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7일 저녁, 파리의 가르니에 극장이나 런던의 로열 오페라하우스만큼 화려하지는 않지만 우아하고 고고한 아름다움을 지닌 함부르크 슈타츠오퍼에서 로이드 리긴스의 ‘나폴리’가 초연됐다. 아우구스트 부르농빌의 안무로, 1842년 덴마크 왕립 극장에서 초연된 이 작품은 나폴리의 어부 겐나로가 자신의 신부 테레지아를 폭풍이 휘몰아치는 바다에서 잃었다가 사랑과 믿음으로 다시 찾는다는 이야기다.
함부르크 관객들의 발레 사랑은 유명하며 그만큼 보는 눈도 예리하다. 이날 저녁, 극장이 함성과 박수로 가득했고 공연을 보고 나온 관객들의 얼굴도 기쁨으로 한껏 상기되었으니 성공적인 초연이라는 평단의 호평이 말뿐임은 아닌 듯하다. 로이드 리긴스는 존 노이마이어의 은퇴 이후 2018/2019 시즌부터 함부르크 발레의 차기 예술감독을 맡을 것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46세의 나이로 현직에서 활동하고 있는 수석 무용수이자 2009년부터 발레 마스터를 겸하고 있는 탄탄한 내공의 소유자다.
아무리 유력한 후보라 하더라도 현 예술감독인 존 노이마이어의 명성을 이어받기 위해서는 그만큼 실력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덴마크에선 꾸준히 공연되어왔으나 독일에선 전막을 볼 기회가 거의 없던 작품인 ‘나폴리’를 존 노이마이어가 그에게 위임했기에 이번 무대는 그 과정의 첫발로 해석할 수 있다. 일부 평론가들이 이번 무대에서 예술감독으로서 로이드 리긴스의 탁월한 재능은 볼 수 없었다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한 작품만 가지고 그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2015년 2월, 파리에서 말러 사이클의 시작으로 초연될 ‘대지의 노래’를 통해 또 한 번 능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MÜNCHEN
아벨 콰르텟
아우구스트 에버딩 콩쿠르 2위 수상
최근 한국의 젊은 현악 4중주단이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가운데 뮌헨에서 또 한 번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제25회 아우구스트 에버딩 콩쿠르에서 윤은솔·이우일(바이올린)·김세준(비올라)·조형준(첼로)으로 구성된 아벨 콰르텟이 2위를 수상했다. 아벨 콰르텟은 결선 무대에서 모차르트의 현악 4중주 ‘불협화음’과 버르토크의 현악 4중주 4번을 연주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의 젊은 연주자들로 2013년 결성된 아벨 콰르텟은 현재 뮌헨 음대에서 실내악 과정을 함께 공부하며 음악적 견고함을 단단히 하고 있다.
아벨 콰르텟은 이번 콩쿠르에서 동양인으로서 유일하게 본선에 진출했으며, 한국 현악 4중주단으로서 처음으로 입상했다.
1987년에 처음 개최된 아우구스트 에버딩 콩쿠르는 매년 성악 부문과 기악 부문이 번갈아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