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T GO
객석이 추천하는 이달의 장르별 공연
정리 김민주·임원빈 기자
깊어지는 계절의 음악
듀오의 향연
심준호·박종해 듀오 리사이틀
11월 18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 연세
신창용·김동현 듀오 리사이틀
11월 27일 오후 5시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문태국·임동혁 듀오 리사이틀
11월 30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가을의 끝 무렵, 젊은 음악가들의 듀오 연주가 펼쳐진다. 심준호(첼로)는 지난 5월 베토벤과 라흐마니노프 첼로 소나타를 담은 음반(Sony)을 발매하며 박종해(피아노)와 함께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이번 연주(11.18)에서 이들은 다시 팀을 이루어 작곡가가 된 첼리스트·비올리스트·피아니스트의 음악을 선보인다. 풍부한 즉흥적 요소와 첼로 음색의 변용이 돋보이는 네덜란드 첼리스트 달라바코(1710~1805)의 첼로 독주를 위한 11개의 카피르스, 비올리스트 김상진의 ‘체인징 러브’, 피아니스트 파질 사이(1970~)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피아노 소나타 ‘4개의 도시’를 연주한다.
한편 김동현(바이올린)·신창용(피아노)과 문태국(첼로)·임동혁(피아노)은 가을의 정취를 담은 레퍼토리로 관객을 찾는다. 먼저 김동현은 브람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FWV8 등을 신창용과 함께 연주한다. ‘세종 체임버시리즈’는 지난 6월과 10월에 각각 클럽M과 에스메 콰르텟의 공연을 선보이며 세계무대를 배경으로 활약 중인 젊은 한국 연주자의 표상을 그려왔다. 27일 공연에는 바카우어 콩쿠르(2018)에서 한국인 최초 1위를 수상하며 우리에게 알려진 신창용과 19세 나이에 차이콥스키 콩쿠르(2019) 3위에 오르며 주목받은 김동현이 만나 기대를 모은다. 10년의 나이 차에도 불구하고 오직 음악의 언어로 우정을 쌓아온 문태국과 임동혁은 30일 공연에서 가을의 정취와 닮은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과 첼로의 깊은 음색이 돋보이는 라흐마니노프의 첼로 소나타 g단조를 선보인다. 그 외에도 베토벤의 모차르트 주제에 의한 7개의 변주곡 WoO46과 멘델스존의 첼로 소나타 2번 Op.58을 연주하며 가을과 함께 깊어지는 이들의 음악 세계를 선보일 예정이다.
바로크 음악의 정수
테디 파파브라미 바이올린 독주회
11월 4일 오후 8시 금호아트홀 연세
서울모테트합창단 ‘메시아’
11월 19일 오후 7시 30분 광명시민회관
같은 해에 태어나 다른 운명을 어깨에 진 헨델(1685~1759)과 바흐(1685~1750). 바로크 음악의 근본과 고전주의의 기틀을 마련한 두 작곡가의 대표작을 만나볼 수 있는 공연이 펼쳐진다. 먼저, 4일 공연에서는 독주 악기의 가능성을 열어 보인 작품으로 평가받는 바흐의 바이올린 파르티타 2번 중 ‘샤콘’과 소나타 2번을 테디 파파브라미(1971~)의 연주로 만난다. 두 작품 모두 여러 작곡가에 의해 클래식 기타·피아노·첼로 등으로 편곡될 만큼 대중뿐만 아닌,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불어 넣은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공연이 기대를 모으는 것은 프로그램뿐만이 아니다. 테디 파파브라미는 바이올린 무반주 독주곡에 정평이 나 있는 연주자이다. 그는 2013년 바흐·이자이·버르토크의 바이올린 독주곡을 담은 음반을 발매하며 황금 디아파종 상, 클라시카의 ‘올해의 음반상’을 수상한 바 있다.
19일에는 박치용/서울모테트챔버오케스트라·합창단이 헨델의 대표적인 오라토리오 ‘메시아’ HWV56을 선보인다. 메시아는 히브리어로 ‘기름 부음을 받은 자’ ‘구원자’라는 의미로 구약 성서의 이사야·시편과 신약 성서의 복음서·요한계시록을 바탕으로 구원자 예수의 삶과 수난을 담았다. 오은경(소프라노)·정수연(알토)·조성환(테너)·성승욱(베이스)이 함께한다. 1989년 창단되어 고음악과 교회 음악 등에 정통한 합창단으로 평가받는 서울모테트합창단의 무대라 더욱 기대를 모은다.
공연 전 이 음반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1번 BWV1001 외
테디 파파브라미(바이올린) Zigzag ZZT320
테디 파파브라미가 연주할 작품을 미리 만나볼 수 있는 음반이다. 음반에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전곡을 포함해 이자이의 바이올린 소나타 2번 ‘강박’ Op.27과 버르토크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BB124 Sz117를 수록했다. 더불어 그가 편곡한 바흐의 하프시코드를 위한 모음곡 BWV822도 바이올린의 음색으로 만나볼 수 있다.
대한민국 대표 퍼커셔니스트
심선민 타악기 리사이틀
11월 17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박혜지 타악기 리사이틀
11월 19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
퍼커셔니스트에겐 ‘민첩함’이 생명이다. 무대에 넓게 펼쳐져 있는 다양한 악기를 홀로 소화해야 하기 때문. 무대 위를 누비는 두 퍼커셔니스트를 만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심선민은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슈투트가르트 음대를 졸업하고 제5회 폴란드 현대음악 콩쿠르, 제5회 슈투트가르트 마림바 콩쿠르 등 세계에서 음악성을 입증한 인물이다. 스위스 베른 음악제, 스페인 발렌시아 타악 페스티벌 등에 초청됐고, 국내 악단들과도 다수 협연해왔다. 17일 공연에는 송영민(피아노)과 함께 마림바와 피아노를 위해 편곡된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를 연주하고 이문희의 ‘Vibrant Sparkle for Vibraphone and Tape’ 등 동시대 작곡가의 작품을 세계·국내 초연한다.
박혜지는 2019년 제네바 콩쿠르에서 우승은 물론, 청중상까지 휩쓴 주인공이다. 최근에는 경기필과 협연하고, 서울시향과 페테르 외트뵈시의 ‘스피킹 드럼’을 국내 초연했다. 19일 공연에는 바흐의 첼로 무반주 독주 모음곡 5번 BWV1011 중 ‘전주곡’을 타악기의 음색으로 만나고 티에리 드 메이(1956~)의 ‘Silence Must Be’ 크리스토스 하치스(1953~)의 ‘풍작 기원 의식(Fertility Rites)’ 등을 연주한다.
실내악으로 맺는 가을의 끝자락
리수스 콰르텟 리사이틀
11월 15일 오후 8시 대학로 예술가의집
볼체 콰르텟 리사이틀
11월 24일 오후 7시 30분 광명시민회관 대공연장
가을에 색다른 공연을 찾고 싶은 독자를 위한 공연이다. 올해 제48회 피쇼프 실내악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국제무대에 본격적으로 알려진 리수스 콰르텟(이해니·유지은·장은경·이보배)은 대학로 예술가의집에서 공연을 한다. 예술가의집은 무대와 거리가 먼 공연장의 의자가 아닌 바닥에 앉아 연주자의 숨소리와 심장 박동을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는 공연장이다. 이번 무대에서는 슈베르트 현악 4중주 12번 ‘크바르테트자츠’ D703, 버르토크 현악 4중주 3번 BB93 Sz85, 베토벤의 현악 4중주 9번 Op.59-3 ‘라주몹스키’ 등을 예술의 각축장에서 갓 돌아온 이들의 생생한 연주를 만날 수 있다.
독일·프랑스 오스트리아를 거점으로 활동 중인 연주자들로 결성된 볼체 콰르텟(이호준·박동석·조재현·정다운)은 책과 함께 음악을 관객에게 선물한다. 공연은 ‘청춘, 삶과 결정의 순간들’ ‘불안에 관하여’ ‘변화에 관하여’ ‘용기에 관하여’를 주제로 책과 음악을 묶었다. 이순신 장군의 삶을 담은 김훈의 ‘칼의 노래’ 속에서 슈베르트 현악 4중주 14번 ‘죽음과 소녀’을 발견하고, 찰스 디킨스의 ‘두 도시 이야기’와 쇼스타코비치 현악 4중주 8번 Op.110에 담긴 변화의 메시지를 만날 것이다.
가을 물들일 한국가곡
제13회 세일 한국가곡의 밤
11월 2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대전시립합창단 ‘가곡의 향기’
11월 5일 오후 7시 30분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
한국가곡의 중흥을 꿈꾸는 세일 한국가곡의 밤이 올해 13회를 맞아 예술의전당에서 열린다. 연광철(베이스)과 김우경(테너)이 출연을 예고해 기대를 모은다. 미래의 성악계를 이끌어갈 제13회 세일 한국가곡 콩쿠르 수상자인 오현아·박누리(소프라노), 이종환(바리톤)도 독창과 중창을 선보인다. 콩쿠르 작곡부문 1위 수상곡인 정재민의 ‘참 맑은 물살’도 초연된다. 이번 공연은 네이버TV로 생중계되며 추후 세일음악문화재단 유튜브 채널에도 업로드된다.
5일 대전시립합창단(예술감독 빈프리트 톨)은 ‘가을의 사색’이라는 제목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동시대 합창 작곡가들의 작품을 한데 모았다. 작곡가 조혜영의 ‘청산에 살어리랏다’ ‘금잔디’ ‘못잊어’를 포함해 변훈 작곡의 ‘명태’를 국립합창단의 전임작곡가인 우효원의 편곡으로 만난다. 대중의 오랜 사랑을 받아온 김소월의 시에 선율을 얹은 가곡을 비롯해 이영훈의 ‘옛사랑’ 윤학준의 ‘나 하나 꽃피어’ 등을 선보이는 이번 무대에는 전임지휘자 김동혁과 함께 정도형(대금)·이용원(피리)·김수희·박성진(피아노)이 무대에 오른다.
신작과 축제의 향연
‘핫’한 세 연출가의 신작
연극 ‘위대한 뼈’
11월 18~28일 경기아트센터 소극장
국립극단 ‘엔젤스 인 아메리카’
11월 26일~12월 26일 명동예술극장
연극 ‘등장인물’
11월 3~7일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연출가 한태숙이 예술감독으로 재직 중인 경기도극단이 ‘위대한 뼈’(11.18~28)로 돌아온다. 경기도극단 희곡 공모에서 111편의 경쟁을 뚫고 당선된 박진희 작가의 작품을 무대화한다. 연극은 나날이 진화를 거듭하는 변이 바이러스가 지배하는 불안한 현실을 그린다. 극 중 인물은 기발한 아이디어로 이 역경을 극복하고 인간성을 회복한다. ‘위드 코로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던져질 작품의 메시지를 놓치지 말 것.
제56회 백상예술대상 백상연극상의 주인공인 연출가 신유청은 국립극단 ‘엔젤스 인 아메리카’를 선보인다. 미국 극작가 토니 커쉬너의 대표작으로, 초연 당시(1991년) 퓰리처상·토니상 등을 휩쓸었다. 작품은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시절, 사회의 편견에 맞서야 했던 동성애자들을 유령과 천사로 묘사했다. 장장 7시간 30분에 이르는 대서사시를 두 편으로 나누어, 오는 11월에는 1부(11.26~ 12.26)를 선보이고, 2부는 내년 2월에 예정이다.
신유청이 제57회 백상예술대상의 백상연극상을 수상할 때, 젊은연극상 부문의 주인공으로 시상대에 오른 이는 연출가 신재였다. 신재는 서울시극단과 함께 ‘등장인물’(11.3~7)을 발표할 예정이다. ‘한 번도 등장한 적 없는 인물의 아직 쓰이지 않은 이야기’를 주제로 사회로부터 분리된 채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극으로 풀었다.
각양각색 무용축제
제42회 서울무용제
11월 5~28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외
제6회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KIADA)
11월 16~23일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외
제5회 서울무용영화제(SeDaFF)
11월 5~7일 아트나인
서로 다른 개성을 뽐내는 세 무용축제가 기지개를 켠다. 아르코예술극장을 중심으로 진행될 제42회 서울무용제(11.5~28)는 국내 무용계의 전성기를 이끌어온 현대무용가(이정윤·김성용·김혜림·정혜진)의 무대인 ‘무.념.무.상(舞.念.舞.想)’(11.12/대극장)으로 시작해, 국내 무용사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작품들을 재조명하는 ‘명작무극장’(11.17/대극장), 세대와 지역을 막론하고 모인 춤꾼들이 벌이는 ‘열정춤판’ ‘여판춤판’ ‘남판춤판’으로 이어진다.
장애예술은 또 하나의 장르다. 고정관념을 뛰어넘는 무용작품을 제6회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KIADA)(11.16~23)에서 만나보자. 이번 축제 프로그램은 발레와 현대무용, 민족무용(전통무, 창작무) 등을 아우르는 국내외 초청작이 채웠다. 국내 공모작으로는 ‘사랑 및 우정에서의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2019)을 창작한 김원영X프로젝트이인, 2019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레퍼토리에 선정된 바 있는 로댄스프로젝트 등이 선정됐다. 영국·미국·베네수엘라·스페인·코스타리카·아르헨티나의 무용단도 참여 예정이다.
무용과 영상의 예술 미학을 엮은 무용영화 또한 하나의 장르로 거듭나고 있다. 국내 무용영화의 장을 넓혀온 서울무용영화제(11.5~7)가 올해 5회를 맞아 ‘영화와 춤추다’라는 제목으로 열린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숨’(김동희) ‘우주 순례’(김하나) 등 10개의 작품이 상영된다. 자세한 프로그램 내용은 추후 공개 예정이며, 수상작은 11월 7일 폐막식 당일 발표된다.
전통예술의 어제와 오늘
몸의 언어로 그린 현대의 표상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 ‘얼이섞다’
11월 12일~12월 4일 고양아람누리 외
국립무용단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
11월 11일~13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앰비규어스댄스커퍼니는 세계적 팝밴드 콜드플레이와 명품 구찌와의 협업을 통해 ‘글로벌 스타’로 거듭난 무용그룹이다. 이들이 신작 ‘얼이섞다’(11.12~12.4)를 발표한다.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는 논두렁의 밭 매는 소리, 어촌의 만선을 알리는 소리 등 ‘우리의 소리’를 기반으로 하여, 춤이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가장 원초적이면서도 솔직한 소통의 도구임을 보여줄 예정이다. 공연은 춘천(11.12·13)과 고양(11.19· 20), 포항(11.25·26), 천안(12.3·4)으로 이어진다.
국립무용단(예술감독 손인영)은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로 우리의 소리를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무용을 선보인다. 이 작품은 ‘샤먼’과 ‘내림굿’ 의식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 샤먼으로 묘사된 무용수들은 특별한 능력으로 인해 사회에서 고립되었다가 이내 운명을 받아들이고 영적인 세계로 드는 내림굿을 거쳐 다시 태어난다는 이야기이다. 작품 제목인 ‘다녀와요, 다녀왔습니다’는 샤먼 각각이 자신에게 건네는 인사이자 모든 사람에게 건네는 다정한 안부 인사이다. 안무를 맡은 예술감독 손인영은 ‘전통의 현대화’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그는 이날치 밴드의 장영규(작곡·음악감독)와 드라마 ‘보건교사 안은영’의 콘셉트 작가 윤재원(연출·미술감독)과 함께하며 다시 한번 전통의 변용을 그린다.
판소리의 뿌리와 변용
국립극장 완창판소리 김소영 ‘수궁가’
11월 20일 오후 3시 국립극장 하늘극장
한금채 ‘심청가’
12월 12일 오후 2시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
판소리의 원형을 그대로 만나볼 수 있는 공연이 국립극장에서 열린다. 국립극장 완창판소리는 1984년부터 지금까지 매달 소리꾼들에게 판소리 완창의 판을 벌려 소리의 신명을 돋우었다. 이달에는 소리꾼 김소영이 동초제 ‘수궁가’ 완창에 도전한다. 2012년 ‘독도사랑국악사랑 대한민국국창대회’에서 수상하며 그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2017년 전북중요무형문화재 제2호 판소리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었다. 김소영이 공연할 ‘수궁가’ 동초제는 김연수(1907~1974)가 여러 판소리 유파의 장점을 받아들여 정립한 것으로, 근대 판소리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수궁가’의 긴 여정을 김형태·조용안 고수가 함께해 소리의 흥을 돋울 예정이며 판소리 연구가 배연형이 해설과 사회를 맡아 관객에게 작품의 이해를 더한다.
완창판소리는 짧게는 세 시간, 길게는 여덟·아홉 시간까지 진행된다. 긴 시간이 조금은 부담스러울 이들에게 판소리가 쉽게 다가가고자 미디어아트와 결합한다. 소리꾼 한금채의 ‘심청가’에서는 백지의 병풍, 한복, 부채가 하얀 도화지가 되어 화려한 바다와 용궁을 담아낼 예정이다. 한금채는 용인대학교 국악과를 졸업하고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보유자 윤진철에게 사사했다. 한금채가 공연할 강산제 ‘심청가’는 사설과 음악적 미학이 뛰어나며, 중고제·동편제·서편제 등 각 판소리 유파의 특징이 어우러져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극으로 열리는 세계
프랑스 뮤지컬의 세계
프랑스 오리지널 뮤지컬 콘서트
‘앙코르: 그래, 다시 한번’
11월 5일~7일 KBS 아레나
프랑스 오리지널 버전 ‘노트르담 드 파리’
11월 17일~12월 5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화려한 노래와 춤이 특징인 영미권 뮤지컬에 익숙한 관객에게 프랑스 뮤지컬은 조금 낯선 존재다. 가벼운 오페라 장르인 오페레타에서 시작된 프랑스 뮤지컬은 ‘노래’ 중심이다. 이런 프랑스 뮤지컬의 넘버를 압축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 공연이 찾아온다. 프랑스 오리지널 뮤지컬 콘서트 ‘앙코르:그래, 다시 한번’(11.5~7)은 프랑스 뮤지컬 3편 ‘노트르담 드 파리’ ‘모차르트 오페라 락’ ‘레미제라블’의 음악을 관객에게 선보인다. 프랑스 뮤지컬에 참여했던 20명의 배우와 윤혁진/아르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함께 한다.
한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11.17~12.5)도 프랑스 오리지널 버전으로 공연된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노트르담 드 파리’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종지기인 콰지모도와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의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그려낸 작품이다. 지난해 11월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프랑스 초연 20주년 기념 버전 공연이 예정되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조기 종연된 바 있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10개월 만에 돌아온 ‘노트르담 드 파리’는 관객들에게 프랑스 뮤지컬의 정수를 전할 것이다.
셰익스피어를 다루는 두 방식
연극 ‘리어왕’
10월 31일~11월 21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연극 ‘줄리엣과 줄리엣’
10월 21일~11월 21일 브릭스씨어터
셰익스피어를 각기 다른 시선으로 다룬 두 개의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리어왕’은 절대 권력을 가진 왕이 권력투쟁의 소용돌이 아래 스러져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한국셰익스피어학회 부회장이자 순천향대 교수인 이현우가 연출 및 번역을 맡아 셰익스피어 본연의 ‘리어왕’(10.31~11.21)을 선보일 예정이다. 근래에 들어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축소된 형태로 많이 오르는데, 이번 공연은 3시간 20분의 긴 상연으로 진행되며 의상과 분장까지 원전 그대로 재현될 계획이다. 데뷔 65주년을 맞은 이순재는 이번 무대에서 리어왕 역할을 맡았다. 고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전회차 모두 출연할 예정이어서 더욱 기대를 모은다.
‘줄리엣과 줄리엣’(10.21~11.21)은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다. 원수지간인 집안에 각각 이름이 같은 딸 ‘줄리엣’이 있었고, 두 사람이 파티에서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으로 진행된다. ‘헤라, 아프로디테, 아르테미스’와 ‘헤카베’ 등으로 여성 서사를 꾸준히 다뤄온 창작집단 라스가 제작하는 작품이다. ‘줄리엣과 줄리엣’은 2018년 초연과 2019년 재연 당시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호평을 받았으며 2019년 제55회 백상예술대상 젊은연극인상에 이기쁨 연출이 이 작품으로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스테디셀러의 귀환
뮤지컬 ‘빨래’
11월 5일~22년 5월 29일 대학로 유니플렉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11월 24일~22년 2월 20일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오랜 시간 꾸준히 사랑받아온 뮤지컬 두 편이 돌아온다. ‘빨래’(11.5~22.5.29)는 사회초년생과 외국인 노동자의 이야기를 다루며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어낸 자타공인 대학로 스테디셀러 작품이다. 2005년부터 매년 공연됐지만 2020년 11월 코로나로 인해 무기한 휴식을 발표했다. 1년이 지난 올해 11월, 드디어 공연을 재개한다. 지난 시즌 참여한 경험이 있는 배우들과 함께 돌아온 ‘빨래’는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희망의 이야기를 전할 것이다.
동명의 소설을 뮤지컬로 풀어낸 ‘프랑켄슈타인’(11.24~2022.2.20)은 2014년 초연 당시 한국뮤지컬어워즈 올해의 뮤지컬상·남우주연상·여우신인상·연출상 등을 휩쓸며 화려하게 시작을 알린 바 있다. 두터운 팬덤이 형성되며 재공연 당시 평균 객석 점유율이 90%에 달했던 작품으로 3년 만에 돌아온다. 철학·과학·의학을 아우르는 천재 빅터 프랑켄슈타인 역에는 민우혁·전동석·규현, 빅터의 연구를 돕는 조력자 앙리 뒤프레 역에는 박은태·카이·정택운, 빅터와 어린 시절부터 친구이자 그의 약혼녀인 줄리아 역에는 해나·이봄소리 등이 무대에 오른다.
아직은 낯선 실내악의 세계로
실내악이 건네는 위로의 손짓
서울챔버뮤직소사이어티 ‘위로’
11월 19일 오전 11시 광주문화예술회관(11시 음악산책)
11월 21일 오후 2시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2~10명의 연주자가 모여 연주하는 실내악은 말 그대로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작은 규모의 음악이다. 하지만 첼리스트 박진영은 “협주곡이나 교향악에 비해 실내악을 향유하는 대중은 많지 않다”며, 실내악의 묘미를 알리기 위해 2019년 서울챔버뮤직소사이어티를 설립해 활동 중이다. 고음악에서 현대음악까지 넓은 스펙트럼을 가진 그는 이 앙상블의 예술감독으로서 전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서울챔버뮤직소사이어티는 다른 단체들과 달리 매 시즌 연주자가 달라지는 형태를 채택한다.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새로운 악기의 조합과 다양한 편성의 무대를 관객에게 선사하고자 한다. 박진영은 “서울챔버뮤직소사이어티를 통해 대중과 예술계가 상생하는 건강한 문화적 선순환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움직임의 일환인 세 번째 공연 ‘위로’가 오는 19일과 21일 각각 광주문화예술회관과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곡마다 위로의 메시지를 담는 이번 공연에는 박진영(첼로)을 비롯하여 조성현(플루트)·시반 마겐(하프)·김은혜(타악기)가 함께한다.
첫 곡으로 선보이는 바흐의 플루트와 콘티누오를 위한 소나타 BWV1034에 대해 박진영은 “바흐의 인생에 대한 넓은 지혜가 스며나오는 곡”이라고 한다.
특히 박진영은 현대음악 연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클래식 음악은 과거완료된 음악이 아닙니다. 지금도 창작이 이루어지고 있는 진화 중인 음악입니다. 서울챔버뮤직소사이어티는 대중에게 사랑받는 명곡은 물론 현존하는 작곡가들의 작품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창단 초부터 현대음악 알리기에 힘써온 서울챔버소사이어티의 이번 공연에서도 현존하는 작곡가의 작품을 선보인다. 이스라엘 출신의 작곡가 길라드 코헨(1980~)의 ‘도아 그리고 마사’이다. 이 곡은 코헨이 하피스트 시반 마겐을 위해 작곡한 곡으로, 2014년 시리아 전쟁 당시 바다 위를 표류해야 했던 난민들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아 쓴 하프 독주곡이다.
이 곡을 헌정 받은 시반 마겐은 남성 하피스트로 이번 공연을 통해 처음 국내 관객과 만난다. 현재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수석으로 활동 중인 그는 이스라엘 하프 콩쿠르에서 우승했으며 세인트 폴 체임버 케스트라·빈 체임버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한 바 있다. 그런 그를 보고 피아니스트 미츠코 우치다는 “시반 마겐은 하프를 노래하게 만든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에서 선보이는 ‘도아 그리고 마사’는 한국 초연이며, 브람스의 인테르메조 Op.117-1을 직접 하프로 편곡하여 연주하기도 한다. 이외 플루트·하프·타악기·첼로가 함께 하는 데이비드 브루스(1970~)의 ‘비의 위로’로 위로의 시간을 선사한다. 이 곡에 대해 박진영은 “마리 엘리자베스 프라이의 시 ‘내 영혼 바람되어’에서 영감을 받은 곡으로, 사람이 세상을 떠난 후에 가족들이 슬퍼하기보단 자연에서 위로를 얻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은 곡”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 앞서 박진영은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본지에 다음과 같이 전해왔다. “음악의 힘을 말로 정의하기는 어렵겠지만, 기쁨을 불어나게 하는 힘과 슬픔을 덜어주는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가슴 한 켠에 아픔을 안고 살아가는 오늘날에 저는 슬픔을 덜어주는 힘을 더 믿습니다. 기쁜 이와 함께 즐거워하는 것도 좋지만, 괴로움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위로가 된다는 것은 넓은 마음과 이해심이 있어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런 때에 우리를 토닥여 줄 ‘음악의 힘’을 전하고 싶습니다.”
글 김민주 수습기자 사진 서울챔버뮤직소사이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