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Y GAME&MUSIC_6
게임을 듣다
음악게임 총출동!
작품을 듣는 특별한 방법
여러분은 평소에 음악을 어떻게 즐기시나요? 음악을 향유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음질 좋은 스피커 앞에서 가만히 사색에 잠겨 음악을 듣거나, 공연장에 가서 생생한 실황에 참여하는 방법도 있죠. 한편, 누군가는 직접 악기를 잡고 머릿속으로 상상한 음을 소리로 그려내기도 합니다. 그리고 여기, 게임을 하며 음악도 즐기는 특별한 방법이 있습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다양한 음악게임을 살펴봅니다.
촉각을 통한 공감각적 듣기
‘트롬본 챔프’ & ‘얼음과 불의 춤’
음악과 게임의 결합이라고 했을 때, 가장 쉽게 떠오르는 게임 장르는 바로 ‘리듬게임’입니다. 이는 플레이어가 음악의 리듬에 맞추어 특정한 조작을 해야 하는 게임을 의미하죠. 누구나 한 번쯤 오락실에서 봤을 법한 ‘펌프 잇 업’이나 스마트폰이 도래하기 전, 피처폰에 있던 ‘리듬 스타’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음악을 듣는 데에 있어 리듬게임이 특별한 이유는 감상자가 단순히 음악을 귀로 듣는 것(청각)을 넘어서, 화면에 기호로 치환되는 리듬 표시를 눈으로 포착(시각)하고, 이와 동시에 키보드나 버튼을 눌러야(촉각) 하기 때문입니다. 즉, 리듬게임은 청각과 시각, 그리고 촉각을 두루두루 이용하여 공감각적으로 음악을 즐기는 방식이라 볼 수 있죠. 지금까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리듬게임들이 출시됐지만, 그중 ‘트롬본 챔프’와 ‘얼음과 불의 춤’을 소개해드립니다.
‘트롬본 챔프’(2022)는 제목 그대로 트롬본을 소재로 한 리듬게임입니다. 상당히 난해한 배경과 이야기가 담겼지만, 이전까지의 리듬게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시스템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플레이어가 리듬뿐 아니라 음정까지 맞춰야 한다는 점입니다. 키보드나 마우스 클릭 버튼은 트롬본 주자의 텅잉이, 마우스 드래그는 트롬본의 슬라이드가 되는데요. 플레이어는 마치 트롬본의 슬라이드를 움직이듯 마우스를 이리저리 앞으로 뒤로 흔들면서 정확한 음을 조준하고, 리듬에 맞추어 버튼을 눌러야만 합니다. 이 게임 꽤 어려운데요. 처음에는 얼마만큼 마우스를 움직여야 하는지 쉽게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실제 트롬본 연주의 어려움과는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트롬본을 처음 배워보는 입문자의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얼음과 불의 춤’은 빨간 공과 파란 공, 각각 불의 행성과 얼음의 행성이라 불리는 원이 서로 궤적을 그리며 돌아가고, 여러 도형으로 촘촘하게 만들어진 타일을 따라가는 리듬게임입니다. 대다수의 리듬게임들이 수직으로 떨어지는 타일들을 손가락으로 클릭해야 했던 것에 비해 이 게임은 여러 기하학적인 도형을 사용하여 감각적으로 리듬을 표현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훌륭한 음악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게임에서 다루고 있는 리듬의 종류도 어마어마한데요. 기본적인 정박과 엇박은 물론 셋잇단·스윙·헤미올라(편집자 주_3박 계열 음악에서 2박으로 리듬을 나누듯이 정해진 박과 다르게 연주하는 리듬) 등 더 높은 스테이지로 갈수록 음악 전공자들도 혀를 내두를 리듬이 등장합니다.
이 게임의 음악적 가치는 훌륭한 음악 작품뿐만이 아니라 리듬을 도형과 원의 궤도로 표현한 아이디어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두 공은 수평으로 놓인 타일 위에서 180도 궤도를 그리며 도는데, 이는 가장 기본적인 4분음표 리듬에 해당합니다. 두 공은 수직으로 꺾인 타일을 만나면 궤도가 반으로 줄어 90도가 되거나, 아니면 270도가 되기도 하는데요. 전자인 90도는 180도의 절반이니, 리듬 역시 4분음표의 절반인 8분음표가 됩니다. 후자는 180도의 1.5배, 리듬 역시 4분음표의 1.5배인 점 4분음표가 되는 것이죠. 더군다나 빨간 공과 파란 공이 180도의 궤적을 그리며 돈다고 해도 타일이 비스듬해지면 정박이 아니라 엇박이 되어버립니다. 이 게임은 가지각색의 리듬을 시각적인 그래픽으로 표현하는 제작진들의 놀라운 아이디어를 보여주며, 어떻게 보면 오선지를 이용한 기보법 외의 또 다른 기보법을 제안한다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도 기하학적이고 감각적으로 구현된 풍부한 리듬에 젖으며 불의 행성과 얼음의 행성이 둥글게 그려내는 춤을 즐겨보시길 바랍니다.
신체를 사용한 듣기의 즐거움
‘원 핸드 클래핑’ & ‘저스트 댄스’
앞의 두 게임이 리듬을 다루는 게임이었다면 여기서 다뤄볼 게임은 클릭이나 버튼을 누르는 것을 넘어 플레이어가 신체를 적극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게임입니다. 하나는 ‘원 핸드 클래핑’이라는 게임으로 2018년에 데모가, 2021년에 정식 버전이 출시됐습니다. 이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사용해야 하는 신체 부위는 바로 성대입니다. 노래를 부르는 게임이기 때문이죠. 게임 속에서는 플레이어가 부르는 음의 높낮이에 따라 길이 생성됩니다. 예를 들어 캐릭터를 위로 올라가게 하고 싶다면 높은음을, 아래로 내려가게 하고 싶다면 낮은음을 불러야 하죠. 계단을 만들고 싶으면 음이 점진적으로 상승하게끔 노래를 부르면 됩니다. 아주 유쾌하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지만 음에 대한 감각이 부족하다면 그 어떤 게임보다 어려운 게임이 되죠.
마지막으로 소개해 드릴 게임은 ‘저스트 댄스’입니다. 2009년부터 시작된 ‘저스트 댄스’ 시리즈는 플레이어가 여러 곡 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 곡에 맞추어서 춤을 추는 화면 속 댄서의 움직임을 따라 같이 춤을 춰야 하는 게임입니다. 한두 곡만 플레이해도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숨이 가빠지는 게임이죠. 화면에 등장하는 춤 영상들은 3D 그래픽을 통해 만든 것이 아니라 실제 댄서들을 분장시키고 의상을 입혀서 만든 것입니다. 그렇기에 보다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는 동작을 플레이어에게 보여주죠. 세계의 다양한 인기 가요를 직접 몸을 흔들며 체험할 수 있는 ‘저스트 댄스’는 비록 힘들긴 해도 경쾌한 기분을 선사합니다. 숨은 헉헉거리지만 상쾌한 웃음을 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죠.
지금까지 음악을 특별하게 경험할 수 있는 게임들을 살펴보았습니다. ‘트롬본 챔프’는 트롬본을 처음 배울 때의 당혹감을, ‘얼음과 불의 춤’은 시각적으로 참신하게 표현된 리듬들의 향연을, ‘원 핸드 클래핑’은 장애물을 통과하기 위해 노래를 목청껏 부르는 즐거움을, ‘저스트 댄스’는 춤과 함께 음악을 신명나게 즐기는 방법을 보여주었죠. 이번에 소개한 게임 외에도 정말 다양한 음악 관련 게임들이 많습니다. 평소 음악과 관련된 게임에 생소했던 분일지라도 이번 호에 소개된 게임들을 계기로 음악을 보다 색다르게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 이창성
서울대 작곡과에서 음악이론을 공부했다. 게임과 음악의 관계에 관해 관심을 두고 있으며 게임음악학 연구를 진행 중이다. 현재 KBS 1FM의 PD로 재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