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3월 레코드 신보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1년 3월 8일 9:00 오전

RECORD

이달의 신보

 

2021 빈 신년음악회

리카르도 무티(지휘)/ 빈 필하모닉 Sony Classical 19439840189(Blu-ray)

1941년 처음으로 시작된 빈 필하모닉의 신년음악회가 코로나19 속에서도 열렸다. 이번 음악회는 역사상 최초로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리카르도 무티(1941~)는 올해로 여섯 번째 빈 신년음악회의 지휘봉을 잡았다. 지금까지 550회 동안 빈 필을 지휘한 공로로 지난 2011년에는 명예 단원이 됐다. 여든 살을 맞이하는 무티를 위해 신년음악회는 그의 고국인 이탈리아 프로그램을 선사했다. 초연 7곡을 포함해 총 19곡을 선보였으며, 음반에 이어 2월 초에는 DVD와 블루레이가 발매, 3월 초에는 LP로 공연을 만날 수 있다.

 

 

모차르트·훔멜·베토벤

체칠리아 베르나르디(바이올린)/마르퀴스 판 덴 뮝크호프(첼로)/아우렐리아 비쇼반(포르테피아노)/안나 베송(플루트) Ricercar RIC417

훔멜(1778~1837)은 병석의 베토벤을 보살필 만큼 베토벤과 가까운 사이였다. 그는 베토벤의 첫 교향곡을 4중주(플루트·바이올린·첼로·포르테피아노)의 실내악 버전으로 편곡해 남겼다. 교향곡을 소편성으로 연주하던 하이든 궁정악단의 전례를 따른 것이다. 2019년 브뤼헤 고음악 콩쿠르 우승자 아우렐리아 비쇼반의 설득력 있는 연주는 훔멜과 베토벤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만든다. 음반에는 어린 시절 훔멜의 스승이었던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4번(훔멜 편곡)과 훔멜의 피아노 소나타 Op.20도 수록됐다.

 

 

For the Love of a Princess

슈테판 하우저(첼로)/ 로빈 스미스(지휘)/ 런던 심포니 Sony Classical 디지털 싱글

555만 구독자를 자랑하는 클래식 음악 유튜버 투첼로스(2Cellos). 멤버 중 한 명인 슈테판 하우저가 4분 남짓한 길이의 싱글앨범을 발매했다. 영화 ‘브레이브하트’(1995) 삽입곡 ‘For the Love of a Princess’를 녹음했다. 작곡가 제임스 호너(1953~2015)의 작품으로, ‘타이타닉’ ‘아바타’ ‘트로이’의 영화음악을 맡은 저명한 영화음악 작곡가다. 그의 음악은 13세기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 왕가의 전쟁터에서 자유를 갈망한 영화 속 영웅을 그려낸다. 하우저의 솔로 데뷔 앨범(2017)에서도 함께했던 런던 심포니의 연주와 첼로 선율이 아름답게 어우러진다.

 

 

모차르트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

비네타 사레이카(바이올린)/ 아망딘 사바리(피아노) Muso MU041

각각 라트비아와 프랑스 출신인 비네타 사레이카와 아망딘 사바리는 트리오 달리(Trio Dali)에서 음악적 교감을 나눴다. 함께 연주한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음반으로 호평을 받았던 이들이 모차르트로 돌아왔다. 두 연주자가 만들어내는 능숙한 하모니는 3편의 모차르트 바이올린 소나타 24번 K376, 27번 K379, 35번 K526에서 빛을 발한다. 모차르트가 빈에서 작곡한 것으로, 대중적으로도 널리 사랑받는 작품들이다. 특히 그중 피아노와 바이올린이 대화하는 듯한 실내악의 묘미는 K376에서 가장 잘 느껴진다.

 

 

전설적인 구소련 피아니스트

니나 이멜리아노바(피아노)/ 타티아나 골드팔브(피아노)/ 레브 오보린(피아노)/ 타티아나 니콜라예바(피아노) Melo classic MC1049(2CD)

모스크바 음악원 문하생인 네 명의 피아니스트가 동독에서 연주한 녹음을 모았다. 그중 니나 이멜리아노바는 리히터·길렐스와 함께 1910년대에 태어나 구소련에서 활약한 피아니스트 중 한명인데, 녹음을 거의 남기지 않아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었다. 음반에 담긴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헤르만 아벤트로트/베를린 방송교향악단)에서 그의 강한 표현력을 느낄 수 있다. 타타니아 골드팔브는 49세 나이에 타계한 전설의 피아니스트.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프란츠 콘비치니/베를린 방송교향악단)에서 열정적인 에너지를 선보인다.

 

 

베토벤·쿨라우·도플러

안나 베송(플루트)/ 올가 파시첸코(포르테피아노) Alpha ALPHA639

당대연주 분야에서 눈부신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안나 베송과 올가 파시첸코가 베토벤·쿨라우·도플러로 이어지는 19세기 플루트 변주곡을 선보인다. 플루티스트 안나 베송(1988~)은 시대악기 앙상블인 네버마인드, 녹테 템포리스 등에서 플루트 연주를 도맡아 애호가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번 녹음에는 1800년대에 제작된 목재 플루트를 선택해, 작곡 당시의 색채감도 되살렸다. 러시아 출신의 하프시코드 연주자 올가 파시첸코(1986~)는 ‘18세기 오케스트라’, 무지카에테르나 등에서 활약해왔다.

 

 

베토벤 교향곡 6번 외

마르타 아르헤리치(피아노)/ 테오도시아 도코우(피아노) Warner Classics 9029516403

베토벤 교향곡 6번을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버전으로 만난다. 독일의 오르가니스트이자 음악학자인 젤마 바게(1823~1896)가 편곡했다. 연주에는 마르타 아르헤리치(1941~)와 그가 발굴한 그리스 출신의 젊은 피아니스트 테오도시아 도코우가 함께 한다. 테오도시아 도코우는 라벨로 페스티벌, 아테네 에피다우로스 페스티벌 등에서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함께 연주하며 대선배에 뒤지지 않는 강렬함을 선보였다. 그의 매력은 이어지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7번 ‘템페스트’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모차르트 알레그로 D장조

조성진(피아노) Deutsche Grammophon 디지털 싱글

지난 1월, 피아니스트 조성진(1994~)이 모차르트가 17세에 작곡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발표곡을 잘츠부르크에서 초연했다. 약 200년 만에 처음 발견된 모차르트의 피아노곡 알레그로 D장조는 1분 34초 길이의 곡이다. 모차르테움 재단의 연구에 의하면 모차르트가 1773년 초 이탈리아 여행 또는 고향인 잘츠부르크에 돌아와서 작곡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성진의 손끝에서 다시 살아난 알레그로 D장조는 짧은 곡이지만 경쾌하고 우아한 느낌의 역동성이 물씬 풍긴다. 조성진의 연주가 궁금하다면 DG에서 발표한 음원을 들어보길 권한다.

 

 

덧없는 인생

스티븐 허프(피아노) Hyperion CDA68260

스티븐 허프(1961~)는 2019년 내한 당시, 앙코르로 본인이 편곡한 ‘아리랑’을 연주해 국내 관객에게 감동을 준 피아니스트다. 그가 신보 소식을 전해왔다. 이번 앨범은 본인의 자작곡인 피아노 소나타 4번 ‘덧없는 인생’을 타이틀로 한다. ‘장송행진곡’ 악장이 있는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2번과 리스트의 ‘장송곡’이 수록되어 있다.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허프가 돌아본 인생에 대한 고찰이 묻어나는 앨범이다. 보너스 트랙에는 2019년 내한 때 연주한 ‘아리랑‘이 포함되어 있다.

 

 

프로코피예프 ‘불의 천사’

엠마 단테(연출)/알레호 페레스(지휘)/ 로마 오페라 오케스트라·합창단 외 Naxos NBD0113V(Blu-ray)

프로코피예프는 발레리 브류소프의 동명소설을 오페라화한 ‘불의 천사’를 6년에 걸쳐 작곡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공연될 수 없었다. 천사를 사랑하는 환상에 사로잡힌 한 여인이 수녀가 되었다가 종교재판에서 화형 선고를 받는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작곡가가 죽은 다음에야 초연됐는데, 지금은 프로코피예프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이탈리아 연출가 엠마 단테(1967~)는 관객 몰입도를 최대한 끌어올렸다. 눈에 쏙 들어오는 무대, 비보이의 춤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러시아 성악가에 국한하지 않은 다국적 캐스팅도 눈여겨볼 만 하다.

 

 

장엄미사

폴리나 퍼스티르자크(소프라노)/ 소피 하름센(메조소프라노)/르네 야콥스(지휘)/프라이부르크 바로크 오케스트라 외 Harmonia mundi HMM902427(2CD)

약 4년 만에 완성된 베토벤의 ‘장엄미사’는 4인 독창과 남녀 혼성합창, 파이프오르간과 관현악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르네 야콥스(1946~)는 여기에 질서를 부여했다. 19세기 말까지의 무대 배치 관행을 고려해, 오케스트라 양쪽에 합창단을, 그리고 맨 뒤에 4명의 솔리스트를 배치했다. 객석과 한층 가까워진 합창단은 가사 전달에 초점을 두고 부담스럽지 않은 발성을 선보이며, 솔리스트들은 멀리서 들려오는 천사의 음성과 같은 효과를 거둔다.

 

 

콘트랄토

나탈리 스투츠만(콘트랄토·지휘)/ 오르페오 55 Erato 9029520955

프랑스 출신의 콘트랄토인 나탈리 스투츠만(1965~)이 카스트라토의 그늘에 가려진 바로크 시대 여성 가수들의 역할을 재조명하는 음반을 발표했다. 다섯 곡의 최초 녹음을 포함해 음반에는 헨델·비발디·포르포라·보논치니·칼다라·가스파리니의 작품이 담겼다. 스투츠만은 이 곡들이 카운터테너의 목소리보다 콘트랄토가 더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는 작품임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장점을 앞세운다. 안타깝게도 스투츠만은 자신의 오케스트라 오르페오 55의 활동을 마감했다. 이들과 녹음한 마지막 음반이어서 특별하다.

 

 

평조회상

정음회 Sound press GGC20031

정음회는 2017년 창단한 국악연주단체다. 서수복(타악)·손정화(가야금)·이아람(단소) 등 정악의 정신을 이어가려는 젊은 연주자 10명이 모였다. 이번 신보는 정음회의 첫 음반 ‘현악영산회상’(2018)을 잇는 두 번째 앨범이다. 수록곡인 ‘평조회상’은 ‘낮은 조로 연주하는 영산회상’을 의미한다. 풍류음악으로 출발해 관현합주로 확대되어 궁중 잔치에서 연주됐다. 오늘날 국악전공자들은 이 곡을 기본을 다지기 위한 입문곡으로 활용한다. 정음회는 바로 이 ‘수양으로서의 악곡’이라는 특징에 주목했다. 연주자 간 호흡을 통해 조화로움을 선사한다.

 

 

날리굿

날리굿밴드 고금 GGC20033

소리꾼 최윤영과 기타리스트 신희준이 결성한 날리굿밴드의 신보. 한국의 전통 창법에 현대음악을 입혀 새로운 스타일을 추구하는 날리굿밴드는 옥천지용창작가요제 대상(2018), 인천평화창작가요제 대중상(2020)을 받은 바 있다. 음반에는 함경도 민요 ‘씨름’,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 등을 편곡해 담았다. 최윤영(국가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이수자)은 국립부산국악원 단원을 거쳐 한국전통민요협회이사를 지냈고, 퓨전보컬그룹 아나야의 보컬로 활동했다. 최근 황해도와 평안도에서 전승되던 서도소리를 담은 5집 음반 ‘설레임’을 발매했다.

 

 

금음 琴音

강효진(가야금) 악당이반 ADCD026

가야금 연주자 강효진이 신보를 발표했다. 이번 음반에서는 ‘동대가야금보(東大伽倻琴譜)’ 선율의 다채로움을 돋보이게 하기 위하여 만령산-중령산-삭영산-삼현회산-하현회산-염불회산-타령-우조타령을 짧게 구성하여 독주로 연주했다. 또한 관악기 중심의 취타를 현악기 중심으로 편곡한 ‘현악취타(수요남극지곡)’에 이어서 ‘길군악(절화)’ ‘길타령(일승월항지곡)’ ‘별우조타령(금전악)’ ‘군악’까지 계주 형식으로 연주한다. 정악에서도 가야금의 가장 큰 매력인 농현, 가야금 풍류가 가진 담백한 소리가 일품이다.

 

 

고향의 봄

* 객석 독자 선물

임선혜(소프라노)/존 노(테너)/ 정치용(지휘)/코리안심포니 외 Decca Record DD41217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는 지난 100여 년간 우리 삶에 꿈과 용기를 주었던 한국 동요를 선별해 음반으로 발표했다. 지휘자 정치용(1957~)을 필두로 소프라노 임선혜(1976~), 테너 존 노(1991~) 등이 녹음에 참여했다. 이번 앨범의 편곡은 김택수·나실인·박용빈·안성민·오은철·이용석 등 여섯 명의 전도유망한 젊은 작곡가들이 참여했다. ‘오빠 생각’ ‘고향의 봄’ ‘꼭 안아 줄래요’ ‘하늘나라 동화’ 등 보석과 같은 한국 동요 16곡과 보너스 트랙 2곡을 담았다.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꿈을 심어주고, 어른들에게는 위로를 전하는 음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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