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아바도 평전 외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1년 2월 15일 9:00 오전

신간

아바도 평전 외

아바도 평전 외 세상을 향한 나지막한 목소리

글 박찬미 기자

 


세종예술고 음악과 2학년 학생들에게 음악을 묻다

세종예술고 음악과 2학년 저

음악가의 일자리는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학생보다 강사가 더 많아졌으며, 오케스트라 입단이 연주자의 이상이 되어버렸다. 이에 세종시에 위치한 세종예술고 박영주 예술부장은 문화예술 기획자 허영훈과 3개월간의 ‘음악과 진로 설계 특강’을 기획하고, 이곳에 모인 학생들의 목소리를 책으로 정리했다. 열일곱 학생은 음악의 본질은 물론, 현시대의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고민한다. 음악의 미래도 그려본다. 화성학 문제를 채점해주는 기술을 상상하고, 손가락 위치를 감지하는 센서만으로 음악을 만드는 ‘악기 없는 3D 연주회’를 꿈꾼다. 학생과 학부모, 교육자에게는 신선한 대안을 제시하고, 정부와 지자체에는 예술교육정책 발전을 위한 참고자료로 역할 할 책이다.

16,000원 | 대경북스 | 01-485-1988

 


Fun한 클래식 이야기

김수연 저

“슈만은 어린 클라라를 유혹하고 월드 스타인 미성년자를 꼬드긴 부도덕한 자다.” 사랑하는 여인(클라라)의 아버지가 퍼뜨린 소문으로 결국 법정에 서게 된 로베르트 슈만, 남들과 다른 성 정체성으로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고통받았던 차이콥스키, 경쟁 구도로 그려진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에 얽힌 진실까지. 책은 수많은 명곡을 탄생시킨 작곡가들의 복잡다단한 인생사를 실었다. 그 희로애락을 명랑한 문체로 풀어내 클래식 음악이 낯선 독자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간다. 현직 바이올리니스트이자 공연기획사 클래식포유 대표인 저자는 작곡가별 추천곡을 엄선해 함께 실었다. QR코드가 연동되어 작품 감상법과 저자의 연주도 만날 수 있다. 글과 영상을 통해 클래식 음악의 ‘재미’를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14,800원 | 가디언 | 070-4032-2088

 


빨강의 역사

미셸 파스투로 저 | 고선일 역

공연이 시작되기 전까지, 무대는 ‘빨강’색 커튼 뒤에 그 신비로움을 감춰둔다. 왜 하필 ‘빨강’일까? 화려하고 강렬한 짙은 빨강이 장엄한 드라마를 기대하게 만든다는 것 외에도 의외의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그 답은, ‘파랑의 역사’(2000)를 시작으로 ‘검정의 역사’ ‘초록의 역사’ 등을 연이어 발표한 색채 전문가 미셸 파스투로의 신간에 있다. 저자는 “다사다난한 인류의 역사처럼 다채롭고 대담한 색이 바로 빨강”이라고 했다. 책은 가장 원초적이고도 우월한 색으로 인식되었던 고대 이후, 빨강이 거쳐 온 역사를 다양한 사회문화적 배경과 함께 살펴본다. 사치 단속령과 종교 개혁이 빨강의 퇴조 국면에 미친 영향과, ‘적색경보’ ‘레드 존’ ‘적자’ 등 언어에 녹아든 빨강의 파급력도 밝힌다.

18,000원 | 미술문화 | 070-8670-1182

 


이 춤의 운명은

정옥희 저

무용작품 소개가 초연 정보로 버무려지곤 하는 이유는 그것이 곧 본질이라는 오해 때문이다. 저자는 “갓난아이가 한 인간의 본질이 아니듯 초연 역시 춤의 본질은 아니다”라며, 탄생 이후 다채로운 이력을 갖게 된 열두 편의 춤을 소개한다. 2018년 7월부터 9개월간 ‘객석’에 연재된 ‘이 춤의 운명이라니’ 시리즈를 다듬고 확장했다. 고전발레 ‘백조의 호수’부터, 발레의 새 시대를 연 ‘봄의 제전’, 20세기 중후반 탄생한 ‘넬켄’ ‘사우스랜드’ 등을 다룬다. 각 작품의 생에 영향을 준 인물들, 그것이 관통한 시대의 사회상 등 풍성한 이야깃거리가 펼쳐진다. 세계의 여러 춤이 소개되는 가운데, 한국의 ‘학춤’을 통해서는 춤의 영역에서 더욱 까다로운 저작권 문제와, 작품마저 잊히게 만든 계보와 권위의 정치학, 그 그늘진 역사도 논한다.

19,000원 | 열화당 | 031-955-7000

 


아바도 평전

볼프강 슈라이버 저 | 이기숙 역

빈 국립오페라, 베를린 필하모닉,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그가 거쳐 간 곳은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 미친 그의 영향력을 가늠케 한다. 하지만 그가 ‘우리 시대의 가장 품위 있고 위대한 지휘자’라는 찬사를 받는 이유는 따로 있다.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2014)는 서로의 소리를 주의 깊게 듣는 행위야말로 음악의 핵심이라 믿었고, 탈권위를 추구하며 단원들과의 인간적인 교류를 꾀했다. 자발적으로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 등의 청소년 악단을 창설했고, 호세 아브레우 박사의 유소년 음악 교육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에도 적극 참여했다. 책은 밀라노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빈에서의 유학 생활을 거쳐 뉴욕과 런던·시카고·베를린 등을 오간 아바도의 지휘 여정을 재현했다. 늘 과묵했던 그가 지휘대에서 이룬 ‘조용한 혁명’은 오늘날 우리의 듣기 경험에도 잔잔한 변화를 불러온다. 저자 볼프강 슈라이버(1939~)는 철학·독문학·역사·음악학을 공부했고, 그 후에는 빈에 머물며 일간지와 방송 등에서 통신원으로 일했다. 1970년대부터 아바도의 음악 활동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그는 ‘지휘의 거장들’(2009/을유문화사)에서도 아바도를 중요하게 다룬 바 있다.

25,000원 | 풍월당 | 02-512-1466

 

 

 


#책 속으로

#19쪽 #23쪽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

소년 아바도는 끈질긴 피아노 연습 끝에 마침내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아버지의 반주를 맡게 되었다. 훗날 아바도는 자신의 피아노 연주에 대한 아버지의 ‘무자비한 비판’ 외에 듣기에 관한 중요한 조언을 떠올렸다. 서로의 음악을 주의 깊게 경청하는 것이야말로 음악을 심도 있게 지각하는 방법이라는 지침이었다. “아버지가 알려준 본질적인 비밀은 함께 음악을 할 때 연주 자체보다 듣는 능력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음악에서 ‘반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가르쳤다. 그것은 주의 깊게 귀를 기울이면서 상대방 마음속으로 들어가, 말로 표현하지 못한 것과 감정과 사고까지 포착하려는 대화와 똑같다고 했다.”

#159쪽 #감정의 궁전에서 : 빈 국립오페라

1986년부터 빈 국립오페라를 이끄는 쌍두마차가 된 클라우디오 아바도와 클라우스 헬무트 드레제는 도전과 위험에 직면했다. 그들은 전통으로 가득한 국립오페라 극장의 연극적 가능성과 정신적 본질을 새로 점검하는 일에 나섰다. 공연 계획을 세울 때 아바도가 택한 좌우명은 ‘많이, 그러나 잡다하지는 않게’였다. 오페라 무대에서 관객에게 자주 작품을 보여주되 너무 많은 작품을 망라하지는 않겠다는 것은 아바도가 이미 밀라노 스칼라에 있을 때 정한 방침이었다. 레퍼토리에 있는 ‘자신’의 작품들의 충실하고 그것을 지속적으로 밀고 나가는 것도 그의 원칙에 속했다. 그러나 빈에서는 그런 원칙을 고수하기가 어려웠다. 빈의 고귀한 전통문화가 대부분 경직된 전통 숭배로 변질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놓고 과거에 구스타프 말러는 “오페라 극장에서 ‘전통’이란 편의주의와 적당주의를 둘러 말한 것에 불과하다”는 준엄한 명언을 남겼다. 아바도는 근본적으로 말러가 시작했던 것을 이어가고 싶었다.

#184쪽 #베를린 필하모닉Ⅰ

예상외로 56세의 이탈리아 지휘자가 초빙되자 국제 음악계는 술렁였다. 아바도는 카라얀 후임으로 물망에 오른 지휘자 중 비공식 후보 명단에도 없었기 때문이다. 후보는 로린 마젤, 주빈 메타, 세이지 오자와, 베르나르트 하이팅크, 다니엘 바렌보임, 제임스 러바인이었다. 선출 방식도 놀라움을 안겼다. 베를린 필 단원들이 상임지휘자를 자유로운 비밀 투표로 직접 뽑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 아바도는 베를린 필 단원들의 민주적인 투표가 자신의 예술적 정당성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고 자주 말했다. 1986년부터 빈 국립오페라 음악감독으로 있던 아바도에게 베를린은 개인적인 해방이나 마찬가지였고, 예술적 재탄생의 가능성을 의미했다. 대도시 베를린은 독일 ‘변혁’ 후 새로운 정치 상황이 전개됨에 따라 다층적인 역사적 맥락과 문화적 다채로움이 도시가 품고 있는 다양성과 함께 펼쳐지는 곳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순탄치 않게 막을 내린 카라얀 시대의 유산과 그의 죽음 후 ‘홀로 남겨진’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있는 곳이었다. 이 모든 것이 새로운 발전과 근본적인 변혁에 둘도 없는 기회를 열어주었다.

#331쪽 #죽음과 변용

아바도는 “음악을 어떻게 들어야 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았다고 어린이를 위한 음악책 「음악이 울려 퍼지는 집」에 적었다. 그는 이 질문을 받으면 늘 난처했다고 어린 독자에게 말했다. “음악을 듣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거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려워보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이 굳게 믿는 것이 있다고 했다. “우리는 음악에서 저마다 다른 것을 찾는다. 뭔가 지극히 개인적인 것, 자신의 경험이나 감정의 메아리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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