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9일, 파리 가르니에 극장 앞은 공연 시작 직전까지 표를 구하지 못해 안타까운 얼굴을 한 사람들로 가득했다. 이날은 파리 오페라 발레의 명실상부한 에투왈(수석 무용수) 니콜라 르 리슈가 마흔두 살 정년을 맞이하며 마지막으로 무대에 서는 날이었다. 공연은 아르테로 생중계가 됐으며, 프랑스 언론사와 유럽 전역에서 몰려온 평론가들과 발레 팬들로 공연장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일곱 살에 발레를 시작한 니콜라 르 리슈는 열 살에 파리 오페라 발레학교에 입학했다. 1988년, 누레예프의 선택을 받아 파리 오페라 발레에 입단했고 3년 만에 ‘로미오와 줄리엣’의 로미오와 머큐쇼 역할을 맡으며 이름을 알렸다. 스물한 살의 젊은 나이에 에투왈로 승급한 그는 ‘지젤’의 알브레히트 역을 맡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날 기타 반주에 맞춰 등장한 니콜라 르 리슈는 호랑이처럼 뛰어오르고, 고양이처럼 사뿐하게 내려앉으며 경이로운 무대를 선보였다. 무대 위에서 자신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정제된 몸의 언어로 나직이 말을 걸어왔다.
그는 발레학교 학생들과 함께한 누레예프의 ‘라이몬다’와 동료들의 열연이 돋보인 니진스키의 ‘목신의 오후’를 통해 위대한 안무가들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이어진 롤랑 프티의 ‘젊은이와 죽음’으로 안무가가 왜 직접 그를 선택했는지 증명해 보였다. 오랜 파트너였던 발레리나 실비 기옘과 선보인 마츠 에크의 파드되는 그들의 발끝이 언제 무대에 닿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러웠다. 빠른 비트로 시작된 볼레로에선 모든 것을 다 불사르며 고조되는 음악에 맞춰 쾌락의 절정을 선사했다. 무용수들의 몸이 붉은 테이블 위로 쏟아지는 순간, 홀 안 가득 브라보 소리가 들려왔다.
이날 무대는 뛰어난 재능을 지닌 한 무용수가 인생을 오롯이 바친 공간에서 자신의 발레 인생을 되짚는 시간이었다. 공연이 끝난 뒤 관객들은 뜨거운 기립 박수를 보냈고, 수없이 터지는 플래시 세례와 쏟아지는 꽃가루 속에서 커튼콜이 이어졌다. 모두가 행복한 마음으로 그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박수를 보냈다.
무엇보다 무용수가 전적으로 자율권을 갖고 고별 무대를 직접 구성할 수 있었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마지막 무대가 영원한 작별(adieu)이 아닌 다시 만나자는 인사(au revoir)로 마무리됐다.
사진 Ballet de l’Opéra National de Par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