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기자들의 공연 관람 후기
Editor’s Note
모두를 위한 모두의 선물
다비트 라일란트/국립심포니 (협연 스튜어트 굿이어 외)
1월 14일 국립극장 해오름
거대한 스크린이 된 무대의 막은 초록색 상자의 모습으로 예쁜 리본이 감싸져 있다. 공연 시작을 위해 리본이 풀리자, 연출가 박동우가 의도한 비스듬한 선물 상자가 열리고, 상자 안에는 오늘 공연을 준비한 국립심포니가 담겨 있다.
1부의 시작은 그들의 몫이었다. 지휘자 다비트 라일란트가 무대에 오르자 짧은 숨을 고르고 곧바로 화려하게 상승하는 관현악의 세 화성,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오페레타 ‘박쥐’ 서곡이 울려 퍼졌다. 이날의 공연에는 마이크가 사용됐는데, 주말 낮에 공연을 편안히 즐기러 온 가족 단위의 관객이 많아 분위기와 퍽 어울렸다. 그 뒤에 이어진 협연자 스튜어트 굿이어(피아노)의 ‘랩소디 인 블루’와 자작곡 ‘파노라마’는 재즈 피아노 연주의 정수를 들려주었다.
2부의 모차르트 ‘마술피리’는 짧은 메들리로 엮었음에도, 징슈필이 가진 특성을 잘 살려냈다. 조병익(파파게노 역)과 이해원(파파게나 역)의 듀엣에서는 관객의 웃음소리도 들을 수 있었다. 이어진 국립발레단 단원 심현희와 박종석의 ‘백조의 호수’ 파드되는 밸런스도 일품이지만, 좋은 표정 연기로 짧은 순간 높은 몰입감을 만들어 냈다. 마지막으로 김수인(판소리)이 부른 ‘춘향가’의 ‘어사출두’와 ‘아리 아리랑’은 이날 공연에서 가장 큰 반응을 이끌어 낼 정도로 관객의 정서와 잘 맞았다.
글 이의정 기자 사진 국립심포니
섬세하고 낭만적으로 엮어낸 연주
금호아트홀 신년음악회-
김준형 피아노 독주회 1월 11일 금호아트홀 연세
“어머!” 공연장 로비에 놓인 액자를 본 사람들 사이에서 작은 탄성이 흘렀다. 액자의 정체는 김준형(2024년 금호아트홀 상주음악가)의 편지였다. ‘엽편소설’이라는 음악회의 주제에 맞춰 나뭇잎에 쓴 편지라니, 그의 섬세한 성격이 느껴졌다. 손바닥보다도 큰 나뭇잎에는 그가 연주를 앞두고 느끼는 감사와 기대가 빼곡하게 담겨 있었다. 객석으로 향하는 관객들의 표정이 모두 부드러웠다.
바흐 프랑스 모음곡 4번과 부소니가 편곡한 오르간을 위한 코랄 전주곡 BWV639,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2번과 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3번. 김준형이 “매 순간이 도전인 현재 나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라고 표현한 이 프로그램의 특별한 점은 두 번째 곡과 세 번째 곡 사이에 숨어 있었다. 이 두 곡을 마치 한 곡처럼 연주했기 때문이다. 코랄 전주곡 마지막 부분의 음색이 조금씩 낭만적인 색채를 띠더니, 다음 곡인 베토벤과 매끄럽게 이어졌다. 두 개의 악장으로 구성된 베토벤 소나타 또한 마찬가지였다. 1악장보다 2악장의 페달과 셈여림 표현이 낭만적이었고, 그 결과 2부의 브람스와도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점진적인 낭만성이 프로그램 전체를 마치 한 곡처럼 엮어냈다. 깊이를 조절하는 테누토, 페달 양을 조절하며 표현한 색채 변화도 인상적이었다. 그가 나뭇잎에 정성스레 써 내려갈 다음 소설이 기대되는 연주였다.
글 김강민 기자 사진 금호문화재단
로큰롤의, 로큰롤에 의한, 로큰롤을 위한!
뮤지컬 ‘스쿨 오브 락’
1월 12일~3월 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2017년 브로드웨이에서 듀이로 데뷔한 코너 글룰리가 2019년에 이어 다시 한국 무대에 오르고, 밴드 ‘스쿨 오브 락’의 영캐스트들은 라이브 밴드 연주로 무대를 가득 채웠다. 누구나 들으면 알만한 유명 록 음악이 흐르는 동명 영화와 달리, 뮤지컬에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음악이 흐른다. 공연 내내 귓가에 맴돌던 멜로디는 극의 클라이맥스인 ‘스쿨 오브 락’ 밴드의 경연 장면에서 폭발한다. ‘권력자에 맞서라(Stick It To The Man)’며 라이브로 휘몰아치는 배우들의 노래와 연주를 듣고 있으면, 자유와 저항을 갈망하는 ‘록 스피릿’이 되살아난다.
화려한 밴드와 보수적인 학교의 이미지를 대비한 무대 연출도 ‘록 스피릿’을 깨우는 데 한몫했다. 오리지널 투어 공연은 브로드웨이의 무대를 국내 관객에게 고스란히 선보이며 극에 대한 몰입감을 이끌어 냈다. 다만, 영어로 공연되는 오리지널 투어인 만큼 무대 양옆 스크린에 한글 자막이 띄워졌는데, 객석에 따른 자막의 시야각이 달라 극 몰입에 방해가 됐다.
공연이 끝나고, ‘록 스피릿’에 취한 관객들은 오페라극장 로비에서 무대의 여운을 즐겼다. 밴드 콘셉트의 포토존에는 어린 자녀의 인증샷을 남기려는 부모들이 줄을 섰고, 곳곳에선 흥얼대는 뮤지컬 넘버가 들렸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동안 어느새 몸을 흔들고 있다면 ‘이제 당신도 밴드의 멤버다!(You’re In The Band!)’.
글 홍예원 기자 사진 에스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