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신화와 클래식 외
예술 속, 숨은 비밀 글
임원빈 기자
음악이 흐르는 미술관
윤지원 저
미술과 음악의 역사는 나란히 흐른다. 어렵게 느껴졌던 두 예술사를 한 권으로 훑을 수 있는 책이 발간됐다. 이집트 벽화와 신들의 악사들, 중세 교회의 금빛 모자이크화와 그레고리안 성가, 고전주의의 완벽한 형식미를 구현한 자크 루이 다비드와 베토벤 등 미술 작품과 음악을 시대별로 병렬해 개별적으로 인식되던 두 예술 사조를 명료하게 짚어낸 입문서다.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딱딱한 전문용어를 덜어내 감상의 통로를 넓혔다. QR코드를 통해 작품과 연결된 음악도 만날 수도 있다. 첼리스트이자 미술 큐레이터인 저자의 전문적인 해설과 명쾌한 설명을 따라 두 예술의 숨겨진 비밀을 파헤쳐보자.
15,000원 | 미술문화
니진스키 : 인간을 넘어선 무용
리처드 버클 저 | 이희정 역
1913년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초연되던 날 객석은 야유와 환호로 뒤섞여 아수라장이었다. 거친 불협화음, 무용수들의 원시적인 발 구르기 등 전례 없는 음악과 안무가 청중을 분노하게 한 것이다. 안무를 맡았던 바슬라프 니진스키(1890~1950)는 혼란 속에서 큰 소리로 무용수들의 박자를 맞추며 공연을 이어가고 있었다. 책은 금기를 깨뜨리고 관습을 부정한 무용수로 칭송받았던 그의 생애와 20대 후반 얻은 조현병과 안무자로서의 실패로 내리막길을 걸으며 쓸쓸히 생을 마감한 순간까지 그의 희로애락을 담아냈다.
36,000원 | 을유문화사
음악의 언어
송은혜 저
“숨을 크게 쉬어봐. 그 숨에 실린 너의 마음을 느껴보는 거야 거기서 너만의 음악이 시작되거든.” 우리가 일상의 어휘를 써서 소통하듯 음악은 동그란 소리, 뿌연 안개 같은 소리, 무지갯빛 같은 소리로 소통한다. 마음을 주고받는 음악만의 언어 방식이다. 외국어를 공부할 때는 사전과 문법책이 꼭 필요하다. 음악이라는 세계에 첫발을 내딛은 입문자들을 위해 ‘음악 문법책’이 발간 됐다. 어려운 악상 용어를 시작으로 클래식 음악의 제목에 숨겨진 비밀까지 마음씨 따듯한 동네 음악학원 선생님의 어투로 음악의 언어를 쉽게 풀어낸다. 저자는 프랑스 렌 음악원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14,000원 | 시간의흐름
춤추는 농사꾼
이윤석 방영선·성지혜 저
“마암면 사는 농사꾼 이윤석입니다.” 국가무형문화재 제7호 고성오광대 예능보유자 이윤석은 ‘농사짓는 춤꾼’이 아니라 ‘춤추는 농사꾼’으로 불러지길 원한다. 평생을 들판과 춤판을 시계추처럼 오가며 새로운 판을 벌린 이윤석의 흙냄새 짙게 밴 춤이 책에 담겼다. 춤꾼인 성지혜가 공동저자로 나서 이윤석의 춤사위를 세밀하게 채보하여 실었다. 덕분에 춤을 모르는 독자도 이 책을 읽고 나면 그의 춤이 선명이 그려질 것이다. 앞으로 한국문화재재단은 ‘춤추는 농사꾼 이윤석’을 시작으로 인간문화재의 삶을 조명하는 시리즈를 이어갈 예정이다.
17,000원 | 문보재
신화와 클래식
유형종 저
신화를 바탕으로 음악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이 발간됐다. 저자는 친숙한 신화를 통해 클래식 음악을 들여다본다. 몬테베르디의 오페라 ‘오르페오’(1607)의 4막은 플루토(하데스)와 프로세르피나(페르세포네)가 죽은 아내 에우리디케를 되찾고자 지하로 내려온 오르페오의 간청과 음악에 감동을 받고 소원을 들어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이 음악 속 등장한 여러 음악가들이 신화를 어떻게 차용했는지, 그들은 신화 속에서 무엇을 발견했는지를 책 속에 담았다. 책은 신화 속 제우스, 아프로디테, 헤르메스 등의 이야기(신화)를 먼저 다루고 그와 관련된 음악을 소개하는 구성을 취한다. 신화라는 입구로 들어가면 클래식 음악이라는 출구로 나오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독자가 테세우스가 되어 음악이라는 미로를 헤매더라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현명한 아리아드네처럼 저자는 독자가 마음껏 미로를 즐기고서도 정확한 출구로 나올 수 있게 안내하기 때문이다. 음악에 대한 지식과 흥미는 물론 애정까지 듬뿍 쥐어 준다. 저자는 오랫동안 ‘객석’에서 칼럼으로 독자들을 만나왔으며 여러 강연들을 통해 꾸준히 클래식 음악을 소개해 왔다. 현재 클래식 음악 감상실 무지크바움 대표를 맡고 있다.
18,500원 | 시공아트
#책 속으로
#42쪽 #별칭이 가져온 뜻밖의 흥행 #하늘의 신 제우스, 음악의 신 모차르트
제우스는 올림포스의 제왕이요, 하늘을 주관하는 최고의 신이다. 로마 신화에서는 유피테르로 바뀐다.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의 이름도 유피테르다. 영어로 읽으면 주피터인데, 영어권에서는 ‘조브’로 부르는 경우가 더 많다. 영화나 오페라 자막에서 조브를 발견한다면 제우스를 뜻한다고 보면 된다.(···) 제우스를 표현하는 명곡으로는 모차르트의 마지막 교향곡 41번 ‘주피터’(1788)가 단연 돋보인다. 콘서트나 흥행사 요한 피터 잘로몬이 뒤늦게 붙인 별칭인데, 모차르트라도 좋아했을 제목이다. 곡의 조성인 C장조가 모든 음계의 중심으로 여겨진다는 점에서도 그렇고, 1악장이 시작하자마자 합주로 제시되는 첫 주제부터 올림포스 정상에서 늠름하게 지상을 내려다보는 제우스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134쪽 #오페라 속, 숨은 신화 #그리스 비극과 헨델
디오니스소의 탄생 신화는 헨델의 오라토리오 ‘세멜레’(1744)에서 만날 수 있다.(···) ‘세멜레’에는 아주 유명한 노래 두 곡이 나온다. 주피터가 세상 만물이 세멜레를 받들게 하겠다고 부드럽게 약속하는 ‘당신이 걷는 곳마다’는 테너가 부른다. 오페라 세리아였다면 카스트라토가 불렀겠지만 오라토리오이기에 테너에게 주어졌다. 이보다도 인기 있는 곡은 주노가 건넨 마법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감탄하는 세멜레의 ‘나 자신을 숭배하게 된네’다. 바쿠스는 직접 등장하지 않는다. 3막 3장에 제우스가 불타 죽는 세멜레의 재로부터 술의 신이 탄생했음을 선언하는 것이 전부다.
음악의 집
클라우디오 아바도 저 | 이기철 역
이 책은 음악책이 아니다. ‘듣기’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소통하는 지휘자 상으로, 절대적 권력 속 오케스트라를 통치해왔던 이전 지휘자들과 달리 민주적 리더십으로 지휘대에 ‘조용한 혁명’을 이뤄낸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2014). 그가 1986년에 어린이를 위해 집필한 ‘음악의 집’을 풍월당에서 번역 출간했다. 아바도는 음악을 통해 배운 것은 ‘마에스트로가 되는 비결’이나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기술’ 같은 것이 아닌, ‘듣는 법’이었다고 말한다. 구스타프 말러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유럽연합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창설하는 등 어린 음악가들을 양성하는데도 꾸준히 애정을 보여 왔던 그는 책을 통해 음악을 처음 접하는 어린이들, 음악을 다시 접하고 싶은 어른들 모두에게 ‘듣기의 즐거움’을 책을 통해 전한다.
16,000원 | 풍월당
#책 속으로
#6쪽 #바이올린과 대화하는 법 #음악의 소통
어렸을 적 일인데 아직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한번은 그 방에서 뭔가 마술 같은 소리가 흘러나오는 거예요. 나는 이끌리듯이 까치발을 딛고 그곳으로 다가가, 반쯤 열린 문틈으로 아빠가 무얼 하시는지를 엿보았어요. 아빠는 내가 알지 못하는 언어로 바이올린이 말을 하도록 하고 계셨어요. 그렇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게 틀림없었지만, 너무나 아름다웠어요. 혹시라도 그 매혹적인 대화를 방해할까 봐, 나는 숨어서 오랫동안 조용히 그 바이올린 소리를 듣고만 있었지요.
#14쪽 #부전자전 #들어야 이해되는 것들
아빠가 일러주신 음악의 비밀 가운데 나를 그때부터 늘 놀랍게 했던 가장 중요한 비밀이 하나 있어요. 연주할 줄 안다고 해서 음악을 들을 줄도 아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에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과 함께 연주한다는 것은 악기를 그냥 연주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연주를 주의 깊게 듣고, 받아들이고, 가장 신비한 부분까지 이해하려고 하는 것을 뜻한다고 아빠는 가르쳐주셨지요. 음악에서와 마찬가지로 인생을 살아갈 때도 다른 사람을 이해하려면 그들의 말을 꼭 들을 줄 알아야 해요. 지금도 나는 오케스트라와 함께, 성악가 혹은 솔리스트와 협연을 해야 할 때 아빠가 이러주신 소중한 가르침을 기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