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의 2014년 우승자 조진주가 지난 6월 9일, 카네기홀 데뷔 리사이틀을 가졌다. 검은색 드레스가 그녀의 당당함을 돋보이게 했다.
첫 곡으로 조앤 타워의 ‘스트링 포스’를 연주했다. 이 곡은 작곡가가 처음으로 쓴 무반주 바이올린 작품. 조진주의 거침없는 연주는 시작부터 청중을 자극했다. 환호가 쏟아졌고, 그녀는 2층 발코니석에 앉아 있던 조앤 타워를 소개했다.
이어 클라라 슈만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3개의 로망스’를 선보였다. 당대 최고 피아니스트였던 클라라 슈만과 절친했던 요제프 요아힘이 이 곡을 자주 연주한 것처럼, 조진주는 오랫동안 함께 연주해온 피아니스트 김현수와 호흡을 맞췄다. 그녀는 시종일관 미소가 가득한 친절한 안내자 같았다. 마치 클라라 슈만을 알고 지낸 사람처럼, 작품에 담긴 의미를 모두 이해하는 듯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로베르트 슈만의 소나타 2번 도입부는 미치광이의 에너지가 느껴질 정도로 과감했다. 굽이치는 거친 계곡에서 능숙하게 노를 젓는 선수처럼 매끄러운 흐름을 보여줬다. 1악장 연주 도중 갑자기 바이올린의 현이 풀려 조율을 위해 연주를 잠시 중단해야 하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그녀에게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과르네리 현악 4중주단의 첼리스트 피터 윌리가 던진 질문 ‘연주하는 모든 음에 의미가 담겨 있는가?’에 조진주는 명쾌한 해답을 내리고 있었다. 김현수는 조진주와의 앙상블에 있어 확실히 베테랑이었지만, 스스로 자신의 영역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듯 보여 아쉬웠다.
카네기홀의 스턴 오디토리움은 2800석이 넘는 큰 공연장이다. 바이올린 한 대의 소리로 이 공간을 채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이는 그녀가 두 번째 무반주 바이올린 작품을 연주하기 시작한 순간 확실히 증명됐다. 엘런 타프 즈윌리치의 바이올린 솔로를 위한 판타지는 2014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 준결승 지정곡이었다. 왜 재즈풍을 더 살리지 않을까 잠시 의문을 가졌지만, 이내 영리한 그녀의 의도였음을 알게 되었다. 처음부터 조진주의 활 끝은 곡의 심장부를 향해 있었다. 뛰어난 통찰력으로 작품을 장악했다.
거침없는 화술에 익숙해질 즈음 조진주는 존 코릴리아노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했다. 탄탄한 소리에 새겨 있는 결을 느낄 수 있는 호연이었다. 특히 느린 3악장에서 보여준 집중력은 압권이었다. 마지막 악장에서 김현수는 날카로운 연주를 선보였다. 둘 사이의 원초적 경쟁은 독립된 두 개체가 만들어낸 이상적인 조화를 보여줬다. 영화의 제목처럼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감상에 젖었지만, 프로그램은 마지막 한 곡을 남겨두고 있었다.
마치 마라톤을 완주한 선수가 100미터 달리기를 위해 다시 출발선에 선 듯, 프란츠 왁스만의 ‘카르멘 판타지’는 디저트를 기대한 청중에게 조금은 버거운 게 사실이었다. 그럼에도 카네기홀의 청중은 뜨거운 박수로 환호했다. 조진주는 큰 함성 속의 중심에 서 있었다.
사진 신성규·김동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