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

우아함과 슬픔 사이

우수 컨텐츠 잡지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0년 1월 6일 2:59 오후

INTERVIEW

KCO의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연주의 막을 여는 그녀가 말하는 모차르트 음악의 매력

 

©Lukasz Rejchert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KCO)가 2020년 창단 55주년을 맞으며 내놓는 프로젝트인 한국 최초 모차르트 교향곡 46 전곡 연주 시리즈의 그 서막을 여는 바이올리니스트 윤소영. 그녀의 바이올린 활과 현은 늘 예리하게 날카로운 상상력과 탐구로 풍성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밝고 맑은 선율 속에 상실과 슬픔의 메시지를 전하는 모차르트 음악 중에서도 12월 28일과 1월 2일 윤소영은 바이올린 협주곡 3번과 5번을 통해 눈부시게 빛나는 천재의 아름다움을 전한다.

 

2019년을 돌아봤을 때 잊을 수 없는 무대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모든 연주들이 다 중요했고 소중한 추억이었지만 마음에 남는 연주 하나만을 선택하라면 2019년 2월, 한달동안 독일에서 가졌던 스물 다섯 번의 챔버 연주 투어다. 당시 연주장과 연주장을 직접 차로 운전하면서 이동했는데 나중에 운전한 거리를 계산했더니 5000 킬로미터 정도였다. 매일 호텔도 바뀌고 장소도 달라서 나중에는 호텔 방 번호가 기억이 나지 않아 한참을 멍하게 서있기도 했다. 운전 중에는 졸지 않으려고 레드불 에너지 음료를 하루에도 몇 캔씩 마셨는지 모른다.(웃음) 끼니도 많이 거르고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많은 힘이 필요한 투어였지만 무척 재미있는 시간이었다. 지금은 며칠 전에 터키에서의 연주 투어를 마치고 스위스에서 2주정도 여유가 있어 곧 한국에서 있을 KCO와의 연주를 준비하고 있다.

12월 28일과 1월 2일 KCO와의 모차르트 협주곡 협연이 예정되어 있다. KCO의 역사적인 모차트르 교향곡 46 전곡 연주 시리즈의 처음과 두 번째 무대를 연다는 것이 기대될 것 같다. 모차르트 교향곡 전곡 연주의 가장 큰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의미있는 음악회의 뜻 깊은 자리를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다. KCO와는 무척 많은 시간을 함께 했고 약 10년 동안 여행도 하고 음반 레코딩 작업도 같이 했다. 이제는 정말 가족 같은 존재다. 그래서 이번 무대가 더 감사하고 기대가 된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친구들,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어 기쁘다.

이번에 연주하는 바이올린 협주곡 3번과 5번 속에서 모차르트만의 서정성, 활기, 그리고 유머스러함을 느끼게 된다. 이 작품들을 어떻게 표현하고 싶은가.

모차르트 음악은 여러 스타일로 다양하게 연주할 수 있기 때문에 까다로운 작곡자인 것 같다. 그의 작품은 심플하고 가볍게, 때로는 오페라를 작곡한 천재의 작품답게 드라마틱하게 연주할 수 있다. 그래서 곡을 연습하면서 하루에도 무수히 고민하며 다양하게 스타일을 바꿔보기도 한다. 이번 무대 역시 한 가지 연주 스타일에 치우치지 않는 모차르트의 여러 가지 얼굴과 감정을 보여줄 수 있는 연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물론 연주 전 과정에서 이 모든 것들을 조화롭게 표현해야 겠지만, 궁극적으로는 무대에서 그때 만의 그 감동을 잘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KCO와 지휘자 랄프 고토니와의 음악적인 교류가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모차르트라는 작곡가를 어떤 음악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그가 음악 속에 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모차르트는 주로 귀족을 위한 음악을 만들었기 때문에 그가 우아한 곡만을 작곡한 음악가라고 평가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나는 그의 음악에서 독특하지만 발견하기 쉽지 않은 깊은 연약함과 아름다운 슬픔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예를 들면 그의 스무 곡이 넘는 피아노 협주곡 중 오직 두 곡만이 단조이지만 그의 모든 곡에서 진지하고 깊은 감성을 느낄 수 있다. 그의 인생은 많은 빚과 병 때문에 평생 불행한 삶을 살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그의 삶이 오롯이 담긴 음악 안에서 우아한 아름다움만을 찾으려 한다면 그가 작품에 담고자 했던 인간의 슬프고 다양한 감정들을 맛볼 수 없을 것이다.

 

©Lukasz Rejchert

 

평소 폭넓은 음악적 아이디어와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지 궁금하다.

어린 시절에는 영감을 얻기 위해 많은 연습을 했다. 요즘은 인생의 모든 경험들에 대해 긍정적인 자세를 갖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된다. 책, 박물관, 사랑, 여행, 스포츠, 맛있는 음식과 와인 등 일상에서 무한한 가능성과 영감의 소재를 매일 얻게 된다. 마음을 여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뮌헨과 바젤 등 클래식 음악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는 유럽에서 솔리스트와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활동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왔다. 아직 클래식 음악 역사가 깊지 않은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주목할 만한 그 곳 문화만의 특징이 있는지, 더 우리가 배우거나 눈여겨봐야 할 제도, 시스템 등이 있다면 어떤 부분이 있을지.

유럽의 클래식 음악 역사가 깊은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짧은 클래식 음악 역사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청중이 있다는 것이 무척 자랑스럽다. 연주를 할 때 우리나라 청중처럼 연주자에게 열렬하게 관심과 격려를 보내는 경우도 드물다. 유럽 동료 연주자들도 한국에서의 연주가 늘 인상적이었다고 말하곤 한다.

‘연주는 자신을 드러내는 거울같다’고 한다. 지금까지 연주를 통해 자신의 어떤 정체성을 찾을 수 있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앞으로 자신이 추구하는 음악세계에 대한 이야기도 듣고 싶다.

연주를 통해 연주자의 성향을 알 수 있는 것은 맞지만 나보다 더 큰 것이 바로 ‘작품’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연주자들은 작곡가의 대변자이자 음악과 청중 사이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그렇기에 무대에서 연주를 하면서 작곡가의 진실한 정신이 청중에게 온전히 전달되는 그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 이번 무대 역시 그런 시간이 되길 바란다.

2020년 연주 계획이 궁금하다.

2020년 5월 메뉴인 콩쿠르 심사위원으로 다시 초대를 받았다. 이번에는 콩쿠르 오프닝 콘서트를 연주하는 뜻깊은 자리라 무척 기대된다. 9월에는 네덜란드에서 있을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1번을 7일 동안 매일 연주하는 투어도 기대된다.

국지연 기자

 

랄프 고토니/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협연 윤소영)

모차르트 교향곡 46 전곡 연주 시리즈 1·2

2019년 12월 28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모차르트 교향곡 1·11·21·31·40번, 바이올린 협주곡 3번

2020년 1월 2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모차르트 교향곡 2·22·19·32·42번, 바이올린 협주곡 5번

 

Leave a reply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