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청년 예술가 25인의 성장보고서 (1)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0년 3월 16일 9:00 오전

대한민국 청년 예술가 25인의 성장 보고서

공연예술계 인큐베이팅 시스템 집중 분석

기획·정리 객석 편집부

 

 

 

미래를 위한 지금의 실행,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국내에는 청년 예술가나 신진 예술가들에게 창작과 공연의 기회를 제공하고, 성장을 도모하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다종다양하게 존재한다. 특히 청년취업 문제가 대두됨에 따라 이러한 사회적 이슈는 예술계에서 청년세대의 환경을 돌아보게 했고, 각 시·도의 문화재단이나 공연장, 예술단체들은 이러한 시류에 걸 맞춰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마련과 운영에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예술가 25인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체험기를 읽어보면 지원주체는 물론 프로그램 종류와 지원 방식이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대학 졸업과 유학 후, 포기하고 싶진 않았지만 기회가 늘상 없던 A에게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사회 진출을 위한 작은 발판이 되었다. B와 C에게는 밀실에서 갈고 닦은 에너지를 광장에서 여러 사람과 교감하고 나누는 자원이 되었다. 특히 홀로 작업하고 결국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작곡가나 극작가에게는 더욱 그러했다. D에게는 제작비의 보탬이 되어 상상만 하던 무대를 현실화할 수 있었고, 작품을 구상하되 진행 속도가 남들보다 4~5배나 느린 E에게는 작품 리서치를 위한 구상 과정에도 지원금이 지급되어 조금은 편하게 그 과정을 버틸 수 있었다. 세계적인 예술가에게 멘토링을 받고 싶었던 F는 지원기관의 섭외를 통해 몇 번의 수업과 레슨을 받을 수 있었고, 공연의 기획부터 발표까지 그리고 그 과정에 필요한 예산계획부터 정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고 미숙한 G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공연장 담당자들로부터 노하우를 배우기도 했다. 특정 소재에 집중하여 그 소재를 바탕으로 자신의 예술관과 작품을 특정화하고 싶어하던 H는 보통 1년 단위로 진행되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의 다년(2~3년) 트랙에 선정되어 긴 호흡으로 작품제작에 몰두하여 깊이를 다졌고, 연출가를 꿈꾸는 극단 배우 I와 안무가를 꿈꾸는 무용단원 J는 발굴 시스템을 통해 연출가와 안무가로 등단하는 계기를 갖기도 했다. 해외 극장이나 예술단체에 진출하고 싶은 K에게는 지원 기관과 연계된 해외 극장 네트워크를 타고 그 과정을 체험하여 무엇을 준비하고 어떤 길을 걸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작품은 잘 만들지만 대중과 시장에 진열하지 못하던 L은 지원기관의 홍보지원 시스템을 통해 자신과 작품을 보다 널리 알릴 수 있었다. 이처럼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은 다양한 방식으로 신진·청년 예술가와 접속되고 있다. 이러한 기능과 움직임은 ‘현재의 실전’과 ‘미래의 예술계’를 위한다는 대전제 하에 부지런히 확장·확대 중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있다. 신진이나 청년 예술가들을 향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은 ‘다액소건’보다는 ‘소액다건’을 추구하며 ‘기회의 땅’을 제공한다. 하지만 인큐베이터로 들어가기 위한 심의과정조차 통과하지 못 하거나, 지원주체로부터 선택되지 못한 젊은 예술가들은 더 이상 갈 곳도 설 곳도 없다는 좌절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번 특집을 계기로 많은 예술가의 인큐베이터 체험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내놓은 말과 단어는 함축하면 ‘지속성’이다. 사실 지속성은 신진과 청년 예술가를 대상으로 인큐베이팅 프로그램 외에도 국내 예술계가 가장 필요로 하는 ‘시간적 에너지’이자 한편으론 가장 취약한 행정부분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사업들은 1년을 주기로 시작하며, 장기간 지속한다 하여도 용두사미식으로 시작과 끝의 에너지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 사업의 지속성도 중요하지만 인큐베이터에 들어온 예술가들과 함께 호흡하며 소통하는 담당자의 열정과 그 지속성도 중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모았다.

한편,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을 통해 성장의 자양분을 흡수한 예술가의 시선과 달리, 청년 지원사업이라는 사회 유행에 무임승차하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이 점차 많아지는 것을 우려하는 이들도 많다. 종류도, 실행기관도 너무나 많아져서 각 프로그램과 사업이 차별성을 잃고, 청년 예술가들도 이처럼 많아진 자원을 너무나도 쉽게 수혜하면서 예술적 긴장감을 잃었다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인큐베이팅 프로그램들을 열심히 연구하여 차별점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래서 담당자들 간의 지속적인 네트워크와 합의를 도모하는 장이 필요하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들은 “올해는 소극장에서 작품을 올린 예술가가 차년에는 이를 더욱 발전시켜 중극장인 너희 극장으로 갈 수 있도록 하자”라며 단계별 연계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오늘날의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는 이 같이 여러 장단점이 겹쳐져 있다. 청년 예술가 25인의 인큐베이터 체험기는 오늘날의 지원사업들을 파악할 수 있는 ‘지도’이자, 향후 부각하고 지속해야 할 장점을 위한 ‘참고서’이다. 그리고 이들의 연대기 중 한부분을 차지할 ‘젊은 날의 초상’이기도 하다.

글 송현민(편집장)

 

청년 예술가 인터뷰 리스트

신동훈 작곡

최재혁 지휘·작곡

공혜린 작곡

김유원 지휘

김성진 지휘

양인모 바이올린

김동현 바이올린

장경욱 베이스

강효형 안무·무용

송정빈 안무·무용

최민선 안무

장혜림 안무

정수동 안무

김한솔 극작

신유청 연출

신해연 극작

윤성호 극작·연출

김소라 타악

김지효 가야금

이고운 작곡

이나연 피리

정원기 작곡

한솔잎 철현금

김지수 극작·연출·배우

정정윤 수화예술

 

 

클래식 음악 부문 CLASSICAL MUSIC 가능성에서 지속성으로 

 

클래식 음악 인큐베이팅 사업은 크게 연주와 창작으로 나누어볼 수 있다. 먼저 한국 클래식 음악 인큐베이팅의 선사례로 대표되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연주자의 등용문인 동시에 그들의 성장 과정에 동반한다. 1998년부터 시행한 금호영재콘서트를 비롯해 금호영아티스트·영체임버콘서트·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금호악기은행·마스터클래스를 통해 음악영재를 발굴·육성하고, 라이징스타·금호아티스트·젊은예술가의 초상·상주음악가 등 ‘아름다운 목요일’ 시리즈를 통해 그들이 전문음악가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금호 월드오케스트라 시리즈는 젊은 연주자들의 세계무대 진출을 지원하고, 30세 이하의 전도유망한 젊은 클래식 기악 연주자에게 ‘금호음악인상’을 수여하며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국내 유일의 오페라 전문 제작극장인 대구오페라하우스는 오페라 전문가수 육성에 집중한다. 대구국제영아티스트오페라축제와 오펀 스튜디오, 대구오페라어워즈(DIOA), 해외극장 진출 오디션까지 교육에서 실제 무대로 이어지는 다양한 길을 제공함으로써 젊은 성악인재 발굴 및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서울시향·경기필하모닉·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등 국내 여러 국공립 오케스트라에서는 창작과 연주의 지원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서울시향은 과거 진은숙 작곡가가 주도했던 작곡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했고, 정명훈·피셔·슈텐츠·벤스케가 멘토로 참여한 지휘 마스터클래스는 부지휘자의 등용문이 되었다. 경기필은 재능기부사업의 일환으로 지휘·작곡 마스터클래스(35세 이하)를 개최한다. 프로 지휘자와 작곡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전문 연주단체와의 실전 무대는 ‘경험의 장’이 된다. 2014~2017년까지 상주작곡가 제도를 운용했던 코리안심포니는 2018년부터 ‘넥스트 스테이지’를 통해 차세대 지휘자를 발굴했다. 특히 젊은 지휘자에게 프로그램 기획부터 리허설, 공연까지 전 과정을 맡긴다는 점이 흥미롭다.

창작자를 지원하며 새로운 레퍼토리 개발에 주력하는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서울시오페라단 ‘세종 카메라타’는 한국 창작 오페라 콘텐츠 개발을 위해 작곡가·작가·성악가들이 뜻을 모아 2012년부터 시작한 창작 워크숍이다. 2013년부터 통영국제음악재단 주한독일문화원이 공동추진하는 아시아 작곡가 쇼케이스는 아시아의 현대음악 작곡 활동을 후원하는 프로그램으로 공모를 통해 선정된 작곡가들의 작품은 통영국제음악제를 통해 실연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와 ‘공연예술창작산실’을 통해 창작부터 제작, 유통까지 전 단계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음악 부문의 ‘오작교프로젝트’와 ‘지속연주지원’ 사업은 지원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성’을 가질 수 있도록 마련한 사업이다.

 

 

작곡 신동훈 서울시향 작곡 마스터클래스/통영국제음악재단 아시아작곡가쇼케이스

2007~14년까지 매년 참가한 서울시향 작곡 마스터클래스는 진은숙 작곡가와의 레슨은 물론 정상급 오케스트라·지휘자와 자신의 곡을 리허설해 볼(리딩세션) 드문 기회였고, 2013년에 지원해 대상을 받은 아시아작곡가쇼케이스는 독특한 구성의 앙상블을 위한 곡을 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두 사업 모두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에서 답답하던 시절 많은 도움이 되었다. 이후 해외 활동에도 도움이 되었는데, 리딩세션을 통해 만난 프랑수아 자비에 로트(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 음악감독·런던 심포니 수석객원지휘자)와의 인연으로 2019년 런던 심포니로부터 위촉받은 ‘카프카의 꿈’을 바비칸에서 초연했다. 같은 곡을 올해 오스모 벤스케/서울시향이 아시아 초연하고, 내년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가 독일 초연한다. 2011년 마스터클래스에서 만난 페테르 외트뵈시는 지금도 멘토로서 많은 지원과 조언을 해주고 있으며, 올해 초 카라얀 아카데미 오케스트라 위촉작인 ‘쥐와 사람의(Of Rats and Men)’를 함께 초연했다. 올해 통영국제음악제에서도 아시아 초연된다(p.82 참고). 진은숙 작곡가의 추천으로 LA 필하모닉에서 대편성 오케스트라 곡을 위촉받아 내년 5월 초연할 예정이다.

‘현장 경험’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현재 내가 유럽에서 작곡가로 활동하며 주로 오케스트라와 작업을 하는 데에는, 앞서 언급한 경험들이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

 

지휘·작곡 최재혁 경기필하모닉 작곡·지휘 마스터클래스/서울시향 작곡 마스터클래스

경기필 작곡·지휘 마스터클래스(2016년 지휘, 2017년 작곡 부문 참가)는 두 분야가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네트워킹에 좋은 기회이고, 또 무대까지 마련해 준다는 장점이 있다. 작곡 부문에 참가한 학생의 창작품을 지휘 부문에 참가한 지휘자가 직접 연주하는 식이다. 단원들의 코멘트도 직접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고. 한면 서울시향 마스터클래스는 해외 유명 음악가들과 만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페트르 외트뵈시와의 만남이 나를 지휘의 길로도 이끌었고, 이후 해외 활동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대가와의 만남과 실제 무대 경험, 이 두 가지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목표를 두고 꾸준히 이루어진다면 더 좋은 인큐베이팅 프로그램들이 탄생할 것 같다. 더불어 이미 활동하고 있는 사람들보다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기회가 주어졌으면 한다.

 

작곡 공혜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외

예전에는 지자체에서 해당 지역의 특수성에 맞는 대본으로 음악을 공모했고, 국립오페라단도 개별적인 사업을 진행했는데, 이제는 대부분 없어지거나 공개 공모의 방식이 아니여서 창작산실이 신진작곡가로서 오페라 영역에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2019년 창작산실 오페라 부문에 선정되어 오페라 ‘까마귀’를 작곡했다(p.102 참고). 작가와 작곡가가 한 팀으로 쇼케이스 일정에 맞추어 극을 완성하고 오페라단을 섭외했고, 심사위원과 관객, 전문가의 심사를 받는 쇼케이스 결과에 따라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무대에 오르게 됐다.

이 외에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부천문화재단 청년 예술가S·한국예술종합학교 뮤지컬아카데미·경기문화재단 청년예술인 자립준비금 사업에 참여했다. 각각 교육과 멘토링과 지원금과 무대경험을 지원한다.

인큐베이팅 사업은 미래를 위한 투자다. 사업의 혜택을 받은 예술가에게 언젠가 나올 멋진 ‘한 획’을 위해 지속적이면서도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 필요하다. 종이 위의 음표가 무대 위에서 살아 숨 쉬는 음악이 되는 것은 작곡가에게 큰 성장 동력이 되기 때문에 무엇보다 공연의 기회가 중요하다.

 

지휘 김유원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넥스트 스테이지

‘넥스트 스테이지’의 경우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연주회 전체를 지휘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에 큰 무대 경험을 쌓을 좋은 기회다. 지휘 전공 학사학위 이상을 취득하거나 상응하는 경력의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있기 때문에 해외에서 오래 공부했지만, 그에 비해 국내 무대 경험이 많지 않은 젊은 지휘자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레퍼토리 선정부터 다섯 번의 리허설과 연주까지 전 과정을 경험하며 정치용 예술감독의 피드백도 받았고, SNS 홍보 영상 촬영·언론사 인터뷰 등 코리안심포니 홍보마케팅팀의 전문적인 지원을 통해 나를 알릴 기회도 있었다. 이는 국내의 오케스트라 섭외로 이어져 올 하반기 여러 시향과 연주하게 됐다. 또 당시 연주 영상을 해외 콩쿠르나 쇼케이스 지원에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를 통해 4월 미국 오케스트라 협회에서 주최하는 젊은 지휘자 쇼케이스에 선발됐다. 해외 지휘자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으로는 LA 필의 ‘두다멜 펠로우십’이나 아스펜 음악제 지휘 아카데미 등이 있는데, 모두 실제 무대 경험이나 네트워킹에 중점을 두고 있다.

 

지휘 김성진 경기필하모닉 지휘 마스터클래스

다른 음악 전공자에 비해 지휘는 연주 경험을 쌓기가 쉽지 않다. 경기필은 시향 단위로는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젊은 지휘자들에게 오케스트라를 경험하고 함께 작업할 기회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 지휘를 공부하고, 지휘자의 꿈을 가진 사람이라면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될 기회다. 먼저 영상 심사를 통해 5명의 지휘자를 선발하고, 이후 35분의 오케스트라 리허설 과정을 통해 2명의 우수지휘자를 선발한다(단원 전체를 대상으로 투표). 그 2명은 3일 동안 경기도문화의전당 대극장에서 열리는 파이널 콘서트를 위해 리허설을 진행하며 정나라 부지휘자의 지도를 받고, 이중 최우수 지휘자에게는 경기필 투어 중 객원 지휘의 기회가 제공된다. 프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즉각적인 피드백이 큰 도움이 된다. 이 외에도 국내에서는 정몽구 장학재단 등 여러 장학재단에서 문화예술 인재들을 후원하고 있다. 인큐베이팅 사업은 젊은 예술가들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하는 일이므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바이올린 양인모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상주음악가 외

한번 맺은 인연을 기회로 계속해서 또 다른 길이 열린다는 점이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인큐베이팅 사업의 장점이다. 초등학교 5학년, 국내 음악가들에게 통과의례와도 같은 금호영재콘서트 오디션을 봤다.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 이후에는 재단 측에서 먼저 적극적으로 홍보해주었고, 라이징스타 시리즈를 거쳐 2018년 상주음악가로 선정됐다. 상주음악가로 총 5번의 연주를 했고, 첫 음반도 냈다. 모든 프로그램은 재단 측의 전적인 지원 아래 직접 구성했으며 이를 통해 기획 능력도 향상되었다.

금호의 사업은 상업적인 면보다 교육적인 성향이 더 강하다. 항공권 지원과 같은 재정적 지원을 비롯해 젊은 연주자들이 실제 무대를 이어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를 해준다. 더욱 많은 실내악 기회와 다양한 청중과의 만남이 조금 더 어린 아티스트에게 주어진다면 더 좋을 것 같다. 인큐베이팅 사업은 젊은 예술가들에겐 ‘기회’이다. 자신만의 색채를 가진 성숙한 음악가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 같다.

 

바이올린 김동현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금호 악기은행 외

금호영재콘서트·영아티스트·악기은행, 그리고 예술의전당과 함께 주관한 영재캠프&콩쿠르에 참가했다. 영재콘서트·영아티스트는 연주자의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공인된 출발점이고, 악기은행은 국제콩쿠르나 연주 활동을 위해 악기가 절실한 사람에게 필요하다. 꾸준히 연주할 무대를 마련해주고, 홍보해준 부분이 가장 좋다. 또 재단을 통한 외부의 섭외 요청도 있어 많은 활동에 기반이 되었다. 이 외에도 어린 연주자들에게 4년간 장학금 형태의 지원금을 주는 ‘신한음악상’에 선정되었다. 독주회·해외학교 방문·마스터클래스·연주·수상자들 간의 네트워크로 발생되는 시너지가 크다. 클래식 음악 인큐베이팅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연주자의 성장을 끝까지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함께하는 ‘지속성’, 커리어를 쌓아가는 데 필요한 전문적인 ‘멘토링’이다.

 

베이스 장경욱 대구오페라하우스 오펀 스튜디오

유학을 거치지 않고도 오페라 무대에 설 수 있고, 베이스 연광철과 소프라노 김영미 등 유명 성악가들에게 받는 마스터클래스는 물론 무엇보다도 독일의 베를린·함부르크 등 유명 오페라극장과 네트워크를 통해 유럽 극장에 설 기회가 주어진다. 오펀 스튜디오에선 보컬코치·대본분석·연기 수업·외국어(독일어) 등을 배운다. 예비반을 거쳐서 선발반이 되면 무대에서 주·조역으로 활동하게 되고, 대본분석반은 작품을 선정하여 가사는 물론 작품 배경과 지식, 쉽게 접할 수 없는 숨겨진 스토리를 배운다. 연기 수업은 음역대에 맞는 배역을 선정받고 연출가와 작품을 실제로 준비한다. 주한독일문화원(괴테인스티튜드)과 함께 하는 외국어 수업을 통해서는 자격증도 주어진다. 유학 준비생들에겐 언어 교육을 통해 현지 적응에 도움을 주고, 유학 후 귀국한 이에겐 오페라 성악가로서 커리어를 쌓을 기회다.

2019년에는 이탈리아 페자로 로시니 오페라페스티벌의 아카데미에 참가했다. 로시니의 작품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축제인데, 이탈리아·독일·미국·포르투갈·러시아에서 온 동료들과 수업을 받았다. 올 9월부터 2년간 드레스덴 젬퍼오퍼 오펀 스튜디오 장학생으로 활동할 예정이다.

 

 

김소현(통영국제음악재단 예술기획부 기획팀장) 클래식 음악 인큐베이팅은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으로 갈린다. 연주자를 위해서는 매니지먼트라는 전문적 영역이 존재하고, 기업 등의 후원도 많지만, 창작 음악은 국가적인 지원 없이는 힘들다.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지만, 당장 상업적 이익으로 이어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속적인 정책을 두고 진득하게 지켜보아야 한다. 다행히도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창작 음악에 대한 다양한 지원이 존재한다. 이를 계속 밀고 나가는 뚝심이 필요하다.

김수정(대구오페라하우스 홍보마케팅 팀장) 예산·관객 등 여러 부분이 극장을 운영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실제 무대에 오르는 아티스트 또한 여기에 포함된다. 수많은 음악 전공생들이 실제로 공부를 마치고 무대에 오를 수 있는 비율은 높지 않다. 극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공적 자금을 통해 아티스트를 키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신진 아티스트들을 계속해서 무대에 수혈하고, 이를 통해 순환을 이뤄가야 한다.

노승림(문화정책과 박사·음악 칼럼니스트) 인큐베이팅을 교육 단계와 직업 연주자 사이의 단계로 본다면, 연주자들에게는 그 중간 단계가 있다고 보기 힘들다. 따라서 오케스트라에 대한 사업보다 작곡가를 위한 지원 사업이 많다. 작곡가에게 인큐베이팅은 무대에 자신의 작품을 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위촉은 주로 중견 작곡가에게 돌아가고 있다. 오케스트라나 실내악 등 그룹의 단위로 본다면 해외의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아카데미·카라얀 아카데미 등을 예로 들 수 있으나 국내에선 찾아볼 수 없다. 첫째는 솔리스트 위주의 교육 시스템을 들 수 있고, 둘째는 기성세대의 교체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을 위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을 외치기보다는 기성세대에게 제2의 인생에 대한 방향을 제시해줌으로써 선순환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이지영(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음악사업팀 과장) 한 명의 영재가 성장해 유수 오케스트라의 협연자가 되기까지 큰 크림을 그린다. 그 과정에서 각자 가고자 하는 방향과 실력에 따라 홍보·재정·멘토·매니지먼트 등 필요한 것들을 지원해주는 것이다. 젊은 음악가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면 결국 무대와 관객이다. 아티스트를 키우는 것만큼 관객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기획이 동반되어야 한다.

글 이미라 기자

 

 

무용 DANCE 전문성과 다양성을 끌어안다

 

국내 무용 인큐베이팅 사업은 크게 전문 지원 기관(한국문화예술위원회·서울문화재단 등) 사업과 국공립 단체(국립발레단·국립현대무용단·국립무용단 등)의 지원 프로그램으로 나눠 볼 수 있다. 각각 ‘다양성’과 ‘전문성’이란 키워드로 대표성을 띤다. 공공기관의 지원사업은 범 무용계를 상대로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열려있지만, 심사위원·멘토 구성에 따라 성과의 차이가 크다. 전문직업단체의 경우에는 행정이나 재원 조성은 탄탄하지만, 지원할 수 있는 인원이 적다는 아쉬움도 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공연예술 전 분야에 걸쳐 단계별 인큐베이팅 사업을 마련한다. 만 35세 이하의 차세대 예술가의 소재 확장과 아이디어 실현을 과정을 지원하는 ‘한국예술창작아카데미’와 제작부터 유통까지 단계별로 지원하는 ‘공연예술창작산실’ 등이 있다. 두 사업 모두 예술 전반에 걸친 지원으로 창작자 사이의 더욱 넓은 네트워킹 및 교류 활동이 가능하다. 서울문화재단에서는 ‘dot’이란 이름으로 무용 분야 유망예술지원사업을 시행 중이다.

국립발레단은 KNB 무브먼트 시리즈를 통해 발레단 내 안무가 육성을 지원하고 있으며, 국립현대무용단은 지속가능한 무용 레퍼토리 발굴을 위해 안무공모 프로젝트 ‘스텝업’을 마련했다. 해외 단체와의 안무 교류 프로젝트 또한 세계무대로의 발판이 되고 있다. 이 외에도 국립무용단 ‘넥스트 스탭’, 한국발레협회 ‘서울국제발레축제’, 예술의전당에서 개최되는 ‘대한민국발레축제’ 등 다양한 인큐베이팅 사업이 진행 중이다.

 

 

안무·무용 강효형 국립발레단 KNB 무브먼트 시리즈 1·2

프로그램 첫해에 ‘요동치다’(2015)로 데뷔, 이듬해 ‘빛을 가르다’(2016)를 후속작으로 선보였다. 첫 작품으로 독일 ‘넥스트 제너레이션’에 출연했고, 2017년 브누아 드 라 당스 안무가 부문 후보에 오르며 갈라 공연을 선보였다. 그것을 계기로 칠레 안무가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신작 ‘Shape of Panthers’(2018)를 공연했다. 지난해 서울국제발레축제(K-Ballet World) ‘월드발레스타 갈라’에 초청되기도 했다. 국립발레단이라는 단체와 강수진 예술감독의 네트워킹이 함께 작용해서 낳은 결과다.

KNB 시리즈를 통해 안무가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줄 수 있었고, 이후 국립발레단에서 전막 작품 ‘허난설헌-수월경화’(2017)와 ‘호이 랑’(2019)을 안무했다. 개인의 창작성을 중시해 별도의 안무 지도는 없으나, 국립발레단의 재원활용(무용수·공간 섭외)은 무척 큰 힘이 된다. 행정적인 부분(기획·홍보팀)이 갖추어져 있어 오직 안무에만 집중할 수 있다. 안무가로서 공식적인 데뷔 무대가 될 수 있고, 이후 갈라콘서트 등으로 재공연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장점이다. 시스템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한국 내에서 창작의 길을 걸어가는 입장으로서 창작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조금 더 아쉽다.

 

안무·무용 송정빈 국립발레단 KNB 무브먼트 시리즈 2~5

첫해에는 무용수로, 2회부터는 안무가로 참여했다(차례로 ‘흉터’ ‘잔향’ ‘포모나와 베르툼누스’ ‘아마데우스 콘체르트’). 보통 여름에 공연하는데 사실상 준비 기간은 열려있다. 발레단 내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댄서 섭외 등 여러 가지 준비를 미리 시작할 수 있다. 3월경 마인드맵이 담긴 서류를 내고, 중간 체크로 공연 2~3달 전 단장님 참석 하에 쇼케이스를 연다. 이후 전체 리허설을 거쳐 무대화된다. 15분 내의 안무라 부담이 없을뿐더러 안무가의 개성과 창작을 믿고 지원하는 방식이다. 다만 시대와 관객이 달라지는 만큼 이전 작품을 다시 공연해 보는 기회가 더 있으면 좋겠다. 원래 안무에 대한 꿈은 없었으나 이를 계기로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다. 올해 국립발레단 ‘해적’의 안무도 맡으며 무용수 이후의 삶에 대해서도 새롭게 생각할 수 있었다.

현재 국내 실정에서는 ‘지원금’이 인큐베이팅 사업에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 같다. 무용수 섭외에 대한 지원과 관객을 모으는 데에도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안무 최민선 국립현대무용단

스텝업 기존의 작품을 발전시켜 레퍼토리화 하고 유통한다는 취지와 목적이 통해서 2016년 국립현대무용단 ‘안무랩’에 선정되었던 ‘여집합 집집집 합집여’를 ‘여집합_강하게 사라지다’로 심화했다. 서류심사와 쇼케이스, 인터뷰 심사를 통해 5팀 중 최종 한 팀만 선정됐고, 이후 비공개 쇼케이스를 열어 작품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 외에는 홍보를 위한 언론 인터뷰와 일반 관객을 위한 워크숍 진행 등을 했다.

단체의 큰 시스템 안에서 작업에만 몰두 할 수 있었고, 금전적 지원뿐 아니라 각 분야의 스텝들의 전폭적인 배려가 도움이 되었다. 여러 번의 쇼케이스와 멘토링을 통해 작업방향에 대한 확신을 얻는 것은 물론, 우리 무용단(최강프로젝트)과 작품을 대중적으로 알리는 효과가 있었다. 4월에는 처음 쇼케이스부터 심사에 참여했던 에어로웨이브즈 스프링포워드 디렉터 존 애쉬포드의 초청으로 크로아티아에서 공연한다.

안무가 인큐베이팅 사업에서는 저마다의 방향에 맞는 멘토링이 중요하다. 멘토링이란 명목으로 방향성을 강요당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심사위원과 멘토의 역할이 불분명할 때 힘의 구조로 움직이게 되는 위험한 지점도 유의해야 한다.

 

안무 장혜림 국립현대무용단 스웨덴 커넥션 II

스웨덴 스코네스 댄스시어터와의 안무 교류 프로젝트 중 한국에서 안무가를 파견하여 작업하는 ‘스웨덴 커넥션 II’에 참여했다. 스웨덴 무용수들과 함께 신작 ‘제(祭)’를 제작했다. 무용단 내부에서 함께 생활하며 관객·사회와의 소통 등 단체 운영방식이나 작업방식에 대해 공부할 수 있었고, 하나의 작품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그 과정과 태도 등도 경험할 수 있었다. 현지 통역이 마련되었고, 의상·조명 등 작업을 위한 모든 외적인 부분이 모두 충족되었다.

이전에 ‘차세대안무가클래스’(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최·한국공연예술센터 주관의 아르코공연예술인큐베이션)에 참여했는데, 그것이 자양분이 되어 지속적인 활동을 이어갔던 것처럼, 이번 스웨덴 커넥션을 계기로 이탈리아 오페라에스타테 페스티벌에 초청됐다. 공공 지원사업과 전문단체의 지원 모두 도움이 되었다. ‘차세대안무가클래스’의 다양한 수업을 통해 안무가로서의 역량을 다졌다면, 이때의 경험이 지금의 꽃으로 피어난 것 같다.

 

안무 정수동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창작산실

창작자에게 공연 제작을 위한 극장·예산·홍보에 있어 유리한 이점을 갖춘 프로그램이다. 과거에 소극장 작품들을 출품하며 예산과 장소에 대해 겪었던 여러 문제점이 본 프로그램을 통해 해소됐다. 예산의 폭이 커 작품을 위한 상상력도 확장할 수 있었고. 이번 사업을 통해 ‘이 사회 안에 군림하는 존재들의 이야기’를 담은 ‘군림’을 선보였다. 작품이 올라가기까지 1차 서류, 2차 쇼케이스 심사, 그리고 최종 공연까지의 리서치 과정을 거쳤다. 그 과정들을 통해 작품의 방향성을 재검열했고, 많은 고민과 창조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젊은 안무가에게 이러한 지원은 본인이 상상하는 무한의 세상을 표현할 수 있게 한다. 2016년 국립현대무용단의 초청 안무가로 활동하고, 2017년 서울문화재단 유망예술지원사업인 ‘dot’에 선정되어 2년 연속 지원을 받았다. 올해 ‘창작산실’까지 경험하며 느낀 것은 공간 지원과 국공립단체의 홍보력, 향후 지속적인 관리가 인큐베이팅 사업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해의 신작’이 ‘올해의 레퍼토리’로 연계되는 것처럼, 매년 새로운 창작자와 작품이 쏟아졌다 사라지기를 반복하지 않길 바란다.

 

 

 

 

 

문애령(무용평론가) 많은 해외 교류를 통해 창작자의 수준이 이전에 비해 높아졌으나, 아직은 모방에 가깝다. 그것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창작자가 더 늘어나야 하고, 그것을 알고 높이 평가해줄 사람 또한 많아져야 한다. 세계 무용계의 흐름과 무용 사조 등에 대한 지식적 함양과 교류를 통해 심사위원과 참가자, 관객이 공유하고 교감할 수 있는 부분이 높아져야 지원 사업들이 같은 비용으로도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심정민(무용평론가) 전문 지원 기관은 다양한 무용가를 뽑을 수 있는 여지는 있으나, 멘토 구성에 따라 성과의 차이가 크고, 국공립 단체는 멘토링은 강하나 지원할 수 있는 인원이 한정적이다. ‘창작산실’이나 ‘차세대열전’의 경우 신진보다는 이미 자리를 잡은 아티스트가 많이 참여하고 있다. 따라서 어느 정도 수준이 보장되고, 기성 안무가에게 재기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한편, 무용 인구와 비교해 인큐베이팅 사업이 많아 발생하는 문제점도 있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데뷔하는 신진이 늘었고,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가 모호해지며 전반적으로 수준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정옥희(무용 칼럼니스트) 다른 나라에 비해 안무가에 대한 지원은 상당히 많지만, 대부분의 지원이 신인에게 집중돼 있고, 중·장년 예술가들의 지속적인 무대에 대한 지원은 적다. 결국 전반적인 복지를 다루는 공간적·제도적 인프라가 필요하다. 그때그때 작품 활동을 위한 지원금을 주기보다는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공도서관 같은 플랫폼을 마련해야 한다. 규정은 최소한으로 두고, 누구나 두드릴 수 있고 마음껏 놀 수 있는 무대를 펼쳐준다면 더욱 창조적인 결실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글 이미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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