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음악 애호가들을 사로잡은 젊은 연주자들의 공연
루브르 미술관은 언제나 인산인해를 이룬다. 파리 관광객의 빼놓을 수 없는 코스이기 때문이다. 그중 일부는 매주 목요일 정오면 사람들의 틈바구니를 헤치면서 피라미드 아래에 자리한 오디토리움에 몰려든다. 12시 30분에 시작하는 루브르 정오 음악회를 듣기 위해서다. 루브르 정오 음악회는 파리의 중요한 음악 행사 중 하나일 정도로 잘 알려진 기획 연주회다. 세계적인 연주자로서 경력을 쌓기 시작한 젊은 연주자들의 독주회와 실내악 연주회가 주를 이룬다. 한 시간 남짓 중간 휴식 없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이 정오 음악회 시리즈를 감상하러 오는 청중은 역시 파리의 수많은 다른 연주회처럼 장년(長年)층이 대부분이다. 조사에 따르면, 파리의 클래식 음악 전용 주요 연주회장 청중의 평균나이는 62세라고 한다. 그러니 연주자들이 비교적 관객의 평균 연령이 낮은 한국에서의 공연에 색다른 흥분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각 연주회장이나 연주회에 따라 나름의 분위기가 존재하는데, 루브르 정오 음악회는 음악을 잘 알고 들을 줄 아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고 느껴지는 분위기가 있다. 사실 이 분위기는 연주회가 진행되는 동안 사람들이 보여주는 높은 집중도에서 알 수 있다. 오늘날 클래식 음악회장에서 연주회 도중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사람을 보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개인의 자유로만 치부하기엔 좀 불쾌한 일이지만, 훈계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이 정오 음악회에서 휴대폰의 빛을 보는 일은 드물다.
루브르 정오 음악회를 통해 최근 메디치 트리오의 슈베르트·차이콥스키 피아노 3중주 연주를 들었고,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의 연주도 들을 수 있었다. 피아니스트 다닐 트리포노프·베아트리체 라나의 연주도 들을 수 있었다. 물론 현재 주목받고 있는 젊은 세대의 연주자들만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겐 현악 4중주단의 연주도 루브르 정오 음악회에서 들을 수 있었다. 정오 음악회는 아니지만, 마우리치오 폴리니가 피에르 불레즈의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한 것도 바로 루브르의 오디토리움이었다.
루브르 정오 음악회의 성공 요인은 장년층이 주를 이루는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젊은 연주자로 구성한 프로그램과 저렴한 입장권일 것이다. 하나의 입장권을 구매할 경우 10유로(약 1만2000원)지만, 다섯 개의 연주회를 예매할 경우 8유로(약 9800원)로 할인된다. 좌석에는 등급을 두지 않고 선착순으로 자신이 원하는 좌석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높은 수준의 음악회를 쾌적한 분위기와 음향으로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루브르 정오 음악회의 가장 큰 매력이자 장점일 것. 그런 연유로 음악회마다 420석의 좌석은 모두 채워진다.
개인적으로 정오 음악회를 좋아하는 이유는, 낮 시간의 파리 시내의 여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연주회 직후 점심 약속을 잡기 좋고, 날씨가 화창한 날엔 연주회 뒤편의 센 강변을 산책할 수도 있다.
사진 Auditorium of the Louv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