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의 돛에 부는 새바람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2년 6월 20일 9:00 오전

창단 37년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 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

‘국립’의 돛에 부는 새 바람

 

1985년에 창단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에게 올해는 특별한 해다. 코리안심포니에서 국립심포니로 명칭이 바뀌었고, 첫 외국인 지휘자인 다비트 라일란트를 예술감독으로 선임했기 때문이다.
기획 임원빈 사진 강태욱(Workroom K)

©강태욱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PART 1
INTERVIEW
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

임원빈

PART 2
INTERVIEW
대표이사
최정숙

류태형

PART 3
ANALYSIS
MBTI로 보는
국립심포니 성향분석

임원빈

PART 4
HISTORY
역경과
영광의 시간

이의정

PART 5
OPINION
‘국립’의 가치를
위한 제언

한정호

 

PART 1
interview

©BAKI

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
믿음에 기반한 진실

 

다비트 라일란트는 국립심포니의 7대 예술감독으로 취임했다. 악단의 첫 외국인 지휘자이기도 하지만, 코리안심포니가 국립심포니로 명칭을 바뀐 뒤 맞이한 첫 지휘자이기도 하다.

 

 

 

 

메츠 국립 오케스트라와 국내 투어(4.29~ 5.3)를 앞둔 라일란트를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 위치한 국립심포니 사무실에서 만났다. 먼저 파란 눈의 이방인이 ‘국립’을 내건 한국의 악단을 이끌 자격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이를 위한 질문지 분량은 다섯 페이지를 넘어갔다.
예술감독 취임을 축하하며 그에게 소감을 물었다. ‘국립’에 힘을 주어 묻자 그는 “영광스러우면서도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고 답했다. 영광과 책임. 여기까지가 기자가 예상한 ‘소감’이었다면 라일란트는 확고한 ‘꿈’을 더한다.
“더 많은 꿈을 꾸게 된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것도 사실 더 많아졌어요. 대중이 생각하는 국립의 무게와 기대를 알기 때문에 저와 단원들이 함께 해나가야 할 새로운 과제 중 하나는 국립에 걸맞은 성과를 보여주는 것입니다”라며 눈을 반짝였다.
그 역시 ‘국립’이라는 상징성과 책임의 무게를 알고 있다. 라일란트는 자크 메르시에의 뒤를 이어 2018년부터 메츠 국립 오케스트라(Orchestre National de Metz)를 이끌어오고 있다. 메츠 국립 오케스트라 역시 2002년에 국립 오케스트라로 승격된 바 있다.
그는 최근 ‘국립’ 명칭 사용을 두고 붉어진 다른 악단과의 논쟁에 대해 “자연스럽고 건강한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프랑스에는 12개의 국립 오케스트라 있고, 각 악단은 정부의 지원뿐만 아닌 소속된 도시와 지방의 보조금을 받기 때문에 한 나라를 대표하는 것을 넘어 지역에 음악적 기여를 해야 하는 책임도 커진다.
“최근에는 2개의 악단이 추가로 국립 승격을 앞두고 있어, 기존의 오랜 역사를 지닌 국립 오케스트라 간 차이를 두기 위한 호칭 논의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2022년, 국립심포니 예술감독 취임 연주회 ©국립심포니

 

국립의 무게를 알기에
서울시의 음악발전을 위한 서울시립교향악단(1957년 창단), 방송교향악단인 KBS교향악단(1956년 창단), 그리고 나라의 사명을 부여받는 국립심포니(1985년 창단)의 역할은 달라도 국내 교향악단을 대표한다는 것에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세 오케스트라 중 국립심포니만의 차별화된 역할이 무엇인지 묻자 라일란트는 의자에서 등을 떼고 목을 가다듬었다. “저의 우선순위는 언제나 대중입니다. 클래식 음악을 어렵게 느끼는 대중에게 더 친근히 다가가고 음악이 없는 곳에도 찾아갈 겁니다.”
“하지만 그 역할은 다른 오케스트라도 충분히 하고 있습니다”라고 반문하니, 고심 끝에 준비한 듯한 답을 꺼낸다. “맞습니다. 모든 단체가 클래식 음악 저변화에 힘쓰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국립 단체로서의 가장 중요한 사명은 미래 음악 인재 양성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가진 음악적인 모든 것을 다음 세대에게 전수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KNSO 국제오케스트라아카데미를 열어 오케스트라 단원을 꿈꾸는 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국제지휘자콩쿠르를 개최해 젊은 지휘자들에게 무대의 기회를 만드는 것 등은 국립심포니가 맡은 중요한 역할 중 하나입니다.”
그의 말처럼 국립심포니는 젊은 음악가를 위한 무대들을 꾸준히 마련해 왔다. 이를 위한 초석으로 지난해 제1회 KSO국제지휘콩쿠르 우승자인 미국 출신 엘리아스 피터 브라운(1995~)을 이번에 부지휘자로 발탁했다. 라일란트는 한국에 오기 전 그에 대한 궁금증을 못 참고, 베를린에서 그를 만나 3시간의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엘리아스는 리허설 과정이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 지휘자이고, 본인이 어떤 길을 가고자 하는지를 분명히 알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는 그것이 그의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국립심포니는 지난해 개최한 ‘작곡가 아틀리에’ 1기 출신 전예은(1985~)을 상주작곡가로 임명했다. 라일란트는 “저는 작곡으로 음악을 시작했기에 작품과 작곡가에 대한 애정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오는 11월 전예은의 ‘장난감 교향곡’ 초연을 앞두고 그도 미리 만났다고 한다. 전예은은 “이토록 꼼꼼히 작품을 연구해 준 지휘자는 드물다”고 전했다.

진실함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
카라얀이 베를린 필을 떠나고, 아바도가 지휘봉을 잡았을 때, 아바도의 소통형 리더십에 단원들은 환호했다. 국립심포니 전임 지휘자 정치용은 “소통형 지휘에는 설득의 과정이 필연적이기에 한 작품을 만드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며 ‘인내심’을 지휘자의 중요한 덕목으로 뽑은 바 있다. 라일란트 역시 소통형 지휘자로 알려졌지만, 그는 그것이 “본인의 천성”이라고 이야기한다. 그가 태어난 벨기에는 프랑스·룩셈부르크·네덜란드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다양한 국적과 언어가 섞이는 만큼 하나의 공통된 의견에 이르기 위해 자연스럽게 소통이 생긴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수직적인 방식이 좀 더 원하는 목표를 빨리 얻기 때문에 효과적이지 않으냐고 묻지만, 저는 빠른 성과보다 장기적인 신뢰와 긴 호흡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리허설 때 제가 원하는 상세한 음악적 해석이 있지만, 그것을 구현해달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항상 제가 추구하는 것은 단원들이 자유롭게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주는 거예요. 제약 없이 자기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를 할 수 있게끔 하면 결국은 제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게 되더라고요.” 실제로 그는 리허설 중에 단원들에게 질문을 많이 한다. 음향의 균형이 어떠한지, 서로의 소리가 들리는지 등을 체크하며 객석과 무대를 뛰어다니고 꼼꼼히 살피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단원뿐만 아닌 사무국 직원들과의 소통도 원활하다. 하지만 모든 소통이 긍정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것은 아니다. 때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단원들과 한 몸처럼 붙어 있다가도 차원이 다른 현실적인 문제를 사무국과 논의하게 됩니다. 또는 사무국과 공연 기획에 대해 친밀하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단원을 대표해 민감한 이야기를 꺼내야 할 때도 있죠. 그러다 보니 마치 두 세계와 그 사이를 오가는 느낌을 받기도 하죠. 한쪽은 예술적인 것을 대표하고 또 다른 한쪽은 행정적인 것을 대표하기에 그 사이를 자유롭게 떠다니며 잘 연결해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일관성과 진실(Truth)을 잃어서는 안 되죠.”
그는 진실함이 믿음을 가져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악단과의 첫 만남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연약한 모습을 보이는 걸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인간적인 연약한 모습 덕분에 관계가 잘 풀렸던 경험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첫 순간이 중요하긴 중요하지만, 저의 멘토이자 아버지 같은 분이셨던 마리스 얀손스(1943~2019)는 ‘우리는 지금 인기 경쟁을 하는 게 아니다. 누가 더 효과적인지 그게 중요하다’라고 이야기하셨습니다.”
지휘자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가르쳐준 스승이 얀손스라면,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1929~2016)는 음악가의 신념을 가르쳐준 스승이다. “현대음악을 작곡하며 지휘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현대음악만 하다 보니, 음악적 균형점이 필요했고, 당시 18세기 음악에 완전히 푹 빠져 지냈습니다. 그때 아르농쿠르 선생님을 처음 만났는데요. 그분과의 만남은 강렬했습니다. 그분이 가진 음악적 신념은 어마어마하셨어요. 음악적인 가르침도 받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흔들리지 않고 지켜온 음악적 신념들로 어떻게 음악을 대해야 하는지 배웠습니다.

유연함과 이상주의를 무기삼아
국립심포니는 코리안심포니로 창단한 지 2년만인 1987년, 당시 문화부 소속 국립극장과 계약을 맺었고, 국립극장 산하 단체였던 국립오페라단·합창단·발레단의 반주를 오늘날까지 맡아오고 있다. 그러면서도 교향악단으로서의 독립적인 정체성 또한 지켜오고 있다.
라일란트는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경험과 역사를 이룩한 이 악단의 ‘유연성’을 자랑스러워했다. 그가 국립심포니와 인연을 맺은 것도 두 편의 오페라 덕분이었다. 2018년 모차르트의 오페라 ‘코지 판 투테’로 처음 만났고, 이듬해 쿠르트 바일(1900~1950)의 오페라 ‘마하고니 도시의 번영과 몰락’을 국내 초연했다.
“오페라·발레·교향곡은 비슷한 듯하지만 굉장히 다릅니다. 이 모든 것을 소화하고 있다는 것이 국립심포니의 매우 큰 강점인 것 같아요. 악단이 가진 색채와 얼굴을 작품에 따라 빨리빨리 바꾸는 능력은 아무나 갖고 있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발레는 워낙 지휘에 필요로 하는 자질이 다르기 때문에 저보다 훨씬 더 경험이 많은 능숙한 지휘자님께 맡기고 싶습니다.”
그는 ‘가능한 것’을 이야기하는 ‘현실주의자’이자, 동시에 꿈을 품은 ‘이상주의자’이기도 하다. ‘현실’과 ‘이상’이 상충하며 악단의 ‘선진(先進)’을 그린다.
최근 안드리스 넬손스는 상임지휘자로 있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음반을 발매해 화제를 모았다. 라일란트 역시 메츠 국립 오케스트라와 국립심포니라는 두 개의 키를 쥐고 있으니 두 국립 오케스트라의 교류를 통한 음반 작업도 기대해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그거야말로 꿀 수 있는 가장 큰 꿈”이라고 이야기하며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했다.
“두 오케스트라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비행기로 이동할 때 생기는 탄소배출은 환경에 좋지 않아요.” 다소 엉뚱하지만, 현실적인 대답이었다. 그는 진지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국립심포니와 메츠 오케스트라의 단원을 교환하고, 상주작곡가를 각자의 나라로 보내 작품을 연주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물론 많은 예산·시간·경험이 필요하겠지만 함께 프랑스와 한국의 상징이 될 만한 작품을 남기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창작음악을 연주하는 데에 있어 국립심포니는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 등을 통해 꾸준히 동시대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외국 지휘자가 악단에 처음 임명된 만큼, 한국 작곡가들의 작품을 어떻게 해석할까. 한국의 오랜 정서와 역사에 대해 외국 지휘자인 그는 어떻게 공감할까에 대해 물었다.
“두 가지로 답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선 저는 굉장히 호기심이 왕성합니다. 그래서 늘 배웁니다. 모르는 건 배워야 합니다. 전통악기들 어떻게 사용하는지 어떤 소리가 나는지, 기법은 뭐가 있는지 모두 배울 준비가 됐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잘 아는 전문가가 주변에 있어서 저를 도와주어야 합니다. 예술감독이라고 해서 제가 다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아요. 기획된 공연을 정말로 잘 할 수 있는 전문가에게 잘 맡기는 것도 예술감독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악단을 물려주기 위한 노력
악단에 관해 이야기할 때 그의 얼굴은 발그레해진다. 애정이 묻어났다. 문득 특별히 칭찬하고 싶은 악기군이 있는지 물었다. 오랜 고민 끝, 그의 눈가에 옅은 주름이 패었다. “가족을 보면요, 굉장히 똑똑하고 영리한 사촌이 있는가 하면, 참 견디기가 힘든 삼촌도 계십니다. 그렇지만 두 사람 모두 가족이고요. 가족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단원의 수준과 역량을 동일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은 저의 숙제입니다”라고 말하면서도 현악군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결국 ‘견디기 힘든 삼촌’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듣지 못했다.
그의 예술감독으로서의 최종적인 목표는 “건강한 오케스트라를 다음 후임 예술감독에게 넘겨주는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국립심포니가 여러 가지 감정을 경험을 할 수 있는 감정의 매개체가 됐으면 좋겠어요. 금방 웃게 했다가 또 1분 후에는 갑자기 울게 만드는 감정의 폭을 다채롭게 느끼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3~4년간 국립심포니가 연주해온 레퍼토리를 모두 살펴보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갖게 된 꿈은“일관성을 유지하되 이제까지 선보이지 않은 곡을 선보이고 싶었다”라는 것.
그동안 그는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다니엘 오베르(1782~1871), 뱅자맹 고다르(1849~1895) 등의 작품을 음반으로 남기며 새로운 작곡가 발굴에 앞장서 왔다. “잊혀진 작곡가 중 중요한 이들이 있어요. 그들이 없었다면 아마 음악적 명맥이 이어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여성 작곡가 오귀스타 올메스(1847~1903)의 작품을 언급하기도 했다. “생상스와 동시대에 활동했습니다. 때론 올메스의 음악이 생상스보다 훨씬 더 아름답게 느껴질 때도 있고요.”

인터뷰를 마치며 예산과 단원 수의 제약 없이 마음껏 하고 싶은 레퍼토리가 있는지 물었다. 그는 다시 고민에 빠졌다. “쇤베르크의 ‘구레의 노래’. 아니, 말러 교향곡 8번 ‘천인’입니다. 하지만 먼저 하고 싶은 작품은 아닙니다.” 잠깐의 시간을 달라던 그는 생각 끝에 베를리오즈의 ‘레퀴엠’을 최종적으로 꼽았다. 2백여 명의 오케스트라 단원과 수백 명의 합창과 독창자를 포함해 팀파니만 16대가 사용된다. 대편성의 작품이기에 비용이 많이 들어 프랑스에서도 잘 연주되지 않는다며 웃었다.
임원빈 기자

 

Performance information ______________________

라일란트 지휘
국립심포니 하반기 주요 공연 일정

‘바그너와 부르크너’
6월 19일 오후 5시 롯데콘서트홀
브루크너 교향곡 6번 외

‘수수께끼’(협연 라파엘 세베르)
8월 9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엘가 ‘수수께끼 변주곡’ 외

‘셰에라자드’(협연 선우예권)
11월 3일 오후 7시 30분
LG아트센터 서울, 전예은 ‘장난감 교향곡’,
림스키코르사코프 ‘셰에라자드’ 외

‘천지창조’(협연 황수미·전승현 외)
12월 9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하이든 ‘천지창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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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비트 라일란트(David Reiland, 1979~)
– 벨기에 바스토뉴 출생
– 브뤼셀 왕립음악원·파리 에콜 노르말
음악원·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졸업
– 런던 계몽시대 오케스트라 부지휘자 역임
– 현 독일 뮌헨 심포니 수석객원지휘자
– 현 뒤셀도르프 심포니 ‘슈만 게스트’
– 현 스위스 로잔 심포니에타·
프랑스 메츠 국립 오케스트라 음악감독
– 현 국립심포니 예술감독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조프루아 쿠토(피아노)/다비트 라일란트(지휘)/메츠 국립 오케스트라
La Dolce Volta LDV94

 

 

 

 

 

뱅자맹 고다르 교향곡 2번
다비트 라일란트(지휘)
뮌헨 방송교향악단
CPO 5550442

 

 

 

 

 

다니엘 오베르 오페라 ‘인어’
다비트 라일란트(지휘)/파리지앵 프리스볼리트 오케스트라 외
Naxos 8660436

 

 

 

 

 

PART 2
interview

©강태욱

대표이사 최정숙
뚜렷한 시선과 미래

최정숙은 올해 1월 국립심포니의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언제나 힘이 있고 또 확신에 가득 차 있다. 그가 그린 악단의 꿈은 곧 그들 앞에 열릴 세상 같이 느껴진다.

 

대표이사 최정숙은 새로 부임한 예술감독 라일란트를 “철학·미술 등 다방면의 화제가 끊이지 않고 한국문화에 대한 열린 마음도 인상적인 ‘아름다운 사람’”이라 평하며 “대한민국이 사랑하는 지휘자가 될 것”이라 확신했다. 예술감독과는 단원 평가에 대한 세부 사항을 논의하고 오디션을 통한 단원 충원을 논의했다. 정원이 100명인 국립심포니의 현재 인원은 74명으로 충원이 필요한 상태다. 임기 내 최 대표의 실현 가능한 목표는 연주량이 많은 단원에게 돌아갈 정당한 보상과 격려와 함께 사무국 직원들을 전문가로 키우는 것이다. 잦은 인사이동보다는 그 일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받으며 성장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게 핵심이다. 그는 성악가 출신임에도 퇴근할 때쯤 목이 쉬어있다고 했다. 해당 목표의 달성을 점검해가는 회의가 많아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관리·감독하에 있기 때문에 서류 하나도 꼼꼼하게 체크한다.
21세기 오케스트라의 대표는 후원 유치에 발 벗고 나선다. 그의 부임 이후 후원회가 50% 이상 성장하는 등 관심이 집중된다. 후원자 한 명 한 명이 문화를 키우는 주역이라는 자부심을 느끼도록 할 방법을 모색 중이다.
코로나가 끝을 보이는 ‘엔데믹’으로 가고 있지만, 최 대표는 영상 콘텐츠 계발과, 악보를 따라 “영상에 담아낼 부분을 결정하는 스코어리더 육성이야 말로 계속해서 주목해야 할 분야”라고 말한다. 또한 “오슬로 필하모닉과 영상 콘텐츠 제작 기술을 제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1월 빈 필이 내한하면 단원들을 대상으로 마스터클래스를 열어 연주력 향상을 꾀할 예정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최 대표의 시선은 젊은 아티스트들의 발굴과 성장에 머문다. 젊은 지휘자를 기용하는 데에는 필연적으로 리스크가 따른다. 평론가들이야 쓴소리할 수 있지만, 그럼에도 일단 기용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최 대표는 말한다. ‘오케스트라 단원 사관학교’로 주목받는 KNSO국제오케스트라아카데미도 국내 지원자 경쟁률 18대 1, 해외 28개국에서 109명이 신청해서 영상으로 오디션 중이다. 그들에게 연주뿐 아니라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무대 밖의 비즈니스 노하우까지 전달할 계획이다.
“국립심포니를 보면 밟아도 살아남는 민들레가 떠올라요. 위기도 넘기며 여기까지 왔습니다. 토대를 튼튼하게 하고 37년간의 역사를 잘 정리해서 미래에 넘겨주는 게 제 역할입니다. 국립심포니가 우리 교향악의 큰 축을 담당하는 서울시향이나 KBS교향악단 같은 오케스트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저희만의 색깔을 더욱 뚜렷이 하고 상생과 동반 성장을 위해 애쓰겠습니다.”
류태형(음악 칼럼니스트)

 

최정숙(1968~) 숙명여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파르마 음악원·프랑스 에콜 노르말 음악원을 졸업했다. 이탈리아 국제음악협회(FMI) 부회장과 지역문화진흥원 이사를 역임하고 숙명여대 성악과 겸임교수를 지낸 바 있다.

 

PART 3
Analysis

MBTI로 보는
국립심포니의 성향분석

 

국립심포니는 원대한 이상을 꿈꾸고, 총대 매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리더형’인 ENFJ를 닮아있다. 올해 국립심포니가 보여줄 공연과
인재양성 프로그램은?

 

 

혈액형으로 서로의 성격을 짐작해보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A형은 소심하다’, ‘AB형은 바보 아니면 천재이다’ 등 근거 없는 차별을 만들어 논란을 일으켰다. 몇 년 전부터 MBTI(마이어스 브릭스 유형 지표)가 MZ세대 사이에 유행했다. 4가지 선호 지표를 조합해 16가지 성격 유형으로 나누어 성격적 특성과 행동 관계를 이해하도록 돕는 이 성격유형 검사는 실생활에 응용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4가지 선호 지표는 정신적 에너지의 방향성을 나타내는 외향·내향(E·I), 인식 방식을 나타내는 감각·직관(S·N), 판단 기능인 사고·감정(T·F), 선호하는 삶의 패턴을 보여주는 판단·인식(J·P)로 구성되어 있다. 이를 국립심포니에 대입해 악단을 ‘행동 양식’을 이해해보려 한다.

 

E 외향
외부에서 에너지를 얻는다는 점에서
외향형(E)에 가깝다.
국립심포니는 외부와의 소통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 코리안심포니에서 국립심포니로 명칭을 바꾸자마자 SNS계정을 통해 악단 애칭 공모전을 개최해 ‘꾹심이’ ‘코내시모(코리안내셔널심포니)’ 등 많은 별명도 얻었다.
이들의 활동 범위 또한 넓다. 1987년 국립극장과 전속계약을 맺으며 오늘날까지 국립발레단·국립오페라단의 연주를 맡아오고 있고, 영화·게임음악에 이르기까지 음악의 경계를 구분 짓지 않는다.
또한 아르코한국창작음악제(이하 아창제)에 꾸준히 국내 창작곡들을 소개해오고 있는 국립심포니는 아창제뿐만 아니라 연간 3곡 이상 한국 창작곡 초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엘리아스 피터 브라운(1995~)은 제1회 KNSO국제지휘콩쿠르 1위에 올랐다. 예일대·영국 왕립음악원에서 수학했다. 현재 베를린 국립음대 재학 중이며 국립심포니 부지휘자로 활동 중이다.

 

 

N 직관
나무를 보기보다 숲을 보는 직관형(N)인 국립심포니는 미래의 음악계를 이끌어갈 인재 양성에 주력한다.
국립심포니는 지난해 제1회 KSO국제지휘콩쿠르를 개최해 젊은 지휘자들에게 설 무대를 열었다. 1위에 오른 미국 출신 엘리아스 피터 브라운(1995~)은 올해부터 부지휘자로 함께한다. 그는 “더 이상 외부인이 아닌 한식구로서 활동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임기는 1년이다.
2014년부터 상주작곡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국립심포니는 김택수에 이어 전예은(1985~)을 상주작곡가로 임명했다. 서울대·미국 이스트만 대학교·인디애나 대학교에서 수학한 그는 2020년 국립오페라단의 위촉으로 오페라 ‘레드 슈즈’를 초연하며 화제를 모았다. 그를 발탁할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개설된 ‘작곡가 아틀리에’ 덕분이다. 젊은 작곡가들의 작품을 오케스트라로 연주할 기회를 부여하고 선배 작곡가의 섬세한 가르침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한편 만 34세 이하의 국내외 음악학도들로 구성된 ‘KNSO 국제 오케스트라 아카데미’는 미래 오케스트라 단원을 양성한다. 마스터클래스, 육체적·정신적 요소를 연주와 결합한 음악생리학 강연, 지휘자와의 만남 등을 통해 오케스트라 단원으로서 기량을 다진다.

 

 

KNSO국제오케스트라아카데미 멘토링

F 감정
‘사람과 관계’를 중요시하는 유형으로, 문제 ‘해결’ 보다는 ‘공감’이 우선인 유형이다.
1987년 태풍 셀마로 막대한 피해를 입자 지휘자 홍연택(1928~2001)을 필두로 ‘수재의연금 모금 대음악회’를 개최하여 힘을 보탰다. 또한 국립심포니는 꾸준히 음악적 소외계층을 찾아 음악이 주는 기쁨을 전하고 있다. 김포시노인종합복지관·성북시각장애인복지관 등에서 ‘찾아가는 음악회’를 개최해 음악으로 이들의 마음을 보듬었다.

 

 

웨이브 국내 최초 OTT 진출

J 판단
지독한 계획형이다.
코로나 이후 OTT(Over The Top, 온라인동영상서비스)라는 새로운 통로가 공연계에 열리고, 국립심포니는 이를 위해 착실히 준비했다. 이들은 지난 2020년 11월, 국내 단체 중 처음으로 웨이브, Btv와 손잡고 11대의 카메라와 40대의 마이크로 연주를 생생히 담았다. 환경보호에 대한 계획도 철저하다. 2020년, 국립심포니는 연습실의 전구를 전략소비가 덜한 LED전구로 교환하며 환경보호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했다. 대표이사 최정숙은 “현수막 등 공연 폐기물을 활용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국제 교류를 위해 해외 축제·극장 협업과 전문적인 영상 컨텐츠 제작을 위해 베를린 필, 오슬로 필과 협력해 스코어링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ENFJ는 ‘지나친 이상주의자’이다. 집행 예산 마련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최정숙 대표는 “문체부에만 의지하지 않고, 민간 후원회를 활성화 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많은 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할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 상태이다.

임원빈 기자 사진 국립심포니

미리 만나보는
국립심포니 하반기 공연

올해 하반기에는 오페라와 발레에 정통한 라일란트의 역량을 가늠해볼 수 있는 서사가 있는 작품들을 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의 픽(DR’s Pick)으로 만난다. 샤를 페롤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 라벨의 ‘어미 거위’ 모음곡(8.9), 중동의 구전문학 ‘천일야화’를 배경으로 한 림스키 코르사코프의 ‘셰에라자드’(11.3), 구약성서 창세기를 대본으로 한 하이든의 ‘천지창조’(12.9)를 연주한다.
오케스트라 아카데미는 오는 7월, 정치용의 지휘와 클라리네티스트 김한 협연으로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BWV622와 베토벤 교향곡 8번을 연주하며 그동안의 결실을 맺는다. 올해 상주 작곡가로 발탁된 전예은의 ‘장난감 교향곡’이 오는 11월 세계 초연한다(11.3). 그는 2년 동안 2곡을 더 작곡, 발표할 예정이다.
그 외 선우예권의 협연으로 만나는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11.3)과 클라리네티스트 라파엘 세베르가 함께하는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K622도 만날 수 있다(8.9).

작곡가 아틀리에 1기에 참여한 상주작곡가 전예은

 

 

 

 

 

 

 

 

 

 

PART 4
history

역경과 영광의 시간들

1985년 창단되어 2022년 국립이라는 새 명패를 달기까지의 과정은 고난과 역경 그 자체였다. 아직은 코리안심포니가 익숙하고, 수많은 역사도 이 이름으로 기록되어 있다. 과거 ‘코리안심포니’가 남긴 흔적을 들춰 간단히 정리해보았다. 아울러 새로운 계획과 희망까지.

코리안심포니는 1985년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창단 공연에 베토벤 교향곡 3번 ‘영웅’을 올렸다. 자신들의 출현을 알리고 싶었던 것일까. 그야말로 영웅의 등장이었다. 국내 최초 민간 오케스트라의 시작이었다.
“바그너·브루크너·말러·스트라빈스키를 연주하지 않고서는 훌륭한 교향악단이 될 수 없어.”(본지 2015년 3월호 발췌) 창시자이자 초대 상임지휘자였던 홍연택(1928~2001)의 사명은 확고했다. 자신의 교향악단을 이상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20세기의 레퍼토리는 반드시 소화해 내야 하는 과제였다. 그의 의지에 따라 코리안심포니는 말러·브루크너·R.슈트라우스 등 당시로서는 낯선 작품을 끊임없이 무대 위로 불러냈다. 어려운 레퍼토리를 시도한다는 핑계로 완성도가 떨어져서는 안 됐다. 안정적인 후원의 부재에도 공연을 이어 나가기 위해 뛰어난 연주 실력은 필수였다.
1987년에 찾아온 국립극장과 전속계약은 성장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국립극장 산하 단체인 국립오페라단·합창단·발레단의 반주를 맡게 된 것이다. 수많은 공연과 다양한 레퍼토리. 단원들 앞에 서는 지휘자는 매번 바뀌었고, 각색의 지휘봉을 따라가는 경험은 이들의 단단한 토대가 되었다.
1989년의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의 공연도 방점이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에 5천 명의 인파가 합창으로 참여한 방대한 연주였다. 18세부터 61세까지 다양한 연령층을 아우르며 성사된 이 ‘5,000명 대합창 연주회’는 국내 기네스북에도 오르며, 국민들에게 코리안심포니의 인상을 심어주었다.
모든 기업이 위기를 맞이한 IMF 당시, 1989년부터 1998년까지 쌍용그룹의 후원을 받던 코리안심포니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연간 3억으로 시작하여 매년 더 큰 금액으로 지원을 연장하여 1997년도에는 연간 5억 5천만 원을 지원했던 쌍용그룹은, IMF 이후 해체 위기를 맞으며 1998년도 2억 원을 마지막으로 코리안심포니에 대한 지원 사업을 중단했다. 1999년은 가장 큰 고비였다. 홍연택은 “이제는 봉급도 못 주고 있는 게 벌써 2년째야. 난 이렇게 15주년을 맞은 게 기적 같아(본지 2015년 3월호 발췌)”라며 당시를 회고한 바 있다.
20세기 말 위기를 견뎌내자, 코리안심포니에 기회가 찾아왔다. 2000년 1월 예술의전당 상주단체가, 나아가 3월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의 재단법인이 되어 새로운 기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내부 갈등과 재정 악화에 휘청했지만, 2004년에는 김민이 음악감독으로 취임하며 예술의전당 기획 프로그램 연주를 전담하는 안정의 길을 되찾았다. 2001년 홍연택의 타계 이후 오랜 기간 공석이던 상임지휘자의 자리도 박은성·최희준·임헌정·정치용·다비트 라일란트로 계보가 이어져, 창단의 의지에 따라 새로운 시도를 펼쳐나가고 있다.
코리안심포니는 지난해 음악계 원로와 클래식 음악 관련 단체, 학계 등 외부 전문가 40명의 의견을 두 차례 수렴해 국립예술단체로의 역할 수행이란 의미를 내포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로 명칭 변경을 추진했고, 문화체육관광부 승인에 따라 지난 3월부터 공식적으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로 명칭을 변경했다.
이의정 수습기자 사진 국립심포니

국립심포니

역대 예술감독

초대 홍연택

 

 

 

 

 

 

2대 김민

2대 김민

 

 

 

 

 

 

3대 박은성

 

 

 

 

 

 

4대 최희준

 

 

 

 

 

 

5대 임헌정

 

 

 

 

 

 

6대 정치용

 

 

 

 

 

 

7대 다비트 라일란트

 

 

 

 

 

 

 

PART 5
opinion

‘국립’의 가치를 위한 제언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의 영문명 ‘Korean National Symphony Orchestra’는
대외적으로 ‘대한민국 정부가 인정한 국영 오케스트라’를 함의하지만,
결국 연주력이야말로 단체의 브랜드 가치를 빛나게 할 것이다.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가 명칭 개정을 추진하면서 고려한 대안은 ‘국립교향악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국립오케스트라’이었다. KBS교향악단 노동조합은 “해당 오케스트라(코리안 심포니)가 ‘국립교향악단’ 명성에 어울릴 만한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성명을 냈다. 이들은 ‘국립’의 격을 들어 ‘국립교향악단’의 명칭 사용을 견제했고, 코리안심포니는 일단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로 개칭하면서 분쟁을 피했다.
‘국립교향악단’의 명칭은 ‘국립오페라단’처럼 국격을 대표하는 연주단체의 인지도와 이미지를 대내외에 손쉽게 전달할 수 있어 매력적이다. 재단법인으로 KBS에서 독립한 KBS교향악단은 2025년까지 KBS 지원을 받는 협정이 체결됐으나, 향후 지원 여부는 논의를 진전해야 한다. KBS가 2025년 이후 지원을 중단한다면, KBS교향악단이 현 명칭을 고수할지 두고 볼 일이다. 독일 사례가 예증하듯, 방송사가 지원을 중단한 방송교향악단은 합병 또는 해산했다. 상황에 따라 ‘국립교향악단’의 명칭 관련 분쟁은 재점화가 가능하다.
해외 음악계에서 ‘국립(National)’ 명칭이 붙은 악단이 연주력과 정통성 면에서 국격을 대표하는가는 불분명하다.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는 인지도 면에서 파리 오케스트라에 뒤처지고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과 합병이 꾸준히 거론된다. 스페인 국립 오케스트라, 워싱턴 내셔널 오케스트라의 역량이 각각 RTVE 심포니(스페인 국립 라디오 텔레비전 심포니), 시카고 심포니를 압도하지 않는다.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 재팬 내셔널 오케스트라처럼 ‘국립’의 의미가 반드시 ‘국립’ ‘국영’을 뜻하지 않는다. BBC 웨일스 내셔널 오케스트라, 로열 스코티시 내셔널 오케스트라처럼 ‘국내’를 한정하는 의도에도 ‘내셔널’이 쓰인다. 국립심포니의 과제는 국립교향악단의 명성에 어울릴 기량을 입증하는 것이 아니다. 연주력으로 여타를 압도하면 새 명칭은 곧 브랜드가 된다.
차제에 국내 양악 연주단체에 ‘국립’의 기명을 단일한 곳에만 허락하는 관행도 돌아봐야 한다. 이미 공연예술 기관을 중심으로 ‘국립’에 부여된 예술 권력을 분산하는 흐름이 반영됐다. 국립중앙극장 이외에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운영하고, 국립국악원 이외에 국립남도국악원·국립부산국악원이 운영된다. 이는 1980년대 초반, 프랑스의 미테랑 사회당 정부가 추진한 행정 체계 개편에 따른 지방 분권 효과에 근거를 둔다. 국립심포니 예술감독 다비트 라일란트가 관장하는 프랑스 메츠 국립 오케스트라의 ‘국립’은 프랑스 국격을 대표하지 않는다. 복수의 오케스트라에 ‘국립’을 허락할 때, 중앙에 편중된 권한을 이양 받아 단체가 어떻게 성장하는가에 우리도 주목할 때다.
한정호(음악 칼럼니스트·에투알클래식&컨설팅 대표) 사진 국립심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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