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탄생 250주년, 프랑스·독일·미국·영국의 베토벤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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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0년 2월 17일 9:00 오전

베토벤 탄생 250주년
1770~1827


프랑스·독일·미국·영국의 베토벤 파티

2020년 음악계의 주인공은 단연 ‘베토벤’이다. 베토벤 탄생 250돌을 맞아 각국의 음악 도시가 들썩이고 있다! ‘객석’ 통신원들이 프랑스, 독일, 미국, 영국 현지의 베토벤 테마 공연 소식을 전한다.

France
프랑스, 다양하다

우선 바로크 시대음악의 두 거장을 주목하자. 지난해 가을, 르네 야콥스는 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와 함께 프랑스 레이블 아르모니아 문디에서 베토벤 오페라 ‘레오노레’ op.72a(1805년 원본) 전곡 음반을 발매했다.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 ‘피델리오’는 사랑의 힘으로 모든 난관을 이겨내고 자유를 얻는 이야기다. 1805년 베토벤의 첫 번째 원고는 ‘레오노레’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졌으나 앞서 발표된 다른 작곡가의 작품들과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 ‘피델리오’라는 제목으로 변경했다. 1806년 베토벤 자비로 출판된 대본과 1810년 출판된 보컬 악보의 제목은 ‘레오노레’이다. 현재는 최초의 두 버전을 ‘레오노레’, 세 번째 버전의 작품을 ‘피델리오’라고 부른다. 역사적 고증에 의한 신선한 연주를 들려주는 르네 야콥스는 1805년 11월 20일 빈에서 베토벤 지휘로 초연된 원본을 사용해 깊은 감동을 전했다. 한편 또 한 명의 바로크 연주자 조르디 사발도 2019년부터 분주히 베토벤 작품을 무대에 올리고 있다. 그는 지난해 필하모니 드 파리에서 시작한 베토벤 프로젝트 공연을 올 6월 마무리한다. 조르디 사발/르 콩세르 데 나시옹은 베토벤 교향곡 6·7번을 연주할 예정(6.2)이다. 이외에도 필하모니 드 파리에서는 2019/20 시즌, 다채로운 베토벤 공연이 마련되어 있다. 크리스토프 에센바흐/파리 오케스트라는 랑랑과 함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2.24)한다. 4월에는 야니크 네제 세갱/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가 총 네 번의 무대를 통해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선사(4.24~26)한다. 파리의 중심에서 베토벤을 외치다 2월, 파리의 중심인 샹젤리제 거리에 위치한 샹젤리제 극장도 주목하기 바란다.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키신이 베토벤 소나타 17·21번을 연주할 예정(2.2)이다 안드리스 넬손스/빈 필하모닉 역시 베토벤 교향곡 전곡 프로그램을 준비했다(2.25~29). 벨체아 현악 4중주단은 2019년 10월부터 베토벤 현악 4중주곡을 여섯 번의 공연을 통해 소개하는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4월에는 베토벤 현악 4중주 op.18과 op.130으로 긴 여정을 마무리한다(4.4). 5월과 6월에는 두 명의 피아니스트가 베토벤 소나타를 준비하고 있다. 피아니스트 파질 사이는 소나타 29번 ‘하머클라이버’(5.13)를, 2012~2013년 베토벤 소나타 사이클을 선보인 바 있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샹젤리제 극장에서 소나타 30~32번을 선보인다(6.22). 프랑스 페스티벌, 베토벤을 더욱 풍성히 라 폴 주르네는 1995년 프랑스 서부의 항구도시 낭트에서 시작되어 프랑스를 대표하는 음악 페스티벌로 자리 잡았다. 독특한 콘셉트로 전개되는 라 폴 주르네는 매년 페스티벌을 관통하는 주제를 정한다. 이번 음악제(1.29~2.2)를 이끄는 르네 마르탱은 2020년 테마를 베토벤으로 정했다고 밝혔다. 올해 엑상프로방스 페스티벌은 4월에 개최된다. 8일은 제레미 로어가 지휘하는 앙상블 르 세르클 드 라모니·합창단이 베토벤 ‘장엄미사’를 연주한다. 11일에는 바이올리니스트 르노 카퓌숑과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9번 ‘크로이처’를 준비 중에 있다. 르노 카퓌숑, 에드가 모로, 베아트리체 라나는 카메라타 잘츠부르크와 함께 베토벤 교향곡 1번, 베토벤 3중 협주곡 op.56으로 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한다(4.4~19). 이외에도 올 한 해 동안 프랑스 각지에서 펼쳐지는 주요 페스티벌이 베토벤 레퍼토리로 꾸며질 듯하다.

글 배윤미(파리 통신원)

 

 

Germany
독일, 뜨겁다

독일 전역이 분주하다. 베토벤의 생가가 있는 본 베토벤 하우스에서는 이미 작년 12월 16일부터 베토벤 탄생 250주년 행사가 공식적으로 시작됐다. 올해 12월 17일까지 이어질 수많은 연주·세미나 등 각종 행사 중 주목할 만한 공연으로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를 꼽을 수 있다. 그중 많은 이들로 하여금 기대를 불러 일으키는 것은 함부르크 음대 교수인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코롤료프가 3월부터 10월까지 선보이는 베토벤 소나타 대장정이다.

고향에서 만나는 베토벤

3월 13일부터 9월 27일까지 본과 그 인근 지역에서는 본 베토벤 축제(Beethoven Fest Bonn)를 통해 다채로운 기획 연주를 만나볼 수 있다. 명장의 지휘로 만나는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3.15~21, 본 오페라 하우스) 또한 축제 프로그램 중 하나다. 슈투트가르트 남서독일 방송교향악단의 수장으로 연일 화제를 뿌리고 있는 젊은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와 그래미·그라모폰·에코 클래식 등 수 많은 수상경력을 자랑하는 조반니 안토니니가 번갈아 지휘봉을 잡아 무지카 에테르나 오케스트라와 서로 다른 색깔을 보여준다. 3월 15일에는 ‘서로 닮지 않은 형제(Ungleiche Geschwister)’라는 타이틀로 대중적으로 대성공을 거뒀던 베토벤 교향곡 7번과 작곡가 스스로 “더 나은 작품”이라고 언급했음에도 7번과는 다른 길을 가게 된 8번을 함께 연주한다. 16일에는 ‘밤을 지나 빛으로(Durch Nacht zum Licht)’라는 타이틀로 교향곡 2번과 5번을, 18일에는 베토벤 교향곡의 ‘짝수 징크스’를 겨냥한 ‘2개의 짝수 교향곡(Zwei ‘gerade’ Symphonien)’을 주제로 4번과 6번을 연주한다. 19일에는 ‘자유, 개성-혁명(Freiheit, Eigenheit-Revolution)’이란 타이틀로 1번과 3번이, 마지막 ‘아홉 번 째(Die Neunte)’ 공연에서는 9번 ‘합창’을 연주하며 프로그램을 마무리한다. 이 외에도 본 베토벤 축제에서는 흥미로운 무대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베토벤이 스스로 ‘대작’이라 지칭했던 ‘장엄미사’가 켄트 나가노가 이끄는 콘체르토 쾰른의 연주로 펼쳐질 예정이다.(8.21, 쾰른 대성당)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리스트가 피아노를 위해 편곡한 버전으로 즐길 수 있는 무대도 마련됐다. 2009년 베토벤 콩쿠르 우승자인 하인리히 알퍼스와 러시아 피아니스트 보리스 블로흐, 그리고 취리히 음대 교수인 콘스탄틴 쉐르바코프가 번갈아 가며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9.5~26).

 

베를린의 중심에서 베토벤을 외치다

베를린 필하모니에서는 사이먼 래틀의 지휘로 베토벤 오라토리오 ‘감람산의 그리스도’가 연주된다(3.5~7). 소프라노 이와나 소보트카, 테너 베냐민 브룬스, 베이스 데이비드 소어가 독창자로 나서고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베를린 방송합창단이 함께한다. 한편, 재정적인 지원의 부족을 이유로 2012년 잘츠부르크 부활절 페스티벌과 결별한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2013년부터 함께하고 있는 바덴바덴 부활절 페스티벌에서 신임 음악감독 키릴 페트렌코와 함께 베토벤을 주제로 다양한 연주를 펼칠 예정이다. 4월 10일에는 소프라노 한나 엘리자벳 뮐러, 알토 옥카 폰 데어 다메라우, 테너 매튜 폴렌자니, 베이스 타레크 나즈미, 그리고 루르 합창단(Chorwerk Ruhr)과 함께 ‘장엄미사’를 연주한다. 2019/2020시즌 베를린 필하모닉의 상주 음악가로 선정된 소프라노 마를리스 페테르젠은 오페라 콘체르탄테 ‘피델리오’의 타이틀 롤을 맡았다. 마테야 코레츠니크가 연출을 맡아 생동감 있는 연주를 보여줄 예정이며 피터 로즈, 볼프강 코흐, 파울 슈바이네스터 등이 출연한다(4.4·7·13/바덴바덴 페스티벌 극장). 다양한 연출로 만나는 오페라 ‘피델리오’ 올해 바이로이트 오페라 축제(7.25~8.30) 대단원의 막은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으로 내릴 예정이다. 마렉 야노프스키 지휘로 바이로이트 축제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함께 한다(8.30).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이자 독일어권에서 꾸준히 사랑받는 레퍼토리 중 하나인 ‘피델리오’는 독일 전역에서 공연된다. 베를린 슈타츠오퍼에서는 주목받는 연출자 중 한 사람인 해리 쿠퍼가 지휘자 시몬 영과 함께 ‘피델리오’(5.6~21)를 올리고, 드레스덴 젬퍼 오퍼에서는 1989년 초연된 크리스틴 밀리츠 연출의 ‘피델리오’(5.28~6.5)를 존 피오레 지휘로 다시 올린다. 함부르크 슈타츠오퍼에서는 조지 델논 연출과 켄트 나가노의 지휘로 공연(4.28~5.14)된다. 이 밖에도 본·켐니츠·다름슈타트·하이델베르크·울름·브라운슈바이크 등 수많은 도시의 오페라 극장에서 베토벤의 오페라를 감상할 수 있다. 소프라노 엘리자베트 타이게는 이번 시즌 함부르크 슈타츠오퍼(4.28~5.14)와 드레스덴 젬퍼오퍼(5.28~6.5), 그리고 프라하 국립극장(3.5~28)에서 ‘피델리오’의 주인공 레오노라 역을 맡으며 요즘 가장 주목받는 독일어 오페라 전문 가수 중 한 명임을 증명한다. 베토벤과 발레 베토벤이 발레 음악을 작곡했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사실이다. 이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가 함부르크와 자르브뤼켄, 그리고 본에서 제공된다. 함부르크 슈타츠오퍼에서는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가 베토벤의 ‘에로이카 변주곡’과 교향곡 3번을 바탕으로 창작한 ‘베토벤 프로젝트’를 4월 30일부터 6월 말까지 공연한다. 자르브뤼켄 국립극장의 발레 감독인 스틴 셀리스는 ‘프로메테우스’를 올릴 예정이며, 특히 베토벤이 이 작품을 작곡했을 당시 협업했던 18세기 안무가 비냐노와 그의 아내 마리아 메디나에 주목한다. 이 작품은 자르브뤼켄 국립극장과 본 극장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자르브뤼켄에서는 지난 12월에, 본에서는 올해 1월에 공연됐다. 베토벤 탄생을 기념한 음반과 출판물 독일어권의 권위 있는 음악지 ‘크레셴도’는 베토벤 전집의 홍수 속에서 주목할 만한 음반들을 대거 소개했다. 그중 지난 12월, 베를린에서 피아니스트 머리 퍼라이아가 건강상의 이유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를 취소했을 때, 대타로 등장해 대성공을 거둔 젊은 피아니스트 얀 리치에츠키의 음반은 매우 흥미롭다. 대타로 올랐던 바로 그 연주 실황이 음반으로 발매된 것이다.(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 DG) 얀 리치에츠키는 ‘크레셴도’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음반 발매는 즉흥적인 결정이었다”며, “원래는 기록용으로 녹음해서 부담이 없었는데 이렇게 음반으로 발매하게 됐다”고 밝혔다. 독일 출판계에서도 베토벤 열풍은 뜨겁다. 키어스텐 융링의 ‘베토벤: 신화 뒤의 인간(Beethoven: Der Mensch hinter dem Mythos, 2019)’과 같은 전기부터 베토벤 입문서인 엘레노레 뷔닝의 ‘우리 베토벤에 대해 이야기해봐요(Sprechen wir über Beethoven, 2019)’, 베토벤 음악에 대한 심도 있는 접근을 담은 칼 하인트 오트의 ‘격정과 고요-베토벤 교향곡(Rausch und Stille-Beethovens Sinfonien, 2019)’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그중 베토벤 연구의 고전이라고 추천되는 책은 바로 2003년 퓰리처상 후보작에 올랐던 루이스 록우드의 ‘베토벤: 그의 음악, 그의 삶(Beethoven: The Music and the Life, 2005)’이다.

글 오주영(성악가·독일 통신원)

 

United States of America
미국, 강력하다

뉴욕 클래식 음악의 지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카네기 홀과 뉴욕 필하모닉은 베토벤과 관련해서는 서로 다른 시즌을 보내고 있다. 뉴욕 필하모닉이 여타 시즌과 비교해 250주년에 대해 특별한 의미를 두지 않는 반면, 카네기 홀은 올 상반기 베토벤의 작품들을 집중 배치했다. “250년을 기념하는 하나의 역사적 축제”라는 주제로 86개의 작품을 무대에 올린다. 올해 뉴욕의 베토벤은 카네기 홀이 모두 접수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올인’하고 있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피아니스트들의 면면이 화려하다. 마우리치오 폴리니를 필두로 예브게니 키신·안드라스 쉬프·미츠코 우치다·예핌 브론프만·크리스티안 베주이덴호우트·이고르 레비트 그리고 이매뉴얼 액스까지 8명의 보석과 같은 연주자들이 3곡에서 5곡의 피아노 소나타를 맡아 무대를 장식한다. 프랑스의 에벤 현악 4중주단은 지난해 4월부터 올 1월에 걸쳐 유럽·북미·남미·아프리카·아시아·호주를 포함한 전 대륙, 18개국에서 7회에 걸친 베토벤 전곡 연주를 펼쳤다. 이들의 야심 넘치는 프로젝트는 실황으로 녹음되어 에라토 레이블을 통해 출시될 예정이다. 1년간 전곡 연주의 여정은 4월 카네기 홀에서 마무리된다(4.17~19/ 4.30/5.1·2).

베토벤 교향곡 전곡 사이클

바이올리니스트 안네 소피 무터는 베토벤의 실내악 공연에서 두 개의 대표적인 바이올린 소나타인 ‘봄’과 ‘크로이처’, 그리고 피아노 트리오 ‘유령’ 등을 연주한다(1.30). 요요 마와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그리고 이매뉴얼 액스는 세 번의 연주에 걸쳐 베토벤의 주요 바이올린과 첼로 소나타들, 그리고 피아노 트리오로 관객들을 만난다(3.4·6·8). 이번 축제에서 단연 눈에 띄는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두 악단이 연주하는 두 번의 교향곡 전곡 사이클이다. 베토벤 시대와 가장 근접한 연주를 펼칠 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는 존 엘리엇 가디너가 지휘봉을 잡는다.(2.19~21/2.23·24) 1994년 출시된 그의 베토벤 교향곡 전곡 음반은 “죽은 베토벤을 소환했다”는 평가를 받았을 정도로 커다란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가디너는 독일 음반 비평가 협회가 지정한 올해의 클래식 음악가의 자리에 올랐고, 도이치 그라모폰은 그를 올해의 음악가로 선정했다. 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와 존 엘리엇 가디너의 조합이 베토벤 시대와 가장 근접한 모델이라면, 야니크 네제 세갱이 이끄는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사이클(3.13·20·26/4.3)은 오늘의 베토벤을 가장 잘 대변한다. 대척점에 놓인 두 연주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는 이유는 단순히 이들의 연주가 시대에 사용된 악기를 사용하고, 연주법이 다르기 때문만은 아니다. 세갱은 철저하게 분석하여 하나하나 쌓아 올리며 연주를 풀어가는 스타일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천재성을 무기로 에너지를 이용해 연주자의 역량을 끄집어내는 지휘자다. 베토벤은 그의 이런 장기에 최적화된 작곡가이기에 젊은 시너지가 기대된다. 세갱은 메트 오케스트라와 함께 안네 소피 무터가 연주하는 바이올린 협주곡,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로만스 F장조를 무대에 올린다(6.12). 또 하나의 독특한 프로젝트인 ‘올 투게더’는 9번 교향곡 ‘합창’을 전 세계 10개의 오케스트라에서 원어가 아닌 각 나라의 언어로 불러 무대에 올리는 지역 맞춤형 기획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 지휘자인 마린 알솝은 지난해 12월 상파울루 심포니를 지휘하는 것을 시작으로, 4월에는 런던 사우스뱅크센터, 6월 볼티모어 심포니, 7월 뉴질랜드 심포니, 8월 시드니 심포니, 9월 중국 국가대극원 오케스트라, 10월 빈 방송교향악단, 그리고 11월에는 남아프리카의 요하네스버그 필하모닉과 콰줄루나탈 심포니를 지휘한다. 12월에 열리는 마지막 열 번째 연주는 뉴욕의 젊은 연주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와 250명의 뉴요커로 구성된 합창단이 카네기 홀 무대를 장식하며 프로젝트를 끝맺는다.

함께 기념하는 다양한 부대행사

베토벤 250주년 기념행사는 카네기 홀 밖에서도 다양하게 열린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는 주로 전시와 강의, 그리고 세미나들이 이어진다. 2월 7일에는 박물관 내에 위치한 악기 갤러리에서 베토벤 시대에 실제 사용됐던 내추럴 호른이나 동물의 창자를 꼬아 만든 거트 줄로 된 현악기 등과 같은 악기들을 전시한다. 이 악기들이 현대로 넘어오며 어떻게 변천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세션이 진행된다. 같은 달 27일에는 베토벤의 작품이 처음 연주되던 시대로 돌아가 당시 연주자와 청중들이 경험했을 음악적·기술적·예술적 그리고 사회 환경적인 요인들을 추적해보는 코스가 열린다. 3월 28일에는 런던에서의 베토벤의 행적을 다루는 강의가, 4월 1일에는 세기를 넘나드는 베토벤 교향곡의 음향이 어떻게 변천되어 왔는가에 대한 강의가 펼쳐진다. 링컨 센터에 위치한 공연예술 도서관에서도 눈에 띄는 이벤트들이 열린다. 베토벤 생애의 고통스럽던 마지막 해에 쓰인 현악 4중주 15번의 느린 악장에는 ‘거룩한 감사의 노래’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이와 관련해 레너드 번스타인의 장녀인 제이미 번스타인을 비롯하여 유명 작가와 수필가들이 참여하는 ‘감사’에 관련한 강연이 진행되고, 같은 무대에서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가 해당 작품을 연주한다(1.4). 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는 지난 2017년부터 피아니스트 백혜선과 함께 3중 협주곡을 포함한 6개의 피아노 협주곡 전곡 연주를 이어가고 있다. 올 5월에 2번과 5번을 무대에 올리며 3년간 이어진 프로젝트를 마무리한다. 공연예술 도서관에서는 일반인들을 위한 다양한 기념행사도 열린다. 사전 참가 신청을 받은 아마추어 연주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에게 베토벤의 작품을 함께 연주하며 그의 음악을 경험할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3번과 7번 교향곡의 죽음의 춤곡과 장례 행진곡을 바탕으로 하는 댄스 워크숍도 열린다. 뉴욕 오라토리오 소사이어티는 공연예술 도서관이 보유한, 번스타인과 토스카니니와 같은 저명한 지휘자들의 친필 흔적들이 남겨진 합창 교향곡 총보를 함께 탐구하는 세션을 진행한다. 이전에는 찾아볼 수 없던 온라인 이벤트도 기획됐다. 카네기 홀이 직접 큐레이션한 베토벤의 음반·영상·감상 리스트·라디오 방송 등이 애플 뮤직을 통해 제공된다. 베토벤의 작품들은 애플 뮤직의 라디오를 통해 연중 방송되고, 유명 연주자들로 특화된 감상 리스트도 공개된다.

글 김동민(뉴욕 클래시컬 플레이어스 음악감독) –

 

Belcea Quartet
Photo: Marco Borggreve

United Kingdom
영국, 고풍스럽다

영국에서도 베토벤의 인기는 대단하다. 이는 최근 설문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우선, 영국 클래식 FM이 2019년에 실시한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클래식 음악’이라는 설문조사에서 베토벤의 작품이 스물한 곡으로 가장 많이 선정됐다. 여론조사기관 유고브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베토벤은 영국 출신의 뮤지컬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 다음으로 유명한 작곡가로 조사되었다. 그런 베토벤의 탄생 250주년을 맞이하는 2020년은 그야말로 영국 예술계의 축제 기간이다.

주요 공연장 기획 공연

먼저 클래식 공연장과 상주 오케스트라의 기획공연이 눈에 띈다. 사우스뱅크센터는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1년에 걸쳐 기념한다. 상주단체인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지휘자 블라디미르 유로프스키·바실리 페트렌코·디마 슬로보데니우크 등과 ‘2020 비전’ 프로젝트(2.8~4.1)를 함께한다. 이 프로젝트는 한 공연에서 페테르 외트뵈시·알렉산드르 스크랴빈·장 시벨리우스 등 베토벤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작곡가와 베토벤의 작품을 같이 연주하며, 베토벤의 가치를 되새기기 위해 기획됐다. 한편, 마린 알솝이 지휘하는 영국 내셔널 유스 오케스트라는 특별한 베토벤 교향곡 9번(4.16·18)을 선보인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일반 시민들이 합창단원으로 참여하며, ‘환희의 송가’를 영어로 개사해 부를 예정이다. 바비칸 센터는 베토벤의 다양한 작품을 아우르는 ‘베토벤 250’(2019.9.22~2020.5.28)을 진행 중이다. 상주단체인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사이먼 래틀의 지휘 아래 베토벤 교향곡 7·9번, 오라토리오 ‘감람산 위의 그리스도’를 연주한다(1.15~2.12). BBC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지휘자 리처드 판즈와 함께 베토벤 ‘장엄미사’(3.4)를, 사카리 오라모 지휘·피아니스트 폴 루이스 협연으로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 서곡’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5.7)을 연주한다. 또한 지휘자 존 엘리엇 가드너는 혁명과 낭만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교향곡 전곡을 다룰 예정이며(5.11~16), 지휘자 이반 피셔가 이끄는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안드라스 쉬프는 5월 24일 지난해 11월 29일부터 시작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사이클을 마친다. 한편 ‘베토벤 위켄더(Beethoven Weekender)’라는 축제(2.1·2)가 바비칸센터 전역에서 개최되며, 베토벤 관련 전시·강연·참여 프로그램을 한 번에 즐길 수 있어 관심을 모았다.

활발한 기념 공연 이어지며, 한국 음악가들도 나와

카도간 홀에서는 상주단체인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피에르 발레의 지휘로 피아니스트 엘리자베스 좀바르트와 함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2019.11.5~2020.11.3)을 공연한다. 또한 피아니스트 조재혁·지휘자 한스 그라프가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1번(6.25)을 연주하기도 한다. 위그모어홀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기념하며 피아니스트 조너선 비스(1.26~6.25), 바이올리니스트 제임스 에네스(2.13/6.4), 벨체아 현악 4중주단(3.2~6.7) 등의 무대를 마련했다. 킹스 플레이스에는 바이올리니스트 레이첼 포저(2.20), 피아니스트 프랑수아 프레데리크 기(3. 26)·손열음(3.28) 등이 출연하여 베토벤의 다양한 소나타 및 실내악곡을 선보인다. 영국의 오페라하우스들은 앞다퉈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 ‘피델리오’를 다룬다. 우선, 로열 오페라 하우스(3.2~18)에서는 안토니오 파파노가 지휘를, 토비아스 크라처가 연출을 맡았다. 레오노레 역에 소프라노 리제 다비드센, 플로레스탄 역에 테너 요나스 카우프만이 출연하여 일치감치 매진됐다. 가싱턴 오페라(6.25~7.17)는 존 콕스가 연출한 작품을 제라르 코르스틴의 지휘로 공연한다. 또한, 영국 최고의 오페라 축제인 글라인드본 오페라 페스티벌의 ‘피델리오’(7.26~8.29)는 로빈 티치아티가 지휘를 맡았으며, 오페라 전문 잡지 ‘Oper!’가 선정한 2019 올해의 연출가 프레더릭 웨이크 워커가 참여해 기대를 모은다. 지난 1월엔 베토벤의 오페라 ‘피델리오’의 서사를 차용한 데이비드 랭의 오페라 ‘국가의 죄수(Prisoner of the State)’가 바비칸센터에서 유럽 초연했다. BBC 라디오3은 ‘금주의 공연과 작곡가(In Concert and Composer Of The Week)’ 프로그램에서 베토벤을 집중적으로 분석한다. 1월 13일부터 시작된 이 프로그램에는 다양한 예술가가 패널로 참여하며 25주, 총 125시간 동안 베토벤의 음악과 삶을 다룰 예정이다. 한편, 클래식 FM 또한 존 수셰의 진행으로 52주 동안 베토벤의 음악과 다양한 에피소드를 전할 예정이니, 두 라디오 프로그램을 비교해서 듣는 재미가 있겠다.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이하는 2020년, 풍성한 공연 소식과는 달리 영국을 비롯한 전 세계는 갈라지고 흩어지고 있다. 영국에 울려 퍼지는 베토벤의 음악이 다시 한 번 희망과 화합의 메시지가 되길 바란다.

글 이성우(런던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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