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ISSUE
적극적 예술 향유의 ‘시작’을 위한 6가지 방법
예술이 어떻게 취미가 되나요?
취미로 시작했지만, 시간이 쌓일수록 당사자의 삶이 바뀐다. 취미로 시작한 이들이 ‘취미 예술가’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통해, 시작에 망설이는 이들의 용기를 북돋고자 한다. 이를 위한 제도적 지원도 준비되어 있으니, 이번 특집과 함께 ‘시작’의 버튼을 눌러보자.
총괄 허서현·김강민 기자
01 칼럼 | ‘실천하는 예술’의 시대를 위하여
02 인터뷰 | ‘취미 예술’을 위한 6가지 새로운 관점
03 공간·제도 | 취미를 지원하는 6가지 방식
04 사례 | 유럽의 아마추어 음악 단체들을 찾아서
칼럼
예술은 여유 있는 소수를 위한 것이 아니다
‘하는 예술’의 시대를 위하여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예술 애호가의 모습을 묘사해보자. 양질의 감상을 위해 공연장을 자주 찾고, 작품에 대한 여러 버전의 연주도 들어본다. 더 깊이 있는 이해를 위한 약간의 공부도 곁들인다. 그러나 이 모습만으론 어딘가 그림이 허전하다. 무엇 때문일까? 바로 이 모든 행위가 예술에 대한 수동적 태도, 감상과 수용에 그친다는 것이다. 여기에 그친다면, 우리는 예술의 본질 중 절반만을 누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남은 절반은 무엇일까? 바로 ‘하는 예술’, 능동적 실천으로서의 예술이다.
예술, 그러니까 순수예술(Fine Arts)의 시연은 재능 있는 소수만의 소유가 아니다.
물론 천재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의 연주를 듣고 흥분해 바이올린을 쥐는 순간, 그 유려하던 소리는 단숨에 ‘깽깽이’로 바뀌고 만다. ‘모든 인간은 예술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아무나 예술가’라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일정 시간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몰입의 행복 정도는 누구나 누릴 수 있다.
그럼에도 오해는 여전하다. ‘취미 예술은 여유 있는 사람들이나 하는 일’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하는 예술’로의 진입을 가로막는다. 물론 이는 그간의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던 관점에서 기인한다. 빠르게 다변화·개인화 되어 가고 있는 사회 속에서, 문화예술은 여전히 ‘고급예술’이라는 근대적 위계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 위대한 미학을 향한 동경은 예술에의 관심을 증폭시켰지만, 이는 개인을 관찰자로만 단정짓고 만다.
예술의 어원에 대해 생각해보자. 예술(art)의 유래는 라틴어 ‘ars’로, 희랍어인 ‘테크네(techē)’, 즉 ‘기술’을 의미했다. 고대인들에게 ‘기술’은 ‘관조적 사고’ ‘실천적 사유’ ‘제작적 기술’을 포함한 지성의 활동이었다. 이 시각에서 본다면 평범한 우리 일상에서 예술의 ‘실천’과 ‘제작’은 거의 없다. 예술 본질에 대한 이해는 결국 직접적 활동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논문 ‘문화민주주의 시대, 문화예술 정책 지향점에 대한 철학적 이해’(최도빈)의 주장을 인용하자면, “‘생활문화’ 정책은 구성원의 문화예술 감상과 교육을 통해 평등한 향유 경험의 양적 확산을 목표로 하고, ‘생활예술’ 정책은 개인의 능동적 예술 활동, 즉 행위와 제작으로 자기 정체성 성찰 및 인정 욕구 충족의 계기 마련에 초점을 맞춘다. 두 정책 방향이 조화를 이루면, 문화예술의 양적 저변을 넓혀 위계적 사회의 부작용을 상쇄하고, 다양한 개인의 질적 가치를 보장하여 사회적 다원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르네상스적 인간상을 회복하고 정책적으로도 실현할 때가 도래한 것이다. 예술의 사회적 가치는 지역의 교류 활성화, 자아 실현을 통한 사회 자본 축적에까지 확장되고 있다.
근대적 가치의 흐름에 문제의식을 제기한 철학자 중 한 명인 니체는 수준급의 아마추어 피아니스트였다. 니체를 포함해 피아노를 취미로 가졌던 철학자 사르트르, 바르트의 이야기가 담긴 도서 ‘건반 위의 철학자’(프랑수아 누델만 저)에 나오는 문장은 ‘예술 하기’의 실체를 생생히 묘사한다.
“하지만 피아노 연주는 다르다. 피아노를 치기로 정해놓은 시간은 삶 속으로 더 오래, 더 깊숙이 파고든다. 나의 실존에 지속적으로 스며들어서 걸음걸이를 바꾸고 사물을 바라보는 방식을 변화시킨다.”
이처럼 능동적 예술 향유를 맛본 이들은 입을 모아 자신 있게 말한다. “예술이 나의 삶을 바꾸었다”고. 근대·현대 사회의 변화를 유독 급하게 맞이한 우리나라는 여전히 ‘예술=고급 취미’라는 인식이 강하다. ‘시민예술’ ‘참여예술’을 독려하면서도, 미묘하게 이를 ‘순수예술’과는 다른 것으로 취급하기도 한다.
이 빈약한 사회적 인식과 제도 속에서도, 이 실체적 예술의 매력을 아는 이들은 부지런히 삶을 꾸리고 있다. 이번 호에선 그 개개인과 사례에 귀를 기울이며, 예술의 입체적 본질에 한 걸음 더 다가가보고자 한다.
글 허서현 기자
취미 예술가 6인 인터뷰
삶을 바꾸는 예술의 효력
열정 가득한 ‘취미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모으기 위해 본지는 지난 몇 달간 프로젝트를 펼쳤다. “‘객석’이 취미 예술가를 찾습니다!”는 공고를 띄우자 놀랄 만큼 활발한 활동을 하는 이들이 몰려들었다. 다양한 연령대와 성별, 장르를 고려해 선발한 ‘취미 예술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의 생동감 넘치는 경험담을 속에서 찾은, ‘취미 예술’의 흥미로운 법칙들을 함께 소개한다
POINT. 1 우리도 예술가‘만큼’ 노력한다
‘바르샤바의 쇼팽’으로까지 나를 이끈 피아노
노준탁 20대 | 본업은 AI 연구원 | 또 다른 취미는 포커 플레이 | 피아노는 인생의 친구
피아노 배우기가 재미 없었던 탓인지, 여섯 살 꼬마는 한 번 연습하고는 진도표에 포도알 세 알을 몰래 색칠했다. 많은 어린이가 그러하듯, 노준탁도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피아노 학원을 찾았다. 하지만 불과 3년 뒤,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와 ‘피아니스트’를 본 것을 계기로 피아노와 열렬한 사랑에 빠지게 된다.
피아노를 전공으로 삼은 것은 아니었지만 음악과의 인연은 계속됐다. 그중 대학 시절 수강한 실내악 교양 수업은 큰 전환점이 되었다. 바흐 인벤션과 쇼팽 연습곡에서 자신만의 템포·음색·다이내믹을 표현하는 재미에 푹 빠져들었다.
이후 프로게이머 연습생과 코치, 과학학원 강사, 영한 번역가, 포커 플레이어 등으로 활동했고, AI 연구원으로 일한 지도 어느덧 5년째에 접어들었지만, 그 모든 시간에는 언제나 피아노가 함께했다. 그리고 그는 2024년에 바르샤바 쇼팽 아마추어 콩쿠르에도 도전했다!

한별콩쿠르 입상자 연주회
첫 콩쿠르 도전 계기가 궁금합니다.
처음에는 저 자신을 연습실로 내쫓기 위해 콩쿠르에 지원하였습니다. 당시 배우고 있던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7번 ‘템페스트’의 1악장으로 참가했는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무대에서 왼쪽 페달(음색과 음량을 조절하는 페달)이 아니라 가운데 페달(특정 음을 지속시키는 페달)을 밟으며 연주했고, 그 사실을 나중에 콩쿠르 영상을 받아보고 나서야 알았던 재미있는 기억이 있습니다.
바르샤바 쇼팽 아마추어 콩쿠르 도전기는 어땠나요?
쇼팽은 항상 제 마음속에 있는 작곡가입니다. 준비 과정과 콩쿠르 기간 내내 행복했고, 특히 피아노를 사랑하는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기뻤습니다. 참가자들이 서로의 연주에 큰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여서 저도 떨지 않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은 연주를 할 수 있었습니다. 사랑을 담아 연주할 수 있기를 기도한 와지엔키 공원의 쇼팽 동상, 1차 연주 하루 전 새벽 3시에 다녀온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풍경도 기억에 남습니다.
아마추어 콩쿠르를 추천한다면?
포아 아마추어 콩쿠르를 비롯해 뜻있는 분들이 주최하는 많은 모임이 있습니다. 국제적으로는 쇼팽 아마추어 콩쿠르와 밴 클라이번 아마추어 콩쿠르가 유명합니다. 용기를 내 도전하고, 그 과정에서 많은 영감을 받으며, 무대에서 행복하시기를 소망합니다.
기부 연주회 개최도 하고 있다고요.
음악으로 뜻깊은 일을 하고 싶었고, 지난해 독주회를 개최해 티켓 수익금 전액을 기부했습니다. 공연을 보러 와주신 분들께도, 음악적인 위로가 필요한 분들께도 제가 뭔가 도움을 드릴 수 있다는 생각에 무척 뿌듯했습니다.
취미 예술가들에게 꼭 권하고 싶은 활동이 있다면?
5명의 관객이라도 좋으니, 작은 홀에서 자신만의 연주회를 열어보세요. 그리고 실내악 연주도 추천합니다. 실내악은 음악적 열정과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장르거든요.
글 김강민 기자
나의 ‘취미 예술’ 활동기
포아 아마추어 콩쿠르·한별 콩쿠르·스타인웨이 아마추어 콩쿠르 등에서 1위를, 2024년에는 쇼팽 아마추어 콩쿠르에서 4위를 수상했습니다. 아마 트리오와 아마 콰르텟으로 실내악 연주 활동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과거에 한 연주회에서 슈만의 ‘크라이슬레리아나’를 듣고 너무나도 큰 위안을 받아 그 자리에서 줄줄 울었던 적이 있는데요, 저 또한 제 평생 단 한 분께라도 그런 경험을 드리는 것이 소망입니다.
POINT. 2 엉뚱한 공동체가 주는 ‘함께’라는 강렬함
학교가 끝나면, 나는 오케스트라의 주인장!
최승찬 20대 | 카이스트의 클래식 음악 전도사 | “오케스트라 운영은 수익 없는 자영업 같아요”
“예술을 취미로 시작하려면, 주변에 함께할 지인들을 찾아보길 추천드려요. 함께 했을 때 주는 행복감은 배가 되거든요.”
노년에는 공연무대가 있는 큰 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소소한 꿈을 품고 사는 최승찬. 피아노와 첼로를 취미로 하고 있는 그는 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이 취미를 즐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과학기술정책대학원 석사 과정을 밟고 있는데, 신입생들을 위한 리더십 강좌에 ‘클래식 음악감상’ 수업을 진행할 만큼 음악을 나누는 일에 ‘진심’이다. 무엇보다는 그는 현재 다움 오케스트라를 직접 창단해 운영하고 있다.
카이스트의 ‘클래식 음악감상’은 어떤 수업인가요?
대단한 수업은 아니고, 신입생들에게 여러 활동을 장려하는 차원에서 만들어진 프로그램입니다. 수업 초반엔 간단한 이론이나 곡의 배경을 설명해주고, 음악 카페에 온 것처럼 감상하는 시간을 가져요. 음악을 듣는 동안 학생들은 자유롭게 있어요. 과제를 하거나, 게임을 하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하죠. 수업 말미에 두 문장 이상의 간단한 감상문을 제출합니다. 음악을 통한 감상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려는 학생도 있었고, 공부할 때 듣기 좋은 노래 하나를 얻어가는 학생들도 반갑게 느껴지더라고요.
오케스트라를 운영하면서 느낀 점은?
인원 모집, 홀 대관, 연습실 대여, 악보 준비, 지휘자 섭외, 단체 등록, 파트 배분…. 결정할 사안이 많습니다. 비유하자면 수익이 없는 자영업을 하는 것 같아요. 직접 운영해보니 돈이 드는 일이 참 많고, 여러 음악계 및 상권과 잘 조율하는 법도 익혀야 하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마치 자신의 집처럼 편하게 올 수 있는 오케스트라가 됐으면 해요.
예술 활동에 도움이 되는 지원을 경험한 적이 있나요?
카이스트는 과학과 예술의 관계성을 인정해주시는 분이 점차 늘어나고, 덕분에 교내에 여러 취미 예술활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들이 있습니다. 카이스트 예술융합센터 주최로는 작년에 대전 아트필 오케스트라와 협업하여 연주자들에게 배우며 연주하는 프로그램이 있었고요.
우리 삶에 예술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사람들의 인식 변화가 중요할 것 같아요. 예술이 직접적 가치창출을 하지 않으니 ‘여유 있는 사람이나 하는 일’이라는 식의 인식이 많습니다. 주변에 보면 취미 예술 활동을 즐기는 이들의 삶은 건강하더라고요. 예술이 그들의 삶을 건강하게 만들어준 부분이 분명 있다고 생각해요. 예술이 힘든 일상을 먼저 구해줄 수 있는 방법일 수 있다는 점을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글 허서현 기자
나의 ‘취미 예술’ 활동기
카이스트 오케스트라·메리 오케스트라라는 두 단체에 소속되어 프로젝트성 연주를 많이 했습니다. 최근 저와 생각을 함께하는 지인들과 같이 대전 지역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다움’을 창단했어요. ‘다채로움’에서 따온 말인데, 오케스트라엔 참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8월에 한밭대학교 아트홀에서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교향곡 5번 연주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피아노 협연을 할 계획이라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위해 레슨도 열심히 받고 있습니다.
POINT. 3 ‘희소’한 취미가 독특한 삶을 만든다
악기의 리듬에서 찾은 삶의 활력
맹지연 30대 | 본업은 운영 기획자 | 타악기 5년 차 | 마림바, 글로겐슈필, 팀파니를 오가는 타악기 팔불출
낮에는 공간·사업·조직 등 다양한 분야의 운영 전략을 기획하는 맹지연은 저녁이 되면 오케스트라의 타악기 단원으로 또 다른 일상을 살아간다. 그와 타악기의 인연은 중학교 오케스트라 활동에서 시작됐다. 당시 음악 선생님이 건넸던 “어른이 되어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에서 연주하면 참 멋지겠다”라는 격려는 오늘날 그의 모습을 만든 씨앗이 되었다.
성인이 되어 마림바를 배우고자 여러 곳을 수소문했지만, 취미 연주자를 위한 배움의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던 중 20년 만에 다시 말렛을 손에 쥐게 됐는데, 놀랍게도 그의 손끝에서는 중학생 시절 즐겨 연주했던 비토리오 몬티의 ‘차르다시’가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고. 오케스트라 입단도 뜻밖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출장지에서 만난 이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단장을 만나게 된 것이다. “타악기 파트에서 일당백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는 오늘도 무대 위에서 마림바·글로켄슈필·북·드럼·팀파니 등을 오가며 두 번째 음악 인생을 연주하는 중이다.
타악기를 배우며 겪은 일상의 변화가 있나요?
몇 년 전 번아웃으로 지쳐 있던 때에 타악기를 다시 배우기 시작했는데, 악기 연주는 제 삶을 더 풍요롭고 단단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악기를 배우고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즐겁지만, 무대는 ‘나는 어떤 사람이고, 무엇에 시간을 쓰는 사람인지’를 더욱 선명하게 증명해 주는 자리 같아요. 앞으로도 무대 위든 일상 속이든, 저만의 리듬을 잃지 않고 살아가고 싶습니다.
타악기를 배울 곳은 어떻게 찾나요?
클래식 타악기를 취미로 배울 수 있는 학원은 정말 드물어서 찾기가 쉽지 않아요. 저도 ‘지역명+드럼’ ‘지역명+마림바’ ‘지역명+타악기’ 같은 식으로 검색하면서 하나하나 찾아봤어요. 그러던 중 운이 좋게도 작년에 이사 온 동네 근처에서 타악기가 종류별로 다 갖춰진 학원을 찾았습니다. 마치 운명처럼요!
악기를 소유하기 어려운데, 나만의 연습 방법이 있다면?
기본적으로는 연습실에 꾸준히 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개인 악기를 소유하기가 어렵기에, 스네어 드럼용 고무 패드로 연습하는 방법 외에는 집에서 연습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그래도 나름의 ‘연습 꿀팁’이 있다면, 이미지 트레이닝을 일상생활 속에 녹이는 거예요. 출근 준비할 때, 집안일을 할 때 연주곡을 반복해서 듣고, 손가락과 머릿속으로 따라 연주하는 식이죠.
타악기의 매력을 말해주세요!
타악기는 악기마다 각자의 매력이 있어서 하나하나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인데요, 전반적으로는 ‘칠 때의 손맛’이 정말 좋아요. 손끝에서 리듬이 딱 맞아떨어질 때의 쾌감이 있고, 손부터 팔·어깨·발까지 온몸을 써서 음악을 표현한다는 점도 매력적이에요. 음표 수는 적지만 짧고 강한 순간으로 오케스트라의 전체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포지션이라 존재감이 큰 것도 좋고요. 다양한 악기를 넘나드는 멀티플레이어라는 점도 마음에 들어요. 타악기 팔불출 같네요.(웃음)
글 김강민 기자
나의 ‘취미 예술’ 활동기
순수 아마추어 음악 단체 ‘가우디움 오케스트라’의 타악기 단원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작은 꿈이 있다면, 타악기 연주와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얻은 생각들을 글로 기록해서 언젠가 책으로 엮어보는 거예요. 음악을 하면서 깨닫게 된 감각과 태도가 일과 삶 속에서도 맞닿아 있다는 걸 종종 느끼거든요.
POINT. 4 도전 뒤에도 중요한 것은 ‘꾸준함‘
약국 문을 닫으면, 연습실의 문이 열린다
김미경 50대 | 바이올린 30년 차 약사 | 꾸준히 해내며 1년에 한 번씩 독주회까지
30년 전, ‘객석’의 구독자 기념 선물로 받은 심로사(社)의 바이올린은 어딘가 내재되어 있던 뜨거운 무엇을 톡 건드린 것만 같았다. 이처럼 불쑥 찾아온 선물이 김미경의 삶을 특별한 방향으로 이끌었다. 그에게 바이올린은 또다른 자아를 발견하는 매개체이자 독립적인 삶을 선사했다.
“저는 ‘객석’이 뿌린 한 알의 씨앗이에요. 송충이가 솔잎을 먹듯, 전 음악을 먹어야 사는 사람이거든요.”
조용히 자리 잡은 삶의 어려움 가운데 울면서도 바이올린을 찾아 켰다는 김미경은 또 하나의 비전을 꿈꾸고 있다.
일상 속 연습을 위한 루틴이 있나요?
저는 의약품 물류회사 업무와 약국 파트타임 업무를 같이 수행해요. 상대적으로 시간 여유가 있는 편이예요. 두 아이들은 이미 20대 성인으로 다 자랐기에 오롯이 저의 시간을 쓸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근무를 마치고 서초동이나 홀 근처 연습실에서 연습 후, 연주를 관람하고 집에 돌아오는 것이 저의 행복이지요.
연주를 잘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나요?
성인이 되어 바이올린을 시작하여 발전하는 일은 ‘아무도 다녀간 적 없는 험한 산에 길을 내는 과정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렸을 때 잘 배워놓은 이들과는 차원이 다른 어려움이죠. 해보지 않고서는 ‘왜 이리 배움이 더딘가’ 이해하지 못하기에 더욱 외롭고 힘들고요. 2003년에 다시 악기를 시작한 이후로는 반드시 1주일에 한번 이상 레슨을 받아 왔고, 하루 2~3시간 정도의 연습시간을 꼭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아마추어 연주자에게 필요한 것은?
아마추어 역시도 남들의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는 점이 저를 포함한 많은 아마추어들의 고민이지 않을까요. 아마추어에게 주어지는 무대 기회 및 여러 귀한 자원도, 결국은 잘하는 소수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크거든요. 그럼에도 아마추어 연주자들은 이미 자신의 돈과 시간을 들여 예술 활동을 해오던 사람들이기에, 물질적이고 형식적인 지원보다 다른 방향의 접근이 필요해요. 도전 자체를 가치로 두는 문화,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로서의 예술 활동과 같은 인식 변화가 중요합니다.
꾸준함의 비결은 무엇인가요?
하나의 사명감이 있어요. 제가 하나라도 더 해내면 주변의 다른 아마추어 연주자들이 힘을 얻어 목표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도달할 수 있을 거란 믿음이요. 그것이 저를 여기까지 데려온 비결 같습니다.
글 유내리 기자
나의 ‘취미 예술’ 활동기
트리오 ‘앤트리오’에서 8년째 활동하고 있어요. 오는 9월 27일에 제4회 정기연주회(포니정홀)가 예정되어 있지요. 한 달에 1~2회 정도 향상음악회 연주를 하고, 일 년에 한번 ‘앤트리오’ 리사이틀과 개인 리사이틀을 하고 있습니다. 목표라면 이 모든 연주들을 힘닿는 데까지 매년 개최하는 것이고요, 아마추어 리사이틀 기획, 지원 업무를 더욱 전문적으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저의 최종 목표는 클래식 음악 인재를 키워내는 장학재단을 만드는 것입니다.
POINT. 5 주체적 ‘나’ 발견하기
극단을 만들고, 대본도 직접 쓴다!
임정현 30대 | 본업은 게임회사 소속 | 연극 10년 차 | 연기부터 극단 운영까지, 무대를 아우르다!

연극 ‘날보러와요’
퇴근 후, 또는 주말마다 연습실에 모여 연극 연습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있다. 배우이자 연출가, 때론 극작가로 무대에 오르는 임정현 역시 그중 한 명이다.
“연극은 다양한 ‘나’를 마주하게 해요. 감정을 온전히 표현하는 과정에서 일상의 문제들도 훨씬 더 객관적으로 보이더라고요.”
처음엔 객원 배우로 여러 극단을 경험했고, 더 주도적인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2015년 아마추어 극단 ‘청춘서리’를 창단했다. 무대를 꾸미고, 대본을 쓰고, 사람들을 모으는 일이 녹록지는 않았지만, 그만큼 삶을 계획하고 주도하는 태도도 함께 길러졌다.
본업과 연극 활동의 병행이 쉽지 않을 것 같아요.
2~3개월 동안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연습해야 하는 연극은 시간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도 큰 도전이었어요. 고정적인 연습 공간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고, 단원들의 연습 시간을 조율하는 과정에서는 갈등도 많았죠. 하지만 모두 함께 무대에 올라 공연을 마치고, 커튼콜까지 끝내고 나면, 그 과정에서 생겼던 불화나 불편한 감정들이 말끔히 해소되곤 해요.
연극을 통해 깨닫게 되는 점이 있다면?
작품 속 다양한 캐릭터를 분석하고 연기하다 보면, ‘내게 이런 면이 있었나?’ 싶은 순간을 마주하게 돼요. 그런 경험들이 쌓이면서, 일상의 여러 문제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갖게 된 것 같아요.
연기와 연출, 극작을 모두 경험해보니 어떤가요?
연기를 하다 보면, 일상적인 말투나 표현만으로는 감정을 전달하기 어렵다는 걸 느껴요. 제 입장에서는 충분히 표현했다고 생각했지만, 관객에게 감정이 온전히 전달되기 위해서는 훨씬 더 과장된 표현이 필요하더라고요. 연출은 무대와 조명, 음향까지 전체를 아우르며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요. 극작은 자기 생각과 감정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내밀한 작업이죠.
영감을 준 작품이나 연극인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장진 감독을 좋아해요. 그의 작품 속에는 늘 감탄하게 되는 생각과 표현 방식이 있어요. 연극은 그 순간을 즐기게 만드는 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관객이 공연을 보고 단순히 ‘잘 봤다’고 끝내는 게 아니라, 시간이 지나도 공연의 의미를 곱씹게 만드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대학 시절 활동했던 동서대학교 극예술연구회 ‘마하’의 선배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당시 다들 가정과 직장이 있음에도 꾸준히 무대에 오르던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죠.
글 홍예원 기자
나의 ‘취미 예술’ 활동기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배우로 참여했던 ‘리턴 투 햄릿: 매직타임’(연출 장진)이에요. 이전에는 함께하는 배우들의 부족한 면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면, 이 작품을 준비하며 스스로 부족한 점을 많이 깨닫고 반성하게 됐어요. 또 하나의 전환점은, 제가 창단한 극단 청춘서리의 첫 작품 ‘10년 동안 덕분에 사랑을 알았다’예요. 극작과 연출을 모두 맡았던 작품으로 지금 다시 돌아보면 무대도 어설프고, 내용도 전형적이지만, 극단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을 안겨준 소중한 작품이에요.
POINT. 6 평범한 일상을 ‘흔드는’ 예술
엔지니어가 발레 스튜디오를 찾은 이유
왕지상 40대 | 본업은 네트워크 엔지니어 | 발레 10년 차 | 청일점의 쑥스러움을 이겨낸 ‘흔들리노’

더시티발레컴퍼니 ‘지젤’
이제 더 이상 ‘발레 학원’에선 분홍 튜튜를 입은 꼬마 숙녀들만 바(bar)를 잡는 게 아니다. ‘발레를 배우면 코어 근육을 기를 수 있다’는 생활 체육의 일환으로 인식되며, 취미로 발레 학원을 찾는 성인들이 생겨난 것. 진입 장벽은 높지만, 한 번 배우기 시작하면 몸도, 심지어는 마음의 균형도 잡아주는 힘이 된다.
“심리적 치료가 필요한 이들이 처방전처럼 춤을 접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약보다 큰 효과가 있는 활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최근에 찾아온 삶의 어려움을 발레로 회복한 왕지상에게 예술이란 거창한 무언가가 아니다. 그것은 일상을 살아가는 데에 도움을 주는 관점의 차이 하나를 배우는 활동이다.
남성 취미 발레인에 대한 편견이 있습니다.
어디를 가든 청일점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까 진입장벽이 느껴지죠. 처음 발레를 배우러 간 날의 낯 뜨거움은 잊히지 않습니다. 저도 괜히 제 존재가 여성분들에게 경계심을 불러일으킬까 움츠러들고요. 그래서 오히려 더 발레에 집중했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같이 수업을 듣는 동료, 선생님들과 익숙해졌고요. 혹 발레를 배우려는 남성분이 있다면, 전화로 남성도 등록이 가능한지 물어보시는 게 좋을 거예요.

유튜브 채널
발레가 삶에 미친 긍정적 영향은 무엇인가요?
번아웃과 우울증을 극복하게 해주었죠. 발레를 시작한 지 3년 정도 됐을 때 어머니가 쓰러지셨어요. 어머니 상을 치르고, 삐걱대는 회사 프로젝트에 다시 복귀하니 이번엔 우울증까지 찾아오더라고요. 그땐 모든 의욕이 사라지고 발레를 하며 잘 관리해오던 체중도 불어났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다시 발레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돌이켜보면 ‘살고 싶다’는 마음이었던 것 같아요. 운동과 관리를 거쳐 다시 발레를 하러 간 날, 플리에(다리를 구부리는 동작)을 하는데 하마터면 눈물이 날 정도로 찡했어요. 발레는 저를 바닥에서부터 끌어올려주는 친구와 같은 존재입니다. 덕분에 체중도 정상으로 돌아왔고, 번아웃과 우을증과도 많이 멀어졌죠.
일상 속 취미 생활은 어떻게 유지하고 있나요?
네트워크 시스템을 개발 및 제조하는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합니다. 매일 아침 1시간 30분 정도 운동 후 출근하고, 야근이 없는 날엔 월·수요일에 발레 학원, 금요일에 재활운동센터를 가요. 일·발레·재활의 연속입니다.
발레는 돈이 많이 드는 취미인가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학원비와 발레 슈즈, 슬림한 운동복만 입으면 시작할 수 있거든요. 하지만 쉽지 않은 취미죠. 10년 정도 배웠어도 기본기인 풀업, 턴아웃, 포인을 못해서 혼나기 일쑤거든요.
글 허서현 기자
나의 ‘취미 예술’ 활동기
‘더시티발레컴퍼니’와 ‘발레슈’에 소속되어 있어요. 7월에는 ‘스완스발레단’ 갈라 공연에 객원 무용수로 서고, 아마추어 콩쿠르에도 도전할 계획이에요. ‘지젤’의 알브레히트 역 작품을 연습 중입니다. 올해 4월부터는 유튜브 채널 ‘흔들리노 왕마담’도 하고 있어요. 발레를 통해 우울증을 극복한 이야기를 영상 에세이로도 공유하고 있어요. 개인 아카이브임과 동시에 일상의 많은 어려움을 겪는 분들께 에너지를 전달하는 게 목표입니다!
공간·제도
취미 예술가를 지원하는 6가지 방식
‘취미 예술가’들의 활동을 돋보이게 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지원금부터 교육, 축제와 경연대회까지! 갖가지 방식들이 예술을 위한 필요를 채운다. 아마추어 예술가들을 위한 행사라는 점에서 매년 동일한 조건이 제공되지 않기도 하지만, 특별히 주목할 만한 곳들은 확대해 소개했다. 아마추어 예술가들의 동기부여와 발전을 바라며!
#동호회와 축제 만들기
축제의 장으로 친구들을 초청하기!
우리나라의 대규모 아마추어 예술 축제는 문화예술교육을 기반으로 한다. ‘대한민국 문화예술교육 축제’가 대표적이며, 지역 문화재단에서도 예술 교육의 성과 발표격으로 축제를 연다. ‘서울생활예술페스티벌’(10.11/한강 노들섬)은 자치구 동호회 등을 포함한 합창단·오케스트라가 참여하는 대규모 축제다. 외에 마당극·거리극에도 아마추어 예술가를 위한 자리가 자주 마련되며, 연극은 ‘생활연극제’라는 이름으로 축제를 여는 편. 축제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검색의 키워드를 잘 맞춰보길!
실버문화페스티벌
전국의 아마추어 예술가로 활동하는 문화예술 단체들이 모이는 ‘실버문화페스티벌’은 지난해 10주년을 맞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관하는 축제다. 대표적인 ‘실버세대’ 축제로, 그간 경연대회 형식으로 개최되어 오다가 최근 축제로 형태를 바꿨다. 현재까지 14만 명 넘게 참여하며, 긍정적인 노년 문화를 확산하는 행사로 자리잡고 있다.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면서, 생활예술 분야에서 노년 문화 활동은 주요 이슈 중 하나다. 축제는 무용·전통 등의 장르를 아우르는 ‘샤이닝스타 한마당’ 공연을 비롯해 다양한 부대 행사가 진행된다. 노년 문화에 대한 포럼이나 지역별 문화원에 대한 소개를 담은 부스가 진행되는 해도 있다. 어르신 일자리나 정책을 소개하는 등 축제는 자연스레 소통과 교류의 장이된다. 10주년을 맞이한 지난해는 처음으로 지역에서 개최, 부산항 북항 친수공원 일원에서 펼쳐졌다.
각 지역의 문화 사업을 진흥하기 위해 설치된 지방문화원은 1947년 강화문화원을 최초로 전국에서 운영되고 있다. 각 행정구역마다 1개원씩 설치,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특수법인인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전국 232개의 문화원을 연결하고 있다.
# 연습·발표 공간 대여
연습은 어디에서? 공연 무대는 어떻게?
아마추어 예술가들의 활용이 원활한 공간으로는 마루연습실·서리풀청년아트센터·KB아트홀 등이 있다. 양천문화재단은 ‘아지티안’ 사업을 운영 중인데, 주민들의 자율적인 문화예술활동을 위해 생활문화센터의 공간을 지원하는 형태다. 해당 공간은 양천구 거주 및 활동 중인 2인 이상의 음악·연극·무용 단체면 지원 가능하다. 국립박물관 문화재단도 극장 용의 무료 대관 기회를 제공한다. 서울생활문화센터 서교와 화성시여성가족청소년재단·부천문화재단 등도 연습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청년예술청(SAPY)
서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공간으로,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해 있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나이의 경계는 잊어도 좋다. 홈페이지에 가입하고, 예술 활동을 희망하는 자라면 누구나 사용이 가능하다.
건물 안에는 공유오피스·회의실·미디어실·연습실 등의 공간이 있고, ‘그레이홀’과 ‘화이트 갤러리’는 대관이 가능한 장소다. 대관료는 무료. 휴관일인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2~10시까지 열려있는 곳.
# 콩쿠르 참가
나도 위너가 될 수 있다!
아마추어 클래식 음악인을 위한 국내 콩쿠르로는 포아 뮤직 콩쿠르·한별 콩쿠르·JCMI 아마추어 콩쿠르 등이 있다. 독주 부문뿐 아니라 실내악 부문까지 운영되어 다양한 연주 형태로 참가할 수 있다. 모다페 국제 무용 콩쿠르는 전공자와 비전공자, 장애인을 위한 부문을 따로 운영하며, 민속무용·발레·현대무용 등 여러 장르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훌륭한 피아노 아마추어를 위한 콩쿠르’
경제학자이자 피아니스트이며, 롱티보 재단의 회장으로 활동 중인 제라르 베케르만(1950~)이 1989년 창설한 프랑스 피아노 콩쿠르로, 올해로 33회를 맞았다. 전 세계 50개국에서 의사·변호사·사무직·엔지니어·교사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참가자들이 매년 파리에 모여 지정곡이 아닌 자신만의 자유 레퍼토리를 연주하고, 마르크 라포레·프랑수아 르네 뒤샤블 등 국제 무대에서 활약하는 피아니스트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올해 콩쿠르는 7월 25일까지 참가 신청을 받고, 11월 19일부터 예선이 시작된다. 만 18세 이상의 아마추어 피아니스트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으며, 수상자에게는 3,000달러(한화 약 420만 원)의 상금과 더불어, 파리에서 오케스트라와 협연할 기회가 주어진다.
# 커뮤니티 오케스트라
악기 들고 모두 모여!

베르덴베르크 오케스트라
국내에 확인되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의 개수는 160개가 넘는다. 서울시민교향악단·AOU대학아마추어오케스트라연합·유포니아(연세대)·KUHO(경희대)·EINS오케스트라 등 단체의 성격도 가지각색이다. 커뮤니티 아마오케(amaorche.com)에서는 지도로 전국의 오케스트라를 찾을 수 있으며, 각종 연주회 정보와 단원 모집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리히텐슈타인 ‘베르덴베르크 오케스트라’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사이에 있는 작은 나라 리히텐슈타인의 베르덴베르크 오케스트라는 지역의 음악애호가들을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현재 45명의 단원들이 소속되어 있으며, 매년 7회의 정기공연을 열고, 연간 2천 명이 넘는 관객들을 동반한다. 핵심 멤버인 7명의 이사진이 연간 정기연주를 위해 각기 대외협력·홍보·재정·악보 및 악기 등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구조를 운영한다.
오케스트라의 운영은 스위스의 문화재단과 리히텐슈타인 문화기금에서 지원을 받고 있으며, 각 초청공연은 오케스트라를 초청한 지역의 예산에서 충당한다. 모든 공연은 입장권 판매 없이 자율기부를 받는데 이 금액은 상당히 크다. 단원은 매년 10프랑을 낸다. 이마저 매년 단원 중 한 단원이 모두의 회비를 대납하므로, 각 단원들에게 부과되는 회비는 없다.
# 지역별 참여 무대
같은 취미를 가진 이들이 있는 곳으로!
함께 즐기길 원한다면, 보통 중고거래에 애용되는 지역 생활 애플리케이션 ‘당근’은 취미 예술가를 모으는 데에도 가장 효과적인 플랫폼이기도 하다. 애플리케이션을 다운받아 내가 사는 지역을 설정하고, 동네 생활에 ‘아마추어 음악’을 검색만 해도 단원을 모집하는 글이 한가득이다. 지역별 문화재단에 따라 ‘생활문화예술활동단체’에 대한 지원 사업을 운영하는 곳도 있다. 단체 혹은 동아리까지 포함하며, 100~300만 원까지 지원금도 지역에 따라 다르다.
장한나의 대전그랜드페스티벌 시민참여 무대
대전예술의전당이 주최하는 ‘장한나의 대전그랜드페스티벌’은 지난해 시작됐다. 폐막 공연 당시, 200여 명의 시민 음악가들이 무대에 올라 라벨의 ‘볼레로’를 연주하며 마지막을 장식했다. 앙코르는 모두가 함께하는 애국가였다.
‘장한나의 대전그랜드페스티벌’ 이 시민참여가 있는 공연명을 ‘투티’로 명칭하고, 매해 축제의 피날레를 아마추어 연주자와 전문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하도록 계획 중. 아마추어 연주자들에게는 뛰어난 연주자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 것 자체가 신선한 동기부여다. 올해 개최될 축제에서도 폐막 공연(9월 27일/대전예술의전당 아트홀)이 시민참여 무대로 꾸려진다. 지정곡명도 이미 공개되어 있다. 브람스의 헝가리안 무곡 1번으로, 6월 중에 신청 방법이 홈페이지를 통해 안내될 예정.
# 지원제도 플랫폼
생활예술 정보를 한눈에!
서울에서 예술을 즐기고 싶다면, 서울생활예술플랫폼에 접속해 보자. 서울시 내 생활문화 동호회, 프로그램, 공간 등 정보를 모은 이 플랫폼은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생활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돕는다.
장르별, 지역별, 내 위치 기반의 맞춤형 검색 서비스는 물론, 동호회 활동 소개부터 회원 모집, 프로그램 참가 신청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 또한, 신도림·체부·서교·낙원 등 서울시 내 거점형 생활문화센터와 다양한 생활예술공간의 대관 정보, 강연·행사 등 지역의 여러 프로그램 소식도 함께 확인할 수 있어, 자신에게 꼭 맞는 예술 활동을 찾는 데 유용하다.
아마추어 예술인에게는 창작의 기회를, 시민에게는 다양한 문화예술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서울생활예술플랫폼에서 예술을 향한 첫걸음을 떼보는 건 어떨까.
사례
유럽의 아마추어 음악 단체들을 찾아서
음악적 재능과 연대를 동시에 가꾸는 곳
유럽에 얼마나 많은 취미 음악가가 있는지는 일상에서 쉽게 느낄 수 있다. 친구, 직장 동료와 저녁 약속을 잡을 때 “오늘은 합창단 연습 때문에 안 된다”며 퇴짜 맞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독일과 영국에서는 5명 중 1명이, 프랑스에서는 10명 중 1명이 여가 시간에 정기적으로 음악 활동을 한다.
취미 음악가 인구수는 비교적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는 건 활성화된 음악 공동체 문화다. 학교에선 교내 오케스트라나 앙상블을, 교회와 성당에선 합창단을, 그 울타리 밖에선 음악 동호회와 클럽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공동의 관심사로 만난 사람들은 서로의 재능을 발견하고 북돋아 준다. 여기에 전문적인 지원과 공연·음반에 대한 높은 수요가 더해져 수준 높은 아마추어 음악 단체가 왕성한 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됐다. 프로 단체와 활발히 협업하고, 그들만의 입지를 다진 유럽의 아마추어 음악 단체들을 만나보자.
일반인에게도 문을 연 영국 합창단들

런던 필하모닉 합창단
영국의 취미 성악가들은 특별한 운을 타고났다. 열정과 실력을 갖췄다면 영국을 대표하는 세 악단, 런던 필하모닉, 런던 심포니, 시티 오브 버밍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협업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각 악단과 긴밀히 협업하는 아마추어 합창단을 통해서다.
70년 역사의 런던 필하모닉 합창단은 로열 앨버트홀, 사우스 뱅크 센터 등 모든 음악가의 ‘꿈의 무대’에 선다.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음반에 참여하고 매년 2~3회의 순회공연도 진행한다. 런던 필하모닉과 함께 녹음한 마이클 티베트의 오페라 ‘한여름의 결혼’으로 합창단은 2023년 그라모폰 어워드 오페라 부문을 거머쥐는 쾌거도 거뒀다.
런던 심포니 코러스도 160여 명의 아마추어 성악가로 구성된다. 이 합창단은 그 탄생부터 화려했다. 1966년 게오르그 솔티 지휘 아래 런던 심포니와 말러 교향곡 2번을 녹음하며 데뷔했다. 1990년대 다양한 레퍼토리로 그래미, 그라모폰 어워드 등을 석권한 합창단은 올해 남은 시즌에도 안토니오 파파노/런던 심포니와 푸치니 ‘수녀 안젤리카’, 번스타인 교향곡 3번 ‘카디쉬’, 본 윌리엄스의 비올라와 합창을 위한 ‘Flos Campi’ 등 신선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시티 오브 버밍엄 심포니 오케스트라 합창단(이하 CBSO 합창단)도 세계 유수의 프로 악단들과 협업한다. 지휘자 사이먼 헐시가 이끌고 있으며, 전문 음악 코치들이 상주하며 합창단원들의 실력 향상을 도모한다. 2025/26 시즌 중 CBSO 합창단은 특별한 프로그램을 예고했다. 아직 입단을 고민하는 취미 성악가들을 초대하기 위한 ‘브람스 싱어롱’ 프로젝트다. 브람스 ‘독일 레퀴엠’을 함께 노래하고자 하는 그 누구든 합창단 웹사이트에서 사이먼 헐시의 메모가 담긴 악보를 다운 받아 연습한 후, 드레스 리허설과 공연에 참가할 수 있다.
프로 악단의 지원을 받는 독일·프랑스의 생활 예술인들
오케스트라 단원을 꿈꾼 취미 음악가들은 여러 프로 악단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그 뜻을 실현하기도 했다. 2019년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 쾰른은 악단 소속의 시민 오케스트라를 창단했다. 귀르체니히 오케스트라 쾰른의 상임지휘자와 단원 일부가 직접 리허설과 공연에 참여해 취미 음악가들의 재능을 가꿀 환경을 제공해 왔다. 이 시민 오케스트라는 1년에 한 번씩 쾰른 필하모니에서 교향곡 발췌 악장과 소품들을 엮은 프로그램으로 정기공연을 여는데, 객석이 빼곡하게 찰 정도로 관객의 호응도 높다.
한편, 파리 오케스트라는 보다 촘촘한 커리큘럼을 자랑한다. 우선 연주자의 수준에 따라 두 그룹으로 나뉜다. 2024년 가을에는 악기를 1~4년 정도 다룬 중급 연주자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꾸려졌다. 이들은 주 1회, 총 30회 워크숍에 참여하며 연주력을 체계적으로 높였고, 워크숍의 마지막을 공연으로 장식했다. 이 그룹의 목표가 합주의 즐거움을 경험하도록 하는 데 있었다면, 올해는 더욱 높은 실력을 갖춘 연주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케스트라가 출범했다. 이들은 파리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튜터링이 곁들여진 10회 워크숍을 통해 프로 악단이 거치는 악기부 리허설, 드레스 리허설, 공연의 과정을 밟았다.
본 프로젝트는 2026년 6월에 또 한 번 시작된다. 림스키코르사코프 ‘셰에라자드’, 시벨리우스 ‘타피올라’ 등 낭만주의 음악을 다루는 이번 시즌 참가 신청은 파리 오케스트라 웹사이트에서 가능하다.
열정이 빚은 하모니로 더 많은 도전을!

BBC 아리엘 오케스트라
아마추어 오케스트라의 열정은 프로 악단과 비교해도 전혀 모자람이 없다. 베를린 자유 대학교와 베를린 기술 대학교의 공동 음악 단체인 콜레기움 무지쿰 베를린은 심포니 오케스트라, 작은 심포니 오케스트라, 큰 합창단, 작은 합창단, 빅밴드 등 5개 앙상블로 구성될 만큼 많은 단원 수를 자랑한다. 매달 1회 공연을 개최하는데, 특히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6월 중 번스타인, 한스 로트, 본 윌리엄스의 프로그램으로 6월 독일 오케스트라 콩쿠르에도 참가한다.
영국의 벨사이즈 바로크는 2002년 창단한 시대악기 오케스트라다. 젊은 음악 전공생들과 비전공자들이 함께 음악을 만든다. 현 음악감독은 캐서린 마틴. 트레버 피노크가 이끌었던 잉글리시 콘서트에서 12년간 활동하고 가브리엘리 콘소트 앤 플레이어스 등의 시대악기 앙상블에서 콘서트마스터를 역임한 바이올리니스트다. 벨사이즈 바로크는 매달 1회 공연하며, 6월 중에는 세인트 피터스 벨사이즈 공원에서 페르골레시, 니콜로 욤멜리, 알비노니의 작품을 연주한다. 벨사이즈 바로크는 후원금을 통해 장학금 제도도 운영한다. 단체가 주최하는 경연에서 우승한 연주자는 오케스트라의 리더로서 경험을 쌓고, 솔로이스트로 나설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한편 BBC에도 오케스트라가 있다. BBC 필하모닉 얘기가 아니다. BBC 직원들을 비롯해 BBC와 일한 경험이 있는 프리랜서, 심지어 퇴사한 사람도 오디션 없이 참여 가능한 BBC 아리엘 오케스트라다. 라디오 편집자, 자막 제작자, 변호사, 엔지니어,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자, 음악 편곡자, 오케스트라 매니저, 변호사 등 바쁜 주중을 보낸 이들은 한 달에 1번씩 모여 합주에 매진한다. 이들은 무대에서 음악을 하는 순수한 즐거움을 뿜어낸다. 그 뜨거움은 관객에게 또 다른 감동을 준다.
글 박찬미(독일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