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9일 통영국제음악당
20일 을숙도문화회관
24일 금호아트홀
하이든 건반 소나타집으로 국내에 많은 팬을 확보한 하프시코드·포르테피아노 연주자 크리스티네 쇼른스하임이 내한한다. 부산과 통영에서 하프시코드로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을 연주한 후 서울에서는 포르테피아노가 사용됐던 시기의 고전시대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 수소문해 준비한 포르테피아노로 레오폴트 코젤루흐의 건반악기를 위한 소나타 D장조 Op.1-3, 모차르트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 D단조 K397과 소나타 13번, 하이든 건반악기를 위한 소나타 E♭장조 Hob.XVI:49,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번을 연주한다. 다음은 이메일로 진행된 쇼른스하임과의 일문일답.
하이든 건반 소나타 전집에서는 곡에 따라 다양한 하프시코드와 포르테피아노를 사용한다. 선택의 기준은 무엇인가?
두 대의 하프시코드와 두 대의 포르테피아노, 그리고 한 대의 클라비코드를 사용했다. 각 악기마다 저마다의 톤 컬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이든 전 인생에 걸쳐 광범위하게 작곡된 곡들에 적합한 악기가 따로 있다. 하이든이 건반 소나타를 처음 작곡하기 시작했을 때 그는 자신의 포르테피아노를 소유하고 있지 않았다. 따라서 나는 그가 이 곡들을 하프시코드로 연주했음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1980년에 작곡된 작품들의 표지에는 하프시코드와 포르테피아노를 위한 작품임이 명시되어 있는데, 나는 클라비코드 또한 하이든이 즐겨 찾았던 악기라는 사실에 근거해 이 악기 또한 녹음에 참여시켰다.
포르테피아노를 갖춘 공연장이 드물어 악기를 준비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 같다.
유럽에서조차 적합한 건반악기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 자신의 악기를 들고 다니며 투어 연주를 하는 연주자들이 종종 있는 이유다. 고악기 제작자나 복원가와 협업하여 연주 때마다 악기를 대여하는 사람도 있다. 악기의 음역뿐 아니라 톤 컬러가 달라지기 때문에 슈베르트의 피아노 음악을 모차르트 시대의 악기로 연주할 수 없듯, 각 시대에 맞는 적합한 악기로 연주해야 한다.
바흐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하프시코드로, 하이든·모차르트·베토벤 등으로 꾸며진 서울 공연은 포르테피아노로 연주한다.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하프시코드를 위해 작곡되었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현이 뜯기는 소리와 하프시코드만의 음역은 바로크 음악의 다성적 건축에 명료함을 부여한다. 하이든의 후기 소나타, 그리고 모차르트와 베토벤의 작품은 이전보다 다양해진 다이내믹과 큰 음량을 요구한다. 따라서 이들 작품에 하프시코드는 적합하지 않다.
현대 피아노와 비교했을 때 포르테피아노의 장점은 무엇인가?
작곡가가 알고 있던 소리에 가장 가깝게 재현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바흐는 하프시코드·클라비코드와 오르간을 알았고, 그 악기들을 위해 작곡했다. 나는 각각의 시대에 맞는 악기가 존재하고, 그에 따른 이상적인 소리와 작곡 기법상 특정한 스타일이 있다고 믿는다. 무엇보다 음악가마다 자신이 가장 잘 표현해낼 수 있는 악기로 연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많은 피아니스트들에게 ‘그 악기’는 현대 피아노이겠지만, 나의 경우는 하프시코드와 포르테피아노다.
아티큘레이션·장식음·템포와 같이 악보에 정해지지 않은 사항들을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아티큘레이션의 경우 원본 악보나 오래된 논문에 증거가 나타나 있다. 템포 역시 오래된 자료들을 활용할 수 있고, 또한 춤에 대한 역사적인 근거들을 통해 스스로 유추할 수도 있다. 장식음은 각각의 표시를 어떻게 연주해야 하는지에 대한 연구가 꽤 잘 정리되어 있는 편이다. 이에 더해 음악가에게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반복 횟수를 달리하고, 카덴차를 만들어내고, 페르마타를 결정할 수 있는 자유가 허용되어 있다.
포르테피아노는 지속 시간이 부족하다는 몇몇 피아니스트들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대 피아노에 비해 포르테피아노의 소리는 기본적으로 빠르고, 얇고, 짧다. 이것을 단점이라고 생각할지는 개개인의 자유다. 단점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동시에 장점이기도 하다. 좋은 포르테피아노 연주자는 믿을 수 없이 섬세한 소리를 낸다. 큰 공연장에서는 현대의 그랜드 피아노가 더 적합하겠지만, 청중은 포르테피아노의 작은 소리에 신속하게 적응한다.
글 김여항 기자(yeohang@gaeksuk.com) 사진 Astrid Ackerman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