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츠지이 노부유키, 쌓이는 경험의 선순환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4년 2월 26일 8:0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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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츠지이 노부유키

쌓이는 경험의 선순환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2009)과 손열음과의 공연(2011)으로 알려진 그를 ‘본격적으로’ 만날 시간

 

©Giorgia Bertazzi

우리가 밴 클라이번 콩쿠르의 기쁨을 선우예권(2017년 우승)과 임윤찬(2022년 우승)을 통해 만끽했다면, 이웃 나라인 일본에는 츠지이 노부유키(1988~)가 그 전령의 역할을 했다. 그는 2009년 열렸던 대회에서 중국인 피아니스트 장하오천과 함께 공동 1위를 달성했던 피아니스트로, 밴 클라이번(1934~2013)이 직접 그를 향해 “정말 기적이었습니다. 그의 연주는 마음을 치유하는 신성한 힘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런 츠지이 노부유키는 선천성 소안구증으로 인해 태어났을 때부터 앞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2살에 장난감 피아노로 음악을 접한 그는, 4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며, 영재 피아니스트로 성장했다. 2005년 쇼팽 콩쿠르 세미파이널에 올라 ‘비평가상’을 받았을 때는 역대 최연소였다.

노부유키의 장점은 균등하고 단단한 소리이다. 날렵하고 가볍게 빠른 패시지를 잇는 테크닉은 물론, 힘이 필요한 연주에도 그 견고함이 빛난다. 선율선을 무겁게 강조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 모든 건 해석과 취향의 영역에 있다. 이러한 강점은 차이콥스키, 라흐마니노프, 프로코피예프 협주곡을 연주할 때 특히 돋보이는데, 여기는 작곡가를 향한 애정이 잘 드러난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작곡가를 향한 애정을 숨기지 않는 편이다. 16일에 나눈 영상 인터뷰에서도 좋아하는 작곡가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살짝 더 미소 짓는 낭만적인 청년이었다.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 이후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때의 콩쿠르가 인생의 큰 전환기가 됐을 텐데, 콩쿠르가 본인에게는 어떤 의미였나요? 또, 15년 사이에 기억나는 중요한 무대는 무엇인가요?

가장 큰 변화는 해외에서 연주할 기회가 매우 많이 늘었다는 것이죠. 그 사실 자체도 제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양한 오케스트라와 지휘자를 만난 것도 정말 중요한 경험들입니다. 다른 나라를 거닐며 느끼는 낯선 공기는 저에게 새로운 표현력을 선사해 주거든요. 새로운 음악적 자양분이 되는 것이죠. 기억나는 공연을 꼽자면 카네기홀 데뷔가 있겠네요. 제게는 큰 도전이고 사건이었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세계를 무대로 하는 연주자가 되고 싶었는데,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은 그 꿈을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15년 동안 변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나름대로 표현력이 깊어졌다고 생각합니다. 20대 때는 젊었고, 그만큼 열정으로 연주했던 부분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보다 조금 더 깊이 있는 표현력을 몸에 익혔다고 느껴집니다.

반대로 프로로 데뷔했던 첫 무대는 어땠나요?

처음으로 일본 전국 투어를 돌 때, ‘나는 이제 프로구나’라는 책임감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중요한 것은 연주를 즐기는 것이고, 그때부터 지금도 이를 한결같이 실천하고 있습니다.

협연자로 출연할 때, 지휘자와 악단과 어떻게 신호를 주고, 호흡을 맞추는지 궁금합니다.

현장에서 지휘자와 악단의 숨소리를 주고받는 걸로 맞출 수 있습니다. 또, 리허설을 반복하는 것이 중요하죠.

 

나를 받쳐주는 것들

녹음된 음악을 통해 악보를 암기한다고 들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악보를 익히나요?

점자 악보를 익히려고 해봤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악보를 전부 외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른손과 왼손으로 나눠 연주한 녹음테이프를 반복해서 들어 암기합니다. 이 방법을 초등학생 때부터 오랫동안 사용했습니다.

이 방식으로 익히기 어려운 작품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선율이 분명히 존재하지 않는 현대음악은 시간이 더 걸리지 않나요?

현대음악은 분명 어렵죠. 그렇지만 콩쿠르에도 과제곡으로 나오기 때문에 도전해 왔습니다. 또 제가 성격상 과제나 문제를 마주치면 열정과 희열이 차오르는 사람이라서 긍정적인 마음으로 접근합니다.

쓰나미 희생자를 위한 엘레지

작곡에도 관심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카네기홀과 마린스키 콘서트홀에서 선보인 자작곡 ‘쓰나미 희상자를 위한 엘레지’를 연주하는 영상은 유튜브에서 크게 사랑받기도 했습니다. 피아니스트로서 음악을 대하는 것과, 작곡가로서 대하는 것은 차이가 있나요?

작곡가가 어떻게 썼는지를 충실하게 표현하는 것이 피아니스트가 하는 일이죠. 작곡은 제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제가 가진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에 가장 초점을 맞춥니다. 작곡은 제가 자연 속을 걷거나, 바람을 맞으면서 얻은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작업이죠.

매사에 긍정적으로 접근하고, 우울에 빠지지 않는 회복탄력성이 인상적입니다. 이런 태도를 얻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어렸을 때부터 본래 성격이 그러기도 했지만,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어머니 성격이 긍정적이고 밝으시거든요.

가족이 좋은 영향을 많이 주었군요!

가족, 특히 어머니의 도움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적부터 어머니와 등산을 다니며 자연 속을 많이 거닐었고, 불꽃놀이 같은 축제도 여러 번 추억으로 만들어 주셨습니다. 이런 어린 시절 탐험과 경험은 음악을 표현하는 데에도 좋은 도움이 됐죠.

 

역사적인 첫 내한 독주회를 앞두고

이번 공연은 13년 만의 내한입니다. 오랜만에 한국을 찾은 소감은 어떤가요?

피아니스트 손열음(1986~)과 협연한 것이 마지막이었죠. 이번에는 그때와 다르게 혼자 연주하는 독주회라 그 부분이 가장 설렙니다. 그리고 한국에는 맛있는 음식이 참 많아서, 좋은 식사를 만끽하는 것도 기대하고 있는 점이죠.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을 바흐·쇼팽·드뷔시·라흐마니노프의 작품들로 구성했습니다. 의도가 있을까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들의 작품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한다고 여러 번 밝힌 쇼팽을 중심으로 꾸몄습니다. 이번에 선보이는 라흐마니노프 ‘악흥의 순간’ 4번은 제게 큰 도전으로 다가오는 작품입니다. 한국 관객이 제가 어떤 방식으로 라흐마니노프 작품을 연주하는지 함께 즐겨줬으면 좋겠네요.

이번 내한 프로그램과 지금까지 발매했던 음반을 생각해 보면 19세기 작품을 특별히 선호하는 걸까요?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쇼팽을 가장 좋아하니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정말로 다양한 작곡가를 좋아하거든요. 바흐가 그렇고, 특히 20세기 러시아 음악을 좋아합니다. 이번 프로그램에 라흐마니노프를 포함한 이유이기도 하죠. 앞으로도 프로코피예프 등 더 다양한 작곡가의 작품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이의정 기자 사진 마스트미디어

 

츠지이 노부유키(1988~) 2005년 쇼팽 콩쿠르에서 세미파이널에 올라 ‘비평가 상’을 받았으며, 2009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에서 공동 1위를 했다. 2011년에 카네기홀, 2013년 BBC 프롬스에 데뷔했으며, 이외에도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함부르크필·오슬로필 등의 세계 유수 오케스트라와 협연했다.

 

Performance information

츠지이 노부유키 피아노 독주회

3월 3일 오후 5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바흐 프랑스 모음곡 5번, 쇼팽 즉흥곡 1~4번, 드뷔시 ‘판화’, 라흐마니노프 ‘악흥의 순간’

 


 

노부유키의 대표 음반

 

 

➊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Harmonia Mundi HMU907547

츠지이 노부유키(피아노)/제임스 콘론(지휘)/포트워스 심포니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자장가 Op.57, 연습곡 Op.10

 

 

➋ 밴 클라이번 콩쿠르(2009) Harmonia Mundi HMU907505

츠지이 노부유키(피아노)

쇼팽 연습곡 Op.10,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번 ‘하머클라비어’ 외

 

 

➌ 라벨·드뷔시 작품 Tonkunstler Orchestra TON2010

츠지이 노부유키(피아노)/사도 유타카(지휘)/ 톤퀸스틀러 오케스트라/오스트리아 합창단

라벨 피아노 협주곡 G장조, ‘볼레로’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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