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온 힘을 다하다, 포항음악제 예술감독 박유신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3년 11월 6일 9:00 오전

FESTIVAL

©장호

포항음악제 예술감독 박유신

음악에, 온 힘을 다하다

박유신의 진심이 빚어낸 음악제.

올가을에도 포항엔 문화의 장(場)이 열린다

 

포항음악제는 2021년부터 매년 가을 포항문화예술회관과 포항시 일원에서 열리는 실내악 축제로, 마스터클래스와 강연, 찾아가는 음악회를 만날 수 있는 문화의 장(場)이다. 2021년에는 ‘기억의 시작’이라는 주제로 피아니스트 백건우와 임윤찬, 노부스 콰르텟을 비롯한 많은 연주자가 포항을 찾았고, 2022년에는 ‘운명, 마주하다’라는 주제로 소프라노 서선영과 바리톤 김기훈, 벨체아 콰르텟 외 국내외 유명 연주자들이 무대에 올랐다. 그리고 2023년, ‘신세계? 신세계!’라는 주제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피아니스트 김태형, 그리고 카살스 콰르텟을 포함한 연주자들이 포항의 관객과 만난다. 1회부터 남다른 기획력을 보여 온 첼리스트·예술감독 박유신과 올해 음악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9월, 예술감독을 맡고 있는 어텀실내악페스티벌(21~23일)이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11월 3일부터 11월 9일까지 2023 포항음악제가 열릴 텐데, 이렇게 두 페스티벌을 이끌고, 기획하는 에너지의 원천이 궁금합니다.

두 개의 페스티벌을 맡고 있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면서도 어깨가 무겁습니다. 매년 준비한 페스티벌이 무대에 오르고, 이를 관객들께서 온전히 즐겨주시는 모습과 환호를 보고 들을 때의 기쁨은 연주자로서 무대에 섰을 때와는 또 다른 기쁨이더라고요. 올해도 음악제를 위해 프로그램을 짜고, 출연진을 섭외하는 등 모든 준비 과정을 1년 동안 거쳤는데 페스티벌이 다가올수록 느껴지는 긴장감과 설렘이 저에게는 큰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지난 두 번의 포항음악제도 큰 호응과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번엔 특히 정경화와 김태형의 듀오 공연(11월 8일)이 눈에 띕니다.

먼 미래에 포항음악제를 돌아볼 때 역사적인 순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페스티벌에 정경화 같은 ‘거장’의 존재는 너무나 큰 힘이 될 것이기에, 1회 때부터 고집스럽게 이 순간을 바라왔습니다. 포항을 찾는 많은 관객들이 두 분이 함께 연주하는 실황을 만날 수 있게 되어서 무척이나 기대가 큽니다. 김태형 피아니스트는 인품과 음악 모두 배울 점이 너무나 많은 음악가입니다. 두 음악가가 함께 한 공연이 다수 있어서, 더욱 깊어진 앙상블을 포항에서 만날 수 있을 겁니다.

 

공연에 의미를 담다

카살스 콰르텟의 공연(11월 6일)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감독으로서 생각하는 이 공연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매회 포항음악제마다 최고의 현악사중주를 세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1회엔 노부스 콰르텟을, 2회엔 벨체아 콰르텟을 세웠습니다. 분야별 최고의 팀이 대표성을 가졌으면 했습니다. 올해 초청하는 카살스 콰르텟은 고전 레퍼토리에 특화된 팀으로, 음악제에서 보케리니, 하이든, 베토벤의 작품들을 연주합니다. 25주년을 맞이한 세계적인 팀의 공연을 포항에서 만나게 되는데, 이것 또한 포항음악제의 중요한 역사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소프라노 박혜상의 등장 역시, 짧지만 강렬합니다. ‘색채’ 공연(11월 5일)에서 레스피기의 ‘석양’을, ‘꿈꾸는 이, 슈베르트’ 공연(11월 7일)에서 ‘강 위에서’를 부릅니다. 실내악과 성악이 함께 하는 이 작품들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박혜상 소프라노에게 ‘석양’을 제안했을 때, 이 곡이 본인이 자주 연주하는 레퍼토리 중 하나라고 해서 기뻤습니다. 서정시에 곡을 붙여 현악 4중주 혹은 오케스트라로 연주하는데, 우리 무대에서는 현악 앙상블과 함께합니다. 강 위에서’는 ‘석양’과 마찬가지로, 9분에 가까운 긴 곡입니다. 긴 서사를 즐기면서 감상할 수 있죠. 기악과 성악이 주고받으며 어우러지는 품격 있는 앙상블은 ‘가곡의 왕’ 슈베르트가 얼마나 아름다운 곡을 써온 작곡가인지 새삼스럽게 깨닫게 해주는 무대가 될 것입니다.

포항시청 대잠홀에서 열리는 ‘아티스트 포항’ 공연(11월 5·6일)의 연주자들에게도 눈길이 갑니다. 소프라노 김예은, 테너 이규철, 피아니스트 이현주·박영성의 연주가 기대를 모으는데요.

포항 출신인 저에게 이 도시는 가장 익숙하고 언제나 그리운 곳입니다. ‘아티스트 포항’ 시리즈에 출연하는 연주자들 또한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박영성 피아니스트는 저와 포항예술고등학교를 함께 다니며, 10대 때부터 이름을 알린 연주자입니다. 이번 무대에서는 라벨, 쇼팽, 그리고 리스트를 연주합니다. 김예은, 이규철, 이현주는 벨리니, 슈베르트 등의 작품을 노래하고 연주합니다. 각각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에서 공부했지만, 태어난 도시의 인연으로 함께 무대에 섭니다. 이들의 수준 높은 연주가, 듣는 이로 하여금 ‘포항’을 문화도시로 바라보게 해주리라 생각해요.

포은중앙도서관과 포항시립미술관, 체인지업그라운드에서 열리는 ‘찾아가는 음악회’ 역시, 페스티벌 구색 맞추기가 아닌 진지한 프로그램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찾아가는 음악회’는 포항음악제에서 마련한 선물과 같은 시리즈입니다. 연주를 공연장이 아닌 포항 곳곳의 재미있는 명소에서, 또 가까운 거리에서 직접 그 큰 울림을 느끼면서 들을 수 있는 매력이 있습니다. 연주와 함께 하는 친절한 해설은, 관객이 가지고 있을지도 모를 클래식에 대한 편견들을 허물어 줄 것입니다.

11월 3일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의 저녁, 포항페스티벌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지휘자 없이 모두 일어서서 드보르자크의 ‘신세계로부터’를 연주한다. 이에 대해 박 예술감독은 “모두가 서서 혼신의 힘을 쏟는다면 어떤 소리를 만들어 낼지 상상했고, 이 형식의 공연은 지난해에도 성공적이었다. ‘스탠딩 오케스트라’는 관객에게도 영감을 주는 신세계일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일어나 온 힘을 다해 연주하는 포항음악제의 연주자들 한 명 한 명이 바로 철강도시 ‘포항’과 ‘문화’를 뜨겁게 융합하는 용광로가 되어 줄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글 양경원(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포항문화재단

 

박유신(1990~) 경희대 음대 졸업 후 독일 드레스덴 국립음대에서 석사과정과 최고연주자과정을 마쳤다. 2017년 드레스덴 국립음대 실내악 콩쿠르 1위, 2018년 안톤 루빈슈타인 콩쿠르와 야나체크 콩쿠르에서 2위 등을 수상했다. 현재 경희대·이화여대·한양대에 출강하고 있으며, 어텀실내악페스티벌과 포항음악제의 예술감독을 맡고 있다.

 

Performance information

2023 포항음악제

11월 3~9일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포항시청 대잠홀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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