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ORD
테마가 있는 추천 음반
THEME RECORD
새롭게 탄생하는 발레 음악
토마 방갈테르 : 신화
로랭 뒤마/보르도 아키텐 국립 오케스트라
La Dolce Volta LDV115.6(2CD)
아데스 : 단테
구스타보 두다멜/LA 필하모닉
Nonesuch
7559790616(2CD), 7559790617(2LP)
발레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순간 중 하나는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이 발표된 1913년일 것이다. 그 원시적인 리듬에 따른 발레의 창의적 발전은 박차를 가했고, 새로운 음악은 여전히 창작 발레의 원동력이다.
프랑스의 무용가 앙줄랭 프렐조카주(1957~)가 지난 2022년 7월, 보르도 대극장에서 초연한 ‘신화’에는 매우 특별한 이력의 작곡가가 함께했다. 전자음악의 살아있는 전설 ‘다프트 펑크’의 멤버 토마 방갈테르(1975~)가 처음으로 오케스트라 작품에 도전한 것. 헬멧을 쓴 이미지로 잘 알려진 다프트 펑크는 지난 2021년 해체를 선언해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해체 이후 1년 반만의 활동으로 선보인 작품이 이 발레 음악이라는 점에서 그의 전자음악을 즐기던 청취층까지 관심을 보이는 음반. 특유의 반복되는 리듬 속에서 역동성을 강조한 음악적 접근이 돋보인다.
한편 런던 로열 발레의 상주 안무가인 웨인 맥그리거의 신작에는 작곡가 토마스 아데스(1971~)의 음악이 자리 잡았다. 그는 사이먼 래틀/버밍엄 시립 관현악단의 초연으로 주목받은 ‘피난처’를 비롯, 오페라 ‘템페스트’로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신작 ‘단테’는 LA필하모닉과 런던 로열 발레, 로열 콘세트르헤바우가 공동 제작했으며 2021년 전곡 초연됐다. 스트라빈스키의 발레 음악과 견줄만한 것이라는 찬사를 얻은 이 작품에는 전통 작곡기법과 현대음악의 기법을 효과적으로 결합해온 아데스의 감각이 돋보인다. 허서현
차세대 지휘자들의 성과
카를 닐센 바이올린 협주곡 & 교향곡 4번 ‘불멸’
에드워드 가드너/베르겐 필하모닉/
제임스 에네스(바이올린)
Chandos CHSA5311
프랑크 교향곡 d단조
알랭 알티노글루/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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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자 아시케나지(1937~), 바렌보임(1942~)의 은퇴 소식은 음악계에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지휘자들의 해가 저물고 있다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그들을 이을 차세대 지휘자들을 주목할 때이다.
중년의 지휘자 에드워드 가드너(1974~)는 2015년 베르겐 필의 수석 지휘자였으며 2021년부터는 런던 필의 수석 지휘를 맡으며 영국의 차세대 지휘자로 촉망받고 있다. 그의 이번 신보는 캐나다 출신 제임스 에네스(1976~)가 카를 닐센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하며 중년 음악가들의 유연한 합을 들려준다. 또한 제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작곡된 교향곡 4번 ‘불멸’도 만나볼 수 있다. 아타카(쉼 없이 연주)로 이어지는 4개의 악장을 통해 긴 음악적 호흡을 밀도 있게 끌어가는 그의 노련함도 음반을 통해 느낄 수 있다.
프랑스 출신 지휘자 알랭 알티노글루(1975~)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프랑크푸르트 방송교향악단의 새 음악감독으로 부임한 후 첫 음반을 내놓았다. 그와 동향의 작곡가 세자르 프랑크(1822~1890)의 대표작 교향곡 d단조와 교향시 ‘속죄’ 등을 담으며 프랑크 탄생 200주년을 기리는 의미를 담았다. 독일 악단과 프랑스 지휘자의 결합은 독일적 무게감과 프랑스적 우아함이 조화를 이룬 교향곡 d단조에서 빛을 발한다. 교향시 ‘속죄’는 최근 세상에 알려진 1872년 초판본으로 연주했으며, 그 외 수록된 ‘저주받은 사냥꾼’ 역시 최신 출판 버전을 따랐다. 임원빈
음반 속 한국 여성 현악주자들
시마노프스키: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위한 음악
박수예(바이올린)/롤런드 폰티넨(피아노)
BIS BIS2652
에스메 콰르텟 ‘옛 소리’
에스메 콰르텟
Alpha ALPHA923
세계 유수 음악 축제와 시즌 오픈 목록에는 이제 한국인이 빠지지 않는다. 국내 아티스트의 무대와 수준은 이미 세계화되어 있고, 이 땅보다 바다 건너에서 이름을 더욱 알린 경우도 적지 않다.
바이올리니스트 박수예(2000~)가 그 대표 주자다. 이미 4장의 음반을 발매했으며, 레퍼토리도 시대를 넓게 아우른다. 국내에 데뷔 리사이틀을 가진 것은 작년 11월이지만, 이번에 발매된 다섯 번째 음반을 감상하면 숙련된 연주자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음반에는 시마노프스키(1882~1937)의 ‘신화’ Op.30, 바이올린 소나타 Op.9 등이 담겨 있다. 작곡가가 20대 초반에 작곡한 바이올린 소나타는 연주자의 열정과 더욱 어울린다.
위그모어홀 현악 4중주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여 이름을 알린 에스메 콰르텟의 신보도 인상적이다. 여성 현악 4중주단의 이미지가 강력했지만, 설득력 있는 무대를 꾸준히 이어온 결과 이제는 ‘여성’이라는 코드보다 ‘음악성’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나온다. 음반에는 모차르트의 걸작으로 꼽히는 현악 4중주 19번과 차이콥스키 현악 4중주 1번이 포함돼 있다. ‘옛 소리(Yessori)’라는 음반 명은 음반 마지막에 수록된 여수연의 ‘옛 소리’를 뜻하며, 크로노스 콰르텟의 위촉으로 작곡됐다. 한국의 정서가 가득 느껴지는 음들을 서양 악기로 연주하는 이 독특한 작품은 에스메 콰르텟의 연주를 통해 녹음으로 처음 들을 수 있게 됐다. 이의정
다시 꺼내 듣는 명장의 연주
코르토 전집
알프레드 코르토
Warner Classics 5419747194(40CD)
라벨 피아노 협주곡, ‘밤의 가스파르’ 외
베네데티 미켈란젤리(피아노)/세르주
첼리비다케(지휘)/런던 심포니
The Lost Recordings TLR2203042(2CD)
시간이 지나도 고전은 살아 숨 쉰다. 20세기를 대표하는 피아니스트 알프레드 코르토(1877~1962)와 아트루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1920~1995)의 연주를 복원한 이번 신보에는 명장들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피아니스트들의 피아니스트’의 섬세한 명연주를 또렷이 감상할 기회다.
지난, 2012년 알프레드 코르토 사후 50주기를 맞아 발매된 코르토 전집이 워너 클래식스에서 새롭게 재발매 됐다. 이번 신보는 슈만·쇼팽·드뷔시 피아노 작품부터 첼리스트 파블로 카살스(1876~1973), 바이올리니스트 자크 티보(1880~1953)와 함께한 카살스 3중주단의 베토벤 피아노 트리오 ‘대공’을 비롯해 바흐의 브란덴브루크 협주곡 협연 녹음까지 코르토의 방대한 레퍼토리를 아우른다.
극단적인 완벽을 추구했던 미켈란젤리는 레퍼토리 선정 하나에도 까다로운 모습을 보였는데, 그가 드뷔시, 슈만과 더불어 평생 가장 자신 있게 연주했던 곡이 바로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였다. 이번 신보에 수록된 라벨 피아노 협주곡과 ‘밤의 가스파르’, 클레멘티 소나타 Op.21과 쇼팽 소나타 2번은 195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미켈란젤리가 런던에서 연주한 실황과 스튜디오 연주다. 특히, 첼리비다케와 함께 연주한 라벨 피아노 협주곡은 이번에 처음 음반화 됐다. 미켈란젤리에 관한 이야기는 요헨 쾰러의 저서 ‘완전함을 찾아서’에 담겼으며, 우리 말로 번역(2022)되어 있다. 홍예원
화제의 신보
new & good
베르디 ‘라 트라비아타’
소피아 코폴라(연출)/야데르 미냐미니(지휘)/
로마 오페라 오케스트라 & 합창단/
프란체스카 도토(비올레타), 안토니오
폴리(알프레도), 로베르토 프론탈리(제르몽) 외
EuroArts 2069294(Blu-ray)
영화 ‘대부 3’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감독 소피아 코폴라(1971~)가 연출을 맡으며 화제가 된 2016년 로마 오페라 실황이다. 코폴라는 ‘대부’ 시리즈의 전설적인 명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딸로, 배우이자 영화 각본가로도 활동했다. 이 공연은 개막 이전에 15회가 전부 매진을 이뤘다. 독보적인 여성 감독이 연출을 맡은 것은 물론,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명품 패션 디자이너 발렌티노 가라바니가 의상을 맡아 더욱 화제가 되었다. 어두운 분위기에 더해진 고급스러운 무대, 의상이 특별히 주목받았다. 알프레도의 아버지 제르몽 역을 이탈리아의 중견 바리톤이자 오페라 무대에서 활발히 활약하는 로베르토 프론탈리가 맡았다.
다큐멘터리 ‘음악의 울림, 영혼의 대화’
파울 스메츠니(감독)/헤르베르트 블롬슈테트(지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빈 필 외
Accentus Music ACC20417
누가 그를 90세라고 생각하겠는가! 80대의 지휘자들의 은퇴 소식이 들려오는 가운데 블롬슈테트(1927~)의 활동은 여전히 현재진행이다. 이번 다큐멘터리에는 1954년 데뷔 이후, 그가 지휘봉을 잡았던 오케스트라의 리허설과 공연 현장이 담겨있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LPO)를 비롯해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빈 필·NHK심포니·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등과 함께 했던 지난 세월의 단상이다. 카메라에 담긴 공연 현장을 오가는 노장의 주문과 언어는 곧 ‘블롬슈테트 어록’이 된다. 96분 분량으로, 꼼꼼한 해설지가 함께 수록되어 있다.
움베르토 조르다노 ‘시베리아’
바실리 바르하토프(연출)/발렌틴 우류핀(지휘)/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프라하 필하모닉 합창단/
앰버 브레이드(스테파나)/알렉산더 미하일로프(바실리)/
스콧 헨드릭스(글레비)
C Major 762908(DVD), 763004(Blu-ray)
브레겐츠 페스티벌은 수상 야외무대로 명성이 높지만, 실내극장에서도 작품을 올린다. 특히 실내극장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검증대에 올리는데, 2022년에는 움베르토 조르다노(1887~1948)의 ‘시베리아’를 공연했다. 라 스칼라 극장에서 1903년 초연된 작품으로 러시아 황실이 배경이지만 연출가 바르하토프는 배경을 소련으로 바꾸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사는 스테파나와 황제의 아들 알렉시, 그리고 청년장교 바실리의 삼각관계가 소재이다. 스테파나를 두고 두 남자는 싸우다가, 황자에 의해 바실리는 시베리아로 유배를 당한다. 스테파나는 그를 찾아 나서 만나지만, 이야기는 비극으로 막을 내린다.
푸치니 ‘토스카’
배리 코스키(연출)/로렌초 비오티(지휘)/
네덜란드 필하모닉&국립 오페라 합창단/
말린 비스트룀(토스카)/조슈아 게레로(카바라도시)/
게보르크 하콥얀(스카르피아) 외
Naxos 2110752, NBD0166V(Blu-ray)
작품마다 독보적인 해석을 선보이는 연출가 배리 코스키(1967~)와 2021년부터 네덜란드 국립 오페라와 네덜란드 필하모닉을 이끄는 지휘자 로렌초 비오티가 ‘토스카’로 만났다. ‘토스카’는 1800년대 프랑스 혁명 이후, 나폴레옹 전쟁 시대의 로마를 배경으로 하는 극이다. 코스키의 연출은 극의 각 장면을 전혀 새로운 감각으로 물들이는데, 1막 피날레를 장식하는 ‘테데움’이 울려 퍼질 때 펼쳐지는 삼단제단화, 2막의 스카르피아 살해, 3막의 토스카 투신 장면 등은 전율을 불러일으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