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 더디게 자라는 나무가 단단하다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3년 3월 2일 9:00 오전

COVER ST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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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

JOYCE DIDONATO

더디게 자라는 나무가 단단하다

두 번째 내한을 앞둔 디도나토의 성장 이력과 두 번에 걸친 삶의 전환기

조이스 디도나토(1969~)는 다른 이들에 비해 다소 늦은 나이인 36세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에 오르며 본격적인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다. 더딘 시작이었지만, 오랜 시간을 들여 음악을 해야 할 이유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하며 자신만의 음악적 나이테를 새겨나갔다. 인터뷰 중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묻자 “세계 평화”라고 답한 그의 각오에는 짧은 문장이지만, 그동안 끊임없이 질문해온 음악을 해야 할 이유에 대한 답이 서려있는 듯하다.

총괄·기획 임원빈기자

 

INTERVIEW 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_임원빈

COLUMN 메조소프라노의 계보를 좇아_유형종

INTERVIEW 디도나토가 초연하는 작품의 작곡가 토드 마코버_이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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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INTERVIEW

 

메조소프라노 조이스 디도나토

음악으로 답하기 위한 수많은 질문들

 

조이스 디도나토(1969~) 2005년 뉴 욕 메트 오페라에 데뷔하며 본격적인 활동을 알렸다. 워너 클래식과 에라 토 레이블의 아티스트로 활동하며 그 래미상, 에코 클래식 상, 그라모폰 상 등을 수상하며 화려한 경력을 이뤄 내고 있다. 로열 오페라, 빈 오페라, 메 트 에포라 등의 주역 배우를 맡아오 고 있으며 야닉 네제 세갱/필라델피 아 오케스트라, 안토니오 파파노/산 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 사이먼 래 틀/베를린 필 등과 협연했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 그는 성악가가 아닌 음악 교사가 되고 싶었다. 고등학교 때 합창단과 뮤지컬 공연에 출연하며 처음 음악을 접한 그는 이후 캔자스 위치토 주립대학에서 학업을 이어갔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음악 교사를 염두에 두고 성악이 아닌 음악교육을 전공으로 선택했다. 무대에서 느낀 즐거움을 자신에게만 속하게 하는 것은 이기적이라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버지의 말 한마디가 성악에 불씨를 지폈다. “누군가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꼭 한 가지 방법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후 합창단원에서 오페레타 ‘박쥐’의 주역으로 캐스팅되며 성악가의 꿈을 굳혀갔다. 단단한 장작에 불이 붙는 순간이었다.

성악가로서 활동을 시작했던 1998/1999 시즌, 휴스턴 그랜드 오페라가 세계 초연한 토드 마코버(작곡) ‘부활’의 주인공인 마슬로바 역을 맡으며 미국 음악계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후 휴스턴은 그를 다시 초청해 다음 시즌인 2000년, 마크 아다모의 ‘작은 여인’의 주역을 디도나토에게 또 한 번 맡기며 그 실력에 다시 한번 주목했다. 성공적인 데뷔 이후 그녀의 이름은 유럽에도 본격적으로 알려졌다. 2000/2001 시즌에 로시니 ‘신데렐라’의 안젤리나 역으로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 데뷔하는 등 바이에른 슈타츠오퍼와 같은 유럽 극장의 무대를 사로잡았다. 이후 본국으로 돌아와 36세에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에 데뷔하며 금의환향한다. 디도나토는 “이 모든 과정이 놀라움의 연속이었고 끝없이 감사한다”라고 회고했다.

2012년 첫 그래미상을 안겨준 ‘디바 디보’(Diva Divo)를 시작으로 2020년 ‘그라모폰’지와 ‘라임라이트’지의 ‘올해의 오페라 레코딩’으로 선정된 헨델의 ‘아그리파’, 2019년 그래미상의 ‘최우수 클래식 솔로 보컬 앨범’으로 선정된 ‘Songplay’ 등 화려한 그의 디스코그라피가 인기를 실감케 한다.

 

마음에 불을 지피는 것을 동력으로

디도나토 가족사진

그녀는 음악을 지속해야 할 이유로 음악의 메시지를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는 것을 꼽는다. 2014년 11월 파리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테러 소식을 접한 디도나토는 2017년 ‘전쟁과 평화’라는 제목으로 음반을 발매하며, 전쟁과 평화와 관련된 헨델과 퍼셀 등의 음악을 엮어 발표하기도 했다. 동성애를 상징하는 무지개에 대한 노래로 당시 국제사회에서 논란이 된 러시아 동성애 금지법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전하는가 하면, 감옥과 난민촌을 찾아 음악을 전하고 있다.

“억압 앞에서 침묵하는 일은 저와 맞지 않다고 생각해요. 음악이 가진 조화와 아름다움, 통일과 평화라는 속성들이 무대 위에서만 존재하는 상황이 저는 불편합니다. 저는 그것들이 제 삶 속에도 있기를 원해요. 제 노래를 통해 세상을 향해 표현하고, 세상에 사랑과 빛을 주기 위해 내가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했다는 마음으로 밤에 잠이 듭니다.”

지난해 발매한 음반 ‘에덴(EDEN)’을 관통하는 주제 역시 최근 대두되고 있는 환경문제이다. 디도나토는 음반에 수록된 곡들로 2022/23 시즌 일 포모도로 오케스트라와 세계 투어를 가져오고 있다. ‘자연을 통한 조화’를 주제로 환경에 대한 그만의 음악적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다. 1월 미국에서 선보인 무대를 엿보니, 중앙에 설치된 동그란 링이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는데, 그 원 안이야 말로 지상의 낙원, ‘에덴’이 아닐까? 아쉽게도 ‘에덴’은 이번 내한에서 볼 수 없지만, 그는 “꼭 빠른 시일 내에 ‘에덴’으로 한국 관객을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이번 무대는 그의 두 번째 내한이다. 그는 오는 14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피아니스트 크레이그 테리와 함께 말러 뤼케르트 시에 의한 가곡, 하이든 ‘낙소스섬의 아리아드네’ 등을 선보이고, 16일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토드 마코버의 ‘오버스토리 서곡’을 한국 초연한다. 이 역시 환경과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으로, 보존과 공존의 개념을 넘어 우리가 생명체에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전한다. 3월 7일 미국에서 세계 초연을 앞두고 있고, 16일 아시아 초연한다.

다음은 미국에서 공연 준비에 한창인 그녀와 나눈 이메일 대화.

 

2024년까지 투어가 이어지니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을 것 같아요.

그럴수록 음악 외에 제가 사랑하는 것들로 마음을 채우려고 해요. 명상이나 요가도 즐겨하고, 그림을 그리거나 정원도 가꿉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많이 웃고 꿈꾸기!(웃음)

2019년 첫 내한 때 ‘전쟁과 평화’의 수록곡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한 명의 무대이지만 화려한 조명과 무대 장치, 분장까지 공연장 전체를 활용하여 무대를 펼쳐서, 마치 거대한 뮤지컬을 보고 온 느낌이었죠.

그렇게 느끼셨다니 기쁩니다. 저 또한 서울에서의 추억이 너무 행복해서 다시 방문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한국 청중이 진심으로 따듯하게 맞아줬다고 느꼈거든요. 도시의 활기와 비전도 영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음반 재킷의 화려한 분장은 당신의 캐릭터를 대변하는 듯합니다. 지난해 발매한 음반 ‘에덴(EDEN)’에서는 얼룩덜룩한 물감이 온 얼굴에 칠해진 모습이었죠. 인도의 홀리 축제(Holi Festival)가 떠오르기도 해요.

‘에덴’은 자연의 놀라움과 환경을 찬양하는 앨범입니다. 마치 세계와 우리는 다시 연결해 에덴(Eden)동산으로 초대하는 것 같다고 할까요? 저는 그러한 의미가 다채로운 색과 같다고 느꼈어요. 무언가를 드러내기 위해 화려한 의상을 입는 대신, 나 자신과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색을 사용하는 것이 순수하고 깨끗한 방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벌어지고 난 뒤, 기자는 한국의 한 음악 감상실에서 ‘전쟁과 평화’ 음반을 만날 수 있었어요. 감상실 큐레이터가 ‘전쟁과 평화’라는 주제로 선곡한 음반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 큰 위로가 되었는데요. 지금의 상황에 와서 다시 이 음반을 돌아볼 때 본인에게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그러한 일이 있었다니! 감동적이에요. ‘전쟁과 평화’에서 제게 가장 큰 영감을 준 것은 “전쟁의 반대말은 평화가 아니라 창작이다”라는 조너선 라슨의 말이었습니다. 음반을 통해 ‘짧은 한순간에도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상기시키고 싶었어요.

창작이 평화를 이룬다는 말이 인상 깊네요.

저는 이 말을 우리가 자주 떠올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음악에 의지할 때 음악은 확실히 우리에게 평화를 주니까요. 우리 삶 속에 존재하는 아름답고 위로가 되는 생각들을 발전시키지 않는다면, 평화가 아닌 전쟁이 승리할 거예요.

 

아버지의 응원으로 시작된 꿈

2019 조이스 디도나토 롯데콘서트홀 공연 ©롯데문화재단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잠깐 해볼까요. 여섯 형제와 엄격한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고 들었어요.

형제가 너무 많으니 제 목소리가 커진 것은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몰라요.(웃음) 형제 모두가 개성이 있었는데 그중 저만의 위치를 찾아가는 것이 중요했어요. 그 덕분에 저는 자립심 강한 아이로 자랐고, 가족 사이에서 앙상블도 능했죠. 집안이 가난했기 때문에 13살부터 가족에 보탬이 되기 위해 일을 시작해야 했는데, 그때 뭐든 열심히만 한다면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음악가를 꿈꾼 것이 아닌 음악 교사가 되고 싶었다고요.

부모님은 규율을 중요시하는 가톨릭 신자였고, 우리에게는 각자 맞는 직업을 찾아서 신을 섬길 의무가 있다고 믿으셨죠. 저는 가난, 차별, 학대 등의 사회적 문제에 대해 배우며 가르치는 일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학교에서 우연히 첫 무대에 선 경험 이후, 무대에 서는 일이 얼마나 즐거운지 알게 되었죠.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과 무대에 서는 것 중에 고민했었는데, 무대에서 저만의 즐거움을 찾는 것이 왠지 이기적으로 느껴졌거든요.

선택의 기로에서 음악가의 길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인가요?

아버지와 특히 아주 가깝게 지냈는데, 정말 지혜로운 말씀을 해주셨어요. “누군가를 가르치는 방식에는 꼭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란다”라고요. 저는 지금도 무대 위에서 노래함으로써 제 생각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신을 섬긴다고 생각하고 싶어요.

성장기 때, 가장 많이 참조하고 들었던 메조소프라노가 누구인지 궁금해요. 크리스타 루트비히, 테레사 베르간사, 아그네스 발차, 자네트 베이커 등 누구의 영향이 제일 컸나요?

이 분야에 ‘최고’라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저는 순위를 생각하지 않아요. 모든 성악가들이 거장이고 뛰어난 예술가예요. 그런데도 많은 영향을 받은 메조소프라노를 두 명 꼽자면, 자네트 베이커(1933~)와 프레데리카 폰 슈타데(1945~)입니다. 이들의 인격적인 면과 예술에 대한 헌신이 정말 특별하다고 생각합니다.

 

휠체어를 타고 무대를 누비다

2009년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공연 중 다리를 다쳐 휠체어를 타고 공연을 마쳤다

2005년 뉴욕 메트 오페라 데뷔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2009년 ‘세비야의 이발사’ 공연에서 로지나 역을 연기하다 넘어져 다리를 다쳤습니다. 그런데도 휠체어를 타고 나타나 무사히 공연을 마쳤던 그때의 상황이 영상으로 고스란히 남아 있어요.

처음에는 다리가 부러졌다는 것도 몰랐어요.(웃음) 그냥 많이 아프다는 생각이 들었고, 어딘가 붙잡을 수만 있다면 곡을 끝마칠 수는 있겠다고 생각했죠. 이후, 휠체어에 앉아서 남은 공연을 이어갔는데, 막상 시도해보니 오히려 자유롭게 많은 것을 할 수 있었어요.

‘자유롭다’의 의미는 인물에 더 몰입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일까요?

로지나도 무언가에 갇혀있고, 고통받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당시 이동이 자유롭지 않았던 저와 비슷했어요. 그동안 준비해온 대로 무대를 마음껏 돌아다닐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 점이 오히려 로지나의 의지를 더 잘 표현해 냈죠.

돌아보니 오페라 초연 무대도 꾸준히 서 왔어요. 토드 마코버의 ‘부활’, 마크 아다모의 ‘작은 여인’, 제이크 헤기의 ‘그레이트 스콧’ 등의 주역을 맡으며 동시대 음악과 초연에도 앞장서 왔습니다. 동시대 음악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성악가들도 창작음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창작이라는 일은 인간이 누리는 삶의 중요한 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계 안에서 우리의 위치를 가늠하고, 다른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서로 더 깊게 연결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창작과 예술은 꼭 필요합니다.

현대음악은 여전히 대중에게 낯선 음악이지만, 현대음악에서 느껴야 할 그 무언가가 있다면?

지금의 내 마음을 알아준다는 것입니다. 덜 외롭게 해주는 거죠. 이것은 고전 음악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음악이 갖는 메시지인 것 같아요. 지난해 12월, 메트 오페라에서 작곡가 케빈 풋츠의 오페라 ‘디 아워스’에서 버니지아 울프 역을 노래하며 세계 초연했어요. 현대음악임에도 전석 매진이었고, 공연이 끝날 때 관객 모두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어요. 새로운 작품과 새로운 이야기가 인간의 정신에 꼭 필요하다고 느꼈던 순간이었죠.

메조소프라노 음역의 한계는 성악가마다 다르겠지만, 작품 수가 많지 않은 것은 사실이에요. 그런데도 당신의 슈베르트 ‘겨울 나그네’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메조소프라노의 한계를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죠.

물론 다른 파트에 비해 레퍼토리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양한 레퍼토리가 있다는 것에 감사해요. 이제껏 테너들이 불렀던 ‘겨울 나그네’는 야닉 네제 세겡의 요청으로 준비한 것이지만, 그전까지는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어요. 음역을 포함해 많은 고민이 필요했거든요. 결국 아주 개인적인 방식으로 접근했고, 이제는 이 작품 없는 저의 음악 활동은 상상조차 할 수 없게 되었어요!

 

음악가라면, 노래하는 가수라면!

난민촌 아이들과 디도나토

‘오버스토리 서곡’ 리허설 현장

다양한 마스터클래스와 대학 강의를 통해 어린 시절의 꿈(음악교사)이 이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현재 50대 중반을 지나며 선배 음악가로서 젊은 성악가들에게 강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노래하는 일을 관객에게 봉사하는 일로 생각하기를 바랍니다. 위로·이해·아름다움·평화를 얻고자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을 위해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야말로 성악가의 의무이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을 위해 크게 이바지하는 일이기도 하죠. 하지만 많은 성악가들이 길을 잃고 내가 얻을 것이 무엇인지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당신이 한 말이 생각이 납니다. “사람들이 나를 ‘디바’라고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목을 받고 세상의 주목을 받는 것은 나의 동력이 아니다. 관객의 마음을 다루는 것이 더 소중하다”라는. 성악가로서 길을 잃었을 때 정상적인 궤도로 돌아오기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은 무엇인가요?

자신에게 “무엇을 노래하고, 왜 노래하는가?”를 질문해야 합니다.

여러 오페라 가수에 의해 수 세기 동안 굳혀진 해석에서 나만의 해석을 찾는다는 것이 쉽지는 않죠. 때론 남을 모방해 위대한 음반이나 공연에 견줄 만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싶다는 유혹에 빠질 수도 있을 텐데요.

그래서 저는 항상 학생들에게 악보로 다시 돌아가서 왜 그렇게 노래해야 하는지 고민하도록 지도합니다. 그리고 청중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노래하는 것이지 내가 무대에서 사랑받기 위해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기쁜 마음으로 상기시켜줍니다.

‘내가 아닌,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싶은’ 마음이 여러 봉사활동으로도 이어지는 것 같아요. 교도소를 방문해 노래하고, 난민 아이들을 위해 공연을 열었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지난해 12월 감옥에서 공연하는 ‘씽씽 프리즌(Sing Sing Prison)’ 프로젝트를 한 번 더 진행하면서 음반 ‘에덴’ 중 일부를 발췌해 작은 버전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습니다. 마지막 곡인 ‘옴브라 마이 푸(Ombra mai fu)’를 소개하면서 특별한 것 없는 시시한 곡이라고 편하게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노래를 마치자마자 한 청년이 손을 들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죄송하지만 제 생각에는 전혀 시시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금 당장 그렇게 나무 밑에 앉아 있을 수 있다면 저는 무슨 일이든 할 겁니다.” 사실 이러한 작은 공연을 통해 음악을 배우는 참가자들이 적지 않아요. 사람들은 처음 들어보는 음악을 놀라울 정도로 열린 마음으로 수용한답니다. 그 음악이 주는 아름다움과 매력을 정말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음악을 듣기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것이 느껴지죠.

 

두 번째 내한, 전쟁에 이어 환경의 메시지를 전하다

에덴(EDEN) ©Marin Driguez

이번 내한에서 세종솔로이스츠와 함께 토드 마코버의 ‘오버스토리 서곡’을 아시아에서 초연합니다. 1999년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면서 초연했던 작품도 토드의 ‘부활(Resurrection)’이었네요.

저도 이번 재회가 반가워요. 지난해 11월 토드와 만나서 ‘오버스토리 서곡’에 대해 의논했는데, 작품 속 여러 가능성을 살피면서 좋은 시간을 보냈어요. 거기에다가 우리 두 사람 모두 매우 공감하는 주제를 다루는 작품이어서요. 서울에서 첫 선을 보일 생각에 정말 설렙니다.

그와의 인연도 벌써 20여 년이네요. 토드는 당신에게 어떤 작곡가인가요?

그는 함께 하기에 정말 즐거운 사람이에요. 대단한 호기심과 창의력으로 가득 차 있죠.

세종솔로이스츠와는 이번이 첫 무대네요.

훌륭한 앙상블이라는 것을 매우 익히 들어 알고 있었어요. 새로운 아티스트를 만나는 일은 매우 가슴 뛰는 일이에요. 우리의 ‘오버스토리’를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매우 궁금합니다.

평소 안무와 무용에 대해 관심이 많다고 들었어요. 이번 무대에서도 안무를 곁들여 선보인다고요. 음악 외의 퍼포먼스를 더한 무대를 구성할 때 가장 신경쓰는 것은 무엇이고, 왜 이러한 무대를 구성하는지 궁금합니다.

항상 하나로 통합된 매끄러운 스토리텔링을 하려고 노력해요. 청중이 서사에 완벽히 몰입하거나 음악의 아름다움에 완전히 취하기를 바라거든요. 누구나 공연에 공감하고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할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공연장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해요.

14일에는 피아니스트 크레이그 테리와 함께 하는 리사이틀도 앞두고 있습니다.

2019년 한국 공연에서는 ‘헨델’의 작품이 중심이라는 것을 명확히 했다면, 이번 리사이틀에서는 하이든, 말러, 하에, 헨델, 베를리오즈, 듀크 등 다양한 노래를 선보입니다. 관객들이 아름다운 음악과 서사에 완전히 빠져들어서 공연이 끝났을 때 함께 여정을 떠났던 것처럼 느끼기를 바랍니다. 더 평화롭고 즐거운 마음으로요.

글 임원빈 기자 사진 세종솔로이스츠

 

‘EDEN’

조이스 디도나토(메조소프라노)/ 막심 에멜야니체프(지휘)/일 포모도로

Erato 9029646515

찰스 아이브스 ‘대답없는 질문’, 코플런드 ‘자연, 가장 부드러운 어머니’ 외

 

 

PERFORMANCE INFORM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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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스 디도나토 ‘스프링 콘서트’

3월 14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말러 뤼케르트 시에 의한 가곡, 하이든 ‘낙소스 섬의 아리아드네’,

베를리오즈 ‘트로이 사람들’ 중 ‘아! 아! 난 죽을거야’ 외

 

세종솔로이스츠와 조이스 디도나토의 ‘오버스토리 서곡’

3월 16일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협연 스티븐 김), 토드 마코버 ‘오버스토리 서곡’(협연 조이스 디도나토) 외

 


PART 2

COLUMN

 

시대가 기억해야 할 이름들

미국과 유럽의 메조소프라노 계보

리제 스티븐스 ©Metropolitan Opera Archives

레지나 레스닉 ©Topham Picturepoint

매릴린 혼 ©Decca

그레이스 범브리

 

 

 

 

 

 

19세기까지 소프라노에 가려있었던 메소소프라노가 스타로 성장하는 길은 크게 세 가지였다. 메조소프라노를 개인 취향으로 사랑했던 로시니 오페라의 히로인을 맡거나 소프라노의 강력한 연적으로 등장하는 드라마틱 메조소프라노, 그리고 ‘카르멘’으로 대표되듯 메조소프라노에 대한 선호가 남달랐던 19세기 프랑스 오페라의 주역이었다. 20세기 중반 이후 메조소프라노의 영역이 크게 확장되는데, 하나는 바로크 오페라가 부활하면서 당초 카스트라토가 맡았던 영웅적 주역을 노래한 바지 역의 확산이요, 다른 하나는 바리톤이 부른 가곡이 품격 있는 클래식 음악으로 대접받으면서 이 영역에 관한한 여성의 경우에도 중저음의 메조소프라노가 낫다는 인식이 퍼진 것이다. 그 결과 20세기 후반에는 메조소프라노들의 성향과 그 스타일 또한 다양해졌다.

 

미국의 메조소프라노 계보를 좇아 디도나토까지

셜리 버렛

프레데리카 폰 슈타데

돌로라 자지크 ©David Sauer

조이스 디도나토가 미국 출신 성악가인 만큼, 미국 메조소프라노의 계보를 우선 살펴보기로 하자. 리제 스티븐스(1913~2013)는 영화계에서도 인기 있었던 미모의 성악가로 카르멘과 델릴라를 포함한 대표적인 메조소프라노 배역을 섭렵했다. 유대계 우크라이나 혈통인 레지나 레스닉(1922~2013)은 소프라노에서 전향해 큰 족적을 남겼고, 전성기를 넘긴 50대 중반부터는 뮤지컬 무대에 진출하기도 했다. 미국 메조소프라노의 정점은 매릴린 혼(1934~)이다. 로시니 오페라의 스타였던 그는 오페라 부파만이 아닌, 로시니의 오페라 세리아가 재평가되는데 크게 기여했다. 호주 출신 소프라노 조운 서덜랜드와의 우정으로 유명했고, 미국 성악계의 후학을 양성하는 쪽에도 힘을 쏟았다. 혼과 비슷한 연배에는 아프리카계 디바 셜리 버렛(1931~2010)과 그레이스 범브리(1937~)가 돋보인다. 두 사람 모두 카리스마 넘치는 드라마티코이면서 소프라노 역까지 소화하고는 했다.

마릴린 혼 이후 가장 인기를 누린 메조소프라노로는 프레데리카 폰 슈타데(1945~)를 꼽을 수 있다. 우아한 외모와 매너로 오페라만 아니라 콘서트 무대에서도 대중적인 사랑을 받았다. 체코 혈통인 돌로라 자지크(1952~)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에서 특별히 환영받았는데, 특히 베르디 오페라에서 밀도 높은 가창력을 자랑했다. 마리아 유잉(1950~2022)은 날씬한 체형과 두툼한 입술의 독특한 외모를 지녔으며 메조소프라노와 소프라노를 오갔다.

디도나토가 직접적인 롤 모델로 삼았을 법한 선배는 제니퍼 라모어(1958~)이다. 좋은 풍채와 소리, 프랑스와 동유럽 오페라까지 소화하는 다재다능한 재능을 지녔지만, 출발은 로시니 소프라노였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수잔 그레이엄(1960~)의 경우는 바로크부터 현대음악까지 부드러운 소릿결과 기품으로 소화해낸 지성파다. 디도나토와 동년배의 미국 메조소프라노로는 비범한 콜로라투라(빠른 템포의 꾸밈음이나 화려한 악구) 기교를 자랑하는 알래스카 출신의 비비카 주노(1969~)와 풍요로운 가창력을 지닌 스테파니 블리스(1970~)가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그렇지만 현재 미국 성악가들이 유럽 무대에서도 대세를 이룬 점을 고려하면 유독 젊은 세대 메조소프라노의 활동상은 미미한 편이다. 케이트 린지(1981~) 정도가 잘 알려진 가수다.

 

유럽의 본토에서 자란 메조소프라노

마리아 유잉 ©David Redfern

콘치타 수페르비아

테레사 베르간사

유럽 출신 메조소프라노는 주된 영역을 중심으로 설명한다. 물론 어떤 쪽에 더 두드러졌다는 의미일 뿐 활동상이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스페인의 콘치타 수페르비아(1895~1936)는 20세기 메조소프라노의 원형이라 할 수 있다. 당연히 ‘카르멘’도 불렀지만 로시니 오페라에서 더 빼어난 가수였다.

그를 계승한 스페인 출신 메조소프라노는 테레사 베르간사(1933~ 2022)이다. 맑은 미성과 정확한 악보 읽기로 로시니 오페라를 풍미했다. 로시니 오페라 저음의 매력으로는 이탈리아의 루치아 발렌티니 테라니(1946~1998)를 빼놓을 수 없다. 로시니 메조소프라노의 정점은 역시 이탈리아의 체칠리아 바르톨리(1965~)가 찍었다. 오페라 가수로는 이례적으로 20대 중반에 최고의 메조소프라노 반열에 오른 그녀는 가창력은 물론 팬과의 소통 능력에서도 가장 모범적이다. 로시니 메조소프라노의 명맥을 잇는 젊은 이탈리아 가수 중에는 세레나 말피(1985~)가 돋보인다.

루치아 발렌티니 테라니

체칠리아 바르톨리

에베 스티냐니

줄리에타 시미오나토

 

 

 

 

 

 

전형적인 드라마틱 메조소프라노로는 이탈리아의 에베 스티냐니(1903~1974)에 이어 줄리에타 시미오나토(1910~2010)가 대표적이다. 로시니 오페라로 출발했지만, 베르디를 포함한 19세기의 거의 모든 이탈리아 오페라를 소화했다. 그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10살이나 어리지만 활동 시기가 겹친 페도라 바르비에리(1920~ 2003)인데 라이벌 의식이 워낙 강해 사이도 안 좋았다고 한다. 바르비에리 다음의 이탈리아 메조소프라노로는 피오렌차 코소토(1935~)가 독보적이다. 레퍼토리 폭은 넓지 않았지만 치열한 노래와 연기로 1960~1970년대를 휘어잡았다.

프랑스 출신 메조소프라노는 팜 파탈 분위기의 가수와 마스네 레퍼토리에서 여성성을 드러내는 가수로 나눌 수 있다. 엘레나 오브라초바(1939~2015)는 밀도 높은 소리와 강렬한 감수성으로 카르멘을 불렀다. 그리스의 아그네스 발차(1944~)는 목소리의 개성, 강렬한 자태와 앙칼진 표현력이 돋보인다.

페도라 바르비에리

피오렌차 코소토 ©Teatro alla Scala

엘레나 오브라초바

아그네스 발차

 

 

 

 

 

 

장르의 경계를 넘는 메조소프라노

크리스타 루트비히

안네 소피 폰 오터 ©Daniel Welch

자네트 베이커 ©Teatro alla Scala

마스네의 부드러운 메조소프라노로는 현역 중에 좋은 가수들이 있다. 프랑스의 소피 코쉬(1969~), 라트비아의 엘리나 가랑차(1976~)가 그들인데, 프랑스 리릭 오페라라는 작은 영역을 넘어 훨씬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한다. 대중적 인기가 높은 가랑차는 카르멘으로도 유명하지만, 지성미가 두드러진 점에서 전형적인 카르멘은 아니다.

가곡을 잘 부르는 가수로는 당연히 가곡의 본향 독일권과 북유럽 출신이 많은데 독일의 크리스타 루트비히(1928~2021)가 먼저 떠오른다. 물론 루트비히의 본령도 오페라였지만 워낙 신중한 성품이어서 레퍼토리가 넓지 않았고 나이가 들자 자발적으로 가곡 영역으로 이전했다. 그 후배인 브리기테 파스벤더(1939~)는 남성적인 분위기가 강해서 슈베르트·슈만·말러를 깊이 있게 잘 불렀다. 스웨덴의 안네 소피 폰 오터(1955~)는 지금도 현역이다. 큰 키의 카리스마와 독창적인 곡 해석이 돋보이는데, 오페라에서는 바로크로 출발하여 19세기와 현대음악으로 영역을 확장해왔고, 가곡도 언어를 불문하고 잘 부른다.

조금 덜 알려진 이름이지만 슬로베니아 혈통의 아르헨티나 가수 베르나르다 핑크(1955~)도 기억해야 한다. 당대음악 분야에서 실력을 인정받고 가곡으로 영역을 확장했는데, 슈만, 드보르자크, 아르헨티나 노래 등 늘 유려한 스타일과 푸근한 인간미로 최고의 경지를 들려준다. 메조소프라노가 바로크 오페라의 카스트라토를 대체한 데에는 영국의 자네트 베이커(1933~)의 공이 컸다. 베이커는 고결한 분위기를 풍기는 가수여서 기교적인 카스트라토와는 스타일이 맞지 않았지만 ‘오르페오와 에우리디체’를 잘 부른 덕분에 다른 메조소프라노들이 용기를 갖고 도전할 수 있었다. 이미 소개한 가수 중에 마릴린 혼이 베이커와 함께 초창기에 큰 역할을 해냈고, 체칠리아 바르톨리, 비비카 주노, 그리고 조이스 디도나토도 대단한 기량을 자랑했다. 이탈리아의 다니엘라 바르첼로나(1969~)는 남성보다도 당당한 체구로 마치 진짜 카스트라토를 보는 듯하다. 하지만 바로크 오페라에서 메조소프라노의 역할은 크게 위축되고 있다. 팔세토(가성) 창법이 발전을 거듭하면서 좋은 카운터테너들이 대거 등장해 그 자리를 차지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글 유형종(음악 칼럼니스트·무지크바움 대표)

 


PART 3

INTERVIEW

 

작곡가 토드 마코버

자연 속 인간을 그리다

디도나토가 초연하는 ‘오버스토리 서곡’은 무슨 곡일까?

 

조이스 디도나토의 공연 프로그램에는 다소 낯선 작품이 있다. 3월 16일에 아시아 초연되는 작곡가 토드 마코버(1953~)의 ‘오버스토리 서곡’이 그 주인공이다. “디도나토는 이 오페라 주인공에 완전히 들어맞는 성악가”라는 그의 말로 둘이 만들어낼 시너지가 기대된다. 마코버는 피아니스트인 어머니와 컴퓨터 공학자인 아버지의 재능을 이어받은 ‘하이브리드 작곡가’이다. 현재 MIT 미디어랩 교수로 재직하며 음악과 공학을 접목하는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음악과 공학에 모두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작곡 과정에서도 둘 모두를 이용하는가?

줄리아드 음악원을 다니며 시대에 맞는 창작 양식에 숙달하는 걸 배웠다. 덕분에 작곡 도구의 폭이 넓다. 최근에는 MIT 미디어랩에서 개발 중인 AI 음악 프로그램을 활용 중이다. 컴퓨터에 소리를 입력하면 독특한 소리 조합이 출력된다. 그 조합을 그대로 사용한 적은 없지만, 생각도 못 해본 소리를 종종 얻을 수 있다.

기술을 통해 인간의 창의성을 키우는 데에 계속 관심이 있었다고.

창의성은 ‘천재’에게만 국한된 게 아니며, 그 생각 자체가 사람들의 창의적 시도를 막는다. 우리는 어떤 상황을 좋게 만드는 사고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삶의 고난을 창의성으로 맞서는 건 21세기의 중요한 능력이다. 전문가의 창의성을 보조해줄 수도 있지만, 우리는 모든 이의 창의적 잠재력을 깨우는 도구를 연구한다.

시대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십여 년 전 오페라 ‘죽음과 파워스’에서 발전하는 디지털 세계에서 소외되는 인간을 다루었다. ‘오버스토리 서곡’도 이와 같은 시의적 반응인가?

‘오버스토리 서곡’의 배경이 된 리처드 파워스의 소설 ‘오버스토리’는 단순한 환경 보존이 아닌 우리와 공존하는, 인간이 아닌 생명체에게 가져야 하는 새로운 태도와 그들을 향한 평등한 시각을 알려준다. 기술이 문제인 동시에 해결책이 된 이후 기술을 주제로 다루는 것이 중요했지만, 이제는 그 이상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인간의 행동과 가치관을 바꿔야 한다. 너무 늦기 전에 말이다.

‘오버스토리 서곡’을 통해 이야기하고픈, 지금의 인류가 바꿔야 할 가치관이란 무엇인가?

환경문제도 있지만, 소설 ‘오버스토리’는 인간 자체가 자연계와 단절되고 있고, 자연에게 매우 무례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걸 일깨워 준다. 소설에서 나무들이 서로 소통하고 지지하는 방식은 인간이 소통의 부재와 혐오로 단절되는 걸 막는 해결안이 될 수 있다. 나에겐 기후 변화보다 이러한 단절의 경향이 더 두렵다.

소설에는 인물 8명의 이야기가 등장하지만, ‘오버스토리 서곡’은 그 중 패트리샤 웨스터퍼드에만 집중한다.

공연 시간이 30분인 걸 알았을 때, 소설 속 모든 인물을 보이는 건 불가능하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인물 중 소설의 ‘영혼’과 가장 적합한 패트리샤를 조명했다. 학계에서의 삶과 나무와 함께 사는 부분, 그리고 그의 마지막 강의까지 하나의 모노드라마로 30분짜리 ‘알짜’를 만들었다. 진행 중인 전체 오페라는 3시간 정도 된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무대에서 거대한 숲을 어떻게 음악으로 표현했나?

공연에서 체험하라는 게 가장 좋은 대답이다.(웃음) 나무가 가진 숭고함은 디도나토의 가사와 선율에 담겨 있고, 숲은 합주와 전자음으로 대변되며, 나머지 부분은 관객의 상상력이 채워 넣을 것이다.

자연을 표현하는 작품인데도 전자음을 사용한 이유는?

나는 항상 목소리와 악기가 가진 표현력을 확대하기 위해 전자음을 사용해 왔다. 이번에 들려올 매우 낮고 부드러운 숲의 음악적 언어는 매우 ‘자연스럽다’고 느껴질 것이다.

글 이의정 기자 사진 세종솔로이스츠

 

토드 마코버(1953~) 줄리아드 음악원에서 작곡가 엘리엇 카터·로저 세션스를 사사했고, 피에르 불레즈가 설립한 파리 전자음악 연구소 이르캄(IRCAM)에서 공부했다. 현재 MIT 대학 미디어랩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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