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소년 합창단의 전통과 변화

지휘자 마놀로 카닌 & 단원 이연우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3년 2월 6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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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소년 합창단의 전통과 변화

지휘자 마놀로 카닌 & 단원 이연우

궁정 합창단에서 스테디셀러 공연단으로. 그리고 소녀 합창단 구성까지의 변신 이야기

©Lukas Beck

빈 소년 합창단은 이제 국내에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되고 있음을 알리는 하나의 브랜드다. ‘천사들의 합창’으로 불리는 그들의 노래는 525년이 넘는 역사 속에서 반복되고 있다. 세월을 넘어 이어져온 단체에는 굳건한 전통과 변화가 공존한다.

1498년, 신성 로마 제국의 황제인 막시밀리안 1세가 호프부르크 예배당과 빈 소년 합창단을 설립하면서 시작되었고, 지금도 매주 일요일이면 호프부르크 성당에서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슈타츠오퍼와 함께 음악 예배에 참석해 노래를 부른다.

1918년까지 궁정에서만 노래를 부를 수 있었던 이들은, 1924년 민간 비영리 단체가 되면서 세계 곳곳을 다니며 노래하는 지금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현재 9~14세 소년 100명으로 구성된 합창단은 4개의 팀으로 나뉘어 학기 중 9~11주 동안 투어를 다닌다. 빈 소년 합창단에는 초·중·고등학교 과정에 해당하는 학교가 운영 중이다.

외국인 단원의 입단이 활발해진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유럽을 비롯해 중국·뉴질랜드 등 다양한 국적을 가진 소년들이 빈을 대표하는 이 합창단을 찾았다. 첫 한국인 단원 입단은 2010년, 조윤상 군이다. 2012년에는 최초의 한국인이자 여성 지휘자로서 김보미가 모차르트 팀의 지휘자로 3년간 활동하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2004년부터는 빈 ‘소녀’ 합창단도 운영되기 시작했다. 8세~15세로 구성된 이 합창단은 올해 빈 필하모닉의 신년 음악회에 빈 소년 합창단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빈 소년 합창단 출신으로, 대표이자 음악감독을 맡고 있는 게랄트 비어트는 “현재 중요한 과제 중 하나는 조직이 재정적으로 안정된 환경에서 모든 활동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번 공연은 3년 만에 재개된 내한이다. 공연은 모차르트 ‘아이네 클라이네 나흐트무지크’를 시작으로, 성가곡, 가곡, 영화음악, 세계민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새해를 시작하게 해줄 슈트라우스의 왈츠로 아름다운 신년인사를 전할 예정이다. 내한을 앞두고 빈 소년 합창단의 지금에 대해 들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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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EIW ①

브루크너 팀 지휘자

마놀로 카닌

빈 소년 합창단은 긴 역사와 함께, 이곳을 거쳐 간 위대한 작곡가들의 어린 시절을 담고 있는 것이 큰 자부심이다. 하이든과 모차르트, 슈베르트와 브루크너는 모두 합창단의 단원이었다. 각 작곡가의 이름을 따서 투어 팀이 구분되며 각 팀을 이끄는 지휘자도 정해져 있다. 브루크너 팀의 지휘자 마놀로 카닌은 2008년부터 빈 소년 합창단의 지휘자로 함께해 왔다.

 

빈 소년 합창단은 총 4개의 팀으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팀마다 맡은 지휘자도 다른데요, 이에 따른 각각의 특징이 있을까요.

20~25명으로 구성된 팀은 이동에 용이합니다. 모두가 빈 소년 합창단의 전통인 벨 칸토 창법을 배운다는 점에서 다른 점은 없습니다. 다만 음악에 대한 해석은 각자 다를 수 있겠죠. 각 단원들이 팀 내에서 스스로를 표현한다는 것은 중요합니다. 이 목소리가 합창이라는 것을 만드니까요.

공연에서 선보이는 레퍼토리가 무척 다양합니다. 미사곡부터 민요, 대중음악까지 각 장르에 맞춰 발성법에 차이를 두기도 하나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복식 호흡입니다. 신체 전부의 근육을 사용해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죠. 마치 사람이 악기가 된 것처럼요. 이것을 터득한다면 모든 장르를 정의하는 데에 필요한 각각의 음색을 찾아낼 수 있게 됩니다.

빈 소년 합창단의 연습은 주로 어떤 식으로 이뤄지나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두 시간씩, 토요일에는 세 시간씩을 연습합니다. 15분간은 호흡과 준비 운동을 꼭 합니다. 토요일이 되면 45분간 듣는 연습을 하는데, 굉장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합창 연습 외에도 매주 두 번씩 개인 레슨을 받습니다. 발성 코치와 호흡, 음색, 피치에 대해서 배우죠.

9~14세의 소년들은 에너지가 넘칠 텐데요, 이들과의 리허설을 위한 노하우가 있나요?
리허설을 엄청 흥미롭고, 빠르고, 매우 다양한 것으로, 음악적으로도 쉼 없게 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죠. 제 에너지가 엄청나게 소모되는 일이지만, 그만큼 소년들이 제게 채워주는 에너지도 크답니다.

합창단 활동이 성장기 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것 같습니다. 음악 외적인 요소들에서 그들이 배우는 것은 무엇이라고 느끼나요?
단체 생활을 통해 함께 무언가를 달성한다는 것을 배우죠. 서로 다른 문화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과 상호 작용하는 법도 배우고요. 하나의 큰 가족 속에서, 갈등을 해결할 수 있게 됩니다. 우리 합창단에서는 여행을 위해 각 공항을 탐색하는 방법도 확실히 배우죠. 그리고 5분 만에 가방을 납작하게 만드는 방법도요!

합창단 출신이라고 해서, 모두 음악가가 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여러 해 동안 학생들을 졸업시켰을 텐데요, 주로 어떤 소식을 전해오나요?
3분의 1 정도는 음악을 계속하는 것 같아요. 대중음악이나 뮤지컬 등을 포함해서요. 그리고 아마 모든 직업군에서 합창단 출신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알기론 의사가 되거나 비행기 조종사, 셰프가 된 친구들도 있어요.

2008년부터 10여년 넘게 빈 소년 합창단과 함께 해왔습니다. 이 시간 동안 느낀 변화들은 무엇인가요?
처음 이 합창단을 마주했을 때, 경이로움을 느꼈습니다. 하이든과 슈베르트가 노래했던 그 장소에서 여전히 일요일마다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요. 위대한 작곡가들의 DNA가 여전히 흘러들어오고 있었습니다. 학교가 많이 성장해온 것 같아요. 빈 소녀 합창단이 생겼고, 유스 합창단 프로그램도 발전했죠. 학교에 다양한 연령대의 학생들이 부르는 노래로 가득 차고 있어요. 어느 곳이든, 노래가 울려 퍼지는 것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전통입니다! 다음 단계는 소녀 합창단을 위한 기숙사를 짓는 것이고요. 우리의 전통은 이렇게 지금도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2000년대 이후로 외국인 단원의 비율이 늘어났습니다. 현재 합창단 내에서 오스트리아 단원의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요? 단원 선정의 기준에서 고려하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요.

이미 중세 시대부터, 궁정에는 국제적인 성악가들이 있었습니다. 1950년대부터는 헝가리와 독일은 물론 바다 건너 미국에서 온 소년들이 있었죠. 2000년 이후에 더 많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더 쉽게 이동할 수 있게 되면서 많이 지원하게 됐죠. 지난 20년 동안 아프리카와 시리아, 최근에는 우크라이나에서 온 난민을 포함해 33개국의 소년들이 함께했습니다. 현재 오스트리아인이 75퍼센트, 기타 국가가 25퍼센트입니다. 합창단의 일원이 되는 데에는 좋은 목소리와 귀, 리듬감과 재능, 그리고 합창단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지 외에 선정을 위한 기준은 없습니다. 다만 가족이 근처에 있다면, 어린 소년들에게 조금 더 의지가 되겠죠.

그렇다면 현재 빈 소년 합창단의 전통을 무엇이라고 규정하나요.
위에서 말한 대로, 우리는 합창을 위해 빈에 모인 헌신적인 음악가들이자, 국제적인 앙상블입니다. 언제나 그래왔고, 지금도 그렇습니다.

 

INTERVEIW ②

단원 이연우

 

2020년 8월 여름 캠프 때부터 활동을 시작한 이연우(2010~)는 브루크너 팀에 속해 이번 내한 공연에 함께한다. 자동차 디자이너가 꿈이라는 소년은 빈 소년 합창단 학교생활이 즐겁다. 친구들이 다들 학원에 다니느라 바빴던 한국과는 달리, 친구들과 함께 자고, 운동하고, 생활하는 외롭지 않은 하루하루 덕분이다. 거기에 마음껏 노래하고 여행하는 즐거움까지! 연우의 하루는 멋진 일들의 연속이다.

빈 소년 합창단 입단 과정이 궁금해요.
2020년 1월, 빈 소년 합창단의 공연을 보고 같이 무대에서 노래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디션은 노래와 박자치기, 청음 등 기본적인 음악성을 본다고 해서 바흐의 ‘아베 마리아’, 베토벤의 ‘그대를 사랑합니다’, 모차르트 ‘제비꽃’으로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바이올린 연주, 엘렉톤 연주도 한 곡씩 준비했고요. 인터뷰도 한다고 해서 독일어 공부를 시작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무모한 도전이었던 것 같아요.

2020년이면 코로나가 확산하기 시작했을 때네요.
해외 입출국 제한이 심해져서 걱정이 됐습니다. 계획한 5월 말에 온라인으로 입학지원서를 보냈고, 연주 동영상을 보냈습니다. 인터뷰 없이, 8월 여름 캠프에 초대해주셔서 바로 출국했죠. 연락받았을 때는 정말 행복했어요! 4주간의 캠프 생활을 잘 마치면, 합창단원으로 학교 입학이 허가됩니다. 그때부터 오스트리아 생활이 시작됐습니다.

합창단 입단 전, 대회에 나간 경험이 있었나요?
학교 동요 대회에서 학년 대표로 뽑혀 은평구 동요 대회에 나갔어요. 자신감을 가지게 하려고 엄마가 반 친구와 남성 듀엣으로 나가게 해주셨는데, 동상을 받고 친구와 얼싸안고 좋아했어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어요. 빈 소년 합창단에 지원할 용기가 생긴 것도 그때 같아요.

연우 군은 왜 빈 소년 합창단 단원이 되고 싶었나요?
저는 부끄러움도 많고, 게을러서 공부에도 관심이 없었는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 노래하는 건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여행도 좋아하고요. 좋아하는 ‘노래’를 부르고, ‘여행’도 다닐 수 있어서 합창 단원이 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나라 친구들과 함께해보고도 싶었고요. 늘 친구를 많이 사귀고 싶은데, 소심해서 먼저 같이 놀자고 말을 못 하거든요. 그런 제가 다른 나라 친구들을 많이 만들면 재밌을 것 같았어요.

실제로 합창단 연습을 할 때, 선생님께서 뭘 가장 중요하게 강조하시는 것 같아요?
어울림이요! 소리가 튀지 않게 같이 노래하는 사람들과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운 소리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목소리에 힘을 주지 말고, 자연스러운 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어요. 노래를 많이 부르니까, 힘을 주고 부르면 목소리가 망가질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여기서는 아이들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또 의견도 많이 존중해주세요.

단원들과 함께 기숙사 학교생활을 하게 됩니다. 기숙사(아우가르텐 궁)에서 지내면서 좋은 점이 있나요?
친구들과 같이 자고, 운동하고, 놀면서 외롭지 않게 하루를 보내는 게 좋습니다. 그렇다고 이 생활이 쉽지는 않아요. 그래서 공부를 비롯하여 많은 면에서 형들과 선생님의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저학년 때는 형들의 도움을 많이 받습니다. 저도 고학년이 되면 저학년을 챙겨줘야 해요. 고등학생이 모자란 후배들 공부를 도와주는 ‘Study Budy’란 것도 있는데, 열심히 하는 사람은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번 한국 투어 공연에 함께 할 예정입니다.
기대되기도 하고, 걱정도 됩니다. 공연을 잘해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거든요. 목소리 상태가 좋을 때 한국 공연을 오고 싶었는데, 지금은 변성기가 와서 마놀로 카닌 지휘자께서 많은 배려를 해주고 계세요. 지금 관리를 잘해야 앞으로도 노래를 계속할 수 있어서요. 한국 공연에서 ‘아리랑’을 부를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 지금 상태로는 할 수가 없어서 지휘자님이 바이올린 독주 부분을 할 수 있도록 해주셨답니다. 이렇게 한국에 빈 소년 합창단에 대해 알릴 기회를 저에게 주셔서 감사해요. 공연에서 꼭 만나요!
글 허서현 기자 사진 크레디아

 

Performance information
빈 소년 합창단 신년 음악회
2월 1일 속초문화예술회관
2월 2일 구미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2월 4·5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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