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AEKSUK EYE’S 독일·이탈리아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3년 5월 1일 9: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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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GERMANY

 

라이프치히 바흐 박물관

‘바흐가 온다, 무대를 비워라!’ 3.21~2024.3.24

도시에 스민 작곡가의 숨결

© Gert Mothes

정확히 300년 전인 1723년 봄, 바흐(1685~1750)가 라이프치히에 입성했다. 그가 삶을 마감할 때까지 무려 27년을 지낸 도시다. 바흐와 라이프치히는 서로 영향을 주고받았다. 성 토마스 교회의 칸토르(교회 합창단의 오르가니스트 겸 지휘자)로 부임한 바흐는 보다 자유로운 예술적 환경을 누리며 요한 수난곡, 마태 수난곡, b단조 미사,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골드베르크 변주곡, 그리고 ‘푸가의 예술’에 이르는 주요 작품을 탄생시켰다. 혁신과 정교함을 아우른 그의 작품들에 힘입어 성 토마스 교회는 당대음악 중심지로 부상했다. 바흐는 합창단 학생들을 가르치며 라이프치히 음악계의 미래도 가꿨다. 바흐의 영향력은 사후에도 이어졌다.

라이프치히 바흐 박물관은 그 300년의 인연을 기념하기 위한 특별전 ‘바흐가 온다, 무대를 비워라!(Clear the Stage for Johann Sebastian Bach)’를 마련했다. 3월 21일 막을 연 전시는 3장으로 나뉘어 1년에 걸쳐 전개된다. 1장 ‘신을 찬양하는 교회음악’(3.21~7.9), 2장 ‘완벽을 향해’(7.22~11.5), 3장 ‘모델이 된 바흐 음악’(11.16~2024.3.24)이다. 라이프치히라는 무대 위에 펼쳐진 바흐의 모든 것을 만나는 자리다.

1장에서는 바흐의 신념과 그에 따라 작곡된 교회음악을 들여다본다.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던 그는 마르틴 루터(1483~1546)의 음악관에 깊이 공감했다. 루터는 음악이 하나님 말씀 다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신앙심을 깊게 하며 창조의 경이로움을 깨닫게 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믿었다. 바흐의 음악적 암호를 풀기 위해 전시에는 다양한 사운드 프로그램, 3D 오디오 게임 및 퍼즐 등이 활용됐다. 마태 수난곡 등의 복잡한 다성음악을 흥미롭고 직관적으로 해체해본다.

바흐는 혁신가이기도 했다. 그가 기존의 카펠마이스터 직을 내려놓고 그보다 낮은 직급인 칸토르를 받아들이면서까지 라이프치히에 온 이유 중 하나는 보다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였다. 바흐는 이곳에서 음악 어법의 경계를 넓히기 위해 노력했다. 특히 새로운 음악적 소재를 통달해 정교한 결과물을 만드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전시 2장에서는 골드베르크 변주곡 등 획기적인 건반악기 모음곡들을 통해 그 면모를 살펴본다.

3장에서는 현대에 이르는 바흐의 영향을 톺아본다. 이미 잘 알려진 멘델스존의 사례부터, 라이프치히 오페라에서 일하던 시기에 바흐와의 접점을 확장한 말러의 예도 다룬다. 특히 말러는 성 토마스 교회 합창단을 종종 방문하는 등 적극적으로 바흐에게서 영감을 길어 올렸다. 바흐의 여러 작품을 편곡하기도 하고, 관현악 모음곡 BWV1067과 BWV1068을 재조합한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이 관현악 모음곡을 작업하며 남긴 말러의 자필 악보를 이번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 폴 매카트니도 여러 차례 바흐의 영향력을 언급한 인물이다. 그는 바흐 류트 모음곡(e단조) 중 ‘부레’ 악장을 차용한 비틀즈의 ‘Blackbird’,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2번에서의 영감을 녹인 ‘Penny Lane’ 등을 썼다.

이번 전시는 이웃한 라이프치히 시립 박물관으로도 이어진다. 6월 1일 새롭게 선을 보이는 바흐 전시장에서는 라이프치히 고용주들의 관점으로 바흐를 바라보는 색다른 전시가 열릴 예정이다. 두 박물관에 걸쳐서 주제별 가이드 투어, 공연, 워크숍 등 다양한 전시 연계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글 박찬미(독일 통신원)

사진 라이프치히 바흐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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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러 페스티벌 5.11~29

총집합한 말러 음악과

오페라의 향연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Eric-Kemnitz

구스타프 말러(1860~1911)가 라이프치히에서 지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라이프치히 오페라의 제2카펠마이스터를 지낸 기간은 1886년부터 2년 남짓이었다.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를 매일 같이 지휘하던 시기에 말러는 자신의 첫 번째 교향곡을 완성하는 한편, 교향곡 2번의 도입부도 작업했다. 도시에 남은 바흐의 유산을 연구하는 데도 시간을 쏟았다. 그 영향은 교향곡 8번에까지 이르니, 라이프치히에서 말러는 비로소 ‘교향곡 작곡가’로 태어난 셈이다.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가 주관하는 말러 페스티벌은 그의 교향곡 전곡을 세계 유수 악단의 연주로 만나는 특별한 자리다. 축제는 2011년 작곡가 서거 100주기를 맞아 처음 개최됐고, 올해가 두 번째다.

전곡 사이클의 신호탄은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상임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교향곡 2번)가 터뜨린다. 이어서 투간 소키예프/뮌헨 필하모닉(4번), 정명훈/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5번), 미르가 그라지니테 틸라/버밍엄시립교향악단(10번), 대니얼 하딩/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7번), 이반 피셰르/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9번), 크리스티안 틸레만/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8번), 세묜 비치코프/체코 필하모닉(6번) 등이 바통을 주고받는다.

 

말러가 매듭지은 오페라

이번 말러 페스티벌은 야심 찬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베버(1786~1826)의 오페라 ‘세 사람의 핀토’ 전막이 콘서트 오페라로 무대에 오른다. ‘세 사람의 핀토’는 말러가 베버의 미완성 작품 파편들을 모아 편곡하고, 직접 작곡한 간주곡 등을 더해 1888년 라이프치히 오페라에서 초연한 것이다.

초연은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한스 폰 뷜로, 에두아르드 한슬리크, 헤르만 레비 등 유럽 각지의 저명 음악평론가와 음악인, 심지어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이하 메트 오페라)의 인사들까지 방문할 정도였다. 말러는 부모님에게 보내는 편지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단숨에 독일뿐 아니라 더 넓은 세계에서 주목받는 인물이 되었습니다.” 이후 그는 빈 궁정 오페라와 메트 오페라의 상임지휘자 및 예술 감독으로 승승장구했다. 이처럼 오페라에 대단한 열정을 지녔지만, 말러는 오페라를 쓰지 않았다. ‘세 사람의 핀토’는 그가 ‘작곡가’로서 오페라사에 남긴 유일한 족적인 것이다.

이번 페스티벌에서 이 공연은 체코 방송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페트르 포펠카(1986~)가 이끈다.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연주를 맡고, 알베르트 페젠오르퍼(돈 판탈레오네 데 파체코 역), 빅토리야 카민스카이테(클라리사 역) 등이 연기를 펼친다.

이 밖에도 말러를 주제로 한 풍성한 프로그램이 이어진다. 교향곡을 다양한 편성으로 만날 수 있는 공연들이 즐비하다.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실내악 버전으로 4번을,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비트는 아다지오 악장(교향곡 10번)의 피아노 편곡 버전 등을 선보인다. 오르가니스트 데이비드 브릭스가 연주할 5번과 6번도 기대를 모은다.

게반트하우스의 오르가니스트 미하엘 쇤하이트는 전자음악 아티스트 필립 횔센벡과 협업해 말러 음악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하며, 라이프치히 리릭 극장은 ‘죽은 아이를 위한 노래’를 연극으로 제작해 초연한다. 바리톤 토마스 햄슨은 말러 가곡으로 채워지는 리사이틀과 마스터클래스를 진행하고, 세계 유명 학자들이 말러 연구의 현주소를 소개하는 10부작 강연 시리즈도 축제를 더욱 풍성히 할 예정이다.

글 박찬미(독일 통신원)

사진 게반트하우스 라이프치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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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ITALY

 

루카의 새 문화재 발견과

로마 오페라 극장 ‘카라칼라 축제’ 5.30~8.10

역사가 재현되는 시간!

 

 

루카 두칼레 궁전의 숨겨진 보물찾기

이탈리아 서쪽 도시 루카(Lucca)는 중세 시대부터 여덟 세기 동안 정치 및 행정 중심지였다. 루카에 위치한 두칼레 궁전은 도시를 둘러싼 성곽의 남쪽 문을 지나 처음 맞이하는 나폴레오네 광장에 자리한다.

19세기에 들어 나폴레옹의 누이이자, 루카와 피옴비노의 공주였던 엘리사 보나파르트 바치오키(1777~1820)의 의지가 오늘날 모두가 감탄하는 루카의 모습과 웅장한 궁전을 완성했다. 그는 그 안에 극장을 세워 프랑스의 다양한 작품을 이탈리아에 소개했을 뿐만 아니라 본인이 직접 공연하기도 했다. 1814년에 작성한 목록에서 ‘연극과 공연을 위한 다양한 무도회 드레스, 술 장식, 레이스, 깃털, 모자’ 등이 들어 있는 상자가 6개 이상 발견됐다는 것을 통해, 당시 극장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얼마 전, 이 극장의 무대 배경 두 부분이 루카의 마지아노에 위치한 전 정신병원 창고에서 발견됐다. 이것은 2019년에 발견돼 이미 궁전에 전시돼있는 두 개의 나무 기둥과 짝이 맞았다. 두 개의 무대 배경(2.5m×1.5m)엔 다른 장면이 양측에 그려져 있는데, 안쪽에는 부엌이, 바깥쪽에는 정원의 계단이 그려져 있어서, 전체 장면을 구성하려면 각 배경을 맞붙여 배치해야 한다. 이 발견으로 복원이 진행되면 먼저 발견된 기둥과 함께 19세기 당시 연회와 공연이 열렸던 공간을 재구성할 수 있다. 엘리사 극장은 공주가 남긴 많은 편지 사료를 통해 기둥과 배경 외에 세밀한 부분들까지 재현할 수 있으며, 지속적인 후원을 약속한 BPM은행과 루카 로터리 클럽의 적극적인 지지가 함께하여 복원과 발견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찰리 채플린을 만나게 될 카라칼라 축제

여름에 열리는 로마 오페라 극장의 카라칼라 축제는 오페라·발레·영화·연극·교향악·재즈·팝 등 50회 이상의 공연이 다양한 장르로 조화를 이룬다. 이 중에는 베토벤 교향곡 9번으로 카라칼라 연단에 처음 서는 지휘자 정명훈이 포함됐다.

베르디 탄생 210주년인 올해 문화부는 카라칼라 축제에 베르디 삼부작 중 ‘라 트라비아타’와 ‘리골레토’를 의뢰했다. ‘라 트라비아타’는 1960년대 영화의 거장 페데리코 펠리니(1920~1993)의 영화 ‘달콤한 인생’을 배경으로 하는 연출, ‘리골레토’는 가상의 범죄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연출로 카라칼라 축제의 대전차 경기장 무대로 돌아온다. 또 ‘베르디’라는 인물과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잘 알려지지 않은 영화를 조명하는 영화제도 기획된다.

이번 축제에서 무엇보다 이목을 끄는 것은 복원된 찰리 채플린(1889~1977)의 ‘위대한 독재자’(1940)가 오케스트라의 실황 음악과 함께 세계 최초로 상영(6월 23일)되는 것이다. ‘위대한 독재자’는 채플린이 감독·제작·각본·음악·주연을 맡아 아돌프 히틀러와 나치즘에 대한 풍자와 조롱을 담은 영화다. 1999년에 시작된 복원 프로젝트는 영화를 디지털로 복원한다는 의미를 넘어서, 그의 영화를 되살려 새로운 세대에게 알려준다는 가치를 더한다. 영상은 볼로냐 국립 영화도서관에서 맡았고, 음악은 채플린 재단 음악 감독인 티머시 브록(1963~)의 작업이었다. 바그너의 ‘로엔그린’에 맞춰 독재자 아데노이드 힌켈(찰리 채플린 분)이 지구본과 함께하는 춤 장면, 브람스의 ‘헝가리 춤’ 음악과 함께 하는 유대인 이발사의 에피소드 등이 복원됐다. 역사의 일부이자 현재의 우리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영화로서 이번 축제에서 재탄생한 채플린은 관객에게 마법 같은 시간을 경험하게 해줄 것이다.

글 이실비아(이탈리아 통신원)

사진 두칼레 극장·로마 오페라 극장

발견된 극장 무대 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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