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신보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4년 1월 15일 8:00 오전

RECORD

테마가 있는 추천 음반

 

세기를 초월한 ‘열정’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루돌프 제르킨(피아노)

DG 4864935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14·23번

한상일(피아노)

Warner Classics VDCD7052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는 불멸의 명작이다. 건반 악기의 발전사와 맞물린 이 작품의 선율·화성·리듬은 예측 불가의 음악으로 불꽃을 뿜어낸다. 이 혁신의 역사는, 그 정신을 잊지 않은 연주자들에 의해 이어지고 있다.

루돌프 제르킨(1903~1991)의 미발매 녹음을 다시 살린 DG의 작업은 그 정신을 잇는 일 중 하나다. DG의 125주년을 기념하며 시작된 프로젝트 ‘더 로스트 테이프(The Lost Tapes)’의 일환으로, 제르킨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1번과 23번 연주를 담은 음반이 그 시작이다. 그의 말년에 녹음한 이 음원에는, 특유의 흥얼거림과 거친 페달 소리 등이 정제되지 않고 담겨 있다. 그의 소나타 23번 ‘열정’에 매끈한 완성도는 없으나, 덜컹거리면서도 쉼 없이 달려 나가는 타건 속에 거친 길을 망설이지 않는 강렬함을 담았다.

한상일(1984~)이 선보이는 ‘열정’ 소나타에는 낭만적 혁신이 담겨 있다. 형식을 중요시하던 고전주의 시대에서, 이에 얽매이지 않는 주법을 개발해 나갔던 베토벤의 미래 지향적 사고방식을 기점으로 삼았다. 음악적 흐름에 집중한 1악장을 지나, 명상적이고 간결한 화음으로 구성된 2악장은 화성의 두꺼운 질감이 느껴지는 연주다. ‘라흐마니노프&프로코피예프’(Sony Classical) 이후 7년 만의 신작을 선보인 그는 즐겨 연주해 오던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들(8번·14번·23번)을 애정 어린 시선으로 담아낸다.

허서현

 

 

거장의 흔적을 찾아서

모리코네: 바이올린과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진귀한 영화음악

마르코 세리노(바이올린)/ 베네토 파도바 오케스트라

Arcana A554

 

마에스트로 OST

야닉 네제 세겡(지휘)/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DG 4865466

 

 

 

지난날의 ‘마에스트로’는 후대의 창작물로 계속해서 회상된다. 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2023)과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2021)가 그 좋은 예시이다. 영화가 거장의 삶을 다시 훑으며, 그들의 음악을 새롭게 감상해 볼 기회를 제공했다. 이에 맞춰 음반계의 좋은 예시도 준비해 봤다.

엔니오 모리코네(1928~2020)의 이름을 담은 이 음반은 작년 1월에 발매됐던 ‘모리코네: 바이올린과 오케스트라를 위한 영화음악’의 후속으로, 그의 작품 중 잘 알려지지 않은 곡을 유족이 손수 선별한 모음집이다. 마르코 세리노는 2000년부터 모리코네가 작업한 모든 영화 사운드트랙을 연주한 바이올리니스트로, 현재도 꾸준히 그의 작품을 녹음하고 있다. 음반은 이탈리아 영화 세 작품의 음악을 담았는데, 영화마다 서로 다른 특징이 있어 작곡가의 풍부한 음악 어법에 다시금 놀라게 한다.

넷플릭스 제작 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의 사운드트랙에는 단순히 음악만이 아니라 대사가 함께 흐르는 영화의 장면이 담겨 있다. 영화는 작곡가의 음악적 경력과 동시에 사랑·연애를 담았는데, 그래서 음악과 대사가 섞인 사운드트랙이 영화의 의도와 잘 부합한다. 배우 브래들리 쿠퍼가 번스타인으로 분해 지휘를 펼치지만, 음반은 DG의 아티스트인 야닉 네제 세겡이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했다. 작곡가의 교향곡·오페라·뮤지컬이 고르게 담겨 있다.

이의정

 


 

이 달의 추천 음반

 

 

로시니 ‘세비야의 이발사’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알마비바)/ 바실리사 베르잔스카야(로지나)/

에티앙 뒤피(피가로) 외/헤르베르트 프리취(연출)/미켈레 마리오티(지휘)/

빈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합창단

C Major 765308(2DVD), 765404(Blu-ray)

 

2021년 빈 슈타츠오퍼 실황으로, 배우·무대 디자이너·미디어 아티스트로도 활동하는 ‘전방위 연출가’ 헤르베르트 프리취(1951~)가 연출을 맡았다. 과감한 시도로 높은 평가를 받는 프리취는 요란한 연기에 번쩍번쩍한 의상과 솟아오른 가발을 곁들이고, 무대에 배경막을 드리워 색색의 조명을 쏘며 연출적 특별함을 더했다. ‘로시니 전문 성악가’로 불리는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1973~)가 알마비바 역으로 무대에 오르고, ‘로시니 마에스트로’로 떠오른 지휘자 미켈레 마리오티(1979~)가 지휘봉을 잡아 로시니 오페라의 감동을 전한다.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의 엘렌 그리모

엘렌 그리모(피아노)/ 조반니 구초(악장)/

카메라타 잘츠부르크

C Major 764908(DVD), 765004(Blu-ray)

 

 

피아니스트 엘렌 그리모(1969~)와 카메라타 잘츠부르크가 함께한 2022년 함부르크 엘프필하모니 실황이다. 프로그램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과 슈만 피아노 협주곡, 모차르트 교향곡 40번 등 단조 작품으로 꾸며졌다. 특히 그리모는 “고전주의 시대의 밝은 악풍 속에 언뜻 드러나는 낭만주의적 전조(前兆)를 포착하려는 의도”라며 모차르트의 단조 작품을 선곡한 이유를 전했고, 그 의도가 잘 드러난 연주를 선보였다. 카메라타 잘츠부르크는 2016년부터 예술감독 없이 악장 중심으로 운영 중이며, 현재 조반니 구초(1986~)가 악장을 맡고 있다.

 

 

 

 

호아킨 아추카로 피아노 독주회

호아킨 아추카로(피아노)

EuroArts 2069598(DVD)

 

 

아흔을 넘긴 현재에도 공연을 이어 나가는 스페인의 피아니스트 호아킨 아추카로(1932~)의 실황이다. 음반을 드물게 발매하고, 내한 기록이 없어 국내에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스페인에서는 사랑받는 국민 피아니스트이다. 스페인 바스크 지역에 새로 건설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펼쳐진 독주회로, 브람스·쇼팽·라흐마니노프·리스트·스크랴빈·그리그의 잘 알려진 작품으로 프로그램을 짰다. 19세기 작품이 주를 이루는 만큼, 부드러운 인상을 남기는 연주다. 그와 나눈 인터뷰도 담겨 있어, 연주자의 음악 세계를 배우기에도 적합하다.

 

 

 

로열 발레 ‘신데렐라’

마리아넬라 누네즈(신데렐라)/ 바딤 문타기로프(왕자)/

프레데릭 애슈턴(안무)/

로열 발레/ 코엔 케셀스(지휘)/ 로열 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

Opus Arte OA1378(DVD), OABD7316(Blu-ray)

 

영국 로열 발레에 첫 전막 발레 작품을 선사한 안무가, 프레데릭 애슈턴(1904~1988)의 1948년 안무작이다. 지난해, 발레단은 작품의 75주년을 기념하며 이를 다시 선보였다. 상체의 섬세한 움직임이 특징인 그의 안무를 유지하고 무대 연출과 의상 또한 원작의 프로덕션을 살렸다. 동화의 내용을 따르는 전형성에, 이복 언니를 남성 무용수에게 맡겨 희극성도 강화되어 발레 초심자들도 감상이 용이하다. 1막에서는 신데렐라와 대모 요정의 만남을, 2·3막에서는 호박 마차를 타고 간 파티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는 여정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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