들도 생겨나고 있다. 음악이 나오는 영상을 틀어놓고 ‘자동재생’을 걸어놓으면 그 음악과 비슷한 성격의 음악이 하루 종일 이어서 나오기도 하니, 그 기능은 라디오의 DJ를 대신한다 하여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유튜브에 발을 들여놓는 음악가들의 시작과 행보를 보면 몇 개의 공통점이 보인다. 이들은 자신의 음악회 홍보를 위해, 어느 특별한 순간의 기록을 위해, 멀리 있는 지인들에게 대기실에서의 소소한 모습을 공유하기 위해 이를 시작한다. ‘사소’하고 ‘소소’한 시작점이다. 하지만 지속되는 영상 제작은 어느 순간 ‘소통’의 재미를 주고, 자신의 이면을 더욱 드러내는 데에 적극적으로 활용된다. 태초에 ‘재미’가 있었고, 점점 전문성을 갖춰가는 가운데 무대에서는 만날 수 없던 어떤 ‘의미’가 생겨나는 것이다. 클래식 음악이 유튜브와 만나면서 얻는 최대의 이익은 추상적인 성격으로부터의 탈피일 것이다. 영상적 디자인이 가미되거나, 소통과 이해를 위한 자막 등의 시각적 각주가 많이 붙는다. 작품을 풀이한 언어가 배제되어 연주로만 말해야 하는 무대와 달리 유튜브 공간은 ‘추상의 음악’과 ‘음악가의 수다’가 접목되기도 한다. 공연장에서의 금기는 유튜브에서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그것을 지적하거나 문제 삼는 이도 없다. 그런 점에서 유튜브는 ‘클래식의 대중화’라는 큰 슬로건이 놓쳤던 세부적인 방법론-클래식의 해설화, 클래식의 재미화-등을 위한 실험실이 되어가고 있다. 현재 한국 음악가들은 유튜브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초반에 음악계가 이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정식무대에 오르지 못한 이들의 발버둥이라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좁은’ 음악계만의 시선이다. 어느덧, 대중과 소통하고 그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적재적소에 생산하며 시선을 맞추는 음악가들은 굳이 학연·지연·혈연이 이상하게 먹이사슬을 형성하고 있는 음악계에 별 관심을 줄 필요가 없다는 듯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다. 그 길과 함께 새로운 음악 향유 인류도 생겨나고 있다. 오늘날, 유튜브를 둘러싸고 생각해봐야 할 문제들이 많다. 음악가의 성장과 목적을 성공적인 무대와 연주에만 두었던 과거와 달리, 유튜브의 시공간은 음악가들이 점점 더 신경 써야 할 제2의 현실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른 보다 빠른 태세 전환도 필요하며, 자신에게 걸맞은 유튜브 활용 및 사용법도 개발해야 한다. ‘음악-연주’와 함께 자신의 생각과 언어를 담은 ‘콘텐츠-생산’에도 신경을 써야 하며, ‘어떻게 들릴까’와 ‘어떻게 보일까’의 균형도 잘 잡아가야 할 것이다. 글 송현민(음악평론가)

PART1 클래식 유튜브 채널의 발전
해외 성공 사례 및 국내 성장 과정

고고한 음악가가 아니다. 2005년 유튜브가 시작된 지 3년 만에 미국에서는 유튜브 채널에 뛰어든 클래식 악기 연주자가 등장한다. 피아니스트 존 슈밋, 첼리스트 스티븐 샤프 넬슨, 음악 프로듀서 앨 반 더 비그, 비디오 프로듀서 폴 앤더슨으로 구성된 ➊피아노 가이스(Piano Guys)다. 보이 그룹 원디렉션의 ‘What Makes You Beautiful’에서 피아노의 건반뿐 아니라 몸체·내부의 현·뚜껑까지 두드리는 영상을 통해 일약 유튜브 스타로 떠올랐다. 이후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4악장과 록 밴드 원리퍼블릭의 ‘Secrets’을 함께 편곡하거나,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의 ‘Let It Go’와 비발디 ‘사계’ 중 ‘겨울’을 매시업하며 크로스오버 영역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해당 영상들의 조회수는 1억 회를 넘나든다. 특히 아름다운 연주 배경이 눈길을 끈다. 앞선 ‘Let It Go’ 영상은 유타 주의 야외 눈밭에서 촬영했으며, 영국 록 밴드 콜드 플레이의 ‘Paradise’를 아프리카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Peponi’ 촬영을 위해선 그랜드피아노와 첼로를 헬리콥터로 들어 올려 절벽 꼭대기로 옮기는 작업을 거쳤다. 음악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장소라면 거친 갈대밭이나 중국 만리장성 등 어느 곳에서든 연주를 가리지 않는다. 이후 등장하는 국내외 클래식 아티스트들의 연주 영상 촬영 기법에 큰 영향을 미쳤다. 2011년 크로아티아 출신의 첼리스트 2명으로 구성된 ➋투첼로스(2CELLOS)는 피아노 가이스의 영상과 유사한 양상을 띠지만, 클래식 음악보다는 팝 음악·록 음악·영화음악 등의 커버 영상이 주를 이룬다. 해적 분장을 하고 배에 탑승한 채로 활이 터지도록 연주하는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 커버 영상은 조회수 2,319만 회를 기록했다. 2016년 결성한 ➌멜로디카 멘(Melodica Men)은 줄리아드 음대 시절 친구가 된 조 부오노와 트리스탄 클라크로 구성됐다. 클라크는 잭슨빌 심포니에서 트럼펫 수석단원으로 활동 중이다. 멜로디카는 멜로디언의 본래 이름으로, 영상 속 둘은 멜로디카를 함께 연주한다. 이들의 익살스러운 분장과 액션은 웃음을 자아낸다. ‘슈퍼마리오’ 속 캐릭터 분장뿐 아니라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에서는 원시인을 연상케 한다. 그러나 이들의 연주 실력은 전혀 우스꽝스럽지 않다. 특히 ‘봄의 제전’은 기교와 화음이 원곡에 대적할 만하다. 지난 2월 평창대관령겨울음악제를 통해 한국에서 처음 공연을 가졌다. 이처럼 해외 클래식 유튜브 채널에서는 연주자가 음악을 ‘즐기는’ 모습을 주로 보여준다. 따라서 독특한 형태의 연주 영상이 활발하게 발전했다. 장소를 자유롭게 옮겨 다닐 뿐 아니라 이들을 촬영하는 카메라는 고정돼 있지 않고 쉴 새 없이 회전한다. 분장이나 콘셉트 등 영상 기획 단계부터 많은 노력을 기울임으로써 청각뿐 아니라 시각적으로도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피아노 가이스

구독자수 662만 명

누적조회수 18억 회

One Direction ‘What Makes You Beautiful’ 조회수 71,918,408회

2012년 7월 19일 게시

 

Let It Go (Disney’s ‘Frozen’)

Vivaldi’s Winter

조회수 99,770,398회

2014년 2월 19일 게시

 

투첼로스

구독자수 462만 명

누적조회수 10억 회

Pirates Of The Caribbean 조회수 23,195,787회 2018년 10월 19일 게시

 

멜로디카 멘

구독자수 34만 명

누적조회수 3천200만 회

Super Mario Medley

조회수 11,503,554회 2018년 7월 20일 게시


급속도로 팽창한 국내 유튜브 시장

국내 시장에서 클래식 음악 유튜브 채널이 활성화된 것은 불과 지난해부터다. 우리나라에 유튜브가 처음 서비스된 것이 2007년이고, 한국어 서비스가 시작된 것이 2008년인 점을 고려할 때, 무려 10년이 걸린 셈이다. 해외보다 더디게 발전한 이유로는 기존 클래식 음악 아티스트의 보수성을 꼽는다. 이들은 여전히 무대 외 다른 플랫폼에 대해선 부정적인 시선을 갖는 경우가 많다. 실제 유튜브 시장에 뛰어든 다수의 젊은 아티스트는 이러한 곱지 않은 시선 때문에 시작 선에서부터 갈등했다고 밝혔다. 이들이 갈등을 뛰어넘고 채널을 시작하게 된 계기로는 유튜브라는 플랫폼 자체의 확장성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이전부터 개인 연주 영상을 저장해놓는 공간으로 유튜브 채널을 활용해온 아티스트는 꽤 있었지만, 본격적인 기획·촬영·편집을 거친 동영상을 업로드하기 시작한 것은 유튜브의 팽창 시기와 맞물린다. 2008년 말 유튜브의 점유율은 동영상 시장에서 2%에 불과했지만, 2017년 5월 78.7%, 2018년 5월 85.6%로 늘어났다. 이에 반해 아프리카TV는 3.3%로, 네이버TV는 2.9%에서 2.0%로 역성장했다. 이처럼 국내 점유율을 독식하게 된 이유로는 현재 트렌드가 된 동영상 콘텐츠를 수용하기에 가장 적합한 채널이 유튜브였기 때문이다. 네이버TV는 2019년에 들어서야 일반인에게 채널 개설의 문을 열었다. 그전에는 다른 SNS 채널의 구독자가 300명 이상 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있었다. 이는 초보 크리에이터에게는 높은 장벽이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의 경우 뉴스피드를 통해 콘텐츠가 노출되기 때문에 콘텐츠가 단기간에 휘발되지만, 유튜브는 검색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사용자의 편리성을 충족하는 데도 적합했다.

예능과 결합한 국내 클래식 유튜브 채널

최근 1년간 국내에서는 다양한 취향을 반영한 클래식 유튜브 채널이 생겨났다. 이들은 ➊클래식 음악과 예능을 결합하여 누구나 편하게 시청하고 감상할 수 있도록 한 채널(또모·뮤라벨), ➋전문적인 연주와 예능을 넘나들며 예술성과 대중성을 함께 획득한 채널(Sax on the Brandon·첼로댁), ➌고급스러운 영상미를 추구하는 연주 채널(레이어스), ➍아티스트의 진솔한 삶을 엿볼 수 있는 채널(성권적 하루), ➎클래식 음악에 대해 알기 쉬운 해설을 제공하는 채널(알기쉬운 클래식 사전·유못쇼) 등의 카테고리로 나뉜다. (136~138p 참조) 주목할 점은 국내 시장에서는 예능적인 요소가 강한 클래식 유튜브 채널이 큰 인기를 끈다는 점이다. 앞서 언급한 멜로디카 멘이나 투 첼로스가 극적인 분장과 액션을 통해 웃음을 자아내는 것과는 또 다른 성격이다. ‘피아노 전공생은 얼마나 어려운 곡까지 쳐봤을까?(또모, 조회수 438만 회)’ ‘서울대 음대생의 절대음감은 어느 정도일까?(뮤라벨, 조회수 294만 회)’ ‘눈을 가리고 쇼팽 에튀드를 치면 어떻게 될까?(뮤라벨, 조회수 132만 회)’와 같이 예능적이면서도 실험적인 요소를 가미한 각 테마들을 통해 클래식 음악 전공자뿐 아니라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없는 2030 대중까지 타깃으로 삼았다. 지난 10월 20일 기준으로 ‘또모’와 ‘뮤라벨’의 구독자는 각 23만 명, 7만 명을 넘어섰다. ‘또모’나 ‘뮤라벨’이 음대 전공생들이 운영하는 채널이라면, 클래식 음악 아티스트가 직접 발 벗고 나선 채널들도 인기를 끈다. 클래식 색소포니스트 브랜든 최가 운영하는 ‘Sax on the Brandon’에서 브랜든 최는 연주자와 MC의 역할을 자유롭게 넘나든다. 특히 하위 채널 ‘Brandon’s Life’에서 음악가들의 가방을 함께 탐색하는 영상은 최근 트렌드인 ‘훔쳐보기’ 콘텐츠로,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를 레퍼런스로 삼았다. ‘첼로댁’을 운영하는 첼리스트 조윤경은 다양한 커버 영상을 업로드하는데, 그중 시청자의 요청으로 연주한 트로트곡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조회수 26만 회를 기록했다. 시청자와의 활발한 소통을 익살스럽게 편집하여 인기를 끌었다. 이렇듯 예능적인 요소를 결합한 다양한 채널들이 인기를 끄는 것은 운영자의 전략적인 접근이 가져온 결과다. 국내 유튜브 시장이 확대됐다고 하더라도 그중에서 클래식 음악을 향유하는 층은 극소수다. 한 채널 내에서도 클래식 음악 연주 영상보다는 영화음악이나 팝 음악의 커버 영상이, 커버 영상보다는 예능적인 영상의 조회수가 많은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적은 구독자만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는 쉽지 않다. 구독자 1,000명, 최근 1년의 재생 시간이 4,000시간이 되면 수익이 창출되는 것이 유튜브의 기본 구조이나, 한 아티스트에 따르면 구독자 500명까지 가는 데 7개월이 소요됐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은 클래식 음악 애호가와 대중 언저리를 타깃으로 삼았고, 이는 채널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유튜브, 클래식의 대중화를 앞당기나?

반면, 피아노·바이올린·첼로로 구성된 레이어스가 운영하는 ‘레이어스 클래식’은 라이브 영상과 커버 영상 등 연주 영상만을 업로드하며 기존 채널들과는 차별성을 뒀다. 피아노 가이스와 유사하게 촬영·편집 및 기획을 담당하는 멤버까지 총 5명이 함께 움직인다. ‘레이어스 클래식’의 구독자 수가 급속도로 증가하게 된 계기는 디즈니 영화 ‘알라딘’의 OST ‘A Whole New World’ 커버 영상이었다. 해당 영상은 올해 6월 2일 게시됐으며, 조회수 1만 회를 달성하는 데 무려 1개월이 넘게 걸렸다. 그러나 7월 중순부터 현재의 조회수인 56만 회를 기록하는 데는 약 3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는 유튜브의 노출 알고리즘과 관계가 깊다.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구독자가 많은 채널의 콘텐츠를 좋은 콘텐츠로 인식해 더 많은 곳에 노출한다. 조회수가 많은 영상이 생겨나면 자연스럽게 해당 채널의 구독자수가 증가하게 되고, 이는 구독자가 아닌 일반 사용자들에게도 추천동영상으로 노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유튜브의 노출 알고리즘 때문에 클래식 음악 연주 영상만을 고수하던 기존 연주자들도 긍정적인 고민의 과정을 거쳤다. 레이어스는 유튜브 활동을 시작하면서부터 대중은 클래식 악기로 연주하면 이를 클래식 음악으로 여긴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정통 클래식 음악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다기보다 클래식 음악이 갖는 지적이면서도 고상한 이미지를 소비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후 곡의 장르를 다양하게 확대하기 시작했다. 클래식 유튜브 채널의 성장은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대한 밝은 전망을 제시한다. 그것이 커버 영상이건 예능적인 요소와 결합한 영상이건 하나의 흥미로운 콘텐츠를 통해 클래식 유튜브 채널로의 유입에 성공한다면, 자연스럽게 클래식 음악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는 맞춤동영상 서비스를 통해 해당 채널의 콘텐츠들이 지속적으로 노출된다. 일명 ‘필터 버블’로 불리는 해당 현상은 사고를 편협하게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선 긍정적이다. 국내 유튜브 채널이 대중뿐 아니라 기존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었던 이유는 연주자 개인의 취향을 적극 공유한 힘이 컸다. 기존 공연에서는 연주자의 일방적 소통이 이뤄졌다면, 유튜브 채널에서는 시청자와 연주자가 직접 소통한다. 이 과정에서 시청자는 연주자의 팬이 되며, 이러한 팬심은 시청자가 유튜브에 자주 접속하는 동기가 된다. 음악가와 관객이 서로의 취향을 공유하며 보다 끈끈한 관계로 발전한 것이다.

결국엔 음악의 민주화다

시장이 1여 년 만에 급속도로 발전한 이면에는 여러 부작용도 존재한다. 벌써 유행하는 콘텐츠의 모방 문제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업데이트된 유튜브의 알고리즘이 저작권 위반 콘텐츠를 걸러내고 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모든 창작물이 저작권의 보호를 받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아직 국내 유튜브 시장에서 클래식 유튜브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다. 따라서 채널 간 모방이나 무분별한 경쟁보다는 기존 방송 문법을 따르지 않은 신선한 콘텐츠들이 다수 등장하여 클래식 유튜브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채널 운영의 지속성 또한 필요하다. 앞서 언급했듯 유튜브 채널은 ‘잘 될수록 많은 것을 지원’하는 알고리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초반의 무관심을 견뎌내는 인내심이 전제되어야 한다. 특히 유튜브에서는 연주 실력만큼 중요한 것이 시각적인 요소다. 영상 기획·촬영·편집뿐 아니라 헤어메이크업·의상·섬네일 등 다양한 부가적인 요소들을 직접 소화해야 한다. 초반부터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춰 채널을 운영한다면 지속적인 생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채널들이 성행하는 것 또한 지적된다. 대중에게는 유튜브 채널이 클래식 음악을 접하는 최초의 채널이 될 수 있으므로, 프로페서녈 음악가들이 크리에이터로 전면 나서야 한다. 국내를 넘어선 타깃 설정 또한 필요하다. 현재 성행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들을 보면, 철저히 한국인을 타깃으로 한 경우가 많다. 영상의 제목이 한국어로 기재된 것은 물론이고, 문장이나 의문형으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아 외국인의 검색에 걸리기 쉽지 않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볼 때, 영어 사용을 병행하는 것 또한 고려해 봄 직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클래식 음악가들의 마음가짐이다. 영상은 결국 불특정 다수가 시청할 수 있는 콘텐츠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음악의 ‘대중화’를 넘어서 음악의 ‘민주화’를 이끌 수 있다. 따라서 이들 또한 촬영에 대한 거부감을 내려놓고 대중에게 전면 노출되는 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이 지점에서 유튜브(YouTube)라는 이름이 갖는 의미가 새삼 다가온다. ‘당신(You)을 사로잡기 위해 나의 매력을 어떻게든 짜내겠다(Tube)’는 마음가짐이 클래식 음악가들에게도 필요하다.

글 권하영 기자 자문 브랜든 최·레이어스·또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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