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베토벤과 아홉 교향곡
베토벤과 아홉 교향곡 외
음미를 위한 앎
글 박서정 기자
음악에서의 위대성
알프레트 아인슈타인 저 | 강해근 역
천 년 전 예술의 위대함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가? 무엇이 위대성을 구성하며, 그 기준은 누구에게나 같은가? 음악학자이자 음악평론가인 알프레트 아인슈타인(1880~1962)은 태생적으로 논쟁의 여지를 내포한 개념인 ‘위대성’을 과감히 자신의 분야로 끌어왔다. 그가 논하고자 하는 것은 “역사적 위대성보다 더 오래가고 더 보편적”이며 실제로 존재하는 ‘음악적 위대성’이다. 아인슈타인에 따르면 바흐·모차르트·베토벤 등 음악사에서 ‘인정받는’ 이름은 재능과 적절한 시기가 만나 탄생한 위대한 음악가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똑같은 크기로 위대한 것은 아니라고 덧붙인다. 위대성은 홀로 존재하지 않고 시대, 후대와의 친밀성, 개성 등 여러 조건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1940년 출간 이후 칭송과 비난을 한 몸에 받은 책으로 국내에는 2001년 초판이 출간됐다가 절판된 바 있다.
17,000원 | 포노 | 02-736-1214
슈만 평전
이성일 저
슈만(1810~1856)의 ‘음악과 음악가에 관한 문집’(1854)에는 “나는 살아온 인생과 작품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이러한 태도는 작곡 활동으로도 고스란히 이어져, 슈만의 음악에는 유독 자전적 성향이 두드러진다. 온전한 작품 감상을 위해 슈만의 삶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는 이유다. 뿐만 아니라 저자는 슈만의 최종 목표는 “문학에 기초한 낭만주의 음악의 실현”이었던 만큼, 그가 착상한 문학적 기초를 탐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832쪽에 달하는 이 평전은 슈만이 남긴 비평문과 일생에 걸쳐 쓴 일기, 슈만에 대한 전기 등 방대한 사료를 참고해 취사선택한 내용을 연대순으로 구성했다. 가장 순수한 낭만주의 음악가, 슈만을 만나보자. 저자는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752쪽의 ‘브람스 평전’(풍월당)을 내기도 했다.
48,000원 | 풍월당 | 02-512-1466
감정, 이미지, 수사로 읽는 클래식
윤희연 저
아무리 천재라도 느낌으로만 음악을 만들지는 않는다. 윤희연은 연세대에서 생명공학을 전공하고, 서른 살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작곡을 공부했다. 중학 시절 그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만든 모차르트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의 한 부분은 가장 흔한 작곡기법 중 하나인 동형진행을 사용한 것이었다. 수사학으로 치자면 연사가 톤을 고조하며 청중을 설득하는 말하기 방식에 빗댈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작곡가들은 슬픈 음악을 만들기 위해 눈물방울이 떨어지는 것처럼 악보에 음표가 차례로 한 음씩 내려가는 ‘눈물음형’을 사용했다. 소나타는 여러 조를 넘나든 후 최종적으로 으뜸조를 확립하는 것으로 ‘오디세이아’ 같은 모험담의 구조를 취한다. 이처럼 책은 어떻게 음악이 소리를 감정, 이미지, 이야기로 바꾸는지를 음악적 어법과 구조를 통해 소개한다.
22,000원 | 마티 | 02-333-3110
클래식이 들리는 것보다 가까이 있습니다
박소현 저
클래식 음악은 생각보다 더 우리의 일상과 가깝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비올리스트로, 음악 강연자와 칼럼니스트로도 활약 중인 박소현은 일상 속 숨어있는 클래식을 찾아낸다. 자동차 후진음으로 들려오는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 지하철 환승곡에 쓰인 비발디의 ‘사계’ 등 일상 곳곳의 배경음부터 현대자동차의 ‘소나타’ 등 클래식 음악 용어에서 비롯된 고유명사도 여럿 있다. 대중음악과 TV 광고 및 드라마, 영화와 만화, 문학 작품에도 클래식 음악은 등장한다. 악동뮤지션의 ‘오랜 날 오랜 밤’(2017)에는 파헬벨(1653~1706)의 캐논 변주곡이, 영화 ‘아가씨’(2016)에는 라모(1683~1764)의 ‘탕부랭’이 나온다. 저자는 친숙한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고, 음악이 작곡된 배경과 작곡가의 삶을 꼼꼼히 다루었다. QR코드를 수록해 언제든 직접 들어볼 수 있도록 했다.
18,000원 | 페이스메이커 | 02-719-7735
베토벤과 아홉 교향곡
엑토르 베를리오즈 저 | 이충훈 역
상상하기 어렵지만, 19세기 초 프랑스에서 베토벤(1770~1827)은 무명 작곡가였다. 정통 음악 어법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프랑스 비평계는 그를 외면했다. 당시 새내기 작곡가 겸 지휘자이자 음악평론가였던 베를리오즈(1803~1869)만큼은 베토벤이 창시한 음악을 알아봤다.
음악은 감성이자 동시에 학문의 영역이라고 믿었던 베를리오즈는 연주회장에 가기 전 총보를 외울 정도로 악보를 미리 분석해가는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마주한 베토벤의 음악은 전에 없던 화성과 리듬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곧바로 베토벤 이후의 어떤 음악가도 그 이전의 음악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베토벤을 옹호하는 데 앞장섰다. 직접 베토벤의 작품을 지휘하는가 하면, 여러 매체에 베토벤에 대한 찬사와 경외로 가득한 기사를 기고하기도 했다.
1829~1860년에 걸쳐 ‘가제트 뮈지칼’ ‘주르날 데 디바’ ‘르 코레스퐁당’ 등에 써 보낸 베토벤의 전기와 교향곡, 3중주, 소나타, 오페라에 관한 평론이 이 책에 수록됐다. 특히 베토벤의 교향곡 전곡(9곡)을 분석한 ‘베토벤 교향곡’이 중심이다. 베토벤이 아직 대중에 낯선 존재이고, 평단에는 불편한 대상이던 시절, 그를 ‘음악 문명에서 가장 앞서나간 첨병’으로 앞세웠던 베를리오즈의 글은 베토벤 시대의 개막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16,000원 | 포노 | 02-736-1214
#책 속으로
#무명의 베토벤 #괴상한 음악 #음악가들의 외면
서른여섯 해 전인가, 서른일곱 해 전인가 파리 오페라 극장에서 종교 음악회(concerts spirituels) 프로그램으로 베토벤의 작품들을 올려본 적이 있다. 그 당시 프랑스에서 베토벤의 작품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그 훌륭한 음악을 듣는 즉시 음악가들 대부분이 얼마나 비판을 해댔는지 지금으로서는 생각도 못 할 것이다. 괴상하고, 통일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고, 장황하고, 불쑥불쑥 솟은 거친 전조에, 화성은 매끄럽지 못하게 불거져 있고, 멜로디라는 것이 없고, 지나치게 시끄럽고 과도한 표현에다, 난해하기가 이루 말할 것이 없다는 것이었다.
#까다로운 청중 #베토벤의 진가 #상황 역전
우리 프랑스 청중은 음악 예술이 마련해줄 수 있는 맹렬하고 뜨거운 감동을 그저 가물에 콩 나듯 느낄 뿐이다. 그런데 일단 우리 프랑스 청중은 마음에 진정으로 감동이 일었다면 그 감동을 전한 음악가가 누구든 상관없이 아낌없이 감사의 표현을 전한다. (…) 사실 처음 연주되었을 때 2번 교향곡의 해당 부분은 큰 호응을 받지 못했다. 청중이 베토벤에게 뚜렷한 관심을 갖게 되면서 베토벤을 옹호하던 사람들은 천군만마를 얻었고, 베토벤을 비방하던 자들 대부분은 침묵까지는 아니더라도 무력해지고 말았다.
#베토벤 #오페라 피델리오 #강렬한 생명력
오늘 우리가 다루고자 하는 걸작의 기원이 그러했다. 독일에서 베토벤의 오페라 ‘피델리오’가 초연되었을 때 이 작품이 갖게 될 유명세를 내다볼 수 없었다. 사람들 말로 공연이 이내 중단되었다고 한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작품이 다시 무대에 올랐을 때 음악과 드라마는 여러 방식으로 수정되었고, 새로운 서곡이 들어갓다. 이 두 번째 시도는 완벽한 승리를 가져왔다. (…) 사실 말이지 내가 베토벤의 이 작품을 계속 들을수록, 계속 읽을수록, 그것이 찬사를 받아 마땅한 작품임을 알게 된다. 전체는 물론 세부 역시 똑같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에너지며, 위대함이며, 독창성이며 진실한 만큼 심오한 감정이 드러나지 않는 곳이 없다. 그의 작품들은 그런 강력한 혈통을 지닌 작품들의 종족에 속한다. 그 작품들을 비방하는 엄청난 편견이, 너무도 명백한 거짓말이 그 작품들 위에 산처럼 쌓여도, 그 작품들의 생명력은 대단히 강렬한 것이어서 그 무엇으로도 압도되지 않는다. 바위 속에서, 폐허 가운데서 싹튼 기운찬 너도밤나무가 결국 바위를 쪼개고 벽에 구멍을 내고 푸르게 당당하게 솟아난다. 뚫고 솟아올라야 했던 장애물이 많았을수록 그만큼 저 너도밤나무의 뿌리는 땅에 깊이 박히게 된다. 반면 강가에 그저 돋아나는 버드나무는 강 밑 진흙으로 넘어져 그곳에서 썩어 사라지고 만다.
#아름다움과 추함 #상대적이며 개별적인 #무한한 우주
그러므로 아름다움과 추함은 절대적이지 않고, 보편적이지도 않으므로 지상에서 사람들의 찬탄을 받은 인간 지성의 많은 산물이 정령의 세계에서는 무시될 것이라고 믿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이 결론 내릴 수 있게 되었다(더욱이 내가 오래전부터 확신해 온 것이다). 매일 신중하게 이름을 댈 수 있는 극장 무대에 올려지고 갈채를 받는 오페라들이 토성, 목성, 화성, 금성, 팔라스, 시리우스, 해왕성, 큰곰자리와 작은곰자리, 마차 자리에서 연주되었을 때라면 야유를 받을 수도 있으며, 그저 무한한 우주에 대해 무한히 맥빠진 것에 불과하다고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