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화제의 신보,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간스키 라흐마니노프 회화적 연습곡 외

Record, 화제의 신보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3년 2월 6일 9:00 오전

RECORD

화제의 신보
new & good

 

라흐마니노프 회화적 연습곡 Op.33·39 외
니콜라이 루간스키(피아노)
Harmonia Mundi HMM902297

20세에 ‘회화적 연습곡’ 전곡 녹음으로 극찬받은 러시아 피아니스트 니콜라이 루간스키(1972~). 라흐마니노프의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다시 전곡을 녹음해냈다. ‘회화적 연습곡’은 라흐마니노프의 24개의 전주곡과 함께 그의 음악이 가진 정수다. 차이콥스키 음악원에서 타티아나 니콜라예바를 사사하고, 현재 차이콥스키 음악원 교수로도 재직 중인 그가 전하는 러시아 피아노 연주 계보의 현주소를 느낄 수 있는 음반이다.

고수정 해금음악
‘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래’
고수정(해금)/
박윤우(기타)/데이브 유(피아노·아코디언)
소리의 나이테 SNMC 0054

해금 연주자 고수정은 지난해 뮌헨 음대의 즉흥연주 석사과정에 합격해 연주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생소한 악기 해금을 소개하고 장르적 확장성을 강조하고자 그는 이번 앨범에 다양한 장르의 대중적인 음악들을 담았다. 아일랜드의 민요 ‘대니보이’, 한국 민요 ‘아리랑’, 드보르자크 ‘어머니가 가르쳐준 노래’ 등이 다양한 편곡으로 재탄생했다. ‘대니보이’ ‘아리랑’에는 산조에서 볼 수 있는 해금의 농현을 특색 있게 담았다.

말러 교향곡 5번·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클라우디오 아바도(지휘)/
마우리치오 폴리니(피아노)/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EuroArts 2054388(DVD)

카라얀의 뒤를 이어 베를린 필을 이끈 클라우디오 아바도(1933~2014). 그의 사진은 밝게 웃고 있는 것이 적지 않다. 카라얀이 형성해 놓은 경직된 관현악단 분위기를 전환하고자 노력한 것으로 유명한 그다운 표정들이다. 그러나 암 투병으로 휴식한 고통의 시간도 존재한다. 병을 이겨내고 돌아온 2003년 루체른 페스티벌의 좋은 평가를 받았고 이듬해 폴리니와 함께하며 안정적인 연주로 찬사를 받았다. 2004년 루체른 페스티벌 실황.

벨리니 ‘비안카와 페르난도’
도나토 렌체티(지휘)/
카를로 펠리체

제노바 오케스트라·합창단/
살로메 지시아(비안카)/조르지오 미세라(페르난도)/
니콜라 울리비에리(필리포)/후고 데 아나(연출) 외
Dynamic 37954(DVD), 57954(Blu-ray)

빈첸초 벨리니(1801~1835)는 짧은 생애에 여러 오페라 명작을 남겼다. 그중 ‘비안카와 페르난도’는 현대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당시 그의 시작점이 된 ‘비안카와 제르난도’의 수정작이다. 2021년 제노바 카를로 펠리체 극장 실황으로 ‘비안카와 페르난도’를 초연한 극장이다. 비안카 역과 페르난도 역에는 젊은 성악가들이 올랐다. 오페라는 총 2막으로, 남매인 비안카와 페르난도가 악인 필리포에게서 아버지를 구해낸다는 내용이다.

쿠프랭 ‘틱 톡 촉’
알렉상드르 타로(피아노)
Harmonia Mundi HMM931956

라벨의 피아노 전곡 음반 등 25종이 넘는 음반을 발매하며 디아파종상과 르 몽드 드 라 뮈지크 쇼크상 등 각종 상을 석권한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1968~)의 쿠프랭(1668~1733) 클라브생 모음집이 재발매 되었다. 클라브생은 하프시코드의 프랑스식 표기이다. 2007년 첫 발매와 함께 ‘바로크 음악에 뛰어난 해석을 보여줬다’는 평을 받은 화제의 음반이다.

시벨리우스 극음악 ‘템페스트’
오코 카무(지휘)/
덴마크 국립오페라 합창단·오케스트라
Naxos 8574419

핀란드 작곡가 시벨리우스는 마지막 교향곡 7번 작곡 이후 1925~1926년 사이 작곡한 극음악 ‘템페스트’를 끝으로 27년간 침묵에 들어갔다. 동향 출신 지휘자 오코 카무는 작품의 부유하는 듯한 미묘한 분위기와 프로스페로를 상징하는 음향 효과 등 작품 장면들에 스며있는 셰익스피어 작품의 정수를 그려낸다. 교향곡에 가려진 작곡가의 진면모를 느끼기에 부족함이 없다. 솔리스트는 덴마크 국립오페라의 성악가들이 맡았다.

 

————————————————————————-

 

테마가 있는 추천 음반
THEME RECORD

수 세기의 계절을 모두 담다

 

비발디·피아졸라·막스 리히터·필립 글래스 ‘16계’

 

알렉산드로 콰르타·디노 드 팔마(바이올린)/
콘체르토 메디테라네오/잔나 프라타(지휘)
Arcana A530(2CDs)

 

 

 

보그다노비치 48개의 ‘사계’ 전주곡

 

 

안젤로 마르케세(기타)
Brilliant Classics 96244(2CDs)

 

잊혔던 비발디의 ‘사계’가 다시 연주되기 시작한 것은 20세기. 재발견된 이후로 다수의 연주자와 작곡가들에게 영감이 되었다. 자연의 사계절을 자신만의 어법으로 표현해낸다는 아이디어가 시대와 문화를 넘어 모든 인류의 공감을 얻은 것. 최근에는 심각하게 대두된 기후 위기와 연결고리를 가지며 동시대적 감수성까지 논할 수 있는 작품이 됐다.

총 네 명 작곡가의 4계를 묶어, 총 ‘16계’를 담아냈다. 비발디를 포함해,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필립 글래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 그리고 막스 리히터 ‘리컴포즈드 사계’다. 이탈리아 음악가들로 구성된 앙상블 콘체르토 메디테라네오의 연주에 격정적인 알렉산드로 콰르타의 바이올린을 더한 비발디와 피아졸라, 디노 드 팔마의 감성적 바이올린을 더한 리히터와 글래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보그다노비치(1955~)는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다. 히나스테라의 제자, 제네바 콩쿠르의 우승자로 그는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 왔다. 48개의 작품으로 이뤄진 ‘사계 전주곡’은 작곡가가 각 계절에서 받은 감흥을 12곡씩 묶은 연작이다. 클래식 음악과 재즈, 스페인의 문화를 융합해 자기 작품에 더하는 그는 독특한 개성까지 갖춰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이탈리아 기타리스트 안젤로 마르케세는 이번 음반 녹음으로 보그다노비치의 음악을 두 번째 발매하게 됐다.  허서현 기자

가곡으로 만나는 독일어의 미학

하이든 독일어 가곡

 

알리스 포크룰(소프라노)/
피에르 갈론(하프시코드·포르테피아노)
Passacaille PAS1101

 

말러 ‘뤼케르트 시에 의한 5개의 가곡’

 

 

알로이스 뮈흘바허(카운터테너)/
프란츠 파른베르거(피아노)
ARS ARS38613

 

하이든과 말러, R. 슈트라우스는 독일 음악사를 견인해온 작곡가들이다. 굵직한 관현악 작품들이 우리에게 익숙하지만, 오늘날의 음악가들이 세 작곡가를 다시 주목하는 이유는 음악의 정수인 가곡이 이들의 관현악적 바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벨기에 출신 소프라노 알리스 포크룰(1985~)은 하이든의 가곡 10여 개를 음반에 담아냈다. 하이든 특유의 유머와 냉소주의가 깃든 독일어로 된 가곡 ‘인생은 한낱 꿈’이나 ‘불행한 사랑을 위한 위로’를 포함해 종교적 색채를 띤 가곡까지 풍성하다.

한편, 오스트리아 출신의 카운터테너 알로이스 뮈흘바허(1995~)는 말러와 R. 슈트라우스의 가곡을 담았다. 말러는 대부분의 가곡을 뤼케르트(1788~1866)의 시로 작곡했다. 이번 음반에는 ‘뤼케르트 시에 의한 5개의 가곡’을 포함해 ‘어린이의 이상한 뿔피리’가 수록되어 있다. R. 슈트라우스는 한평생에 거쳐 200여 곡의 가곡을 남겼다. 그의 초기 가곡 ‘헌정’과 ‘아침’을 포함해 말년에 남긴 ‘숲의 혼령’까지 폭넓게 음반에 담아냈다. 뮈흘바허는 플로리안 소년 합창단의 독창자로 큰 관심을 끌었고 성장한 뒤에는 소프라니스트(소프라노 음역을 노래하는 남자 가수)에서 카운터테너로 변신해서 성공적인 경력을 펼치고 있다.  임원빈 기자

 

——————————————————————-

수백 년 전의 마드리갈과 접속 완료

 

몬테베르디 마드리갈 4권 ‘슬픔의 영혼’

 

 

 

필립 헤레베헤(지휘)/콜레기움 보칼레 겐트
PHI LPH037

 

마리니·로베타·발레티니의 마드리갈 ‘사랑의 계절’

 

하나 블라치코바(소프라노)/
프리츠 크레머(지휘)/베른보칼
Passacaille PAS1110

 

르네상스 시기부터 바로크 초기까지 유행한 이탈리아 마드리갈은 신앙이 가득하던 당대음악 세계에 찾아온 세속적 속삭임이었다. 반주가 없거나 매우 단순했지만, 반대로 성악 선율은 복잡한 다성음악이었고, 가사를 목소리로 빛내는 최고의 장르였다. 당시 활용된 작법인 ‘가사그리기’로 단어의 특징을 음악에 그대로 표현하는 모습이 나타난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어두운 음색으로 반음씩 내려오거나, 기쁨이 밝은 음색의 높은음으로 순식간에 뛰어오르는 것을 들을 수 있다.
본인이 만든 레이블 ‘파이’(Phi)에서 발매하는 필립 헤레베헤(1947~)의 두 번째 음반이다. 그는 구스타프 레온하르트에게 발탁돼 음악활동을 시작했으며, 콜레기움 보칼레 겐트를 창단했다. 시대연주를 향한 관심으로 바로크와 그 이전 시기로 유명하며, 자신의 레이블에서는 합창과 다성음악을 주로 작업하고 있다. 연주는 여섯 사람의 성악가와 류트 연주자가 함께했다.
비아조 마리니(1594~1663), 조반니 로베타(1595~1668), 조반니 발레티니(1582~1649)는 모두 마드리갈이 가장 인기를 누렸던 시기의 작곡가로 몬테베르디와 같은 시기에 활동했다. 여러 작품이 잊혔지만, 몇몇은 전해져 당시 음악의 특징을 알 수 있는 자료 역할을 하고 있다. 열 중 아홉의 주제가 사랑이었던 마드리갈은 간단한 기악 앙상블 위로 얹어지는 성악이 설렘과 슬픔을 순수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의정 기자

한국음악의 점·선·면 아방가르드

신노이 2집 ‘Illumination’

 

 

Mirrrorball Music Mbmc 2092
김보라(보컬)/이원술(더블베이스)/
이정석(거문고)/고담(전자사운드)

그룹 신노이(Sinnoi)는 전통소리와 거문고가 더블베이스, 전자 사운드와 함께 하는 창작국악 그룹이다. 음악을 들어보면, 신노이의 ‘중심’이 인성(人聲)을 연출하는 김보라에게 있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더불어 거문고-베이스-전자음악은 프런트 보컬(김보라)을 보조하는 기악으로만 국한하여 생각할 수도 있겠다.

사실 이러한 구도는 창작국악을 일삼은 앙상블들이 오랫동안 고수해온 형식으로, 대략적으로 1980년대부터 성악가를 앞세운 이 형식으로 대중과 호흡해왔다. 그 이유는 민요나 판소리 등에는 음악의 분위기와 내용을 전달하는 ‘가사’와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흔히 ‘대중음악’이라고 할 때 가사와 내용이 있는 ‘가요’를 떠올리는 이유도 가사 있는 음악이 피부에 더 와 닿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사를 전달하는 성악가(가수)가 중심을 잡고, 기악은 그의 주변을 꾸미고 메우는 방식이었다.

하지만 신노이의 음악에는 이러한 중심과 주변부의 구도가 해체되며, 목소리-거문고-베이스-전자음악이 묘한 균형감을 이룬다. 김보라의 목소리도 가사를 전달하는 데에 국한되지 않고, 악기 소리처럼 추상적인 소리로 연출되며 ‘가사 없는 악기’들과 편한 대화를 나눈다. 한마디로 목소리의 악기-되기라고 해야 할까.

2019년에 나온 1집 앨범 ‘The New Path’에 비해, 2022년에 나온 2집 ‘Illumination’에서 이들이 추구하는 자유로운 음향과 연출력은 더욱더 짙게 배어나온다. 수록된 8곡의 음악이 지닌 개별적 완성도도 훨씬 높아졌다. 여기서의 완성도란 음악의 좋고 나쁨을 뜻한다기보다는, 하나의 곡 안에서 음악가 4인이 보여주는 색채의 다양성이 놓아졌다는 뜻이다. 따라서 어떤 곡을 들어도, 한 곡의 음악을 통해 듣는 이는 여러 음악-음향적 색채를 경험하는 청각의 오디세이를 경험하게 된다. 전통음악적 ‘선’으로 시작한 음악이, 적당한 지점에서 전자사운드가 소리의 ‘면’을 물들이고, 더블베이스가 묵직한 ‘점’을 찍으며, 이들의 음악은 점-선-면을 응용한 자유로운 그림을 그려나간다. 따라서 이들의 음악은 여러 소리가 공존하는 ‘겹’의 음악이고, 이러한 겹 사이로 난 틈새를 통해 다가올 음악, 즉 ‘21세기적 시나위’를 가늠하고 바라보게 한다. ‘신노이’란 신아위, 신놀이, 신방곡, 심방곡(心方曲) 등과 함께, 자유롭게 연주하는 시나위의 기원이 되는 말이다. 송현민 기자

Back to site top
Transla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