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R BEGINNERS
친근하게 다가오는 우리 동네 클래식 음악
마티네 콘서트
음악과 함께 커피를 즐기는 향기로운 시간, 전국의 마티네콘서트 정보
따듯한 햇살이 스며드는 3월입니다. 한결 가벼워진 외투를 걸치고 산책을 나서기에도 좋은 계절이죠. 여유로운 오전에 나선 산책이라면, 도착지를 공연장으로 삼아보는 건 어떨까요? 클래식 음악이 조금 낯선 당신을 위해, 공연장들은 벌써 채비를 마쳤습니다. 지역 곳곳의 공연장과 문화재단, 공연 단체들이 준비한 ‘친절한 콘서트’를 만나봅시다.
마티네의 대명사, 예술의전당
국내에서 ‘마티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아무래도 예술의전당입니다. 평일 오전, 주부들을 공연장으로 이끌어낸 ‘마티네 성공 신화’를 가장 먼저 만들어낸 곳이기 때문이죠. 현재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되는 마티네 콘서트는 무려 세 가지나 됩니다.
가장 먼저, 2004년부터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11시 콘서트’입니다. 1부는 협주곡, 2부는 교향곡을 선보이는 전통이 있죠. 전악장이 아닌 특정 악장을 발췌해서 연주하기 때문에 교향곡의 핵심과 만나는 이점이 있습니다. 전 예술의전당 사장이자 피아니스트인 김용배를 시작으로 다양한 연주들이 11시 콘서트의 가이드를 거쳤는데요, 작년부터는 배우 강석우가 재치 있는 해설을 곁들이고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김용배의 해설은 매월 넷째 주 금요일 오전에 만나볼 수 있습니다. KT와 함께하는 예술의전당 ‘마음을 담은 클래식’으로, 올해로 네 번째 시즌을 맞이했습니다. 평일 낮 공연 관람이 힘든 관객을 위한 ‘토요 콘서트’도 있습니다. ‘토요 콘서트’는 두 명의 지휘자, 이병욱과 홍석원이 번갈아 무대에 섭니다. 지휘자의 시선으로 만나는 깊이 있는 해설을 만나볼 수 있겠죠.
언제나 당신을 맞이할 얼굴
‘마티네 콘서트’는 매달, 일정한 시간에 시리즈로 기획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만약 ‘넷째 주 목요일마다, 공연장에 가면 그 얼굴을 만날 수 있지!’라고 인식된다면, 조금 더 친근하게 공연장 문턱을 넘을 수 있겠죠? 게다가 그 ‘얼굴’이, 당신에게 무척 익숙한 얼굴이라면 더더욱!
강동아트센터의 마티네 콘서트 ‘낭만 드림’의 얼굴은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입니다. MBC ‘TV예술무대’의 MC를 맡으며, 최근 더 많은 대중에게 사랑을 받고 있죠. 국립정동극장의 브런치 콘서트 ‘정동팔레트’ 경우, 반가운 두 얼굴이 우리를 맞아줍니다. 노련한 입담으로 청중을 사로잡는 지휘자 금난새가 다양한 연주자들을 초대해 해설과 연주를 선보이는 한편, 뮤지컬 배우 양준모는 재즈부터 오페라까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무대를 선사합니다.
음악적 색깔을 덧입히다
이처럼 연간 시리즈 공연으로 ‘마티네 콘서트’를 기획하는 곳이 늘어나면서, 연주자를 중심으로 음악성을 강조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친숙함’이 무기인 마티네 콘서트에 ‘깊이’라는 업그레이드를 더한 것이죠.
가장 눈에 띄는 곳은 성남문화재단의 마티네 콘서트 ‘체코: 보헤미아의 숲과 들’입니다. 2021년부터 매년 한 국가를 테마로 정해, 해당 국가의 클래식 음악을 조명해왔기 때문이죠. 피아니스트 김태형이 해설을 맡고 있는 성남문화재단의 마티네 콘서트는 올해 체코 작곡가의 음악을 다룹니다. 스메타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며 선정된 이 주제 아래 바로크 시대의 보헤미아 음악가들인 비버·리틀러·젤렌카의 음악부터 드보르자크·야나체크의 작품까지, 말 그대로 체코 음악의 유산을 담았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이 드보르자크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소프라노 황수미가 오페라 ‘루살카’의 아리아를, 오보이스트 함경이 마르티누의 오보에 협주곡을 연주하는 등 라인업과 레퍼토리로 기대감을 갖게 하는 마티네 콘서트입니다.
안산문화재단의 아침음악살롱도 지난해에 이어 피아니스트 송영민이 1년간의 라인업을 기획합니다. 2023년에는 ‘세계 음악여행’으로 매달 한 국가의 음악을 소개하는 콘셉트였다면, 올해는 일년 간의 시리즈로 ‘하루’를 완성하는 콘셉트입니다. 이 마티네 콘서트는 올해 두 차례, 저녁 공연으로도 선보입니다. 실내악 위주로 꾸려져오던 공연이, 오케스트라 공연으로 확대되며 공연장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어가고 있네요.
연주자가 중심이 된 마티네 콘서트의 또 다른 특징 중 하나는, 마치 ‘아티스트와 친구들’처럼 긴밀한 호흡을 하는 실내악 음악을 엿볼 수 있는 것입니다. 아트센터인천에서 올해 ‘신창용의 뮤직 라운지’라는 이름으로 마티네 콘서트를 책임지게 된 피아니스트 신창용이 그 예 중 하나입니다. 피아니스트가 중심이 된 마티네 콘서트답게, 박종해·김도현·박진형과 함께 네 손을 위한 작품들을 선보이는가 하면 임지영(바이올린)·신경식(비올라)·문태국(첼로)과 피아노 4중주를 연주하기도 합니다.
앞서 말했듯, 대부분의 마티네 콘서트는 매달 정기적으로 진행됩니다. 일정한 패턴을 가질수록, 관객들에게는 더 잘 인식될 수 있죠. 그런 점에서, 일 년간 공연 횟수가 많지 않은 마티네 콘서트가 늘어가는 것은 아쉬운 점입니다. 공연 주최 측의 입장에서는 관객 확보와 대중화를 목적에 두고 있기 때문에 저렴한 티켓 가격을 유지할 수밖에 없죠.
오전의 예술을 누려라!
교향악단들이 기획하는 마티네 콘서트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강남심포니오케스트라의 ‘클래식품격콘서트’ 매달 거르지 않고 광림아트센터 장천홀의 무대를 채웁니다. 대전시립교향악단도 매번 오케스트라 음악으로 오전 공연을 갖습니다. 객원 지휘자의 색깔을 물씬 느낄 수 있는 레퍼토리를 선보입니다.
이제, 마티네 콘서트라는 개념으로 시작된 ‘평일의 예술 즐기기’는, 더 넓은 범위로 확대 중입니다. 창원문화재단의 ‘2024 화요모닝콘서트’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ACC 브런치 콘서트’, 라움아트센터의 ‘라움 마티네 콘서트’는 클래식 음악부터 대중음악까지 다양한 장르를 선보입니다. ‘11시’라는 시간에 초점을 맞춘 서울문화재단의 ‘서울스테이지11’도 눈여겨볼만 합니다. 매월 첫째 주 목요일 오전 11시라는 공통점을 두고, 서울시 곳곳의 개성 넘치는 문화 창작 공간에서 열리죠. 음악은 물론 무용, 연극 등 선보이는 범위가 가장 넓습니다.
글 허서현 기자
‘마티네’가 뭔가요?
마티네(Matinée)는 ‘아침’을 뜻하는 프랑스어 ‘마탱(Matin)’에서 나온 말이다. 19세기 프랑스, 시인들은 극장이 비는 낮 시간을 활용해 시 낭송회를 열었고, 이를 ‘마티네 포에티크(Matine Potique)’라 불렀다. 이때부터 공연장의 빈 시간을 활용하는 개념으로 확산되어 오늘날까지 사용 중이다. 어원은 ‘아침’만을 의미하지만, 현재는 평일 낮 공연을 포괄하는 의미로 통용된다.
‘마티네 콘서트’ ‘11시 콘서트’ ‘브런치 콘서트’ 등의 명칭으로 주로 사용되는 이 공연들은 일반적인 클래식 음악 공연과 차별점을 보인다. 우선 길거나 난해한 작품보다는 대중에게 이해하기 쉽고 익숙한 작품이 선택된다. 주로 평일 오전 시간에 공연되기에, 저녁 공연의 여유를 즐기기 어려운 주부나 미취학 아동, 실버 세대나 방학을 맞은 학생들이 주요 관객이다. 대부분의 마티네 콘서트에는 작품을 소개하는 해설이 진행된다.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지만 들어보고 싶었던 세대에게는 안성맞춤인 형태다.
우리나라에서는 1988년, 세종문화회관이 ‘뜨락 축제’라는 이름으로 회사가 밀집된 시내 중심가에서 평일 낮 야외 공연을 진행했다. 국립정동극장 또한, 1995년 야외 광장에서 ‘정오의 예술무대’를 운영했으며, 같은 해 공공기관이 아닌 기업인 제일은행이 본사 건물 앞에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정오의 콘서트’를 여러 해 운영한 바 있다.
MINI INTERVIEW
바리톤 이응광
이천문화재단의 마티네 콘서트 ‘음악 공방’의 주인장을 만나다
유럽의 오페라 가수로 활동해오던 바리톤 이응광(1981~)은 2022년 이천문화재단 대표이사로 취임한 이후에도 꾸준히 무대에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응광의 음악공방’이라는 이름의 마티네 콘서트를 직접 진행하고 있다. 소프라노 아나스타시아 코즈하로바로 시작한 올해 마티네 콘서트 시리즈는 피아니스트 박연민(5.30), 천지윤(해금)과 조윤성(재즈 피아노)의 앙상블(4.11) 등으로 이어진다. 소리꾼 이봉근(2.29)과 재즈 가수 웅산(3.28)의 공연도 예정되어 있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풍성한 라인업을 꾸릴 수 있는 노하우를 물으니, 주인장인 이응광과의 깊은 우정에서 비롯된 “아티스트들의 귀한 마음이 담겨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대공연장 무대 위에 방석을 깔고 앉아 하우스 콘서트처럼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며 진행되는 공방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보자.
음악 ‘공방’이라니, 어쩐지 아기자기한 취향에 맞는 무언가를 만들 수 있는 공간처럼 느껴집니다.
아티스트와 관객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소통의 예술 시간이죠. 평소 아티스트에게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곡에 담긴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어보는 공연을 생각하며 이름을 정했습니다.
누구보다 클래식 음악에 정통한 진행자인데, 광범위한 장르의 공연을 다룹니다. 아무래도 더 시민들의 발걸음을 이끌기 위함이었을까요?
물론 제가 오랫동안 유럽에서 오페라 활동을 해왔지만 최근 다양한 장르와의 협업을 통해 아름다움을 많이 느꼈습니다. 이 마티네 콘서트에서 장르들의 위대함을 보여주면서 각각의 아티스트들을 부각하고 싶었어요.
저렴한 티켓 가격에 제공되는 공연 특성상 예산 상의 한계가 있을 것 같은데, 이 부분에서 발휘하고 있는 기지(?)가 분명 있을 것 같아요.
저명한 아티스트들의 출연 비결은 ‘품앗이’에 있습니다. 제가 이전에 출연자들의 공연에 우정 출연을 하거나 함께 공연한 적이 있어, 이 마티네에 힘을 실어주고자 하는 아티스트들의 귀한 마음이죠.
직접 진행을 하면서 느끼는 어려운 점은 없나요? 정작, ‘바리톤 이응광’의 노래를 듣지 못한다는 것이 아쉽네요.
본 프로그램에는 없지만, 앙코르로 출연진과 함께 한다는 것은 절대로, ‘안’ 비밀입니다.(웃음) 진행은 노래보다 떨립니다. 그래서 대본도 직접 만들고, 연습도 하죠. 같은 아티스트 입장에서 공감하는 부분, 또 빛나게 해드리고 싶은 부분들이 있어 제게도 특별한 시간입니다.
스위스 바젤 오페라 극장에서 오래 전속가수로 활동한 바 있습니다. 해외의 사례 중 적용할 만한 것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바젤 극장에서의 마티네는 시즌 오페라 작품을 설명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오페라 감독이 연출자에게 묻고 답하는, 가벼운 오전 시간이죠. 장소 또한 극장 내부가 아닌 로비에서 진행됩니다. 주역 가수 한두 명이 피아노에 맞춰 주요 아리아를 부르기도 하고요. 그래서 현재 ‘이응광의 음악공방’도 음악가의 음악 뿐만 아니라 연주자에 대한 소개, 프로그램에 대한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관객들의 호응도 무척 좋고요.
마지막으로, 인터뷰가 게재될 3월 호는 ‘객석’의 창간 40주년 특별 호입니다. 전해주고 싶은 축하 메시지가 있다면요?
‘객석’은 순수 예술계의 자존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대가 바뀌고, 세상은 어렵지만 꿋꿋히 클래식 음악 연주자·애호가를 위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 놀라우면서도 참 감사합니다. 많은 곳에서 이 전통이 이어질 수 있도록, 후원과 응원이 함께하기를 소망합니다!
글 허서현 기자 사진 이천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