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Part 2. 젊어지는 공연계에 맞춰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다 2016년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24년 3월 25일 8:00 오전

2016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 바둑 인공지능 프로그램(AI) 알파고와 프로기사 이세돌의 대국은 미지수였던 인공지능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객석’은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도 교육의 초석을 다지고, 결실을 맺은 한국 예술교육의 거목을 만났다. 홍예원 기자

 

커버

음악학자 이강숙

 

문지영(2015년 부소니 콩쿠르 우승), 한재민(2022년 윤이상 국제음악콩쿠르 우승), 임윤찬(2022년 밴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까지. 최근 세계 콩쿠르 무대에서 꾸준히 낭보를 전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근간에는 척박했던 예술의 터를 개척하고 씨를 뿌린 한예종 초대 총장 이강숙(1936~2020)이 있다.

이강숙은 서울대 음대 작곡과 교수로 재직 중이던 1992년, 초대 총작직을 제의받고, 국내에서도 세계적 예술가를 기를 수 있다는 신념으로 학교 문을 열었다. 이후, 한예종에서는 음악 뿐 아니라 무용·미술·영상 등 각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예술가가 배출됐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은 “사막에 나무를 심어 결국 숲을 만드신 분”이라며 존경심을 표하기도 했다. 2016년 3월호에서는 생전(2020년 12월 22일 별세) 그를 직접 만나 한국 예술교육의 기틀을 마련한 음악학자 이강숙의 시간을 기록했다.

2016년 3월호 발췌 |

“인간이 정보를 접하고 그것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방식은 자기가 표준으로 생각하는 근거에 있습니다. 프레임 오브 레퍼런스··· 준거(準據)라고 번역하고는 합니다. 그런데 그 근거(준거)가 다르면 소통이 안 됩니다. ‘예술교육’이라고 할 때도 각자의 프레임 오브 레퍼런스가 다 달라요. 그래서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만들 때 각 방면을 묶는 철학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철학적 이념을 전 세계 예술학교가 모방하게끔 하는 것. 그것이 나의 꿈이었습니다. 지금, 이 학교는 그렇게 가고 있다고 봅니다.”

한국예술종합학교를 단순히 유학 없이 해외 콩쿠르 입상자를 최다 배출한 학교로만 인식하면 곤란한 이유도 여기 있다. 이 학교는 이강숙만의 ‘프레임 오브 레퍼런스’를 품은 곳이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 예술교육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바꾼 곳이기 때문이다. 그 역사를 만들던 이강숙의 가슴에는 ‘감동’ 두 글자가 늘 깊이 새겨 있었다. “강의 때 만나는 어린 제자들이 ‘선생님, 원하는 만큼 삶이 잘 안 바뀌어요’라고 물어요. 정보를 받고, 그것에 가치부여를 하고, 마음을 개조하여 새로운 인간으로 태어나는 과정은 길고 힘듭니다. 여기에 ‘감동’만큼 중요한 게 없어요. 감동에도 ‘그냥 감동’과 ‘그려진 감동’이 있습니다. 저는 남을 감동시키기 위해 만든 ‘그려진 감동’보다는 자신을 먼저 감동시키는 ‘그냥 감동’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집

인공지능(AI)과 예술의 조화

 

모차르트vs인공지능 ©경기필

알파고와 이세돌의 ‘세기의 대결’ 이후,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급물살을 탔다. 공연예술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2016년 8월 10일, 경기도문화의전당(현 경기아트센터)에서 모차르트와 인공지능 작곡가가 대결을 펼치는 ‘모차르트vs인공지능’ 공연이 열렸다. 관객에게 모차르트 교향곡 34번 1악장과 인공지능 작곡가 에밀리 하웰이 만든 모차르트풍의 음악을 성시연/경기필의 연주로 들려준 뒤, 블라인드 테스트로 어떤 음악이 더 아름다웠는지 투표를 통해 결정하는 방식이었다. 결과는 514 대 272로 모차르트의 승리였지만, 3분의 1 이상의 관객은 인공지능이 만든 모차르트풍의 음악을 고르며 예술의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활용 가능성을 시사했다.

2016년 6월호 발췌 |

작곡가 장재호, 인공지능 시대의 음악 장착

Q. 인공지능으로 작곡된 결과물이 과연 인간의 창작물과 같은 예술적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요?

기존 음악을 모방하는 것은 흥미 유발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 없습니다. 예술의 본질은 창조성에 있으니까요. 그보다는, 인공지능을 활용해 전혀 새로운 음악적 영역을 만들어낼 때 가치를 획득할 수 있다고 봅니다. 컴퓨터가 등장했을 때도 지금과 비슷한 염려가 있었지만, 현재 컴퓨터 음악은 기존의 것을 침해하는 것이 아닌 독자적 예술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활용도 이와 같으리라고 봅니다.

Q.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에 음악계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젊은 아티스트들이 새로운 기술을 어떻게 이해하고 수용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들의 유연한 사고와 감각이 과학기술과 어떤 접점을 이룰지 기대해야죠. 인공지능은 새로운 예술을 위한 좋은 ‘도구’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창조의 최초이자 최종 주체가 ‘사람’이라는 사실은 앞으로도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 과학기술과 음악의 만남은 창작의 반경과 외연이 넓어지는 계기가 되리라 믿습니다.

 

연재

독자에게 사랑받은 장기 연재들

 

음악평론가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의 교수인 홍승찬이 시작한 연재는 이번 호를 기준으로 96회의 글을 남겼다. 음악과 예술, 문화 전반에 걸친 이야기들을 자신만의 따뜻한 문체로 전달하는 이 연재는 2016년에 시작됐다. 같은 해 1월에는, 음악 평론가 유형종의 ‘MYTH+MUSIC’ 연재도 게재됐다. 그리스 신화 속 인물을 살펴보고, 이를 활용해 탄생한 음악 작품들을 다뤘다. 오래 게재된 ‘객석’에서의 연재는, 후에 ‘신화와 클래식’이라는 저서를 만드는 데에 초석이 됐다.

 

예술의 현장에 뛰어든 ‘객석’, 마스터클래스 운영

차세대 예술가들을 일찍부터 조명해왔던 ‘객석’의 행보가 쌓이자, 공연 예술계를 잇는 가교가 됐다. 어느새 중견으로 성장한 예술가들은 그 자신들이 받았던 대로, ‘객석’과 함께 손을 잡고 또 다른 미래의 예비 예술가들을 지원했다.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의 수석 무용수 서희는 선화예술중·고등학교와 ‘객석’이 공동 주최한 마스터클래스 현장을 찾았다.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조진주도 이 시기에 ‘객석’이 마련한 마스터클래스에 참여했다.

 

 

화제와 인물

 

1월 프랑스 작곡가 피에르 불레즈가 별세했다. 현대 음악에 강렬한 흔적을 남긴 그의 면모를 기억하는 추모 기사가 2월 호에 게재됐다. 같은 해 10월, 그가 창단한 현대음악 앙상블 앵테르콩탱포랭이 창단 40주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을 찾아 서울·통영에서 공연을 선보였다.

3월 ‘우리 시대의 디바’ 소프라노 안나 네트렙코가 남편인 테너 유시프 에이바조프와 함께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에 올랐다.

5월 피아니스트 박진형, 김준호, 한규호가 제68회 프라하 봄 콩쿠르 피아노 부문에서 각각 1·2·3위에 올랐다. 박진형은 한국인 최초로 1위를 차지하며 2017년 프라하 봄 페스티벌에 초청됐다.

8월 롯데콘서트홀이 정식 개관했다.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2,036석 규모의 클래식 전용 공연장으로 국내 최초로 빈야드(Vineyard) 스타일을 도입했으며, 4,958개의 파이프로 구성된 68스톱(stop)의 대규모 파이프오르간이 설치됐다.

10월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1985~2016)가 급성심정지로 세상을 떠났다. 2004년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 및 칼 닐센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12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정국이 대혼란에 빠진 가운데 문화예술계도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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