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EKSUK EYE’S 이탈리아&독일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3년 3월 2일 9:00 오전

Gaeksuk Eye

from GERMANY

 

세계 피아노의 날 3.29

함께 즐기고 나누는 피아노 음악

세계에서 가장 높은 피아노 ‘Klavins M450’(높이 4.5m/닐스 프람 제작) ©Klavins Piano

피아노의 날 Vol. 1(2022년 음반)

피아노의 날 Vol. 2(2023년 음반)

매해 88번째 날은 세계 피아노의 날이다. 88개의 피아노 건반 수에서 착안한 이 날은 독일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닐스 프람(1982~)의 아이디어로 2015년에 처음 시작됐다. 올해는 1월 1일에서 피아노 건반 수 88일을 더한 3월 29일이 세계 피아노의 날이 된다. 피아노 연주의 즐거움을 나누기 위해 시작된 세계 피아노의 날에는 전 세계에서 공연·독주회·강연 등 다양한 기념행사가 열린다.

팬데믹 동안 도이치 그라모폰(DG)은 세계 피아노의 날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어왔다. 지난 2020년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진행된 공연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참여해 한국에 세계 피아노의 날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 조성진을 비롯해 마리아 주앙 피르스·비킹구르 올라프손·윱 베빙·얀 리치에츠키·루돌프 부흐빈더·시몬 그라이시·예브게니 키신·다닐 트리포노프·키트 암스트롱 등 10명의 피아니스트가 릴레이 연주를 펼쳤다. 2021년에는 17명의 피아니스트가 온라인 공연을 선보였으며, 지난해에는 도이치 그라모폰 소속 피아니스트들의 공연 실황 영상을 무료로 공개한 바 있다. 한편, 엔데믹으로 전환된 올해 3월 29일에는 베를린·프라하·멜버른 등 전 세계 각 도시에서 세계 피아노의 날을 기념하는 다양한 축제와 공연이 이뤄질 예정이다.

닐스 프람은 ‘왜 피아노의 날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피아노와 이를 둘러싼 모든 이들, 연주자·작곡가·제작자·조율사·운반자 그리고 가장 중요한 청중을 축하하기 위함이다”라고 답했다. 그는 피아노 발전과 피아노 음악을 위한 프로젝트를 공유하는 모임을 만들고자 세계 피아노의 날을 지정했다.

닐스 프람 ©LEITER

스포티파이 피아노의 날 플레이리스트

닐스 프람은 피아노 발전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높이 4.5m의 세계에서 가장 높은 피아노 ‘Klavins M450’ 제작에 참여했다. M450의 목적은 단순히 규모 면에서 세계 기록을 세우는 것이 아닌, 악기의 소리와 음악적 가능성을 확장하고, 수 세기의 역사를 지닌 피아노의 진화를 이어가는 것에 있다. 세계 피아노의 날의 또 다른 목적은 전 세계 피아니스트를 한자리에 모으는 것이다.

세계 피아노의 날 주최 측은 피아노 연주의 기쁨을 나누기 위해 2022년 세계 각지에서 온 32개의 미발표 피아노곡을 모은 음반 ‘PIANO-DAY’를 발매했으며, 올해 3월 29일에는 두 번째 음반이 발매될 예정이다.

피아니스트가 아니어도 누구나 세계 피아노의 날을 기념할 수 있다. 지역의 공연장을 방문해 피아노 연주를 들을 수도, SNS에 해시태그(#worldpianoday)와 함께 피아노를 연주하는 게시물을 올릴 수도 있다. 운전 중이나 집에서 좋아하는 피아노곡을 감상하는 것도 세계 피아노의 날을 즐기는 방법의 하나다.

‘세계 피아노의 날은 전 세계의 피아노 애호가들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주최 측의 말처럼 세계 피아노의 날은 피아노를 사랑하고 즐기는 이들을 위한 날이다. 다가오는 3월 29일, 수 세기를 지나 지금까지도 우리 곁에 아름답게 흐르는 피아노 선율에 관심을 갖고 함께 귀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까.

글 홍예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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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eksuk Eye

from ITALY

 

로마 임윤찬 1.31 피아노 독주회

공기와 빛을 타고 공간에 가득 읊어진 명연

로마 마냐 홀의 임윤찬 ©한국문화원

1월의 마지막 날, 이탈리아 로마에서 이뤄진 작은 거장 임윤찬(2004~)의 독주회는 예술에는 국경도, 나이도, 차별도 없다는 말이 피부로 와닿는 현장이었다. 지난해 미국 밴 클라이번 피아노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만 18세)로 우승한 그는 우승 기념 세계투어의 일환으로 로마 사피엔차 대학의 마냐 홀(Aula Magna)에 올랐다.

마리오 시로니(1885~1961)의 거대한 프레스코화로 장식된 이곳에 남녀노소를 불문한 청중은 역사의 한 페이지로 기록될 연주를 기대하며 공연장을 가득 채웠다. 열에 아홉 이상이 유럽 관객인 와중에 나이가 지극하신 분들이 특히 많았는데, 몇몇 분들의 대화를 통해 그의 특별한 음악적 해석을 직접 들을 수 있다는 점과 색다른 프로그램 선정에 대한 기대감이 큰 것을 알 수 있었다.

첫 곡은 윌리엄 버드가 편곡한 존 다울런드(1563~1626)의 파반 ‘눈물’로, 선율에 담긴 슬픔이 그의 손을 타고 떨어져 건반을 울리며 첫인사를 전했다. 신중하지만 영롱하며, 밀도 있지만 무겁지 않게 빛나는 소리로 시적인 곡의 매력을 살려 서정적인 연주를 선보였다.

다음 곡은 바흐의 15개의 신포니아 BWV 787~801로, 이 곡에 바흐의 인생이 담겼다고 생각한다는 그의 해석처럼, 곡의 순서를 달리하여 다양한 인생의 모습과 감정들을 담아 섬세하고도 격정적인 터치로 전했다. 대위법으로 작곡된 선율은 명확하게 연주되며, 3성의 대화는 숨 막히게 아름다웠고 성부마다 음색을 달리하는 놀라운 연주 실력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그의 특별한 상상력이 만들어내는 전율은 대단했다. 예를 들어 3번과 4번 사이에 25초 정도 정적의 시간을 두는 등 철저히 계산됐으나, 틀에 갇히지 않은 그의 음악은 탄성을 불러일으켰다.

2부에는 베토벤의 7개의 바가텔 Op.33, ‘에로이카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 Op.35를 선사했다. 과감하면서도 끊임없이 음악을 발전시키려 했던 젊은 시절 베토벤 작품들을 선택함으로 자신이 가는 길을 보여주고자 한 것은 아닐까?

1부와 다르게 그의 손길은 더 강해지고 예리했다. 예측 불가능한 음악을 통해 전투에서 공격을 성공한 듯, 급변하는 분위기를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바가텔의 1·3·4·6번은 하나의 이야기로, 2·7번은 베토벤답게 거침없는 악곡의 전형을 잘 표현했다. 특히 7번의 ‘프레스토’에서는 생명력 넘치는 리듬이 폭발했다. ‘낭송하듯이’ 지시어에 따른 6번은 풍부한 감정으로 피아노 위에 시로 읊어냈으며, 5번과 6번 사이에 긴 휴지부를 두어 더욱 기대하며 집중하게 했다. 기존과는 다른 연주 속도와 색다른 속도 변화, 풍부한 소리 안에서 강약 조절의 극치를 통해 관객들이 새로이 음악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했다.

이어진 ‘에로이카 주제에 의한 변주곡과 푸가’에서도 그의 탐구를 엿볼 수 있었으며 양손의 배음과 페달의 조화, 각 음이 살아있는 테크닉이 빛을 발하였다. 그러나 기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예술로 승화된 음악과 흠잡을 곳 없이 투명하면서도 위풍당당한 연주에 객석은 끝까지 숨을 죽였고, 연주가 끝나자 객석을 가득 채운 1,000여 명의 관객의 환호와 기립박수가 이어졌다.

그는 앙코르로 세 곡의 바흐 곡을 담담히 들려주었으며, 마지막 바흐의 ‘예수, 인류의 소망과 기쁨’은 마치 하늘에 올리는 기도와 같았다. 인사마저 공간에 가득 찬 음악을 흩트리지 않는 모습에 이탈리아 현지인들은 연신 감탄하며 그의 앞길을 축복했다. 그의 연주는 공기와 빛을 타고 전달돼, 듣는 이의 마음에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감동으로 남았다.

글 이실비아(이탈리아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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