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각축장, 올해도 치열하다

‘신인 배출구’로서 콩쿠르 위상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빼곡히 기록된 콩쿠르 역사는 음악가들의 ‘젊은 날’이기도 하다. 그리하여 콩쿠르는 젊은 날의 특권이자 영광이라고 할 수 있다. 콩쿠르는 주최 도시의 특수성을 오롯이 반영하고 있다. 2020년에는 어떠한 도시에서, 어떠한 콩쿠르가, 어떠한 스타 연주자를 배출할까? 올해 진행될 주요 음악 콩쿠르를 소개한다

글 객석 편집부

INTRO

앞으로 펼쳐질 환희와 감동 앞에서

1974년, 김포공항에서 서울시청까지 국가적 차원에서 진행된 카퍼레이드 주인공은 제5회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2위에 입상한 21세 정명훈이었다. 우승이 먼 꿈이었을 뿐, 2·3위 입상은커녕 출전과 결선 진출만으로도 국내 언론이 뜨거워지던 때였다. 과거 ‘출전’과 ‘입상’에만 그친 해외 콩쿠르에서 오늘의 청춘들은 ‘우승’과 ‘석권’의 타이틀을 따온다. 1993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개원 이후에는 ‘토종’이라는 말도 유행했다. 해외 유학을 거치지 않고 국내 교육만으로 승부를 내던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로 손꼽힌다. 1995년 1차 예선 진출자 중 한국인은 한 명도 없었던 콩쿠르에 2011년 그 수는 22명에 달했다. 벨기에 국영방송은 전문가들을 한국에 파견하여 ‘한국 클래식의 수수께끼’라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도 했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뒤인 2120년, 서양음악사 책에는 이런 문구가 나올지도 모르겠다. “한국은 더 이상 클래식 음악의 변방이 아니라 새로운 중심국이 되었다.” 그 문장을 지금의 청년 음악가들이 암암리에 쓰고 있는 중이다. 콩쿠르 입상 붐이 일자 다양한 분석도 나왔다. 부모의 높은 교육열을 원인으로 꼽는 ‘클래식 맹모삼천지교론’, 유럽 클래식 음악 문화가 노년기에 접어들고 한국과 아시아가 그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클래식 새 시장론’, 기교 전수의 예술교육에서 창의성을 중시하는 분위기로 전환하고 있는 유럽과 달리 한국은 여전히 기교 전수와 연마에 힘쓰고 있기에 입상이 가능하다는 ‘예술교육 변동론’ 등. ‘객석’은 올해 진행될 주요 콩쿠르를 특집 기사로 준비했다. 우승의 트로피를 거머쥔다는 점에서 올림픽과 콩쿠르는 비슷해 보인다. 하지만 화려한 우승 이후 서서히 은퇴를 준비하는 스포츠 스타와 달리 음악가는 콩쿠르 우승 이후 또 다른 성장과 성숙의 길을 닦아야 한다. 무르익음의 과정이다. 그래서 콩쿠르는 성숙을 위한 여러 관문 중 하나일 뿐이다. 때로는 우승의 영광 이후 슬럼프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위너의 ‘화려한 등장’에 환호하기보다 더 높은 단계와 다른 차원으로 한국의 음악사를 진화시킬 새 얼굴의 등장을 지켜보고 응원해야 한다.

글 송현민(편집장·음악평론가)

 

2020 콩쿠르 리스트

• 서울국제음악콩쿠르 • 제주국제관악콩쿠르 •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 시즈오카 오페라 콩쿠르 • 앨리스 앤 엘레노어 쇤펠드 콩쿠르 • 쇼팽 콩쿠르 • 프라하 봄 콩쿠르 • 에네스쿠 콩쿠르 •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 ARD 콩쿠르 • 비오티 콩쿠르 • 부소니 콩쿠르 • 제네바 콩쿠르 • 리스트 콩쿠르 • 트롬프 타악기 콩쿠르 • 마리아 칼라스 콩쿠르 • 베토벤 콩쿠르 • 오를레앙 콩쿠르 • 리옹 콩쿠르 • 그랑프리 드 샤르트르 오르간 콩쿠르 • 시벨리우스 콩쿠르 • 몬트리올 콩쿠르 • 클리블랜드 콩쿠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콩쿠르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국제음악콩쿠르 세계연맹

유네스코 산하 기구인 국제음악콩쿠르 세계연맹(World Federation of International Music Competitions, 이하 WFIMC)은 1957년에 설립되어 스위스 제네바에 근거를 두고 활동 중이다. WFIMC는 세계 국제음악콩쿠르를 대표하고, 주요 서비스와 지침으로 콩쿠르를 지원하는 등 클래식 음악계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현재 전 세계 40개국 120여 개의 콩쿠르가 멤버로 가입되어 있으며, 가입된 콩쿠르에 대한 정보는 WFIMC 홈페이지를 통해 간편하게 찾아볼 수 있다. wfimc-fmcim.org

PART1 | COMPETITION WORLD MAP
아시아

한국 서울국제음악콩쿠르 seoulcompetition.com SEOUL INTERNATIONAL MUSIC COMPETITION

올해로 16회를 맞은 서울국제음악콩쿠르. 한국인 참가자에게는 세계를 향한 관문이, 외국인 참가자에는 한국과의 접점이 되는 콩쿠르다. 바리톤 김주택(2007·2013)·이응광(2010)·김기훈(2016),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2009)·이지윤(2012), 피아니스트 한지호(2014) 등이 이 콩쿠르 출신이다. 2015년 쇼팽 콩쿠르에서 2위를 차지한 샤를 리샤르 아믈랭(2014)은 서울국제음악콩쿠르를 통해 한국과 인연을 맺은 바 있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는 1996년 동아일보 창간 75주년을 기념하며 ‘동아국제음악콩쿠르’로 출범했다. 첫해 피아노 부문, 이듬해 바이올린 부문이 열렸으나 이후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중단됐다. 2007년부터 서울시·동아일보가 공동 주최하며 지금의 명칭으로 재개되고 있다. 매년 피아노·바이올린·성악 세 부문이 번갈아 개최되며, 우승자에게는 5만 달러(한화 약 6,0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진다. 제1회 서울국제음악콩쿠르(전 동아국제음악콩쿠르) 우승자는 이스라엘 출신의 피아니스트 아비람 라이케르트(1971~). 그는 이듬해 1997년 반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3위에 입상하기도 했다. 콩쿠르가 열린 첫해에는 1위부터 5위까지 해외 참가자가 차지했고, 권민경이 6위에 올랐다. 그 역시 줄리아드 음악원과 커티스 음악원에서 수학한 ‘해외파’이기는 했다. 이듬해 바이올린 부문에서 우승한 백주영(현 서울대 교수) 또한 커티스 음악원과 줄리아드 음악원을 거쳤다. 그런데 2007년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성악 부문은 조금 다른 양상을 보였다. 입상자 중 공병우와 이응광은 서울대학교, 황병남은 추계예술대학교에서만 실력을 닦은 것이다. 2008년 피아노 부문 3위에 오른 김태형 역시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만 공부했던 시기였다. 국내 음악교육의 세계화 가능성을 이때부터 엿볼 수 있었다. 2020년은 피아노 부문이 7월 5일부터 17일까지 열린다. 8개국 57명이 예비심사에 합격했다. 이 콩쿠르를 발판으로 세계 무대로 나아갈 얼굴을 미리 만나보자.  박서정

 

 

한국 제주국제관악콩쿠르 jejuibc.org JEJU INTERNATIONAL BRASS COMPETITION

돌, 여자, 그리고 바람이 많아 삼다도라고 불리는 제주에서는 매해 여름, 제주국제관악콩쿠르가 열린다. 피아노와 현악에 비해 비주류로 취급되는 관악·타악 부문을 두 축으로 하여 뚝심 있게 이끌어온 콩쿠르다. 지난해에는 콩쿠르에 15개국 249명이 참가할 만큼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2000년 콩쿠르가 창설된 이후 2012년에 타악 부문이 추가되면서, 짝수 해에는 유포니움·베이스트롬본·튜바·타악기 부문이, 홀수 해에는 트럼펫·호른·테너트롬본·금관 5중주 부문이 실시되고 있다. 제1회 제주국제관악콩쿠르 호른 부문에는 노르웨이 오슬로 필하모닉에서 호른 객원수석을 지낸 김홍박이 1·2위 없는 3위에 올랐다. 2011년 ARD 콩쿠르에서 우승한 트럼피터 마누엘 블랑코(2008)를 비롯해 트럼펫의 성재창(2006)과 휴 모건(2010), 유포니움의 질 로차(2014), 베이스트롬본의 타카히로 스즈키(2018) 등이 이 콩쿠르를 거쳤다. 오는 8월 8일부터 16일까지 개최되는 제15회 제주국제관악콩쿠르에서는 유포니움·베이스트롬본·튜바·타악기 주자들의 경연이 펼쳐진다. 참가자들은 10일간 합동 캠프 생활을 하게 되는데, 제주의 자연 속에서 음악적으로 교류하는 귀중한 경험을 할 것이다. 콩쿠르가 열리는 시기와 겹쳐 제주국제관악제도 함께 열린다. 올해 25주년을 맞은 축제를 기념하여 제주도민이 주축이 된 2,500여 명이 베토벤 ‘환희의 송가’를 부를 예정이다. 섬을 울리는 바람의 소리를 만끽하고 싶다면 8월, 제주도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박서정

한국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timf.org ISANGYUN COMPETITION

수백 개의 섬을 품은 너른 바다를 자랑하는 통영. 작곡가 윤이상(1917~1995)의 고향이기도 하다. 이곳에서 윤이상의 정신을 잇는 차세대 음악인을 발굴하기 위한 콩쿠르가 매해 가을 열린다.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는 2003년부터 통영국제음악재단이 주관하고 있다. 피아노·바이올린·첼로 부문이 번갈아 개최되는데, 첼로가 포함된 것은 이 악기를 전공한 윤이상의 음악적 유산이 반영된 것일 테다. 그는 현악 4중주단에서 직접 첼로를 연주하기도 했다. 경연 과제곡에 윤이상의 작품이 포함되며, 그의 작품을 가장 잘 연주한 참가자에게는 특별상이 주어진다. 2019년에 피아니스트 예수아가 윤이상의
‘Interludium A’를 연주해 윤이상특별상을 받은 바 있다. 최근 콩쿠르에는 피아니스트 김홍기(2013)·서형민(2016)·임윤찬(2019), 바이올리니스트 조진주(2011)·배원희(2014)·송지원(2017), 첼리스트 박진영(2012)·김정환(2015)·이상은(2018) 등이 참가해 입상했다. 2020년은 바이올린 부문이 예정됐다. 2014년 3월 개관한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진행되며, 콩쿠르 결선에는 통영페스티벌오케스트라가 참여해 콩쿠르의 수준을 한층 끌어올린다. 콩쿠르 기간 중 홈페이지를 통해 경연 실황이 생중계되니, 물리적 거리가 부담스럽다면 온라인으로 즐겨도 좋겠다. 박서정

일본 시즈오카 오페라 콩쿠르 www.suac.ac.jp/opera Mt. FUJI INTERNATIONAL OPERA COMPETITION OF SHIZUOKA

일본의 소프라노 미우라 다마키(1884~1946)를 추모하며 개최된 콩쿠르다. 미우라 다마키는 일본 오페라 초창기에 푸치니 ‘나비부인’으로 런던 무대에 데뷔(1915)해 유럽 등지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 시즈오카 시는 그녀의 사후 50주년이 되던 해인 1996년, 3년마다 열리는 오페라 콩쿠르를 창설했다. 생전 미우라 다마키는 아버지의 고향인 시즈오카 시에 각별한 애정을 가졌다고 한다. 시즈오카 시는 남쪽으로는 태평양, 북동쪽으로는 후지산과 접해있다. 후지산은 2013년 유네스코 지정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러한 관광 자원을 적극 활용해, 주최 측은 영어 명칭의 가장 앞에 ‘Mt. Fuji’를 추가했다. 2003년 오페라 콩쿠르로는 아시아 최초로 국제음악콩쿠르 세계연맹(WFIMC)에 가입했다. 참가자들은 2라운드에서 오페라 배역의 아리아를 불러야 결선에 진출할 수 있다. 한국인 최초로 바리톤 한명원이 제2회 시즈오카 오페라 콩쿠르에 3위로 입상했다. 이후 소프라노 박현주(2002)·강경해(2002)·이혜정(2008)·김남영(2008), 바리톤 임창한(2011)·윤기훈(2014)·고병준(2017), 테너 문세훈(2017)이 콩쿠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올해 제9회 시즈오카 오페라 콩쿠르는 10월 31일부터 11월 8일까지 개최된다. 예선 접수는 4월 30일까지.  박서정

중국 앨리스 앤 엘레노어 쇤펠드 콩쿠르 schoenfeldcompetition.com ALICE AND ELEONORE SCHOENFELD INTERNATIONAL STRING COMPETITION

최근 중국의 클래식 음악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영재 발굴·육성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인다. 쇤펠드국제음악협회(SIMS)는 음악 연구·교육·국제교류를 목적으로 하는 비영리 조직이다. 바이올리니스트 앨리스 쇤펠드(1921~2019)와 첼리스트 엘레노어 쇤펠드(1926~2007) 자매에 의해 설립됐다. 협회는 음악에 헌신하는 삶을 살았던 자매의 뜻을 받들어 재능 있는 젊은 음악가를 발굴하고자 2013년 콩쿠르를 창설했다. 콩쿠르 개최지로 선정된 하얼빈은 중국에서 가장 먼저 서양 문화를 받아들이며 국제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춘 곳이다. 중국 최초의 교향악단이 1908년 하얼빈에서 탄생했다. 2010년 UN에 의해 ‘음악 도시’로 지정된 것을 계기, 시 주도로 문화예술시설 투자와 행사 유치에 힘써왔다. 그 결과 하얼빈 콘서트홀, 하얼빈 음악원, 하얼빈 오페라 하우스를 갖춘 문화도시로 성장했다. 콩쿠르 역시 이 세 곳에서 개최된다. 쇤펠드 콩쿠르는 격년으로 펼쳐지며, 바이올린·첼로·실내악(피아노 3중주·현악 4중주·피아노 4중주) 부문이 시행된다. 2014년 열린 콩쿠르에서 한국인 연주자들이 강세를 보였다. 바이올린 부문에서 송지원과 이지윤이, 첼로 부문에서 허자경과 이지영이 각각 1·2위를 차지한 것. 2016년에도 첼리스트 김민지·조은,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조한나가 입상하며 그 기세를 이어갔으나, 가장 최근 열린 2018년 콩쿠르에서 한국인 연주자가 단 한 명도 입상하지 못했다. 실내악 부문에서도 성과가 없어 아쉽다. 2020년 7월 18일부터 26일까지 실시되는 콩쿠르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올지 기대해보자. 박서정

유럽

폴란드 쇼팽 콩쿠르 chopin2020.pl CHOPIN COMPETITION WARSAW

2015년 조성진의 우승으로 국내에 대중적 이슈를 모은 쇼팽 콩쿠르에서는 오직 쇼팽의 작품만 연주된다. 작곡가에 대한 엄청난 자부심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폴란드는 물론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음악 행사로 손꼽히는 쇼팽 콩쿠르는 1927년 바르샤바에서 처음 개최됐다. 폴란드 피아니스트이자 교육자였던 예지 주라블레프(1886~1980)의 계획 아래 바르샤바 음악협회가 조직하고 폴란드 대통령 이그나치 모시치츠키가 후원자로 나선 것. 첫 경연은 바르샤바 필하모닉 콘서트홀에서 열렸다. 8개국 26명의 피아니스트가 참여했고, 우승은 러시아의 레프 오브린(1907~1974)에게 돌아갔다. 당시 2위를 차지한 연주자는 다름 아닌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였다! 제2차 세계대전의 아픔을 지나 1949년에 재개된 콩쿠르는 1955년부터 5년 주기로 열리고 있다. 역대 우승자는 마치 클래식 음악의 역사를 보는 듯하다. 마우리치오 폴리니(1960)·마르타 아르헤리치(1965)·게릭 올슨(1970)·크리스티안 지메르만(1975)·당타이선(1980)·스타니슬라프 부닌(1985)이 차례로 우승을 거머쥐었고, 10년 동안 공석으로 남겨졌던 1위 자리는 윤디 리(2000)가 다시 채웠다. 이후 라파우 블레하츠(2005)·율리아나 아브제예바(2010)에 이어 2015년에는 조성진이 한국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다. 치열한 경쟁만큼 여러 스캔들도 많았다. 1955년 심사위원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는 당시 2위에 머무른 아시케나지의 우승을 지지하며 사퇴했고, 1980년에는 이보 포고렐리치(1958~)를 두고 두 명의 심사위원이 사임했다. 루이즈 켄트너는 그의 1차 예선 통과에, 아르헤리치는 그의 결선 탈락에 반대하며 각각 사퇴한 것. 임동혁과 임동민이 공동 3위에 올랐던 2005년에는 임동혁이 연주한 피아노에서 조율기구가 나온 해프닝도 있었다. 우승자에게 ‘쇼팽에서 벗어나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따른다는 콩쿠르의 본선 무대는 쇼팽이 타계한 날인 10월 17일을 전후로 3주간 열린다. 올해는 10월 2~20일까지다. 본래 4월로 예정되었던 예선은 코로나19 여파로 9월로 연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콩쿠르에 대한 열기는 뜨겁다. 500여 명이 지원한 가운데, 250시간이 넘는 리코딩 심사를 거쳐 33개국 164명의 피아니스트가 예선 무대에 초청됐다. 이중 중국이 43명으로 가장 많고, 일본 31명, 폴란드 18명, 한국 16명이 그 뒤를 이으며 아시아 파워를 보여준다. 지난 대회 조성진의 우승으로 이번 콩쿠르를 향한 국내 클래식 음악팬들의 기대감이 더욱 높아졌다. 16인의 한국 피아니스트를 따라 긴장감 넘치는 콩쿠르 세계로 빠져보길. 이미라

체코 프라하 봄 콩쿠르 festival.cz PRAGUE SPRING INTERNATIONAL MUSIC COMPETITION

따뜻한 기운이 완연한 봄이 되면, 체코 프라하는 젊은 음악가들로 북적인다. 프라하 봄 콩쿠르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다. 1947년, 프라하 봄 음악축제 일환으로 처음 개최된 콩쿠르는 차츰 덩치를 키워 현재 가장 많은 부문을 보유하고 있다. 플루트·오보에·클라리넷·바순·프렌치 호른·트럼펫·피아노·하프시코드·오르간·바이올린·첼로 등 총 11개 부문이 매년 두 개씩 번갈아 열리는 것. 만 30세 이하의 젊은 음악인을 대상으로 하는 콩쿠르는 우승자에게 상금은 물론 이듬해 열리는 프라하 봄 축제 데뷔 무대를 제공한다, 젊은 음악가들의 성장을 지켜보며 함께하겠단 의지다. 자국의 음악 발전 또한 간과하지 않는다. 체코 작곡가의 작품을 항상 레퍼토리에 포함하는 것은 물론, 1994년부터는 체코 작곡가에서 신작을 위촉하는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 이를 가장 잘 해석한 연주자를 위한 특별상도 마련되어 있다. 70여 년의 역사를 지나며 수백 명의 음악가와 만났고, 이들은 세계적인 거장으로 성장했다. 므스티슬라프 로스트로포비치(첼로/1950), 제임스 골웨이(플루트/1968), 라덱 바보락(호른/1992), 조반니 벨루치(피아노/1993), 파벨 하스 콰르텟(2005), 장 롱도(하프시코드/2012) 등이 바로 이 대회 출신이다. 역대 한국인 입상자에는 임동민(피아노 2위/2002), 지겐 스트링 콰르텟(2위/2005), 김유빈(플루트 1위/2015), 조성현(플루트 2위/2015), 김상윤(클라리넷 1위/2015) 등이 있다, 2016년 피아노 부문은 박진형, 김준호, 한규호가 1~3위를 모두 석권했고, 지난 2019년에는 유채연이 플루트 부문 1위, 윤성영이 오보에 부문 2위에 올랐다. 바순과 클라리넷 부문으로 열리는 이번 콩쿠르에는 새로운 상도 마련됐다. 체코의 하프시코디스트 주자나 루직코바(1927~2017)와 그녀의 남편인 작곡가 빅토르 카라비스(1923~2006)를 추모하며 만든 것으로, ‘빅토르 카라비스&주자나 루직코바’상이란 이름으로 올해 클라리넷 부문 우승자에게 수여한다. 프라하 봄 콩쿠르는 2021년 피아노와 현악 4중주 부문으로 개최될 예정이다. 이미라 

루마니아 에네스쿠 콩쿠르 festivalenescu.ro GEORGE ENESCU INTERNATIONAL COMPETITION

생전 젊은 음악가들을 돕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조르지 에네스쿠는 “음악은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진다”고 말했다. 두 마음이 말없이 서로 이야기할 때, 아름다움은 일상의 투쟁과 우울함을 넘어서 존재하게 된다. 말이 사라진 곳에서 음악의 자신의 목소리를 찾고, 우리를 순수한 아름다움이 있는 삶으로 이끈다. 콩쿠르는 이러한 정신을 기반으로 예술적 가치에 대한 경쟁을 넘어 ‘삶의 아름다움’을 지향한다. 치열한 경쟁을 떠올리게 하는 콩쿠르와는 사뭇 다른 이미지다. 루마니아 출생의 작곡가이자 바이올리니스트인 조르지 에네스쿠를 기념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에네스쿠 페스티벌 프로그램 중 하나로 열린다. 동유럽권에서 가장 큰 규모이며, 에네스쿠의 작품은 경연의 필수 레퍼토리다. 1958년에 시작해 수도인 부쿠레슈티에서 2년마다 개최되며 피아노·바이올린·첼로·작곡 총 네 부문으로 열린다. 모든 무대는 예선부터 준결승, 결승 무대까지 모두 공개로 진행되고, 우승자는 이듬해 에네스쿠 페스티벌 무대에 초청된다. 올해는 8월 29일~9월 20일까지 총 19번의 리사이틀과 콘서트가 예정되어 있다. 역대 수상자로는 피아노 부문에 엘리자베트 레온스카야(1964)·라두 루푸(1967)·발렌틴 게오르규(1958), 바이올린 부분에 실비아 마코비치(1970) 등이 있다. 2009년에는 피아니스트 안종도와 바이올리니스트 신아라가 각각 3위와 2위를 수상했고, 이어 2011년 피아니스트 손정범이 1위 없는 2위에 올랐다. 2014년에는 첼리스트 홍은선이 한국인 최초로 우승했고, 배원희 또한 같은 해 바이올린 부문 3위를 수상했다. 2016년에는 바이올린 부문에 김계희와 김동현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작곡을 제외하고 각 부문 심사위원에 모두 한국인 연주자(김민·정명화·장형준)가 포함됐다.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위상이 한층 더 성숙해졌음을 알 수 있다. 이미라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concoursreineelisabeth.be QUEEN ELISABETH COMPETITION

매해 5월, 벨기에 브뤼셀에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가 열린다. 벨기에 여왕이 직접 개최하며, 결승 무대는 벨기에 전역에 생중계된다. 그야말로 국가 행사인 셈이다. 벨기에 워털루에 위치한 퀸 엘리자베스 뮤직 샤펠. 짙푸른 녹음과 어우러진 뮤직 샤펠은 1939년 엘리자베스 여왕에 의해 설립됐다. 2004년부터 새 건물을 짓기 시작해 2015년 일반인에게 내부를 공개했다. 뮤직 샤펠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결승 진출자가 일주일간 합숙해 연습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5년 그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파이널 리스트’가 개봉되기도 했다. ‘파이널리스트’에 관한 정보는 133쪽으로 이 콩쿠르가 유독 바이올린에서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벨기에가 배출한 바이올리니스트 외젠 이자이(1858~1931)의 이름을 딴 이자이 콩쿠르를 모태로 하기 때문이다. 1937부터 2년간 이자이 콩쿠르로 개최됐고, 제2차 세계대전 발발로 잠시 멈췄다가 1951년부터 지금의 명칭으로 열리고 있다. 오늘날에는 바이올린·피아노·첼로·성악 네 부문이 매해 번갈아 개최된다. 원래는 작곡 부문도 있었으나 2012년을 끝으로 중단됐고, 2017년 첼로 부문이 추가됐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매 라운드가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영화 ‘파이널 리스트’를 보면 최종 결선자들은 휴대전화와 노트북까지 제출하며 외부와 차단된다. 합숙에 들어가면 이들은 공통 과제곡과 준비곡을 연습해 결선에 오른다. 사실상 감금(?)이라고 할 수 있겠다. ‘퀸’의 위상은 실로 대단하다. 냉전 시기에는 소련 연주자들이 이 콩쿠르를 통해 유럽 무대에 자신을 알렸다. 1937년에는 바이올리니스트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1938년에는 피아니스트 에밀 길레스가 1위 했다. 한국인 입상자로는 1976년 바이올리니스트 강동석이 처음 3위를 수상했다. 이후 바이올린에는 이미경(1985)·김진(1985)·권혁주(2008)·김수연(2009)·윤소영(2009)·신지아(2012)·임지영(2015), 피아노는 이미주(1987)·백혜선(1991)·박종화(1995)·임효선(2007)·김다솔(2010)·김태형(2010)·한지호(2016), 작곡은 조은화(2008)·전민재(2009), 성악은 홍혜란(2011)·박혜상(2014)·황수미(2014)가 이름을 올렸다. 2003년에는 3위에 입상한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심사 결과에 불복, 수상을 거부한 바 있다. 최근 콩쿠르 측은 실시간 스트리밍 중계와 많은 심사위원 숫자를 두어 보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2020년은 피아노 부문으로 5월 4일부터 30일까지 치열한 경쟁이 펼쳐질 예정이었다. 331명 중 74명이 1차 예선 통과자로 선발됐다고 한다. 그중 한국인이 17명이며, 한국이 올해 예산 통과자 최다 배출 국가이다. 설레는 마음으로 본선을 기다리던 음악팬들에게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콩쿠르 측은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콩쿠르 연기 공지를 발표했다. 정확한 날짜는 아직 미정이다. 올해의 ‘퀸’을 기다리던 팬들은 각별한 마음으로 콩쿠르가 재개되길 기다리고 있다. 장혜선

독일 ARD 콩쿠르 br.de/ard-music-competition ARD INTERNATIONAL MUSIC COMPETITION

독일 뮌헨은 그야말로 ‘예술도시’다. 뮌헨 필하모닉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이 뮌헨에 둥지를 틀고 있다. 16세기 초반, 바이에른 왕국의 수도였던 뮌헨. 이곳을 통치했던 비텔스바흐 가문의 예술적 안목 때문에 도시 곳곳에는 오페라극장과 콘서트홀, 성당이 들어서며 바로크 문화를 꽃 피었다. 모차르트나 R. 슈트라우스, 바그너 등의 작곡가는 뮌헨에서 예술 창작에 몰두하기도 했다. 뮌헨에서는 매해 ARD 콩쿠르가 열린다. ARD 콩쿠르는 독일 제1공영방송사(ARD)의 주최로 1952년 시작됐다. 독일연방공화국 공영방송 연구사업체인 ARD는 콩쿠르를 독일 방송국 ARD-TV를 통해 현지에 생방송으로 중계한다. 기악·성악 등 클래식 음악 전 분야를 망라하며, 해마다 네 개 부문으로 펼쳐진다. 한국에서는 1973년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피아노 부문에서 2위를 차지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첼리스트 조영창이 2위(1982), 피아니스트 서혜경이 3위(1983)를 했고, 2009년에는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이 1위를 차지해 음악계를 놀라게 했다. 이후 한국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지속적으로 수상 소식을 전하고 있다. 2013년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와 크리스텔 리가 1위 없는 2위를 공동 수상했고, 비올리스트 이유라와 박경민이 각각 1·2위를 했다. 2017년에는 피아니스트 손정범이 한국인 최초로 피아노 부문 우승 소식을 전했다. 목관 연주자들도 ARD 콩쿠르에 이름을 남겼다. 오보이스트 함경이 1위 없는 2위(2017), 클라리네티스트 김한이 2위와 청중상(2019)을 수상했다. 실내악 연주자들에게도 이 콩쿠르는 각별하다. 2012년 노부스 콰르텟이 현악 4중주 부문에서 2위, 2018년에는 룩스트리오가 3위 소식을 전했다. 8월부터 9월까지 펼쳐지는 올해 콩쿠르는 플루트·트럼본·현악 4중주·피아노 부문으로 개최된다. 2021년은 피아노 듀오·성악·호른·바이올린, 2022년은 비올라·더블베이스·하프·피아노 트리오, 2023년은 피아노·첼로·오보에·목관 5중주, 2024년은 성악·트럼펫·클라리넷·현악 4중주로 열릴 예정이다. 이처럼 ARD 콩쿠르는 다양한 악기와 장르로 펼쳐져 귀중하다. 장혜선

 

 

이탈리아 비오티 콩쿠르 concorsoviotti.it VIOTTI INTERNATIONAL MUSIC COMPETITION

비오티 콩쿠르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콩쿠르 중 하나로, 올해 70주년을 맞았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조반니 바티스타 비오티(1755~1824)의 이름을 따 1950년 창설되었으며, 이후 한 번의 쉼 없이 매해 개최됐다. 첫 콩쿠르는 피아노와 현악 4중주, 작곡 부문으로 열렸다. 최종 우승자는 베토벤 소나타 ‘열정’을 연주한 프랑스 피아니스트 장 미코(1924~)였다. 이후 급성장세를 보인 콩쿠르는 이듬해 성악 부문을 시작으로 바이올린·실내악·피아노 듀오·기타·호른·클라리넷·트럼펫, 심지어 발레까지 무려 16개 부문을 추가했다. 피아노와 성악 부문이 격년으로 시행되는 지금의 모습을 갖춘 것은 2006년 이후부터다. 지금까지 무려 100개국 이상의 만 여 명의 참가자가 거쳐 간 콩쿠르는 많은 음악가를 배출했다. 역대 우승자로는 피아노 부문 다니엘 바렌보임(1954), 아르눌프 폰 아르님(1975), 안젤라 휴이트(1978), 성악 부문 레오 누치(1973) 등이 있다. 한국 연주자로는 1985년에 이미주와 조수미가 각각 피아노, 성악 부문에서 우승했고, 이후 정은주(1996), 손열음(2002), 임효선(2003)이 피아노 부문 1위에 올랐다. 2016년 성악 부문 1~3위는 차례로 베이스 조찬희, 바리톤 이호준, 테너 문세훈이 차지하며 ‘K-클래식’의 저력을 보여줬다. 지난해 피아노 부문에 이어 올해는 성악 부문으로 10월 중 개최될 예정이다. 박찬미 이탈리아 부소니 콩쿠르 concorsobusoni.it BUSONI INTERNATIONAL PIANO COMPETITION 알프스 산맥과 포도밭이 광활히 펼쳐진 이탈리아 볼차노. 이곳은 ‘문화의 교차로’라고 불린다. 이탈리아 최북단 도시이기 때문에 독일과 오스트리아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길을 걷다 보면 이탈리아어와 독일어가 함께 들려온다. 2년마다 열리는 부소니 콩쿠르는, 이곳 볼차노에서 펼쳐진다. 부소니 콩쿠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엄격함’이다. 1949년 9월, 이탈리아의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페루치오 부소니(1866~1924)의 타계 25주년을 기리며 창설했다. 매해 개최되던 콩쿠르는 2004년부터 격년으로 열리고 있다. 왜 부소니 콩쿠르를 두고 엄격하다고 할까? 우선 우승하기가 어려운 콩쿠르로 잘 알려져 있다. 1위 없는 2위만 선정하기가 부지기수. 1회 콩쿠르에서는 알프레드 브렌델(1931~)이 4위 했다. 쇼팽 콩쿠르에서 1위를 했던 마우리치오 폴리니(1942~)도 제네바 콩쿠르에서는 2위를 기록했다. 반면 열여섯 살 나이였던 마르타 아르헤리치(1941~)는 이 콩쿠르에 우승하며 대중에게 이름을 알렸다. 1980년 피아니스트 서혜경도 1위 없는 2위를 했다. 한편 2015년, 피아니스트 문지영은 20세 나이로 부소니 콩쿠르에서 한국인 처음으로 1위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문지영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역대 부소니 콩쿠르 우승자들이 심사를 했다. 우승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말로만 듣던 유명한 피아니스트들이 내 연주를 본다는 사실이 더 긴장됐다.”고 전했다. 피아니스트에게 부소니 콩쿠르의 입지가 얼마나 대단한지 새삼 짐작케 한다. 이어서 2017년에는 피아니스트 원재연이 준우승과 청중상을 함께 거머쥐었다. 보통 콩쿠르가 한 달 연속으로 진행되는 것과 달리, 부소니는 2년간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이번 2020/21시즌 예선 선발자는 2020년 6월 5일에 발표될 예정이다. 2020년 8월 6~11일 예선, 2021년 8월 25일~9월 4일에 결선이 열린다. 장혜선

스위스 제네바 콩쿠르 concoursgeneve.ch GENEVA INTERNATIONAL MUSIC COMPETITION

스위스 서쪽에 위치한 제네바. 알프스 봉우리들 사이에 자리 잡은 제네바에는 국제연합기구(UNO) 유럽 본부와 국제 적십자 본부가 있어 ‘평화의 도시’라고 불린다. 이 도시에는 음악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 공간이 있다. 제네바 오페라 하우스와 빅토리아 홀에는 늘 연주가 가득하다. 특히 제네바 콩쿠르는 이 도시를 더욱 유명하게 만들었다. 콩쿠르는 영국 여왕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에 지어진 빅토리아 홀에서 매해 펼쳐지고 있다. 1939년 처음 개최된 제네바 콩쿠르. 벨기에 태생의 스위스 작곡가 앙리 가느뱅(1886~1977)과 오스트리아 출신 저널리스트 프레데리크 리프스토클(1900~1979)이 콩쿠르 설립에 크게 기여했다. 프레데리크 리프스토클은 1979년 사망할 때까지 40년 동안 콩쿠르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온 힘을 다했다. 제네바 콩쿠르의 가장 큰 특징은 출전 악기가 다채롭다는 것. 1939년 이래로 현악기·관악기·타악기·실내악·성악·작곡·지휘 등 다양한 부문이 펼쳐지고 있다. 콩쿠르 측은 오는 2020년은 첼로, 2021년은 오보에와 작곡 부문이 열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7년 만에 개최된 타악기 부문에서는 퍼커셔니스트 박혜지가 우승은 물론, 청중상을 비롯해 6개 부문 특별상을 모두 휩쓸었다. 2년마다 고정적으로 열리는 작곡 부문에서는 한국인 작곡가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2013년에는 작곡가 조광호, 2017년에는 최재혁이 우승했다. 2019년에는 작곡가 손현준이 결선에 진출해 3위를 차지했다. 올해 제75회 제네바 콩쿠르 첼로 부문은 4월 30일까지 신청이 마감된다. 6월 16~18일까지 예선이 진행되며, 10월 23일에 ‘웰컴 데이(Welcome day in Geneva)’를 가진다. 이어서 10월 25~27일에 첫 라운드, 10월 30·31일에 두 번째 라운드가 펼쳐진다. 11월 2일에는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준결승, 11월 5일 오케스트라와 결승을 치른 뒤 대망의 입상자가 발표된다. 장혜선

 

네덜란드 리스트 콩쿠르 liszt.nl Liszt Competition

위트레흐트는 ‘네덜란드의 보석’이라고 불린다. 도심 가운데로 옛 운하가 흐르는 아름다운 지역. 학생들이 많이 거주하기에 늘 활기가 넘치는 도시이다. 암스테르담에 콘세르트헤바우가 있다면, 위트레흐트를 대표하는 콘서트홀은 티볼리브레덴뷔르흐(TivoliVredenburg)다. 티볼리브레덴뷔르흐는 3년마다 개최되는 리스트 콩쿠르가 열리는 공연장이기도 하다. 리스트 콩쿠르는 작곡가 프란츠 리스트(1811~1886)의 사망 100주년을 기리며, 1986년 위트레흐트에서 처음 개최했다. 리스트 작품을 중심으로 경연을 펼치는 피아노 콩쿠르. 특히 ‘따뜻한 분위기’로 유명하다. 젊은 참가자들이 콩쿠르에 쏟는 고된 노력을 잘 알기에, 콩쿠르 측은 참여자들이 최대한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을 기울인다. 예컨대 콩쿠르와 관련된 모든 사람들, 특히 가족에게까지 친근한 분위기의 리셉션을 제공한다고. ‘경쟁’보다는 젊은 피아니스트들이 모이는 ‘축제’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최종 선발된 세 명의 수상자는 네덜란드 라디오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파이널 콘서트를 펼친다. 또한 우승자에게는 광범위한 경력 개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3년 동안 세 명의 우승자와 긴밀히 협력해 35개국에서 연주할 수 있도록 조력하고, 미디어 홍보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그동안 엔리코 파체(1989)·이고르 로마(1996)·윤디 리(1999)·잉디 선(2005)·비탈리 피사렌코(2008)·니노 그베타제(2008)·마리암 바차슈빌리(2014)·알렉산더 울만(2017) 등이 이 콩쿠르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지난 2017년에는 한국 피아니스트 홍민수가 2위를 했다. 올해는 3월 17일부터 28일까지 콩쿠르 본선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22일에 세 명의 진출자를 발표한 후 마지막 날 최종 우승자를 선발할 계획이었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네덜란드 정부는 행사 금지를 지시했다. 이에 리스트 콩쿠르도 잠시 운영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콩쿠르 측은 본선에 진출한 열네 명의 피아니스트에게 “준비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을 텐데 정말 죄송하다”고 전했다. 현재 적합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오는 5월 17일에는 2020년 리스트 콩쿠르 1·2위 수상자가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 오를 예정이었는데, 이 공연 역시 잠정 연기됐다. 장혜선

 

네덜란드 트롬프 타악기 콩쿠르 tromppercussion.nl TROMP INTERNATIONAL PERCUSSION COMPETITION

네덜란드 남부 도시 에인트호벤에서는 2년마다 타악기 콩쿠르가 열린다. 콩쿠르의 탄생에는 테오 트롬프(1903~1984)의 공이 지대했다. 그는 20세기 에인트호벤에서 명성이 자자했던 사업가이자 열렬한 문화예술 후원자였다. 1970년 트롬프는 젊은 연주자들에게 무대 기회가 거의 주어지지 않는다는 현실을 깨닫고 콩쿠르 재단인 트롬프 비엔날레 에인트호벤을 설립했다. 1971년 이래로 개최되어 온 콩쿠르는 타악 독주를 위한 콩쿠르로는 독보적인 위상을 갖게 됐다. 타악기를 위한 새로운 레퍼토리 창출에도 적극적이다. 경연마다 동시대 작곡가에게 작품을 의뢰해 경연곡으로 지정, 청중에게 소개하고 있다. 퍼커셔니스트는 각종 악기를 두루 섭렵해야 한다. 콩쿠르는 각 라운드마다 지정된 악기의 레퍼토리를 포함한 무대로 참가자의 역량을 확인한다. 참가자는 올해 1라운드에서 비브라폰을 위한 작품을, 2라운드에서 네덜란드 작곡가의 마림바를 위한 작품을 반드시 연주해야 한다. 준결승 무대는 45분 이하의 리사이틀로, 이번 콩쿠르를 위해 위촉한 키란 브룬트의 비브라폰을 위한 독주곡을 지정곡으로 포함한다. 말렛을 위한 작품과 퍼커션 세트업을 위한 작품도 각 1곡 이상 선보여야 한다. 결선에서는 타악 독주와 앙상블을 위한 주드 그린슈타인(1979~)의 위촉작을 연주한다. 역대 콩쿠르 우승자로는 이핑양(2006), 알렉산드르 에스페레(2012) 등이 있으며, 2010년 우승자 알렉세이 게라시메츠(1987~)는 2016년 통영국제음악당에서 한국 관객을 만난 바 있다. 올 경연은 11월 12일부터 22일까지 펼쳐진다. 박찬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