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2018년 10월 인천시립교향악단의 제8대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취임한 이병욱의 비전
2018년 11월 16일 인천은 새로운 역사를 맞는 시간과 마주하고 있었다. 한없이 넓고 무한한 가능성을 품은 바다를 안은 형세와 아름다운 빈야드 스타일을 한 아트센터 인천이 개관한 것. 아트센터 인천은 인천시립교향악단의 연주로 그 첫 항해를 시작했다. 그 항해의 마에스트로는 이병욱이었다.
취임한 지 한 달만에 역사적인 공연의 지휘를 맡았다. 소감이 궁금하다. 인천을 넘어 한국을 대표하는 새로운 공연장의 첫 무대에 선다는 것은 큰 명예이며 한편으로는 두렵고 떨리는 일이었다. 아트센터 인천의 첫 문은 오랜 기다림과 노력 끝에 내딛었던 것이어서 모두에게 의미가 깊었을 것이다.
개관 연주회의 레퍼토리는 어떤 점에 초점을 맞춰 선곡했나. 시민들을 위한 예술 공간이기 때문에 모두가 편하게 들을 수 있는 작품들로 구성했다. 엘가 ‘위풍당당 행진곡’과 구노·푸치니·베르디의 오페라 등 이 음악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아름다운 공연장에서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욱 좋은 공연들이 이어져 세계적인 공연장으로 빛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우리 모두 연주했다.
인천시향에 부임한지 3개월 정도 지났다. 인천시향만의 분위기는 어떤가. 2017년 4월 처음 인천시향의 객원지휘를 맡았다. 당시 슈만 교향곡 1번을 연주했었는데 오케스트라가 무척 젊고 역동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특히 음악에 있어서는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 나와 함께 음악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단원들의 기대에 나 역시 우리만의 시그니처를 남길 수 있도록 부응하고 싶다.
지휘자에게는 여러 리더십의 형태가 있을 텐데 자신의 리더십은 어떤 편에 속하나. 지금 내 나이대의 지휘자가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3세대 지휘자가 되었다.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중시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는 오케스트라 운영도 민주적으로 변했고 무엇보다 단원들과 함께 오케스트라를 이끌어가는 리더십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프로그램을 선곡할 때도 단원들과 의논하며 내 생각과도 조화롭게 아우르면서 진행하려고 노력한다.
조화와 부드러움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것 같다. 클래식 음악을 대중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많이 해 보았다. 물론 조용한 분위기에서 음악 자체에 집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유와 여유가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딱딱한 공연장 분위기 때문에 클래식 음악 공연 보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결국 공연을 통해 청중이 진정으로 느끼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그들과 공감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대중에게 오페라 제작 음악을 선보였던 것은 물론 디토 오케스트라, 키즈 음악회 등 다양한 계층에서 호응이 높았던 공연의 감독과 지휘를 맡아 오면서 큰 성과를 거뒀다. 작업에 참여하고 지휘하면서 직접 피부로 느낀 점들은 무엇인가. 아무리 좋은 음악도 우선 들어야 한다. 자연스럽게 듣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일본에 있을 때 가나자와시의 공연장에 갔는데 유모차를 끌고 아이들과 음악회를 보고 있는 청중들을 보았다. 시끄러운 소리도 나고 전형적인 공연장 분위기가 아니었는데도 편안하고 행복해 보였다. 굉장히 신선했고 그 후로 그때의 감동이 이후 다양한 나의 음악 작업에도 많은 영향을 끼친 것 같다. 가족들을 위한 콘서트는 어린이 뿐 아니라 함께 온 부모들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무대다. 음악은 이렇게 함께 느낄 때 시너지가 더 커진다고 생각한다. 행복한 에너지가 작업하는데 큰 힘이 된다.
인천시향의 첫 번째 목표는 시민들에게 좋은 음악을 들려주고 함께 하는 것일 텐데 인천만의 특징이나 분위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인천은 무척 넓은 곳이다. 근대 문화가 들어왔던 인천항이 있고, 차이나타운 처럼 역사적인 흔적도 많다. 송도처럼 최첨단 국제도시도 매력적이다. 인천시향을 지휘하며 인천시민들이 굉장히 문화적인 욕구가 강하고 즐기고 싶어 한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차근차근 클래식 음악의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전하고 나누고 싶다.
어떤 레퍼토리를 연주할 예정인가. 그동안 윤이상·진은숙 등 현대음악에 대한 연구와 연주로 좋은 평가를 받아 왔다(이병욱은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국립음대에서 지휘과 석사과정을 수석졸업했고, 전문연주자과정과 박사과정을 수료한 후 귀국 해 TIMF앙상블 수석지휘자와 인제대 교수를 역임했다). 그동안 시민들이 듣지 못했던 작품들을 들려주고 싶다. 현대음악도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로서 당연히 들어야 하는 음악이다. 다른 프로그램과 잘 어울릴 수 있도록 조화를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무엇보다 교육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춰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음악을 듣고 자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싶다. 이것은 미래에 대한 투자이기도 하다. 자라나는 어린 아이들에게 얼마나 좋은 음악을 많이 들려주느냐에 따라 우리 문화 예술의 미래가 결정지어진다고 믿는다.
클래식 음악을 연주하고 즐기는 사람들의 연령이 많이 내려간 듯하다. 협연자만 보더라도 굉장히 젊고 뛰어난 연주자들이 많다. 피아노, 현악 뿐 아니라 관악 등 다양한 파트에서 이제 세계 최고 수준의 연주자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 면에서도 보면 우리나라 오케스트라의 미래는 무척 밝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클래식 음악이 위기라고들 하는 걸까? 훌륭한 음악가는 많이 생겼지만 사회교육과 학교교육에서 정신적 가치보다는 물질적 가치를 우선시하다 보니 정서교육의 핵심인 예술교육이 너무 소외되었다. 문화는 어린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접해야 성인이 되어서도 찾는 것이지 갑자기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의 클래식 음악 교육과 공연에 더욱 관심이 많다.
앞으로 인천시향을 어떻게 이끌어 가고 싶은가. 인천시향은 인천 시민들이 문화 예술을 향유하고 더욱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이다. 인천은 우리나라 문화의 교류가 시작된 역사의 중심에 있었다. 역사와 문화가 인천의 다양한 도시 속에서 묻어나고 그 공간에서 예술이 흐르고 자연스럽게 음악을 만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찾아가는 음악회를 통해서도 클래식 음악을 전할 계획이지만 좋은 음악을 듣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인천시향을 찾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천은 시에서도 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높고 지원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문화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도시의 이미지와 가치를 높이는데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역동적인 인천의 가능성을 음악으로 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글 국지연 기자 사진 심규태(HAR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