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스위니 토드’

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6년 8월 1일 12:00 오전

6월 21일~10월 3일
샤롯데씨어터

한국화를 위한 영리한 차선(次善)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의 수도 런던을 찾아가면 흥미로운 장소를 여럿 만날 수 있다. 세계 표준시를 고안해낸 그리니치 천문대나 증기기관의 역사를 전시한 과학박물관 등이 그렇다. 아예 골목 자체가 온통 사연으로 가득한 곳도 있다. 성공회 성당인 세인트폴에서 런던 중심으로 이어지는 플리트 가(街)가 대표적이다. 예전에는 신문사가 밀집한 거리로도 유명했는데, 좁다란 길은 구불구불 이어지는 옛 골목의 정취로 가득하다. 마치 ‘해리 포터’의 마법사 거리라도 불쑥 튀어나올 것 같이 친근하면서도 인상적이다.

오래된 골목길이라 그런지 ‘믿거나 말거나’ 식의 전설도 많다. 악마 이발사가 면도를 하다가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인다거나 인육으로 만든 파이를 파는 음식점이 있다는 등의 괴담이 대표적이다. 스티븐 손드하임의 뮤지컬 ‘스위니 토드’는 바로 그런 이야기들을 모아 만들었다. 복수에 눈이 멀어 증오의 이유도 잊은 채 섬뜩한 칼날을 휘두르는 잔인한 주인공의 이야기는 본질 없는 욕망만으로 가득한 현대사회를 날카롭게 풍자한다.

국내에서는 팀 버튼 감독의 동명 영화(2007)로 더 익숙하지만, 이 작품의 엄연한 시작은 무대다. 1979년 뉴욕 브로드웨이의 유리스 시어터에서 초연된 ‘스위니 토드’는 수십 차례가 넘는 무대 변화를 거치며 세계 공연가를 휩쓸었다. 우리말 초연에서는 류정한과 양준모, 박해미와 홍지민이 메인 롤을 맡아 화제를 모았다.

지난 6월 다시 막을 올린 앙코르 버전은 한국 뮤지컬의 스타 캐스팅의 힘과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조승우와 옥주현을 전면에 내세워 흥행몰이를 하는 탓이다. 사실 손드하임의 작품엔 대중보다 마니아들이 열광한다. 쉽지 않은 선율과 묵직한 실험 정신이 난해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덕분에 스타들의 이름만 보고 ‘멋진 저녁 나들이’를 연상하며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적잖이 당황한다. 손드하임의 뮤지컬 ‘인투 더 우즈’가 디즈니의 뮤지컬 영화로 개봉했을 때, 영화 ‘겨울왕국’을 기대하며 아이들을 데리고 극장을 찾았다가 욕을 하며 도중에 나가던 몇몇 관객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즐긴다는 뮤지컬 관극의 원리는 이 작품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이번 앙코르 프로덕션에서는 무엇보다 한국화에 대한 노력이 돋보인다. 절묘한 의역을 넘어 창작에 가까운 변화는 초연에 비해 관객의 이해를 한층 돕는다. 가사와 음률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손드하임의 원작을 우리말로 고스란히 번역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무리이고 불가능한 미션이다. 그렇기에 직설적이고 코믹하게 변화된 노랫말이 최선은 아니지만, 영리한 차선책임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영화에 등장하지 않아 오로지 무대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뮤지컬 넘버도 있다. ‘더 발라드 오브 스위니 토드’(The Ballad of Sweeney Todd)다. 극의 처음과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 노래에는 서사극적 묘미를 극대화해주는 ‘스위니 토드’ 최고의 선율이 담겨 있다. 공연장에서 만끽해보길 바란다.

사진 오디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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