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SION
평창대관령음악제 새 예술감독 양성원
자연 속 음악, 그 울림
스무 해를 맞은 음악제(7.26~8.5). 자연은 그대로, 음악가와 축제는 변화를 입었다
6월 7일 서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평창대관령음악제의 기자간담회가 제4대 예술감독으로 취임한 첼리스트 양성원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약 3주라는 최장기간을 보여주었던 지난 음악제로 인해 이번 음악제의 공연이 축소된 듯 보이지만,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펼쳐지는 공연의 횟수는 오히려 작년 18회에서 올해 20회로 늘었다. 참여하는 음악가들 역시 다양하다. 음악제의 단골 아티스트들 역시 그 자리를 지키고 있고, 새로운 얼굴들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간 음악제를 방문하지 않았던 아티스트 위주로 선별하고 싶었다”는 양 감독의 뜻이 반영된 것이었다.
한편, 해외에서 쌓아온 그의 예술감독직 경험은 음악제에 참여하는 예술가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양 감독이 해외 관계자들과 올해 음악제에 관해 직접 소통을 나누며, 몇몇의 해외 음악제와 파트너십을 꾀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아가 음악제 전체 일정표에서는 처음 선보이는 프로그램을 몇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는 새로운 예술감독이 두는 강수였다.
“‘찾아가는 음악회’와 분리된 ‘찾아가는 가족음악회’를 처음 선보이게 됐습니다. 음악제에 아이가 할아버지 손을 잡고 참여할 수 있도록, 강원도의 관광지를 활용하여 평창까지 오지 않아도 즐길 수 있는 음악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죠. 그 아이들이 크면 찾아가는 음악회에 오고, 음악제의 메인 공연까지 오게 되겠죠. 또 다른 새 프로그램은 수학자 김민형 교수가 들려주는 ‘음악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라는 주제 강연입니다. 답보다 질문을 던지시는 분이니, 강연에 오시면 신비로운 생각을 가득 얻으실 겁니다. 아, 그리고 축제 시작인 27일부터 매일 오후 3시, 아티스트와 관객과의 만남이라는 티타임도 준비했습니다. 알펜시아에서 머무르신다면, 오후에는 그곳에 찾아오시면 됩니다.”
간담회 현장에서 양 감독은 시간이 허락되는 만큼 각 공연의 특징을 꼽아 설명하였다. 축제에 오르는 작품과 라인업을 둘러보니, 과연 그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우선, 올해의 주제인 ‘자연’을 표현하는 그리그의 ‘페르귄트 모음곡’으로 시작하는 개막공연(7.26)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첼리스트 양성원, 피아니스트 윤홍천이 최수열/경기필과 함께 베토벤의 삼중 협주곡 Op.56을 연주한다. 2부에는 R. 슈트라우스의 ‘알프스 교향곡’으로 첫날을 마치니, 산속의 음악제에 적합한 선곡이다.
우크라이나의 키이우 비르투오지의 초청도 이번 축제의 한 축이다. 첼리스트이자 지휘자인 드미트리 야블론스키(1962~)가 이끄는 이 단체는 축제 개막 전날인 25일 전야제를 가진다. 이번 음악제에서는 두 차례의 공연(7.27·29)을 올리며, 그중 한 공연에서는 바루크 벌리너(1942~)의 ‘야곱의 꿈’을 아시아 초연한다.
또래 콩쿠르 스타인 첼리스트 최하영(1998~)과 우에노 미치아키(1995~)의 나란한 배치 역시 돋보인다. 두 첼리스트의 2중주를 들을 수 있는 공연 ‘인카운터’(8.4)는 둘이 보여줄 분위기를 잘 표현하는 제목이며, 이 공연에서는 피아니스트 김태형과 각자 서로 다른 첼로 소나타를 연주한다. 이튿날 폐막공연(8.5)에서도 양성원이 지휘하는 평창 페스티벌 오케스트라와 함께 드보르자크 첼로 협주곡을 선보이는데 최하영이 1악장을, 우에노 미치아키가 2·3악장을 협연하는 구도가 독특하다.
“평창은 세계에서 그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는 강원도의 도시이고, 이 도시를 통해 강원도의 예술적인 이미지가 더욱 짙어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3월 마지막 날에 음악제 프로그램을 구성할 때는 지금 이 목록의 3~4배는 됐습니다. 2024년과 2025년까지도 벌써 그려가고 있다는 이야기지요. 갑자기 변화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분명히 조금씩 나아갈 것입니다.”
글 이의정 기자 사진 평창대관령음악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