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렌트’ vs 뮤지컬 ‘아이다’

원작 오페라와는 다른 새로운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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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업데이트 시간: 2019년 4월 1일 9:00 오전

평론가·칼럼니스트 추천 테마 음반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음악과 다채로운 매력을 덧입힌 음악

소설이나 영화를 원작으로 한 뮤지컬만큼 많진 않지만, 오페라로 잘 알려진 작품을 보다 대중적인 뮤지컬로 풀어냄으로써 신선한 시도를 감행한 작품들이 있다. 푸치니 오페라 ‘라보엠’은 조너선 라슨에 의해 전혀 다른 매력의 뮤지컬 ‘렌트’로 재탄생했다. 원작과 설정의 일부는 유사하지만, 전혀 다른 전개와 음악 형식으로 젊은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베르디 오페라 ‘아이다’는 엘튼 존과 팀 라이스의 음악으로 재해석되어 디즈니 뮤지컬의 영역을 확장했다.

 

록 뮤지컬로 만나는 오페라

프랑스 보헤미안 예술가의 삶을 그린 푸치니의 오페라 ‘라보엠’에서 모티브를 따온 뮤지컬 ‘렌트(Rent)’는 배경을 20세기 말의 뉴욕으로 옮겨, 가난하고 불안하지만 예술을 사랑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동성애자·에이즈·마약 등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소재들이 전면 등장하는 이 작품은 오페라 ‘라보엠’이 초연한 1896년으로부터 정확하게 100년 후인 1996년 오프브로드웨이의 뉴욕 씨어터 워크숍에서 초연됐다. 평단과 관객들에게 크게 주목받으며 같은 해 브로드웨이로 자리를 옮긴 ‘렌트’는 2008년까지 꾸준한 인기를 받으며 공연됐다, 신예 창작자였던 조너선 라슨이 작곡·작사·극본을 담당했던 이 작품은 전형적인 뮤지컬 코미디 또는 스펙터클한 장면이 돋보이는 메가 뮤지컬이 대세를 이루던 1990년대 브로드웨이에서 록을 베이스로 한 음악과 가난하지만 열정 넘치는 예술가들의 강렬한 이야기를 담아냈는데, 세기 말의 분위기와 맞물려 젊은 관객층을 중심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극의 중심이 되는 록은 물론 탱고·발라드·R&B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담아낸 ‘렌트’는 오페라 원작에 기대고 있는 만큼 대사 없이 음악만으로 진행되는 ‘송스루(Song-through)’ 뮤지컬이다. 등장인물의 구성이나 이야기의 전개 역시 원작과 유사하면서도 크고 작은 차이를 보인다. 원작의 시인 로돌포는 인생에 남을 만한 곡을 만들고 싶은 록커 로저로, 로돌포와 사랑에 빠지는 미미는 스트립 바의 댄서로 그려지는데, 에이즈 투병 중인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마음을 통해 삶에 대한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된다. 화가 마르셀로는 다큐멘터리 영화의 연출가를 꿈꾸는 마크로, 마르셀로의 옛 연인인 거리의 여인 무제타는 마크의 옛 여자 친구이자 행위예술가인 모린으로, 철학자 콜리네는 뉴욕대의 철학 강사 콜린스로 각각 그려진다. 또한 음악가 쇼나르는 에이즈를 앓고 있는 드래그 퀸이자 콜린스의 파트너 엔젤로, 무제타의 연인인 알친도르는 여성 변호사이자 모린의 파트너인 조앤으로 등장시킴으로써 뮤지컬에서는 동성애와 에이즈를 극을 관통하는 소재로 다뤘다.

조너선 라슨은 ‘렌트’의 음악 중 일부에서 ‘라보엠’의 음악을 차용했다. 로저와 미미가 처음 호감을 느끼게 되는 넘버 ‘라이트 마이 캔들(Light My Candle)’에서는 원작의 대표곡 중 하나인 ‘그대의 찬 손’과 ‘무제타의 왈츠’의 선율을 엿볼 수 있다. ‘무제타의 왈츠’의 가사는 ‘테이크 미 오어 리브 미(Take Me or Leave Me)’의 첫 부분과 겹쳐지며, 제목 그대로 극 중에서 언급되기도 한다. 1996년 토니 어워드에서 최우수 작품상·극본상·음악상을 받았고, 퓰리처상 작품상과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 최우수 작품상·극본상·음악상 등을 석권한 뮤지컬 ‘렌트’는 모든 넘버가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다양한 인물의 목소리를 풍성한 음악으로 표현한다. 그중에서도 작품의 테마곡이라고 할 수 있는 ‘시즌스 오브 러브(Seasons of Love)’, 로저의 소망을 담고 있는 ‘원 송 글로리(One Song Glory)’, 모든 배우가 카페에 모여 함께 부르는 ‘라 비 보엠(La Vie Boheme)’ 등의 넘버에서 작품의 메시지가 가장 잘 드러난다. 오페라와 달리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난 미미와 모두가 함께 부르는 피날레 넘버의 ‘노 데이 벗 투데이(No Day But Today)’라는 가사와 같이 ‘렌트’는 오늘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삶과 열정이 한껏 묻어나는 뮤지컬이다.

 

오페라, 디즈니 뮤지컬로 재탄생하다

디즈니의 세 번째 뮤지컬인 뮤지컬 ‘아이다(Aida)’는 베르디가 작곡한 동명의 오페라를 원작으로 하며, 엘튼 존과 팀 라이스 콤비의 음악을 통해 새로운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2000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한 이후 2004년까지 공연되었으며, 그 해 토니 어워드에서 최우수 음악상을 비롯해 4개 부분을 석권했다. 그래미 어워드에서 뮤지컬 앨범상을 받기도 했다.

장엄한 분위기의 오페라에 비해 뮤지컬은 음악은 물론 연출·안무·디자인 등의 면에서 좀 더 경쾌하고 화려하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의 이집트관에서 시작하는 뮤지컬 ‘아이다’는 이집트의 노예로 끌려온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의 장군 라다메스, 그리고 이집트의 공주이자 라다메스의 약혼녀인 암네리스의 삼각관계를 축으로 전개되는 동시에 나라를 빼앗긴 누비아 백성들의 지도자로서 아이다의 고뇌와 선택을 진지하게 담아낸다.

오페라와 뮤지컬의 줄거리는 서로 유사하지만 극의 배경과 전개에서는 크고 작은 차이를 보인다. 오페라에서는 아이다가 에티오피아의 공주로 등장하지만, 뮤지컬에서는 고대 아프리카 북동부 지역에 위치한 왕국인 누비아의 공주로 설정된다. 또한 오페라에서는 이집트를 배신한 라다메스가 처형되려는 순간 자신과 죽음을 같이 하기 위해 숨어들어온 아이다를 발견하고서 함께 숨을 거두지만, 뮤지컬에서는 두 사람이 함께 심판받고 생매장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유명한 오페라를 원작으로 한만큼 창작진의 숙제는 무엇보다 베르디의 음악을 극복하는 것이었다. 엘튼 존과 팀 라이스는 오페라 ‘아이다’를 차용하거나 클래식한 분위기를 좇아가는 대신, 현대적이면서도 화려한 음악으로 승부수를 띄웠다. 록·발라드·R&B·레게·가스펠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풍성하게 선보이는 것은 물론, 누비아 공주와 백성들의 이야기라는 점을 고려하여 아프리카 음악을 일부 차용함으로써 뮤지컬만의 다채로운 매력을 입히는 데 성공했다.

예를 들어, 라다메스의 아버지인 조세르의 야망이 드러나는 ‘어나더 피라미드(Another Pyramid)’는 레게 선율에 기반하고 있으며, 암네리스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마이 스트롱기스트 수트(My Strongest Suit)’는 모타운 사운드를, 아이다와 누비아 백성들이 함께 부르는 ‘더 갓즈 러브 누비아(The Gods Love Nubia)’는 가스펠 형식을 빌리고 있다. 반면, 엘튼 존의 전형적인 음악 스타일을 반영하는 ‘낫 미(Not Me)’, ‘일레보레이트 라이브즈(Elaborate Lives)’, ‘리튼 인 더 스타스(Written in the Stars)’ 등의 넘버들은 그의 팝 음악과 같은 중독성 있는 선율과 가사로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한국에서는 2005년 라이선스 프로덕션으로 처음 선보인 이후로 수차례 공연됐고, 오는 11월에는 블루스퀘어에서의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오페라와는 또 다른 매력을 발견할 수 있는 뮤지컬 ‘렌트’와 ‘아이다’를 통해 공연의 즐거움을 다채롭게 만끽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두 편의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을 이달의 음반으로 추천한다.

글 지혜원(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객원교수·공연 칼럼니스트)

이달의 추천 음반

❶ 뮤지컬 ‘렌트’

Verve Records / B000005ALT / 안소니 랩(마크)/아담 파스칼(로저)/
로사리오 도슨(미미)/이디나 멘젤(모린)/조너선 라슨(작곡·작사·극본)

❷ 뮤지컬 ‘아이다’

Walt Disney Records / B00138J8Z6 / 헤더 헤들리(아이다)/
아담 파스칼(라다메스)/엘튼 존(작곡)/팀 라이스(작사)/린다 울버턴 외(극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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