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블린파티 ‘소극적 적극’

젊은 풍요 속에 빈곤, 거기서 살아남은 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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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4월 1일 9:00 오전

‘객석’ 필자들이 꼽은 화제의 무대

©옥상훈

3월 15~17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최근 무용계에서 가장 혜택받는 이들은 신진 무용가다. 정부의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전폭적이고 대대적인 지원은 예술계에도 영향을 미쳤고, 신진 무용가를 위한 지원을 엄청나게 확대시켰다. 하지만 처음의 좋은 취지와는 달리, 지나친 신진 지원이 예기치 못한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우선, 신진으로 지원금이 몰리다 보니 무용계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견 이상의 무용가들을 위한 지원은 동결되거나 축소된 감이 있다. 사실상 중견이야말로 왕성하게 활동하면서 창작의 중심을 이루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무용수 수급 문제라는 예기치 않은 상황 또한 초래했다. 보통은 창작자로 데뷔하기 전 선배 안무가의 단체에 들어가 트레이닝을 받으며 무용수로 활동한다. 이럴 경우 무용수로서 매우 적은 액수의 돈을 받게 되는데, 신진 지원금으로 천만 원대를 받을 수 있다면 대부분 어느 쪽을 선택할지는 유추가 가능하다.

가장 큰 문제는 젊은 풍요 속의 빈곤이다. 신진의 경우, 지원은 가장 집중적으로 받고 있는데 전반적인 수준은 떨어지는 편이다. 훨씬 쉬워진 지원 혜택으로 빠르게 등단하는 추세가 만연해 있는데 비해, 제대로 된 무언가를 보여주는 사람은 소수라는 점이 안타깝다.

상당수의 신진들이 방향 감각을 상실한 채 나타났다가 사라지고 있는 현실에서, 차근차근 자기 자리를 잡아가는 이들이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2011년 등장한 고블린파티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까지의 무용가들로 이루어진 젊은 창작 단체로서, 발칙한 개성과 진지한 탐구 그리고 남다른 열의로 묵직하게 인정받아왔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지원하는 창작산실 올해의 신작에서도 벌써 두 번째로 선정될 만큼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그 일환으로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신작 ‘소극적 적극’을 발표했다. 제목에서 나타내듯, ‘소극적 적극’은 우리 내면에 공존하는 소극이와 적극이의 모습을 투영한다. 소극적인 누군가는 세상이 두려워 작은 공간에 갇혀 있다. 하지만 상상의 세계에서는 모든 것을 적극적으로 구현해내는 인물로 재탄생된다. 이것이 심화되면 상상과 현실을 분간하지 못하는 천방지축 얼간이가 되기도 한다. 지경민·임진호·이경구·이주성은 주제를 나타내는 여러 상황과 관계를 짜임새 있는 4인 구도의 움직임으로 그려가는데 마치 동작적 퍼즐 맞추기를 연상시킨다. 작고 마른 여자무용가 이경구와 건장한 남자무용가 셋이 만들어낼 수 있는 여러 움직임을 시도하기도 한다. 이는 주로 들어 올리는 등의 체격 차이를 강조하는 조형적 움직임으로 그려진다. 이후 2층 높이 철재 구조물의 위아래와 주변을 넘나들면서 장치를 활용한 움직임을 창출하기도 한다. 마지막 부분에서 다소 힘, 정확히는 체력적인 힘과 안무적인 힘을 소진하였다는 점이 유일한 아쉬움이다.

고블린파티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각기 다른 개성의 무용가들이 서로 협력하여 하나의 창작을 완성해가는 공동체적 조화에서 비롯된다. 무엇보다도 젊은 감각과 감성을 진지한 탐구를 거쳐 구현해낸 작품으로 지명도를 확립하고 있다. 젊은 창작의 본질이지만 이 시대의 많은 이가 간과하고 있는 바로 그 본질에 대한 충실한 수행이야말로, 고블린파티를 신진들 중 대표성 있는 단체로 올려놓은 것이다. 젊은 풍요 속에 빈곤, 거기서 살아남은 자들의 자세를 우리는 가치 있게 바라봐야 한다.

글 심정민(무용평론가·비평사학자)

사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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